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타 지식

소외감과 편가르기의 관계 심리학...........simry

종종 사회 곳곳에서 일어나는 '편가르기'와 '배척'에 대해 
'왜 그럴까'하고 생각해 보곤 하는데요.. 

이와 관련 좋은 통찰을 주는 연구가 보여 소개합니다 :) 


심리학에서 바라보는 편가르기 현상에 대해 일단 이야기 해 볼까요 :)
사실 편가르기는 사회생활을 하다보면 거의 본능적으로 나타나는 일이지요.
사람들과 더불어 살다 보면 원하든 원치 않든 '사회적 단위'인 '집단'들이 생기게 되거든요

일단 우리는 이 집단들을 크게
ㄱ) 자신이 속한 집단(ingroup-내집단)과 
ㄴ) 내가 속하지 않은 집단-나와 상관 없는 타인들의 집단(outgroup-외집단)으로 
자동분류하게 되고

어떤 사람들이 내집단에 속하는지 아니면 외집단에 속하는지에 따라 나도 모르게
그 사람들에 대한 느낌, 생각, 행동을 매우 달리하게 됩니다.

상대가 나와 별 상관 없는, 거리가 멀다고 느껴지는 외집단일수록(사는 지역이 다르다, 인종이 다르다, 성적 지향이 다르다 등등)
그 상대에 대해, 하나의 케이스로 전체를 매도하는 '고정관념'이나 '편견'을 심하게 적용하게 되고

실험실에서 방금 막 랜덤하게 나눈 그룹에 대해서도
왠지 내집단에 속한 사람들이 외집단에 속한 사람들보다 더 성격도 좋고 능력도 좋을 거라고 평가하는 현상을 보입니다.

어떤 사건에 대한 용의자를 지목해보라고 하면
왠지 내집단 사람보다는 외집단 사람이 나쁜놈일 것 같다고 지목하기도 하고요
(우리가 하면 사랑 니네가 하면 불륜)

[넌 우리랑 다르니까 다른데 가서 놀아]


이렇게 '별다른 근거 없이 내집단 사람들을 선호하는 반면 외집단 사람들을 배척하는 듯한 모습'을 
'내집단 선호(ingroup favoritism) 또는 '내집단 편향(ingroup bias)'이라고 하는데요


그 이유로는
아무래도 여러 집단들이 한정된 자원을 가지고 경쟁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기 때문에
상대방을 견제하고 우리 집단이 좋은 것을 많이 차지하기 위해서 라거나

내가 속한 집단에 대해 비교적 더 좋게 생각함으로써
'자존감'을 높이기 위해라는 등의 설명들이 존재합니다. 
(실제로 내가 속한 집단이 얼마나 잘 나가는가는 나의 자존감에도 큰 영향을 미치지요.
예컨대 월드컵에서 우리나라 선수들의 성적이 좋으면 왠지 내가 뿌듯해지는 반면
성적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 실망하게 되곤 하지요) 

또는 
집단이 집단으로, 단단한 결속체로 존재하기 위해
진짜든 가상이든 단지 '적'이 필요하기 때문이라는 시각도 있지요.
(만약 지구인들에게 못된 외계인라는 강력한 적이 존재한다면 지구인들은 좀 더 하나로 뭉치게 될 수 있겠지요?) 


여하튼
우리는 내편과 니편을 가르는데 도가 튼 '사회적 동물'인 것은 확실한 것 같습니다.

그리고 
요로케 내편과 니편을 가르는 데 필요한 인지적인 생각 스타일을 
'구분짓기 사고(걍 제맘대로 번역-categorical thinking)'라고 합니다. 

예컨대 어떤 대상을 평가할 때 '10점 정도에서 예는 3점, 예는 5점 정도 좋군'이라고 
연속선상에서 '비교적' 어떻다는 '정도'를 평가하는 것과는 다르게

딱 '좋거나 나쁘다', '위험하거나 위험하지 않다', '친구이거나 적이다'
이런 식으로 중간점 없이 일명 흑백논리적으로 사고하는 것을 일컫는 것이지요.

내집단-나랑 상관있는 사람과 외집단-상관 없는 사람을 가르는 데에는 
아무래도 이런 식의 사고가 상당부분 들어가게 되겠지요.


