딱히 조미료도 크게 치고 안치고 할것도 없고, 내가 겪었던 일을 밤에 잠이 안와서 적어봤엉.,
사단 본부에서 행정병이었는데, 군생활의 대부분을 처부에 처박혀 있으니 너무 지루하더라고.
기상해서 점호하고, 밥먹고 오와열 맞춰서 처부 출근하고, 연대 대대연락해서 자료 확인하고, 가끔씩 군사령부 전화해서 중령아저씨랑 투닥대면서 군생활 했어.
그러다가 어떻게 시기가 맞아 떨어졌는지, 봄에서 여름 넘어갈 즈음에 용인지역에 6.25 전사자 분들 유해발굴 하는데 우리 사단쪽으로 지원병력 파견 공문이 온거야.
사단 직할대 별로 파견병력이 요청됬는데, 우리 부대는 본부대장이 짬안되는 소령을 항상 앉혀서 파견 요청병력의 반을 짬당하고 본부대 소속 인원들을 차출하게 됬어.
우리부대는 경비소대, 참모소대1, 참모소대2, 군악대로 구성있었는데 소대별로 2명씩 차출하게 되더라고.
경비소대는 근무인원이 안나온다고 1명만 차출되고, 군악대는 행사 일정 밀린다고 안나오고, 참모소대에서 나머지 인원을 메우게 됬는데 난 이때다 싶기도 하고, 군생활하면서 뭔가 의미 깊은 일을 해보고 싶었던 마음에 처부 맞후임한테 양해를 구하고 파견인원에 들어가게 됬어.
병력 차출전에 언뜻 듣기로 하루종일 삽질만 한다고 소문이 돌아서 다들 기피했던게 잘 맞아떨어지고, 파견기간 2주동안 급한 일이 없어서 나한테 화살이 날아오던 참이라 잘됬다 하고 갔지.
개인적으로 몸쓰는 걸 좋아하는 편이어서 뜻 깊은 일도 하고 운동도 되겠다 좋아했어.
그렇게 파견 나가게 되서, 투입 전 발굴교육도 듣고 현장에 투입되게 됬지.
기본적으로 발굴은 유해발굴팀이 현지 탐문을 통해 격전지 위주로 산행을 하면서 발굴 지점을 리본같은 표식으로 먼저 선정을 해두고, 해당 지점으로 파견 병력이 투입되서 발굴 기본 작업을 진행하게돼.
파내야하는 지점은 가로 세로 2미터, 깊이 1미터를 파내야 하는데 패내게 되는 곳은 6.25 당시 사용됬던 참호로 추정되는 위치거든,
나도 교육들으면서 알게된 사실인데, 6.25 당시에 국군에는 참호라는 개념은 있었지만 참호를 파기위한 도구가 변변치 못해서 심한경우에는 손이나 숟가락같은 열약한 도구로 파내다 보니 일반적로 깊게 파내려가지 못하고 누워서 겨우 몸만 숨길 정도의 깊이였다더라고.
그런 지점을 막 파내려 가다보면 뭔가 흔적이 나오는 경우가 있어.
나도 하루에 참호 예상 지점을 오전에 하나, 오후에 하나 하루에 두개씩 2인 1조로 파내려갔는데, 2주동안 총 20개를 파냈는데 그중에 어떤 흔적을 찾아낸 지점은 두 곳정도 밖에 안됬어.
그리고 그 날도 열심히 파내는데, 한명이 파내면 다른 한명은 그 흙을 헤짚어 보면서 뭔가 있나 확인을 해야하거든.
둘이 번갈아가면서 파내다, 내가 삽을 찔렀는데 느낌이 이상한거야.
푹 찍었는데 퍽 하는 느낌으로 걸리더라고. 그래서 팍팍 걷어내보니, 신발 밑창같은게 나왔어.
계속 허탕만 치다가 뭔가 나오긴 나오는 구나 싶어서 열심히 파내고, 후임은 막 훑어보면서 유해발굴팀 병사불러서 찾은거 보여줬더니 이 근방에서 뭔가 나올 가능성이 있다그러데.
그 얘기듣고 기운나서 더 파내니까 탄피가 나오더라.
입대하기 전날에 콜옵 블랙옵스 1 싱글 다깨고 왔는데 거기서 본 마카로프 권총 탄피 같더라고.
9미리나 45구경 탄피는 중학교때 아부지가 사격장 데려가 주셔서 본적이 있으니 그건 아니었고, 처음 보는건데 길이도 애매한게 기다 싶더라구.
유해발굴팀 병사한테 탄피도 보여주니까 조금 더 파서 찾아보세요.. 하고 가더라.
그도 그럴게 탄피는 정말 사방에서 찾는 사람들이 많았고, 개중에 클립채로 파낸 사람들도 있었거든.
확실히 그 근방에서 묘하게 뭔가 많이 나왔어.
그리고 문제의 물건도 나왔지.
점심엔 보통 끈땡겨서 가열하는 전투식량을 주더라고.
유통기한 보니까 밀어내기였는데 묘하게 칼로리도 높은게 의외로 나쁘지 않은 맛이었는데 아마도 시장이 반찬이 아니었나 싶고..
