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러 괴담

Reddit - 제임스는 거기 거인들이 있다고 했다. 그 말에 신경 썼더라면.

James Said There Were Giants There, I Wish That I Cared


그 길엔 거인들이 있어. 그게 제임스가 늘 하던 소리였다. 


뒷숲에 난 길을 따라 오른쪽으로 접어들어, 낡은 배수로를 지나, 앉은부채 밭 옆의 공터를 지나면. 


그곳엔 거인들이 있었다. 


제임스는 그 이야길 환자용 침대에서 속삭였다. 그는 그런 이야기에 능숙했다. 제임스는 침대맡 이야기를 너무도 끔찍하게, 목과 팔의 모든 솜털이 미친듯이 곤두설 정도로 소름돋게 말할 수 있는 아이였다.


내게 그런 재주는 없지만, 노력은 해보겠다. 


그놈들은 아주 악랄한 세 거인이야. 그리고 그놈들은 각각 마지막 놈보다 더 더럽고 추잡했지. 


가장 큰 건 여자 거인이었어. 


제임스는 그녀를 붉은 거인이라 불렀다. 빨갛고 긴, 마치 침대시트처럼 엉킨 머리칼 때문이었다. 그녀는 끔찍이도 쉰 목소리를 냈고, 제임스가 그녀의 흉내를 낼 때면 그는 기침을 하곤 마치 그 거인의 머리칼이 제 목에 걸리기라도 한 듯 농을 쳤다. 그건 언제나 웃겼다. 한번은 제임스가 목소리 흉내를 너무 크게 낸 탓에 우리가 잘 시간이 지나서도 놀고 있지는 않은가 엄마가 확인하러 온 적도 있었다. 우리는 한동안 그 이야기를 하며 웃었다. 하지만 얼마 안 있어 엄마는 제임스의 약을 다시 한번 확인해야 했다. 


붉은 거인은 옷가지를 걸치는 법이 없었다. 제임스가 말하기를 그건 이 세상엔 그녀의 끝장나게 큰 배에 맞는 옷이 없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녀의 피부 역시 역겹긴 마찬가지였다. 그가 말하길 그녀의 피부는 오래된 아이스크림이 축 흘러내린 것 같다고 했다. 제임스는 붉은 거인이 풍기는 악취는 너무나 지독해서 1마일 밖에서도 그녀가 오나 안 오나 확인할 수 있을 정도라고 했다. 그녀는 탄 양배추와 오래된 감자튀김 냄새가 났다. 그리고 그녀가 말할 때면, 딱 두 개밖에 안 남은 길고 누런 치아가 짓무른 잇몸을 비집고 나와 딱딱 거린다고 했다. 


게다가 그녀는 숫자로는 측량할 수 없을 만큼 크다고 했다. 


그 다음으로 큰 거인은 남자 거인이었다. 그 역시 아무 옷도 입을 수 없었다. 나머지 거인은 그를 찢음이라고 불렀고, 리포는 1조 피트만큼 크다고 했다. 리포는 가장 악랄한 거인이었다. 그가 아이를 한번 잡았다 하면 기절할 때까지 두들겨 패기 때문이었다. 그의 누런 이는 피부를 순식간에 찢을 수 있을 정도로 날카로웠다. 


제임스가 내게 흔적을 보여줬다.


마지막 거인은 키가 100만 피트였다. 그리고 그가 입고 있는 옷은 회색에다 아주 더럽고 안 헤진 곳이 없었는데, 그걸 군데군데 기묘한 헝겊조각으로 기워 입고 있었다. 제임스는 그를 사양쥐라고 불렀다. 말할 때마다 쥐처럼 찍찍 하는 소리를 냈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양쥐는 고양이에 더 가까웠다. 그는 소리죽여 움직이거나 나무 사이에 몸을 숨기거나, 자신을 감추는 데 뛰어났으니까. 사양쥐는 우리 집 고양이 멜로를 생각 나게 했다. 둘 다 발톱이 아주 길었기에. 그 발톱들이 매번 피부를 스칠 때마다 가느다란 빨간 선이 그였다. 


제임스는 그 흔적도 보여줬다. 