그런데 최근 한 연구에 따르면 
'소외된 사람들'이 이런 흑백논리적인 사고에 비교적 더 쉽게 노출 될 가능성이 있다고 합니다(Sacco et al. 2011).

연구는 간단했어요
공 주고받기 패러다임이라고 실험실상에서 사람들에게 소외감을 불러일으키는 작업을 합니다.

A,B,C 3명이 있는데 A랑 B는 연구자와 공모한 사람이고 C가 진짜 참가자로
이 세명에게 공을 주고받게 합니다. 

그러면 연구자랑 미리 짠 A와 B는 C에게는 거의 공을 주지 않고 
자기들끼리만 공을 주고받습니다.

별 거 아닌 것 같지만 
이걸 3분 정도 하면 대부분의 참가자들이 
자존감 하락과 우울감, 소외감을 강하게 보이게 됩니다. 
(잠깐의 따돌림이나 무시의 효과가 이렇게 어마어마하답니다) 


이렇게 소외감을 일으킨 후 사람들에게 여러가지 얼굴 표정 사진을 보여줍니다. 
얼굴 표정들은 화난 표정과 행복한 표정들이었는데요 
10%의 간격으로 미세한 차이가 나도록 만들었답니다 

한 화면에 두 개의 표정이 뜨게 한 후
참가자들에게 두 표정이 '같은 표정인지' 아니면 '조금 다른 표정인지' 평가하게 합니다. 



그러면 소외감을 느낀 사람들이 소외당하지 않은 조건의 사람들 보다
같은 카테고리에 있지만 그 정도가 조금 다른 표정(더 화난 표정 VS. 덜 화난 표정 / 더 행복한 표정 VS. 덜 행복한 표정)
은 잘 구분하지 못하는 반면

다른 카테고리에 있는 표정 화난 표정 VS. 행복한 표정들을 더 잘 구분하는 모습을 보이게 됩니다.

이런 구분은 '인종 구분'에서도 나타나게 되는데
소외당한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 비해
같은 인종이지만 조금씩 모습이 다른사람들보다
조금 차이가 나지만 다른 인종인 사람들을 더 잘 구분하게 됩니다.


이렇게 소외된 사람들이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 비해 
구분적 사고를 잘 하게 된다는 발견에 대해 연구자들은
나를 다시 받아들여 줄 가능성이 있는 상황이나 사람들
즉 '내편'을 색출하기 위해서가 아닐까 라고 이야기 했는데요

흥미로운 이야기인 것 같습니다.

연구자들의 설명을 뒷받침 하는 또 다른 증거로 
소외된 사람들의 구분적인 사고는 '사물'에서는 나타나지 않고 '사람 관련 자극들'에 한정되는 모습을 보였어요.


결국 소외당하게 되면 내편을 알아내기 위해 
'특히 사람들 간의 특성이나 관계를 확실히 구분지을 수 있는 차이'에 집중하게 된다는 것인데요.

이 발견은 많은 생각을 가능하게 해 주는 것 같습니다.

A: 여기 팩트들이 있어. 이것으로 어떤 결론을 얻을 수 있을까? 
B: 여기 결론이 있어. 어떤 팩트로 이걸 뒷받침할 수 있을까?

(-> B처럼 결론을 정해놓고 듣고 싶고 보고 싶은 팩트를 갖다 맞추는 걸 '확증 편향(confirmation bias)'라고 하는데요

'소속감'을 얻기 위해 내편과 니편을 가르는 사고도 결국엔
세상이 실제로 그렇게 구분되어 있든 아니든 나는 구분을 짓고 싶다는 '동기적 측면'이 강한 것으로 볼 때
확증 편향 같은 모습이 언뜻 보이기도 합니다. 

"분명 어딘가에 너희들이랑 다른 내 편이 있을거야!!"

