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담

글 평가 좀 부탁한다

하드보일드 한 느낌을 살리려고 했는데 글이 좀 이상하다.




칼춤


한겨울 낡은 건물의 실내는 야외보다 더욱 싸늘하다. 아무렇게나 널브러진 머리카락에선 어젯밤. 터프했던 하루를 증명하는 담배 냄새가 가득했다. 머리를 쓸어넘기고 정호는 불을 켠다. 직업의 특성상 생명의 위협을 자주 받는 그는 붉게 충혈된 눈으로 가늘게 주위의 '흔적'들을 찾았다. 뭔가 수상하다. 누군가 다녀갔나. 뭐 해킹하려 한 흔적이 조금, 날 죽이겠다는 기록이 조금 남아있겠지. 괜찮다. 자세히 정신을 쏟기에 오늘 나는 너무 피곤하다. 따끈하게 방금 누가 엎어놓고 헤집어놓은 파일, 서류들 사이로 향했다. 크게 발을 옮기면 않된다. 중요한 서류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발목까지 오는 물가를 거니는 심정으로 다리를 끌었다. 그 꼴이 퍽 유쾌해서 피식 웃었다. 목적지는 창가다. 사무실은 충분히 쌀쌀하지만 여간 답답해서 신선한 바람이 맡고 싶어졌다. 얼른 사무실 정리를 하고 이대로 집에 가서 더운물에 샤워를 하고, 대충 차린 음식에 싸구려 스카치위스키 온더록스를 곁들이는 것이 간절했다. 정말 그 뿐이면 충분하다. 순간

탁, 하니 가벼운 물체를 떨구는 소리가 나며 사무실 전구의 전원이 나갔다. "누구십니까?" 대답을 바라지 않는 내 물음은 실내 허공에 던져졌다. 돌아오는 대답은 역시 없었다. 아니, 그저 다르게 돌아온 걸지도 모른다.

정호는 뒤쪽 허리께에서 강한 힘으로 찌른 다발적인 차가운 대답을 들었다. 그와 동시에 내뱉는 숨마저 속으로 쑥 빨려 들어가 버려서 삭이는 신음을 두어 번 흘리는 게 고작일 뿐이었다. 무지막지한 뜨거움을 느꼈다. 허리가 뻣뻣해지며 척추까지 올라오는 고통. 한참 뒤에야 목이 다시 소리를 찾았다. "끄아악!" 놈은 내가 죽는 것도 확인하지 않은 채 덩그렁 날붙이를 떨구고 그 길로 도망쳤다. 풋내기다. 망설임 가득한 상처나 남기고 떠나다니. 떠난 길에는 약간의 구릿한 악취가 남았다. 조선족 빚쟁이를 고용했나 보군. 누구지. 명광 건설 강 사장인가. 내가 쥐고 있는 패를 알 텐데 이렇게 레이즈를 한 건가. 그래도 문장을 맺기는 힘들었는지 정호는 아아, 하며 주르륵 벽을 기대어 주저앉았다. 녀석은 역시 풋내기다. 한 번에 끝내줄 것이지. 혀를 차고 뭔가를 찾듯 바닥을 짚어 자세를 고쳤다. 왈칵 피를 쏟았다. 으. 소리도 내보았다. 신경질적으로 왼 주머니를 두어 번 뒤적거려 구깃한 담뱃갑을 집었다. 어두운 사무실에 담배를 마실 때마다 불빛이 홀로 자그마하게 번쩍, 번쩍했다. 어차피 곧 생명의 불씨는 꺼진다. 이 마당에 찌른 놈은 누구인가, 시킨 놈은 누구인가 찾아낼 만큼 지질한 범인凡人은 아니다. 놈은 목적을 달성할 수 있을 것 같다. 생각보다 깊은 느낌이 아랫배를 휘어 감는다. 아마 장을 찢어놓았을 것이다. 조선족에다 빚까지 진 남자라면. 나만큼이나 술과 담배로 얼룩져있겠지. 돌아가 돈을 받으면 등 뒤에서 묵직한 파이프가 그를 반겨줄 거다. 안구와 뼈, 약간의 피부조직은 모두 돈으로 치환되어 고용주의 좀처럼 부를 줄 모르는 뱃속으로 들어가겠지. 실로 대단한 비즈니스다. 부디 마지막 선처를 베풀어 그놈 아내 맛있는 거나 사 먹게 만들어주길.

