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타 지식

W) 세기의 병크 스리즈 그 3번째 이야기 - 적기조례 편.





* 병:크 - 한자어와 외래어가 결합한 인터넷상 은어로, 병신과 크리티컬의 합성어이다.
병신짓의 도를 넘어 아주 심하게 터짐을 일컭는 말로 비슷한 합성어로 "고소 크리" "안습 크리" 등이 존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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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80년 영국.


석탄과, 강철 그리고 증기의 발견으로 인류는 새로운 시대, 


즉, 산업혁명을 맞이하였다.




산업혁명은 인구, 문화, 기술, 생산성 등 많은 것들을 발전시키고 증폭 시켰는데,


그 중 기술은 정말 인류의 새 장을 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엄청난 진보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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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이 기술의 놀라운 진보의 결과로 탄생한 것이 바로, 자동차이다.


이 자동차는 실로 엄청난 물건인데, 지금은 개나 소나 자동차를 타고 다녀서 실감이 않나겠지만,


자동차가 없던 시대때는 한양 (서울)에서 부산까지 꼬박 10일이 걸렸다고 한다.




이것도 나름대로 걷기(?) 전문가인 보부상의 이야기이고,


일반 백성이 한양에서 부산까지 갈려면 어휴 끔찍.




위글이 안믿겨 지겠지만 진짜다.


한양(서울)에서 부터 부산까지의 거리는 약 323km 일반인이 평지를 걷는 속도가 4km/h이다.


이를 나누어 보면 약 80시간이라는 어마어마한 숫자가 나온다.


척 보기엔 작아 보일지 모르겠으나, 걷는 시간만 80시간이다.


말 그대로 숨만 쉬고 걸어야 한다.


거기다가, 우리나라는 평지가 없고 산지가 많은 나라인데,


이런 환경에서 10일 만에 도착한다는 것은 거의 맨날 걷는 직업을 가진 전문가가 아닌이상 힘들다.


그러니까 우리 착한 개드리퍼들은 자전거나 걷기(!)로 국토대장정을 하시는 분들을 본다면,


물이나 쥬스같은 작은 선물 사다드리자.


후라이팬 같은 짐을 선물로 드리면, 진짜 후라이팬으로 맞을 수 있으니 조심하자.




아무튼 이 처럼 자동차는 정말 엄청난 발명품 이었는데,




누가 그랬다, 영국이 해괴한 건 다 만든다고.






세기의 병크 스리즈 그 세번째 이야기. 적기조례 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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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타 다른 나라와 달리 산업혁명이 일찍 부터 시작된 영국은


1826년 사상 최초로 실용화된 자동차가 등장하게 된다.




이 28인승 증기기관 승합차는 시범적으로 런던 시내와 런던의 인근 도시를 이어주는


일종의 현대의 버스 같은 개념으로 도입되었다.


그리고, 그 자동차 특유의 정숙성과 안정성으로 런던 시민들과,


인근 도시의 사람들은 호평과 찬사를 아낌없이 보냈는데,




마차의 말 발굽 소리와 말 울음소리 보다는 증기기관의 증기 뿜는 소리가 훨씬 듣기 좋았을 것이다.


가끔 말 똥 싸는 소리도 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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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자동차라는 신 문물에 대한 찬사와 호평을 대단히 언짢아 하는 사람들이 있었는데.


바로 마부들이다.




마부들은 당시 할수 있는 것이 말 다루는 것과 마차 끄는 것 밖에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마부가 런던 뿐 아니라, 영국 전역에 많이 있지 않아서


귀족들을 태우고 다니며 호의호식 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어디서 나타난 쇠땡이(?)가


일반 백성들은 물론 자신의 고객인 귀족까지 태우는 모습을 보고 분개한 나머지,


빅토리아 여왕에게 간청을 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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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마부들은 귀족들이 주 상대였으므로, 영국 내에서는 어느 정도 지위가 인정되고 있었던 만큼,


빅토리아 여왕은 미래가 불분명한 쇠덩이에 자신의 지위를 거는 것보단


마부들에게 양보하는 것이 났다고 판단했는지, 이를 받아 들이고 적기조례를 발표하게 된다.




적기조례



적기조례의 내용을 살펴보자면 대략 이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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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Locomotive Act 1865 [적기조례]




제 1조. 최고 속도는 교외에서는 시속 4마일(6km/h), 시가지에서는 시속 2마일(3 km/h)로 제한한다.


제 2조, 1대의 자동차에는 세 사람의 운전수(운전수, 기관원, 기수)가 필요하고,


그 중 기수는 붉은 깃발(낮)이나 붉은 등(밤)을 갖고 55m 앞을 마차로 달리면서 자동차를 선도해야 한다.


기수(旗手)는 보속(걷는 속도)을 유지하며 기수(騎手)나 말에게 자동차의 접근을 예고한다.




답이 없다(....)




