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쎄 아무래도 가장 붐빌 때 유행하는 영화를 7시에 그것도 가장 잘 보이는 좌석으로 구매하는 것 정도일까?
물론, 팝콘과 콜라를 라지 사이즈로 시킨 후에."
"쯧쯧, 상상력 결핍이네. 자네도 시들었어."
졸지에 시든 시금치따위가 되어버린 내 노쇄한 뇌세포는 당황했다. 아무리 그래도 극장에서 가장 사치스럽게 돈을 쓰는 법 따위는 항상 효율과 능률을 중시한 한국사회에서 치열하게 살아온 내가 생각할 수 없는 범주인 것이다.
"그렇다면 자네는 어떻게 쓰겠나?"
"그걸 미리 알려주면 김이 빠지지 않을까? 좀더 창의적으로 생각해도 좋을텐데?"
이런식으로 답을 피하면 반응해버린 내가 바보같다. 이런 문제따위를 며칠이나 고민할 형편도 아니고.
"흠흠. 별거 아니니 내 특별히 알려주지."
별거 아닌 이야기에 뜸을 들인다. 귀 기울이는 태도가 보고 싶은 거겠지.
"평일 오전 11시에 가장 인기없는 영화를 구석진 자리에서 보면 되지. 물론 팝콘과 콜라 없이."
뭐야? 얼굴과 마음속으로 그런 의문이 튀어나왔지만 곧 납득했다.
상식적으로 이해가 가진 않지만 따져보면 말이 된다. 가장 열심히 일을 할 시간에(예외도 있겠지만) 텅텅 빈 극장에서 가장 재미없는 영화를 본다. 돈도 아깝고 돈을 벌 시간도 잃고 그리고 그 공간마저 아까우니 이 얼마나 고차원적인 사치인가.
순간 그런 방식으로 살 수 없음에 내심 안도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