이런 식으로 집단간 사실 유사성이 더 많고 차이는 매우 적은 데도 불구하고
작은 차이를 매우 크게 확대해서 지각하는 현상들이 내집단 선호의 근간이 되지요)



예컨대 외로운 사람일수록 어떤 부분에 있어서 더 배타적이 되거나 
스스로 많은 적을 만들게 될 수도 있다는 알려주는 듯도 하고 말이지요

우리나라의 경우는 비교적 많이 외로운 사회(사람들 간 서로 의지하고 신뢰하는 정도가 약한 편)로 구분되곤 하는데요(Diener)

그래서 그렇게 사회 곳곳에서 니편 내편 하며 싸우는 건가 하는 생각도 들고ㅎㅎ 

정치인들의 경우에도 뭔가 '소외감'을 느끼게 되면
더더욱 다른 입장들에 대해 마음을 닫고 배타적인 자세를 유지하게 되는 건 아닌가 싶기도 하고 그렇군요

여러가지 '진영논리'로 서로를 끊임없이 공격하는 경우도 어쩌면 일부는
이를 통해 '소속감'을 느끼고 집단 안에서 자신의 존재감을 세우기 위해서 그러는 것일지도 모르겠단 생각도 들고요

결국 많은 싸움과 편 가르기는
사람들과의 관계를 통해서 인정받지 못하면 살기 어려운 
사회적 동물이라는 우리 존재 때문에 생기는 일일지도 모르겠어요ㅎㅎ


관련해서
어떤 일을 통해 조금 비뚤어지게 된 사람을 다시 잡는 데에는 
'똑바로 살라는 비난' 같은 것보다 
'우리는 언제든 당신을 다시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어요'라는 메시지가 
훨씬 효과적이라는데(Finkel & Baumeister).. 


뭐 일단은 내 주변에라도 외롭고 소외받는 사람이 없도록 합시다라며 훈훈하게 마무리 해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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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줄요약>
1. 소외감을 느끼는 사람일수록 배타적인 성향이 강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2. 우리나라가 편가르기가 심한 이유가 어쩌면 서로간에 소외된 사회가 만들어 낸건 아닐까?....




흥미로운 글이라 퍼옴

어찌보면 

일베나 오유의 특성을 뒷받침해주는 글이라 생각된다

12개의 댓글

흥미로운 결과야.
하지만 이 논문도 나의 외로움은 달래주지 않지.

사회적 범위인 집단의 경우 과거엔 한 집단에 소유되면 더 큰 범위의 집단이 아니라면 그 집단 안에만 있는데
현재에는 같은 규모의 작은 집단 여러개에 동시에 겹쳐 있는 경우도 많아.
그랬을 경우에 우리는 어떤 집단의 입장으로 기우는 가에 대해서도 알아?

나의 생각으로는 개인의 사고 영역에는 한계가 있기에 자신을 기점으로 집단과 개인에 거리가 생기고 그 거리가 멀어질수록 거기에 대한 영향력을 덜 받는다고 생각하는데 어떻게 생각하는지도 궁금하다
0
@닉네임짓기힘들다
[삭제 되었습니다]
@뭐라는거야빠가야
거리가 생긴다는 것은 인식의 거리 같은 걸까.
즉 자신이 인지하기에 서로에게 직접적인 영향력을 주고 받을 수 있는 관계의 강약 같은 느낌인데...
그리고 나는 저 집단이라는 것에서 부터 선이나 악이 나온다고 생각하니까 저 집단의 문제에는 굉장히 관심이 생겨.

여담으로 자신의 창을 통해서 세상을 본다고 했는데
나는 역으로 타인을 통해서 자신을 본다고 생각해.
이건 그냥 내 생각
0
2014.10.02
중간에 엑박들이 있는데 나만 그러니?
0
2014.10.02
저런건 특정 커뮤니티만 해당되는게 아니라 집단이 가지는 모습들 아님?
0
2014.10.02
@오징오징
특정커뮤니티만 해당된다라는 말은 안했는데?
0
2014.10.02
@Chamchi
따...딱히 너보고 한건아닌데 그냥 집단이 다지니는 특성을 한정지은게 불편해서ㅈㅅ 사실 시험치고 다까먹은 내용
0
2014.10.02
난 내집단이면 더 비판적이게 되고 외집단이면 더 수용적인데....;;
같은 무리의 친구가 내가 모르거나 잘 모르는 사람 욕하면 항상 '그럴수도 있지 ㅎㅎ', '에이 니잘못도 있네' 이러는데 전뭐죠?
0
2014.10.02
이런 심리학 논문이나 실험은 딱히 또 답은 없음
0
2014.10.02
파시즘은 찢어발겨버려야한다
0
이런글 좋다
0
2014.10.07
ㅠㅠ
0
무분별한 사용은 차단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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