휘청- 고개가 한 번 꺾였다 바로잡혔다. 피는 스멀스멀 깔리는 안개처럼 서류로 가득 찬 하얀 바닥을 주르르 밀고 나갔다. 동시에 은근슬쩍 지나가려는 주마등을 겨우 잡아 원래 있던 자리에 집어넣었다. 쓰레기통을 뒤져 살던 어린 시절을 괜스레 꺼내고 싶지는 않다. 좋은 기억도 없으니 그깟 주마등쯤이야 생략해도 괜찮다. 살아생전에는 보지 못할 진귀한 광경을 보았으니 그걸로 되었다고 생각한다. 그 광경은 매우 처절하기도, 아름답기도 했다. 그 광경은...

한겨울 낡은 건물의 실내는 야외보다 더욱 싸늘하다. 아무렇게나 널브러진 머리카락에선 어젯밤. 터프했던 하루를 증명하는 담배 냄새가 가득했다. 어두운 사무실을 위태로이 밝히는 작은 불꽃은 더 이상 번쩍이지 않았다. 그저 부스러지는 재 안에 몸을 숨기는 것이 다였다. 정호는 색색거리던 숨을 멈추고 그대로 바닥에 널브러졌다.

15개의 댓글

2014.10.23
일단.. 맨 첫 문단 앞에 띄어쓰기와 적절한 엔터를 사랑하는게 좋을 것 같아

마치 글이 난 하드보일드야, 하드보일든데! 아 이거 하드보일드! 라고 열심히 주장하는데
너무 그쪽으로 쏠리면 그냥 중2병이 되어버림

김첨지가 츤데레처럼 보이는 이유를 잘 생각해보면 그 맛을 잘 살릴 수 있을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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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10.23
@멍청;;
리플 고맙다. 블로그에도 적는 중인데 거기꺼 옮겨오니까 문단 띄어쓰기가 탈락된 것 같당ㅋ 적절한 엔터라... 글이 너무 빡빡해 보여? 김첨지 비유가 꽤 적절해서 오랜만에 읽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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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10.23
@멍청;;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아 근데 이거 하드보일든데! 이거 개공감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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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물 안으로 들어왔건만 한겨울의 추위는 표독스럽게 등 뒤에 달라붙어 떨어질 줄을 몰랐다. 오히려 싸늘한 시멘트벽에 거머리처럼 매달려있던 냉기마저 발걸음을 뗄 때마다 천장에서 우수수 떨어져 내렸다. 아무렇게나 쓸어넘겨 부스스한 머리카락 사이사이엔 담배 냄새가 짙게 배여 감지 않은 머리카락처럼 끈덕지게 말라붙어있었다. 그 때문인지 오늘따라 가려운 머리를 대충 긁적이곤 정호는 사무실의 불을 켰다. 직업의 특성상 생명의 위협을 자주 받는 그는 이미 익숙해질대로 익숙해진 동작으로 한쪽에 기대서서 붉게 충혈된 눈을 가늘게 뜨곤 주위를 빠르게 훑어보았다. 방 끝에서 맞은편 끝까지를 대강 훑어본 눈의 잔상엔 이질감이 진하게 묻어났다. 누군가 이 방에 들어왔다. 목적이 무엇인지는 모르겠지만, 정호는 크게 신경쓰고 싶지 않았다. 사무실 좀 어질러진 것에 관심을 가지기에 오늘은 너무나 피곤한 날이었다. 까짓것, 기껏해야 자잘한 정보 몇 개를 빼갔거나 정호의 생명과 내부 장기에 대해 지대한 관심이 담긴 유치한 쪽지 몇 장 남긴 게 다일 것이다. 정호는 문 옆에 기대어 있던 벽에서 등을 떼고 적당히 헤집어진 파일과 어지럽게 바닥에 널려있는 서류 뭉치 사이로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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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록 아래 경찰서
그러면서도 정호는 중요한 서류를 밟지나 않을까하는 생각에 발목까지 차는 물속을 걷는 것처럼 어기적거리며 다리를 끌었다. 누군가 자기 꼴을 봤으면 퍽이나 웃길 것 같다는 생각에 정호는 입술을 비틀어 피식 웃었다. 창가 앞에 선 정호는 딱딱한 동작으로 창문을 열었다. 청소가 안 돼 먼지가 가득 쌓여있는 창틀은 창문의 날선 모서리가 베고 지나가자 불편한 신음을 토했다. 사무실은 창문이 닫혀있을 때면 여간 답답해지는 것이 아니라서 정호는 이런 추위에도 사무실에 돌아올 때면 늘 이렇게 창문을 열고 신선한 바람을 방안으로 들이는 것이었다. 싸늘한 바람이 부러진 커터 칼날처럼 얼굴을 때리자 정호는 한층 더 피곤해지는 기분을 느꼈다. 얼른 사무실 정리를 하고 이대로 집에 가서 더운물에 샤워를 하고, 전자레인지에 돌려 딱딱하게 굳은 저녁에 싸구려 스카치위스키 온더록스나 한 잔 곁들이는 것이 간절했다. 정말 그 뿐이면 충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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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록 아래 경찰서
