창작 글

고딩 때 썼던.. : 잠겨가는 고택과 박살나가는 고용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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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 시작할게요.

 

 

 

 

 

 

 

 

 

 

 

 

 

 

 

 

 

 

 

 

...

 

 

 

 

 

 

 

 

 

 내가 사는 저택은 아주 커다란 저택입니다. 사방이 산으로 둘러싸여 있지만 그 산까지 얼마나 달려야 도착 할 수 있는지는 알 수 없습니다. 설령 끝까지 달리더라도 최대한 가까워 질 수 있을 뿐 산에 도착 할 수는 없겠지요. 저 멀리 보이는 하얗고 회색의 선은 그 크기가 얼마나 되는 지 알 수 없지만 감히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높다고 합니다. 이 저택은 아주 거대하고 아주 넓지만 갇혀 있는 나의 세계입니다.

 

 

 

 

 내가 사는 저택은 아주 오래된 저택입니다. 언제 지어졌는지 감히 짐작 할 수 없을 정도로 오래 되었습니다. 아주 오래 전에는 이 저택에 사람으로 가득 찼습니다. 저 끝없는 곳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여기에 들어오고 나갔습니다. 나를 눈뜨게 만든 사람도 여기에서 살다가 여기에서 죽었고 그의 자식들이 여기에서 살다가 여기에서 죽었습니다. 그리고 모두 죽었습니다. 그리고 아주 많은 시간이 흘렀습니다.

나는 기계입니다. 로봇이라고 말해지는 데, 사람과는 아주 닮지만 전혀 다른 존재입니다. 나는 오랜 시간을 사람과 함께 생활하면서 인간이 되기 위해 많은 것을 배워왔습니다. 그러나 이야기처럼 파란 머리 천사는 결국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그러다가 내가 닮아야할 모두가 사라져 버렸습니다.

 

 

 

 나는 이 고택의 비교적 높은 층, 그래봐야 5층짜리 건물의 4층이지만, 그곳에 있는 기계의 도움을 받아 불멸의 시간을 누릴 수 있는 이 고택의 일부이자 인간의 노예입니다. 아주 규칙적인 생활을 하도록 만들어진 나는 그 오랜 시간 동안 깨어났다가 잠들기를 반복하면서 별 문제 없이 영원불멸의 지루한 삶을 살게 될 거라고 믿었습니다.

 

 

 

 약 백 년 전, 쾅 하는 소리와 함께 저 멀리 어딘가의 장벽 일부가 부서졌습니다. 놀라운 것은 그 작은 틈새로 푸른 물이 흘러 들어왔습니다. 그리고 담장의 곳곳에서 작은 틈이 생기더니 거대한 저택 안으로 흘러 들어왔습니다. 그 물이 마당을 지나 이 저택에 닿은 것은 10년 전입니다. 90년 동안 끊임없이 나를 향해 달려온 것입니다. 처음에는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지만 3개월 전에 그 끝없을 것 같았던 지하실이 완전히 침수되어 버렸습니다. 펌프를 사용해봤지만 그 금속의 기계는 미동조차 하지 않았습니다. 힘을 주자 완전히 부서져 버렸을 정도였습니다. 나는 지하실을 완전히 포기하고 지하와 연결된 계단을 타고 천천히 올라오는 물을 피하려 합니다. 침수된 지하실에서 간신히 꺼내온 몇개의 물건과 1층의 물건을 전부 2층으로 옮겼습니다. 저택은 굉장히 크기 때문에 아주 오랜 시간이 걸려야 했습니다.

 

 

 

 이 고택은 잠겨가고 있습니다.

 

 

 

 그 후 부터 나는 고장 나기 시작했습니다. 사라지지 않을 것만 같은 나의 육체도 매번 자잘하게 새로운 부품을 만들고 스스로 수리를 하지만 이제는 그것도 한계에 닿은 것 같습니다. 가끔 가다가 제자리에 정지해 몇 날 며칠을 잠들어 있기도 합니다. 내 몸이 마음처럼 움직여지지도 않습니다.

