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타 지식

한국계 미국인 미셸 리의 '좋은 교사론'




미국 워싱턴 DC의 한국계 교육감인 미셸 리(Michelle Rhee·한국명 이양희·39)는 공교육 개혁의 기수로 꼽힌다. 영어로 ‘개혁’을 뜻하는 ‘reform’이란 단어를 변형한 ‘Rhee-Form(리의 개혁)’이란 말이 회자될 정도다. 그는 “선생님이 학교와 학생을 바꾼다”는 신념에 따라 ‘선생님 개혁’을 강력히 추진해 왔다. 그는 올 3월 기자와 인터뷰한 자리에서 “좋은 교사는 학생의 성취도를 크게 향상시킨다”며 “나는 그걸 체험했다”고 말했다.

리 교육감은 20대 초반 볼티모어의 빈민 지역에 있는 할렘파크 초등학교에서 2, 3학년을 가르쳤다. 당시 학생들을 수준별로 나눠 개별지도를 했다. 그랬더니 교과목마다 ‘능숙’ 평가를 받은 학생의 비율이 평균 13%에서 90%로 급증했다. 그걸 보고 그는 “모든 게 선생님에게 달려 있다”는 확신을 갖게 됐다. 그는 인터뷰에서 “내가 가르친 학생들은 모두 위험한 지역에 있는 가난한 가정의 어린이들이었다. 그런 아이들도 좋은 교사를 만나면 불리한 환경의 문제를 얼마든지 극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당시 2년간 교사로 활동하는 과정이었지만 나는 3년을 보냈다. 그때부터 나는 선생님이 아닌 다른 직업을 갖겠다는 생각을 해 본 적이 없다”고도 했다.

‘교육 가이드 라인’ 단독 입수
리 교육감은 1997년 ‘신교사 프로젝트(the New Teacher Project·TNTP)’라는 이름의 단체를 만들었다. 우수한 교사를 양성하기 위해 그런 것이다. 이곳에서 배출된 교사는 1만 명이 넘는다. 그런 그가 얼마 전 훌륭한 선생님의 행동을 구체적으로 적시한 교육 가이드라인(The Teaching and Learning Framework)을 만들어 워싱턴 지역 공립 초·중·고 교사들에게 배포했다.

그는 교사들에게 보낸 편지에서 “여러분의 활동에 따라 학생들의 삶은 차이가 날 것”이라며 “여러분이 교실에서 하는 일이 학생들에게 미래 선택의 긍정적인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교사가 학생의 삶 바꿔”
리 교육감이 만든 교육 가이드라인은 교사의 교육 방법과 행동에 관한 ‘공통 언어(a common language)’라고 워싱턴 DC 교육청은 설명했다. 좋은 교사가 되려면 어떻게 가르치고, 어떤 활동을 해야 하는지 일종의 지침처럼 구체적으로 적어 놓은 것이라는 얘기다. 본지가 단독 입수한 교육 가이드라인은 교육계획 세우기(plan)→가르치기(teach)→교육 효과 높이기(increase effectiveness)의 선순환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계획을 잘 세우고, 잘 가르치면 교육 효과가 올라가며, 그걸 바탕으로 더 좋고, 더 높은 계획을 세우는 식의 순환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가이드라인은 이 세 단계에서 교사들이 어떤 일을 해야 하는지 자세히 설명하고 있다.

그에 따르면 계획의 단계에서 교사는 학생별로 연간 성취목표(annual student achievement goals)를 세워야 한다. 그리고 목표가 무엇이고, 그걸 어떻게 이룰 수 있는지, 목표 달성 여부는 어떻게 측정할 것인지 등을 소통을 통해 학생들에게 이해시켜야 한다. 리 교육감은 성취목표가 ‘야심적이되 실현 가능한(ambitious but attainable)’ 것이어야 한다고 말한다. 야심적 목표란 ‘학생의 과거 성취에 근거해 예상할 수 있는 것보다 더 높은 것’이라는 게 리 교육감의 정의다.

학생별 목표를 성취하려면 선생님이 잘 가르쳐야 한다. 리 교육감이 제시한 좋은 교수법의 골자는 다음과 같다.

1학생들이 교과목의 주제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하라.
-훌륭한 선생님은 학생들이 뭘 배우는지, 왜 배워야 하는지, 지금 배우는 것이 이미 아는 지식과 어떤 관련이 있는지, 배우고 나면 뭘 할 수 있는지 등을 분명히 알 수 있게 한다.

-유능한 교사는 수업을 시작하면서 “우리는 오늘 …를 배운다. 그것은 …라는 이유에서 중요하다. …에 대해 여러분이 이미 아는 것을 얘기해 보라. 여러분이 오늘 …를 배우면 …를 할 수 있다”는 등의 말을 하면서 학생들을 집중시킨다.

-수업을 마무리할 땐 “여러분은 오늘 무엇을 배웠는가. 오늘의 배움으로 여러분이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건 …다”라고 말하면서 학생들의 지식 취득 정도를 점검하고 평가한다.

-무능한 교사는 교과목의 주제에 대해 학생들에게 잘 알려주지 않고, 오늘 배우는 것이 과거에 배운 것과 어떤 연관이 있는지 설명하지도 않는다. 