하나하나 조목조목 짚어보자면,


제 1조에는


"최고 속도는 교외에서는 시속 4마일(6km/h) 시가지에서는 시속 2마일(3 km/h)로 제한한다"


라고 되어 있는데, 일단 일반 사람이 걷는 속도가 4km/h다.


교외라는 인적이 드문 곳, 현대로 따지자면 고속도로 같은 곳인데, 고속도로에서 6km/h


즉, 자동차가 사람의 순보 정도의 속도보다 빠르면 불법이란 것이다.


시가지에서는 무려 시속 3km/h (...) 이건 뭐… 거의 기어 다니라는 소리다.




그리고 저 적기조례가 발표될 당시 기술력으로는 자동차가 30km/h까지 달릴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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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2조에는 일단 자동차에 필수인원만 3명이 탑승해야 했다.


이 3명중 한명이라도 빠지면 당연히 불법.




운전수는 당연 운전하는 사람이고, 기관원은 지금으로 따지면 엔지니어 이다.


뭐, 당시에는 자동차의 안정성이 입증되지 않았으니 기관원이 있는 것 까지는 좋다.




문제는 저 기수이다.


기수는 자동차 앞에서 마차(!)를 끌고 다니면서


아침에는 붉은 깃발을, 밤에는 붉은 등을 켜고 다니면서


후에 자동차가 올 것을 예고 하여야만 했는데


이는 다른 말로 하면, 자동차를 끌고 나갈려면 반드시 마차를 하나 고용해야 된다는 것이다.


마부들을 위한 악법도 이런 악법이 없다.




이 악법의 이름이 적기조례인 것도 이 이유 때문이다.




하지만 여기서 놀람을 금치 못하면 안된다.


뒤로 갈수록 가관이니,






이후 13년 동안 이 법을 개정하지 않고 유지하고 있다가, 드디어 개정을 하게 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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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Roby at en.wikipedia.org




Highways and Locomotives Act 1878 [개정법]




제 1조, 기수의 필요성은 제거.




제 2조, 전방보행요원의 거리가 20야드(18m)로 단축되었다.




제 3조, 말과 마주친 자동차는 정지해야 한다.




제 4조. 말을 놀라게 하는 연기나 증기를 내뿜지 말 것.




더 답이 없다….


일단 앞의 마차를 끌고 다니며, 자동차의 출현을 예고하는 기수가 제거된 것 까지는 좋았으나,


대신 사람이 생겼다. (...)




이 사람은 전방보행요원이라 읽컫는데,


하는 역할은 붉은 등, 깃발을 들고 다니며 자동차의 출현을 예고하는,


한마디로 그냥 앞의 기수를 마차에서 내리게 한 것 빼고는 달라진게 없는,


높아지는 시민들을 달래기 위한, 달래기 식 개정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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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놀라지 말자, 하일라이트가 남았으니까, 바로 제 3조4조 이다.




제 3조, 말과 마주친 자동차는 정지해야 한다.




말이 마주친다지, 그냥 말이 주변에 있으면 멈춰야 했다.


예로 2차선에서 마차가 역방향으로 달리고 있고,


차가 정방향으로 달리고 있으면, 차가 멈춰야 했다.


마차가 지나갈 때까지.


당연히 안멈추면 불법이다.


마차가 동시에 100대가 지나간다면? 본격 교통체증 메이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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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대망의 제 4조.




제 4조. 말을 놀라게 하는 연기나 증기를 내뿜지 말 것.




생각해 보거나, 스크롤을 올려보자.


당시는 전기로 동력을 얻는 것도 아니고, 가솔린을 동력을 얻는 방식도 아니었다.


증기로 동력을 얻는 방식인 “증기기관” 이였다.




증기기관.




증기기관은 반물질을 개발하지 않는 이상 반드시 증기를 내뿜어야 하는데,


이 4조는 열역학 법칙, 엔트로피 법칙 이딴거 다 무시하고


말들 놀라니까 증기 내뿜지마.”이러는 것이다.




아예 자동차를 금지 시키는게 긴 조항 안만들고 편했을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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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영국은 이러한 악법을 만든 죄를 아주 톡톡히 치뤘다.


자동차가 교외에서 6km/h, 시가지에선 3km/h로 밖에 못달리게 법으로 제정 되어있으니,


영국 자동차 기업은 기술적으로나, 경제적으로나, 성장하지 못하였고,


옆의 선진국들이 신나게 자동차 개발할 때 동안, 영국의 자동차 산업은 빠르게 쇠퇴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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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보다못한 시민들의 요구로 1896년,


개정법 발효로 부터 18년 뒤,


적기조례 발효로 부터는 약 31년 후,


적기조례는 비로소 폐지 되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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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나라에서 공장을 세우고 대량생산 체제를 갖출때,


시가지에서 4km/h, 6km/h 달리던 나라의 기술력은 이를 따라갈리 만무했고,


점점 영국의 자동차 산업은 쇠퇴되고 죽어갔다.