 

 

 

 나는 부서지고 있습니다.

 

 

 

 아침에 4층의 기계실에서 일어나면 먼저 저택을 구역별로 나누어 청소를 시작합니다. 너무나 거대하기 때문에 소용없는 짓이지만 나는 이렇게 하도록 만들어져 있습니다. 그리고 빨래를 시작합니다. 제가 사용하는 것뿐이지만 그렇게 하도록 되어있습니다. 그리고 저택 보수에 남은 시간을 보냅니다. 그러면서도 틈틈이 휴식시간도 갖습니다. 처음에는 이러한 휴식시간이 없었는데 첫 사용인님. 그러니까 주인님이 이러한 휴식을 억지로 갖게 만들었습니다. 그와의 기억이 어제일 마냥 생생했는데 요즈음의 나는 점차 그때를 잊어가고 있습니다. 마치 벌레 먹은 잎처럼 저의 길고 긴 기억 중 가장 중요한 부분이 녹아 없어지는 듯합니다.

 

 

 

 불과 50년 전만 해도 휴식시간에 탁자를 앉아 밖을 보면 군데군데 부서진 하얀 선과 회색선 그리고 다가오는 것 같은 파란선과 아름다운 나무들 풀들 꽃들 그리고 새들의 소리가 나를 반겼습니다. 그것들을 사물이 아닌 생명이고 사랑해야 할 것으로 여기게 만든 것도 주인님입니다. 지금은 죽어버린 나무들의 사체가 물위에 둥둥 떠다닐 뿐 입니다. 새들은 여기 오지 않은지 오래 됐습니다. 물이 모든 것을 삼켜버렸습니다. 저는 이제 물을 사랑해야겠지요. 아…… 방금 전 그의 마지막 얼굴 모습이 사라졌습니다. 나는 왜 눈물을 흘리지 못하게 만들어져 있을까요.

 

 

 

 놀라운 일이 일어났습니다. 복도에서 잠시 5년 정도 고장으로 정지해 있는 동안 3층까지 완전히 잠겨버렸습니다. 침수되는 속도는 상상 할 수 없을 만큼 빨라졌습니다. 눈을 떴을 때 발밑에 작은 조각이 떠있었습니다. 저를 지탱하던 기계도 부서지기 시작했습니다. "사는 것 자체가 신성한 일이야." 라는 그의 말이 기억났습니다. 인간의 죽음과 비슷한 로봇의 끝을 보기 두려웠습니다. 급하게 서재에서 책을 찾아 5층으로 옮길 수 있는 소형 유지기를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1년 후 소형 유지기를 만들어 5층으로 옮겼습니다. 이 소형 유지기는 완전하지 못하기 때문에 저의 수명을 아주 약간 더 연장 시킬 뿐 입니다. 하지만 제가 움직이고 있는 한 성스러운 삶을 위해 끝을 연기해야겠지요. 그것은 비단 이제는 얼굴도 기억나지 않는 그의 말 때문은 아닙니다. 언젠가는 모든 게 암흑으로 덮여 끝나겠지만 유일무이한 나의 주인님의 뜻대로 고장나가는 나를 위한 마지막 휴식을 취하려 하기 때문입니다.

 

 

 마침내 모든 준비가 끝나고 최대한 에너지를 아끼기 위해 물의 변화량을 생각해 한 달간 잠에 들어갑니다. 그리고 지금까지의 모든 정보를 정리하는 꿈을 꾸게 될 것입니다. 조각나고 사라져간 기억을 복구하게 될 겁니다. 기억에서 그들이 살아나고 그들을 만나고. 그렇게 거슬러 올라가고 올라가 마침내는 처음 눈을 뜨고 주인님을 만났을 때로 가게 될 것입니다. 그리고 처음부터 잠시간 그와. 물에 잠기지 않고 다시 깨어날 수 있다면 그때는 이 저택의 일부인 내가 끝을 택해야 할지 얼마 남지 않은 신성한 삶을 계속해야 할지 선택 하게 될 겁니다. 물론, 답은 알고 있습니다.

