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이 미로로 자라날 때가 있습니다.
그럴 때면 말도 미로로 나오고
글도 미로로 써집니다.
표정도 미로로 지어지고
당신도 미로같이 보입니다.
이런 날은 나도 헤어나 올 수 없는 말을 당신에게 던져주고는
왜 헤매냐며 괜히 투정을 부립니다. 나도 헤매는 이 마음을 당신도 당연히 알 수 없는 걸 알면서도.
사랑이라는 게 미로 같은 서로를 끝없이 해석하고 풀어나가는 노력 아니냐며
왜 그런 노력을 안 해주냐고. 투정을 부립니다.
어느 날 당신도 헤어나 올 수 없는 말을 던져주고는 제게 너는 왜 헤매냐고 물었습니다.
그 말에 저는 괜한 오기로 며칠 밤 내내 당신의 말을 헤매었습니다.
모든 미로를 걸어본 뒤에야 말속에 출구가 지워져 있다는 걸 알았습니다
내가 얼마나 당신의 밤을 미로에 갇힌 고아로 만들었나 생각해보았습니다.
그래서 돌아오지 않았군요. 갇혀서. 내가 뱉은 말들에 갇혀서.
이제 당신의 말속에 갇힌 내 사랑도 고아가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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