순간 가벼운 물체를 떨구는 소리가 나며 사무실 전구의 전원이 나갔다. "누구십니까?" 정호는 대답을 기대하지 않는 질문을 던지며 한쪽 벽에 몸을 붙였다. 정호의 기대와는 달리 대답은 칼같이 돌아왔다. 다만 그 대답 방식은 정호로서는 익숙해지기 어려운 것이었다. 뒤쪽 허리께에 차갑게 찌르고 들어오는 다발적인 대답에 정호는 숨이 턱 막혔다. 그와 동시에 내뱉는 숨마저 속으로 쑥 빨려 들어가 버려서 정호는 삭이는 신음이나 두어 번 흘리는 게 고작이었다. 몸속으로 파고든 것은 차가운 금속이었지만 정호는 무지막지한 뜨거움을 느꼈다. 허리가 뻣뻣해지며 척추까지 올라오는 고통. 한참 뒤에야 목이 다시 소리를 찾았다. "끄아악!" 그와 동시에 정호는 날붙이가 몸을 빠져나가는 고통을 느꼈다. 정호는 무릎을 꿇었다. 그를 찌른 자는 정호의 비명에 겁이라도 먹었는지 정호가 죽었는지 확인조차 않고 날붙이를 떨구고는 그 길로 도망쳤다. 말할 것도 없는 풋내기였다. 망설임 가득한 상처나 남기고 떠나다니. 정호는 인상을 쓰며 생각했다. 풋내기가 도망친 복도엔 아직 약간의 구릿한 악취가 남아 피비린내와 뒤섞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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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록 아래 경찰서
재밌어서 나도 한 번 따라 써봄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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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10.23
@블록 아래 경찰서
ㅋㅋㅋㅋㅋㅋ와 초반 묘사 괜찮은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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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10.23
윗글도 그렇고 아랫글도 그렇고 상황이 딱
머리 속에 그려지는게 참 좋은거같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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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10.23
@말씀하세요
ㅠㅠㅠㅠㅠㅠ엉엉 고맙다. 평가를 해주는 사람이 없어서 막막했는데 종종 글 올려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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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10.23
낡아빠진 건물안은 한 겨울을 알리듯 싸늘했다. 아무렇게나 널브러진 머리카락에선 지난밤 << 이런 느낌이 좋지 않겠냐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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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10.23
@루브르
어우 고맙다. 확실히 부드러운 맛이 잘 사네. 내가 글이 좀 딱딱한 경향이 있어서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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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10.23
허... 1시간 동안 쓰던 답글 날라갔다... 그냥 .. 열심히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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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10.23
@다크루트
하... 힘들었을텐데 일단 고맙다. 너의 조언은 꼭 들어보고 싶었건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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ㅆㅏ늘하다 비수가날라와 꽂힌다 하지만 걱정하지마라
손은 눈보다빠르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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