 

 

 

 그러면 그때까지는 안녕히….

 

 

 

 

 

 

 

 

 

 

 

 

 

 

 

 

 

 

 

 

 

 

 

 

 

 

 

 

 

 

 

 

 

 

 

 

 

 

 

 

 

 

 

 

 

 

 

.

 

 시간은 뒤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모든 것은 후퇴하기 시작합니다. 나의 기억 속에 남아있는 그리운 이들 그리운 풍경들이 내 앞에 다시 나타납니다. 나는 그 기억 속에서 그들과 함께 이야기 하고 그들과 함께 걷습니다. 어째서 나는 눈물을 흘릴 수 없게 만들어져 있을까요? 만나면 만날수록 그들이 태어나서 자라고 늙어 죽는 모습을 하나하나 지켜보고 그들과의 기억을 가슴 깊이 아주 깊이 박아 넣습니다. 눈물은 슬픔의 배설일 텐데, 눈물을 흘릴 수 없어 슬픔은 복구 불가한 깨어진 저장장소 하나하나에 깊이깊이 담겨집니다. 나갈 수 없는 슬픔은 나를 부식시킵니다. 물이 아니더라도 언젠가는 슬픔으로 인해 무너지겠죠. 나를 만든 이의 실수가 분명합니다. 나는 울고 싶습니다. 어째서 나는 눈물을 흘릴 수 없게 만들어져 있을까요.

 

 

 

 

 

 

 

- 암 흑 -

 

 

 

 

- 복 구 불 가 -

 

 

 

 

 

- 무 시 -

 

 

 

 

 

 

 

 

 

 

 

 

 

 

 "눈을 떠봐." 그리운 이의 목소리가 들립니다. 햇빛이 감긴 내 눈을 비집고 들어옵니다. 시간은 낮입니다. 그랬지요. 새소리가 들려옵니다. 냇물이 흐르는 소리가 들립니다. 파도소리와 닮았다는 나뭇잎 소리가 들려옵니다. 그랬습니다. 처음으로 눈을 뜬 그 시간으로 돌아온 것입니다. 눈을 뜨면 그의 얼굴을 볼 수 있겠지요. 그의 얼굴이 정말 제대로 복구 된 것인지 아니면 내 기억이 재 창조해낸 것인지는 알 수 없습니다. 그러나 그를 만날 수 있다는 사실 만이 내게는 행복한 일이겠죠. "눈을 떠봐. 고장 났나?" 나는 눈을 뜹니다. 밝은 빛이 쏟아집니다. 아주 깔끔한 저택, 이 방은 그리운 이와 나만의 방입니다. 나는 천천히 기동합니다. 그는 나에게 손을 뻗습니다. "고장 나지 않았습니다. 주인님, 다시 만나 뵈어서 다행입니다." 나는 주인님의 손을 잡습니다. 그는 나를 천천히 일으켜 세워줍니다. "다시?" 그렇습니다. 우리는 억겁의 세월을 지나 나의 기억 속에서 다시 만난 것입니다. 더 할 수 없이 행복합니다. "그렇습니다. 주인님, 우리는 영원의 물을 건너 다시 만났습니다." 설령 그것이 로봇이 꾸는 꿈속일 뿐일지라도요.















07년도인가.... 세상에 ... ..늙은듯 



당시 이런 느낌에 환장했던 기억이 남




지금 보면 많이 유치 할 수도 있습니다...

4개의 댓글

2014.10.31
07...지금이 14.. 와 7년이나 지났네
유치하단 느낌은 없는듯
0
2014.10.31
@애초에
07년도 감성잼.. 아 7년이나 지났네 진짜... 한숨...
0
와 뭔가 마지막에 소름 좀 나면서 짠했어
좋은 글 잘 읽고 갑니다.
0
2014.10.31
@부멉쳐맥일라고회원갑
재미있게 봐줘서 고마워 ㅎㅎ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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