여담이지만, 후에 영국은 아마 적기조례 제정을 아마 땅을 치고 후회했을 것이다.


하지만, 이 법은 어찌보면 노벨 평화상 감 일수도있다.


바로“한번 제정된 법은 바꾸기 어렵지만, 산업이 망하는건 순ㅋ식ㅋ간ㅋ”이란


아주 좋은 교훈을 후손에게 남겨주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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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행 중 다행이라면, 20세기 이후 롤스로이스, 제규어, 등과 함께


영국의 자동차 분야는 빠르게 발전 했다.




하지만 적기조례의 삽질이 너무나도 컸는지,


미국이나 프랑스, 독일등에 밀려 항상 2인자 자리를 유지하고 있다가,


영국의 또 한번의 거대한 삽질로 영국의 거의 모든 자동차 회사가 외국 기업에 의해 인수 당하자,


세계 최대의 외제차 수입국이라는 불명예를 떠안게되고, 이는 현재 진행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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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여기서 후손들이 배워야할 것이 있다면,


"바로 이익집단에 정부가 굴복한다면 국가의 존망까지 위협할수 있다는 것이다"




사실 위와 비슷한 삽질이 고려 때도 있었고, 에도막부 시대 때도 있었다.


그리고 현재의 한국도.






세기의 병크스리즈 적기조례편 끝. :]











+후기


죄송합니다. 글이 아주많이 늦어졌네요. ㅠ;


염치불구하고 올려봅니다 ..ㅎㅠ




++


아, 혹시 오해하실까봐 노파심에 말씀을 드리자면,


현재 모 사이트에서 똑같은 글을 거의 동시에 올리고 있으니,


똑같은 글을 보더라도 오해하지 말아주세요 ㅎㅎ




18개의 댓글

2014.10.19
오랜만에 쓰니 글이 약간 난잡한 감이 없지않아 있네요.

그러나 우리 개드리퍼들은 착하니 이를 감내해 주실거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0
2014.10.19
바로 이익집단에 정부가 굴복한다면 국가의 존망까지 위협할수 있다는 것이다

이말에 공감합니다 재밌게봤어요 ㅎㅎ
0
2014.10.19
영국 역사 보면 신기한거 참 많어..
저런 나라가 어떻게 100년 넘게 세계 최강이었는지 이거야 원.
0
2014.10.19
크아...........재밌따!!
0
이익집단에 정부가 굴복한다면 좆망 진짜 순식간이다 그러니까 우리나라도 흉기차 독점좀 풀고 외제차 관세좀 낮추자 나는 싸고 안전한 도요타 타고싶다
0
2014.10.20
ㄱㅅㄱ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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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10.20
ㄱㅅㄱ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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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10.20
ㄱㅅㄱ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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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10.20
ㄱㅅㄱ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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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10.20
끙... 여기저기 걸리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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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10.20
@응이엄마
문제점을 말씀해주시면, 시정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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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10.20
써줘서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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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10.20
빅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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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p
2014.10.20
빅잼인데 존댓말이 거슬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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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10.20
잘보고있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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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10.21
결국 그만큼 마부조합이 힘이 있었다는 얘기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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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10.29
글쎄.. 영국의 자동차 산업과 기술이 과연 폭망이었을까 하는 의문은 드는데.

물론 저 조례는 병맛인건 맞지만, 급격한 변화를 좋아하지 않는 영국인의 보수적 스타일도 있고..

정치잖아? 이익집단이건 뭐건 사회 구성원들의 불만을 정치적으로 해결해야 할 필요가 있는거고.

어쨌든 시대적 요구에 따라 초기에는 마부의 손을 들어줬고, 후에 교통산업 구조변화에 충분히 대처할 상황이 됐을때 조례를 푼 것이 당시 영국행정부의 나름대로의 적절한 대처였다고 생각함.

세계대전 당시 독일을 제외하면 뭐 프랑스 이태리 북유럽 등등 뭐 영국보다 유난히 기술적으로 앞서나갔던 나라가 있었어?

전쟁통에 만들어진 롤스로이스 엔진인가 뭐시긴가를 미쿡전투기에 달았더니 개사기 유닛이 됐다는 케이스도 있고.

현재 영국의 자동차 산업이 빌빌대는 걸 단지 저 조례때문이다라고 하는건 무리가 있는 듯.

'일조'는 했겠지만.

조례가 없었다면 역사엔 '당시 마부들을 실업자로 내몰았던 자동차 발명의 혁명'정도로 남았겠지?

우리는 알고 있지.. 영국의 산업혁명이 영국의 가내수공업자들을 대공장의 노예로 전락시키고 경제적 격차를 심화시키면서 이른바 자본주의가 꽃피며 공산주의 이론과 공산주의자들을 만들어 냈다는 걸.

훗날 결과만을 놓고만 따지니까 이런 평가가 나오는거일 뿐이라고 봄.
0
2014.11.23
@에구구구
공감합니다.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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