점심 지나서 작업이 재개되고, 얼마 안지나서 누군가 외친거야
찾았습니다!
그러고 손에 뭔가 쥐고선 높이 들어올렸는데 맙소사
미군이 쓰던 파인애플 수류탄 들고 서있더라.
그것도 안전 클립이 날아간 신관이 고대로 박혀서 녹슬어있던 물건이었음.
간부들은 손에 쥔거 보도 하얗게 질려서 가만있으라 그러고, 유해발굴팀은 그거 천천히 내려놓으시고 물러나라고 하는데 막상 수류탄 찾아서 들고있던 놈은
니들이 찾으래서 찾은건데 왜 지랄들이지..? 라는 뉘앙스였음
아마도 녹슬대로 녹슬었고 땅속에 60년 가까이 묵은 물건이니 별일없겠거니 했겠지
고대로 터졌으면 진짜 난리날뻔한건데, 다행히 그런 사고는 발생하진 않았고 인접 eod부대 연락해서 회수요청 했다더라고.
그러고 오후에도 별일 없이 가나.. 싶었는데 다른 애들이 유해 찾았다고 난리가 난거야.
어떻게 찾았냐니까 점심 먹고 속이 안좋아 능선 밑에 볼일보러 가니 뭔가 묘한게 보이더래.
그래서 한번 파보니 이게 왠일 유해가 나오더란거야.
참 신기하다.. 싶기도 하고, 나는 왜 못찾나.. 운도 더럽게 없지.. 같은 생각이 많이 들었더랬어. 반은 뜻깊은 일을 하러와서 허탕친 실망감이고, 반은 은연중에 돌던 포상때문이기도 했고...
여차저차해서 복귀할 때는 5톤트럭 뒤에 다같이 타고 시내랑 용인대 앞을 꼭 지나가곤 했는데 그때가 참 재밌었어.
시내 지나가다 신호받을때 인도에 서있던 중고등학생들이 우리보고 와! 군인이다! 하면 우리도 그거보고 와!하고 환호성 보내고 휘파람 불고ㅋㅋㅋ...
용인대 앞에 지나갈때면 정거장에 서있던 학생들이 와아아! 소리 질러주면 우리도 와아아아! 소리지르면서 상반신만 춤추고..
복귀때가 제일 재밌던거 같네.
파견 부대는 받은 부대쪽에서 그다지 신경도 많이 안쓰고, 기상점호도 취침점호도 따로해서 꽤나 편했었어. 주말에도 뭐 할거 없이 늘어져서 쉬다가 운동하고 전화하러가고 그랬으니까.
그렇게 2주가 지나고 부대에 복귀하게 됬는데, 그래도 오기 전에 찾은 분들 제사 지내고 올 수 있어서 정말 다행이기도 했고, 의미깊은 일에 참여할 수 있어서 여러모로 소중한 추억이야.
추가로 나같은 파견병사들은 정말 삽질말고는 힘들게 없는데 유해발굴단 병사들은 정말 힘들다더라.
아무나 뽑는거도 아니고, 지질쪽이나 관련 특기 위주로 선발하는데
발굴지점 찍으러 다닐때는 하루종일 장비매고 산탄다고 하더라구.
그 친구들 유해발굴작업 하는거도 보게됬는데, 영화나 다큐에서 보는 화석채취하듯이 정말 세심하고 조심스럽게 작업하더라.
그런 대단한 친구들이랑 같이 작업할수 있었다는게 뿌듯하고, 의미 깊었습니당!
40개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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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요부분에서 갑자기 광고로 마무리되는 그런글인가 싶었음
드롱농
여기는어디나는누구
아헿
우선 유해발굴단도힘들긴한데 다비슷비슷하게힘듬 위에서 작업하는것보다 산타는게 ㄹㅇ헬인데 산탈때 장비들고다니는 우리나 유해발굴단이 더헬임
우리는 안전지역확보 했는데 본문에 보다시피 1미터 가량 파는데 m14같은 소형지뢰 플라스틱제질로된건 탐사도안되는데 그냥 하라니까 ㅈㄴ했다
지뢰보호복 지뢰화 신고 했다 ㅈㄴ힘들다 유해발굴기간이 보통 6~8월인데 지뢰복입고 일하면 땀 개싼다
자대 복귀도못해서 추진포 연병장에 텐트치고 수경 하는데 세탁기도 못돌려서 그냥 말림 땀개싼거말리면 다음날 아침에 허옇게 소금기 올라왔있는거
다시 찝찝하게 입고 또 ㅈ뱅이침 우리는 박격포탄 20발이랑 m14 지뢰 2개찾았는데 m14 지뢰는 보병이 삽질하다 주워와서 이거 지뢰아니에요? 묻더라 ㅋㅋㅋㅋㅋㅋ
머쓱해서 인솔간부랑 이거 안해도될거같다고 그냥 작전지 반대편에 짱박혀서 개꿀빨음
똥지알21
그..어디냐...구단결이라고 부르는 쪽이었는데
산 정상에 텐트치고 월화수목금 거기서 먹고자고하면서 땅만판 기억이 난다..