하지만 사실 난 그를 믿지 않았다. 제임스가 병원에 간 어느날, 어머니는 날 지역 도서관으로 데려가 그곳에서 가장 큰 거인이 나오는 책을 찾아줬다. 어머니는 내게 그걸 읽어주기엔 너무 슬펐지만, 난 그 그림이 뭔지 눈치챘다. 


그곳에 거인은 없었다. 거인은 그냥 그럴 듯하게 만들어진 것뿐이었다. 그냥 동화나 그런 이야기를 믿는 어린이며 아이들을 위한 것에 지나지 않았다. 다음 날 난 학교에 내 거인 책을 가져가 내가 배운 모든 것들을 얘기했다. 하지만 선생님은 그걸 보고 좀 더 어른스러운 책을 읽으라고 했고 애들은 모두 날 보고 웃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난 제임스의 이야기에 질려갔다.


매일 밤이 새 챕터였다. 가끔은 그들이 사는 장소, 가끔은 먹은 음식, 혹은 그들이 누굴 죽였는가 하는 이야기였다. 난 그날 밤도 기억한다. 거인들은 자신들이 죽인 아이들의 뼈를 도구로 쓰거나 그들이 사는 낡은 오두막을 장식하는 데 쓴다고 했던 날 말이다.  그건 아주 자세하고 무서웠지만, 난 아직도 그것들이 사실이 아니라는 걸 알고 있었다.


곧 그건 그냥 멍청한 이야기가 되어버렸다. 가짜라는 걸 알고서도 무서워하는 사람은 없지 않은가? 이미 두 권의 책이 사실을 가르쳐줬고 심지어는 어머니마저 내게 거인 같은 건 없다고 주의를 줬다. 


어느날 밤, 난 제임스에게 그는 그저 아이일 뿐이고 그의 유치한 이야기는 듣지 않을 거라고 했다. 


그 일이 있은 지 얼마 안 있고 제임스의 병세는 악화되었다. 어머니는 우리가 싸웠기 때문에 그런 거라 확신했지만 난 어머니 역시 믿지 않았다. 의사는 제임스 머릿속에 난 구멍이 제대로 낫지 않는다고 했고, 우리 집에 마련된 작은 병실은 그다지 도움이 되지 않았다. 그는 도시의 병원에 입원해야 했다. 제임스가 입원했을 때 우리는 매일 찾아가 밤낮을 함께 했지만 병세는 나을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어느날, 어머니는 내게 제임스는 더 이상 말할 수 없게 됐다고 했다. 그일이 있은 후 난 그의 이야기가 그리워졌다. 


또 다른 날, 어머니는 내게 제임스가 더 이상 냄새를 못 맡게 됐다고 했다. 냄새를 맡지 못하면 거인이 와도 알아채지 못할 텐데.


그러고는 제임스는 우리가 방 안에 들어와도 전혀 알아채지 못하게 됐다. 


마지막 날 밤, 난 병실에서 울며 제임스에게 일어나라고 애걸했다. 거인 이야기를 한 번만 더 해줬으면, 그게 내가 바란 전부였다. 그는 묵묵부답인 채로 움직이지 않았다. 가슴은 아주 천천히 오르락 내리락 해서 잠이라도 든 게 아닐까 싶을 정도였다. 


아마도 그는 꿈속에서 거인들과 그들의 왕국에서 마지막으로 싸우고 있는지도 몰랐다. 하지만 마음속에서 난 그것이 잘못됐다는 걸 알고 있었다. 난 그저 그가 다시 한번 눈을 뜨기를 깊이 기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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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날, 어머니는 제임스를 위해 챙겨야 할 게 있다며, 절대 오랫동안 자리를 비우지는 않겠다고 얘기했다. 그리고 돌아서며 내게 용감하고 착한 아이가 되어달라고 했다. 난 그러리라 약속했지만, 난 등 뒤에 감춘 손을 꼬며 행운을 빌 뿐이었다.


난 교활한 꼬마였다. 


어머니가 떠난 지 20분이 되자, 난 뒷숲으로 향했다. 오른쪽 길로 접어들어, 낡은 배수로를 지나, 앉은부채 밭 옆 공터를 지나서.


난 내 눈으로 확인해야 했다. 6살이 느끼기에도 그 이야기엔 석연치 않은 점이 있었다. 제임스는 다른 누구에게도 거인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 만일 그런다면 거인들이 그를 잡아먹을 것이라면서. 하지만 그는 날 진실로 믿고 얘기해줬다. 이제 내가 진실을 확인할 차례였다. 