2교과 내용을 명료하게 전달하라.
-유능한 교사는 교실에서 정열적(dynamic)으로 행동하며 교과 내용을 이해할 수 있게끔 잘 조직화한 방식으로 전달한다.

-정열적으로 행동하는 교사는 ▶몸짓, 말의 높낮이, 어조 등을 활용하며 가르치고 ▶자신감 있는 태도로 교과 내용을 전달하며 ▶학생의 연령에 합당한 언어를 구사한다.

-잘 조직화된 태도로 옳은 내용을 전달하는 하나의 예를 들자면 그래픽을 이용해 어떤 문제의 원인과 결과를 설명하는 것이다.

3가르치는 시간을 극대화하라.
-한 선생님이 학생을 가르치는 시간을 하루에 15분만 늘리면 학생들은 1년에 45시간을 더 배우게 된다.

-선생님은 일상 업무의 효율화, 수업진행 과정의 효율화를 통해 가르치는 시간을 늘릴 수 있다.

-수업 시간이 90분일 경우 수업의 주제를 설명하는 서두의 말(opening)은 5∼10분이면 충분하다.

-유능한 교사는 학생들이 지루하지 않도록 잘 가르치면서 속도를 낸다.

-유능한 교사는 학생들의 한눈팔기, 일탈행동으로 수업시간을 축내는 일을 하지 않는다.

4학생들을 긍정적이고, 존중하는 태도로 대하라.
-학생들에게 관심을 보여라. 학생들이 교실에 들어오면 반갑게 인사하는 것도 한 예다.

-학생이 일탈행동을 했을 때엔 수업의 흐름이 깨지지 않도록 차분한 태도로 문제를 시정하라. 수업 도중 몇몇 학생이 속삭일 경우 조용히 그쪽으로 다가가면 된다.

-학생이 성취를 하면 격려와 축하를 하는 걸 주저하지 말라.

-학생들과 긍정적 관계(positive rapport)를 맺는 증거로 ▶상호 신뢰 표시 ▶학생의 호오(好惡)와 감정 이해 ▶학문적 도전 장려 ▶친밀한 행동과 눈맞춤 유지 ▶수업시간에 학생의 성공 격려 ▶상호 간의 개인 정보 공유 등을 꼽을 수 있다.

-반면 ▶학생과 그 가족에 대한 부적절한 언급 ▶학생의 필요 무시 ▶학생의 능력에 대한 다른 학생의 부정적 태도 유도 ▶학생의 마음을 불편케 하는 빈정거림(sarcasm) 등은 학생을 경시하고 무시하는 태도다. 

5학생들의 이해도를 평가하고, 그 결과에 반응하라.
-유능한 교사는 학생들이 무엇을 배웠는지 점검하고, 피드백(feedback)을 통해 학생의 이해력을 높인다.

-수업의 이해 정도를 평가하려면 학생들에게 다양한 질문을 던지거나, 배운 걸 요약하게 하거나, 역할 연기(role playing)를 하도록 하고, 토론을 시키는 등의 방법을 쓰면 된다.

-학생이 잘못 알고 있을 땐 가르친 내용을 세분화해서 묻는 방식으로 이해도를 높인다.

-학생들이 질문에 옳은 대답을 할 땐 ‘왜’ ‘어떻게’ 등의 추가 물음을 통해 그들의 지식과 생각을 넓힌다. 

-학생들에게 무관심한 사람은 가장 무능한 교사다.

“학생 잘 알아야 유능한 교사”
리 교육감은 교육효과를 평가하는 게 좋은 가르침만큼 중요하다고 말한다. 효과를 정확히 측정해야 다음 계획을 세우고, 그에 맞는 교육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리 교육감의 가이드라인은 “학생들이 수업을 통해 목표의 얼마를 성취했는지, 그들이 추가로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 잘 아는 사람이 유능한 교사(effective teachers)”라고 강조한다.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교사는 다양한 방법으로 학생의 성취 정도를 잴 수 있다. ▶다지선답(多支選答)형이나 OX형 테스트 ▶에세이 쓰기 ▶프로젝트 ▶프레젠테이션 등의 방법을 활용할 수 있다. 

가이드라인은 “교사가 학생들의 성취 정도를 항상 측정해 데이터로 축적하고, 학생들이 배운 걸 표현할 수 있도록 다양한 방안을 제시하며, 학생이 잘 모르거나 부족한 부분에 대해서는 다시 가르칠 경우 가장 유능한 교사로 분류할 수 있다”고 했다. 그러나 “학생의 성취 정도를 측정하지 않고, 데이터도 모으지 않으며, 학생이 부족한 걸 다시 가르치지도 않는 교사는 가장 하급(the lowest)”이라고 지적했다.


출처 다음까페

3개의 댓글

AB!
2012.12.20
좋은 글이다
0
2012.12.20
다 읽진 않았지만

교사가 학생을 바꾼다... 그 말에 정말 동감한다.

왜 배워야하는지, 이것을 배우면 나중에 어떻게 써먹는지

이건 정말 학생들이 들으면 학생들도 고개를 끄덕일거 같다.
0
2012.12.21
당장 내년부터 교단에 설 사람으로써 되게 마음에 와닿는 슬로건인듯..ㅎ

저 미국교육정책을 당장 한국에 적용시키긴 힘들겠지만 기본적인 대전제는 쓸만한듯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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