점심은 항상 전식 아침 저녁은 부대에서 끌고온 다 식어버린 짬밥
그때 생각하면 아직도 빡친다 한달정도했는데 마지막주 쯤 되니까 주먹밥에 안에 깍두기 하나 넣어서 주더라.. 행보관..쒸..ㅂ뿔...
우리 조도 유해는 못찾았는데 탄피는 오지게찾았다 첫주차에는 엄청 신기해했는데 4주차 되니까 탄피로는 감흥도 없더라
포상 준다는 소문 우리도 돌았는데 한 9구 발굴했는데도 포상은 무슨 졷도 없었따..
똥지알21
젤 기억나는건 당시 간이탄약고?같은걸 발굴해갖고 팔뚝만한 유탄같은거 회수해야하는데
산 능선 한가운데에 있어서 더블백에 담아서 메고오는데 무거워 뒤지는줄알았다 ㅋㅋㅋㅋㅋ
김츼
병사들을 아무런 보호 장구 없이 보냈다는 것이
한국 군대가 얼마나 좆같은 곳인지를 알려주는 반증인듯
아하손만두
높지도 않은 산을 능선따라 쭉 올라가면 곳곳에 움푹패여서 낙옆으로 쌓이곳이 많음
그런데는 포탄떨어져서 파인곳이라 전사자들을 빠르게 묻기 좋다고 유해발굴단이 말해줌
2인1조로 구덩이에 들어가서 2m쯤 파다보면 별게 다나왔는데 , 박격포 뒷날개나, 구멍뚫린 하이바, 탄통+존나 큰 탄(내가 m60사수라 7.62㎜탄을 많이봤는데 그것보다 더 두껍고 컷슴) 전투화 밑창고무 이정도 나왔던거 같음
몇일하다가 다른중대사람이 파인애플 수류탄발견했는데 ㅅㅂ 그 밑에서 땅파고 있던놈이 나였슴 삽으로 폭! 찍었으면 거깄던 절반은 다 뒤졌을듯
..얼마 안있다가 유해발굴단이 와서 처리하고 1-2시간지나서 뼈하나 발견했는데 까맣게 다리뼈 같았슴
고고학자들 유물 발굴하듯 붓으로 살살 파내서 모양잡고 장례식 치뤄주는데
사과하나 싸구려 북어하나 올려놓고 소주하나까서 뿌려주는데 가슴먹먹하드라
그렇게 2주 더 하다가 더 발견못하고 복귀함
Krrrrrrr
맞는말가끔함
옆에 애가 뭐 찾아서 보니까 전투화 '에이~ 시ㅂ; 야 이거 너 줄까?' 하면서 장난치다가
유해발굴 부대에서 파견온 애가 보더니 놀라면서 그거 줘보라고 하면서 가져가더니 전투화 흙 터니까 안에서 발 뼈 나옴
발목 날아간 사람인거 같다고 전투화 찾은 애는 포상받고 누구 줬으면 좆댈뻔했다 그럼.
우스개 소리로 미리 알았으면 발가락 뼈 하나씩 나눠가져서 포상 나눠먹을텐데 소리도 함 ㅋㅋ
생각보다 많이 못 찾을 줄 알았는데 대대 다 합쳐서 수십구 찾은거 보고 많이 찾는구나 생각했다
뿔레뿔레
Dwight
우리는 끽해야 운전병 2명 차량지원으로 데려가고, 그마저도 주말엔 부대복귀했는뎅
3dpr
kasdfas
또치
씨발 우리 부대가 유해발굴 참가했는데
참가전 교육받고 산가서 여기 파보라고 찍어두면 거기 파면 됨.
근데 유해 발굴하는 애들은 포상받고 못하는애들은 포상 못받음
난 헬맷발견했는데 은근하게 짬되더구만
그걸 하면서 느낀건 역시 군대 그 자체라고 생각함.
그리고 차라리 전문발굴 부대 만들어서 전문적으로 하던가
나뭇가지인지 뼈인지 구분이 안가서 그냥 막파댐
이해도우미
라플비
근데 그 근처에 있던 면대장이 무덤덤하게 아~그거 대전차지뢰네~ 이러면서 잘했다고 해줌
나도 그래서 헤헤헿 거리다가 발굴단아저쌔한테 이건 포상줘요? 물어보니 이런건 안준다해서 시무룩하고 끝낫는데 생각해보니 뒤질뻔했네 개새끼들 왜이렇게침착했지??
URA!!
늙은상인
아삭아삭 야사이
전쟁 후에 후처리 하면서 다 찾을 수 있었던거 아님?
Ausfaller
그런데 근처에 묻힌 유해는 후처리때 수습할 시간적 여력이 없었지
윾비똥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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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라도 찾으면 바로 2박 3일 1개
거기서 더 찾으면 1일씩 추가
수방사참나무몽둥이
삽질할 때 선배님! 어디계십니까! 시발 어딨나고! 이러질않나
찾으니까 찾았다아아아아하고 뛰댕기다가 기뻐하면 안되는거라고 보급관한테 참교육당함
년째 생활고
그 자리에 아직도 있을꺼다
바이퍼7
色水下高十多!!!