그곳은 조용했다. 오로지 숲만이 줄 수 있는 고요함이었다. 전기가 지직대는 소리도, 엔진이 덜덜대는 소리도 없었다. 너무도 조용해서 공터에서 피우는 모닥불 소리가 들릴 정도였다. 


모닥불엔 사람 셋이 모여있었다.


여인은 연한 붉은색 머리칼을 하고 있었다. 그녀가 옆에 앉아있는 남자에게 말하자, 도저히 착각할 수 없는, 커다란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그 남자는 거대했다. 우락부락한 가슴은 어깨까지 오는 털로 뒤덮여있었다. 세번째는 소심해보였다. 나무 뒤에 숨어서 그저 모닥불 빛만 피하고 있었다. 그들은 내가 한 번도 가본 적 없는 길 앞에 있는 낡은 오두막 앞에 서있었다.


거기 있어봤자 더 알아낼 건 없었다. 


제임스는 내게 신발을 벗고 소나무잎 위를 달린다면 거인들은 소리를 듣지 못할 거라 했다. 마른 잎과 가지 때문에 발이 베였지만, 신발을 벗고 걸으니 난 숲보다 더 조용하게 움직일 수 있었다. 몇 분이 채 안 되어 난 뒷문을 열고 엄마 품에 안겼다. 


난 눈물범벅이 되어 어머니에게 본 것을 모두 얘기했다. 제임스가 매일 밤 자기 전에 들려줬던 얘기들을. 거인들에 관한 것과 방금 본 것들을 전부. 어머니는 충격에 빠져있다가 경찰을 불렀다. 그들이 우리집 앞 길에 와 질문을 하기까지는 얼마 걸리지 않았다.


한 시간 뒤, 경찰관들은 그 낡은 오두막에 들이닥쳐 세 명의 부랑자를 불법침입, 마약소지, 그리고 실종아동 살해혐의로 체포했다.


어린 눈으론 그 무엇 하나 이해할 수 없었다.


난 경찰에게 제임스와 거인 이야기를 하며 그들이 진짜 괴물이었냐고 물었다. 그는 곰곰히 생각하더니 어머니가 방을 떠날 때까지 기다렸다. 


"가끔, 우리는 고통을 이야기에 녹여 이해하기 쉽도록 만들고는 한단다. 하지만 그게 괴물들이 가짜라는 소리는 아니지. 괴물들은 언제나 존재한단다."


그 다음부터, 내게도 보이기 시작했다. 내 눈에 그 세 명은 절대 거인처럼은 보이지 않았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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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https://www.reddit.com/r/nosleep/comments/8mjoxg/james_said_there_were_giants_there_i_wish_that_i/


Skunk Cabbage.jpg



본문에 나온 앉은부채. 원문은 Skunk Cabbage.


붉은 거인, 찢음이, 사양쥐의 원문은 Big red, Rippo, Muscrat.  


Big red는 뭔가 빨강+크다라는 이미지의 이름이 생각이 안 나 그냥 붉은 거인이라고 했다.


미숙한 번역본을 매번 읽어주며 감상까지 남겨주는 건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지만 친목질처럼 보일까봐 일일이 고맙다고 댓글 달지 못하는 점 양해바랄게. 


 

8개의 댓글

2018.05.28
오우야 스크롤천천히 내리면서 읽다가 사진 갑자기 나와서 깜놀
0
@wulf
2222222222
0
2018.05.28
빡다가리라서 이해가 안된다.
어린이의 동심에 비춰진 악인과 악의의 형상 그런거냐?
0
@아침밥
ㅇㅇ 피해자 아동에겐 거인 셋이었던것
0
2018.05.30
@아침밥
빡대가리 특징: 다 이해하면서 혹시 틀리면 쪽팔릴까봐 이해 못하는 척 함
0
2018.06.01
@암기노트
왜 그래. . . 그럴 수도 있는 거지 . . . 오늘 기분나쁜일 있었어?
1
건물을 보고 거인이라고 하는 줄 알았는데 아니었네
붉은거인은 붉은색, 감튀냄새, 이빨두개(맥도날드 m 로고)
요렇게 내 맘대로 생각하고 있었음...
0
진격의거인생각남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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