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 글

SOD 1화 읽고 평가좀 해주라

대한민국 서울

사람 많은 곳을 지나 어느 한적한 곳의 혁의 저택. 현재 시각은 새벽 3시. 막 한국으로 귀국한 혁, 게르하르트 폰 슈나이더는 저택으로 돌아오자마자 잠을 청했다. 밤샘 연구 중인 재현은 혁이 돌아온 걸 확인하고 아무렇게나 널브러져 있던 코트와 짐들을 정리한 후 지하 연구실로 다시 들어갔다. 혁은 매우 피곤 했는지 몸을 뉘인 순간부터 조금이라도 일어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그렇게 한참 잠이 들었을 때 쯤 혁의 꿈 속에 그려지고 있던 것은 3년 전의 악몽이었다.
‘Er ist nur ein verrückte Wißenschaftler. (그는 그저 미치광이 과학자일 뿐이다.)’
‘그만둬!’
‘저기 봐. 매드 사이언티스트의 아들인가 봐.’
‘듣기 싫어! 그만 해!’
“이제 제발!”
비명을 지르며 악몽에서 깬 혁을 다시금 맞이한 광경은 그저 달빛 만이 비춰지고 있는 혁의 어두운 방이었다. 옷차림이 정장 그대로인 것을 확인하고선 혁은 자신이 저택에 들어오자마자 바로 잠이 들었다는 것을 금방 알 수 있었다. 이마에 묻은 땀을 닦고 겉옷을 벗은 혁은 세수를 하며 자신의 심신을 진정 시켰다. 여러 차례 세수를 한 후 뒤를 돌아보니 어느샌가 뒤에는 게르하르트가 수건을 들고 혁을 바라보며 서있었다. 게르하르트는 손에 들고 있던 수건을 조용히 혁에게 넘겨주었다.

“게르, 안 자고 있었어? 새벽인데.”
“도련님 소리에 일어났습니다. 또 악몽을 꾸신 것 같군요.”
“응. 아버지에 관한 꿈이었어.”
“...차라도 한 잔 드시겠습니까?”
“그래. 그래주면 나야 고맙지.”
대답을 들은 게르하르트는 주전자에 물을 담고 가스레인지로 물을 데우기 시작했다. 혁은 목에 걸어져 있는 은시계를 펼쳐 보다 게르하르트가 다가오자 편지와 함께 식탁에 올려놓았다.
“게르, 그거 알아?”
“네, 도련님."
“아버지가 남긴 이 은시계와 편지에는 과연 무엇이 있을까.”
“저도 확실한 대답은 못 드리겠습니다만 도련님을 저에게 맡기고 돌아가시기 전에 하신 말씀이 동료를 찾아달라고 하는 것이었습니다.”
“동료를 찾아라... 하긴, 이 은시계가 첫 번째 능력자를 찾았으니까.”
“형, 안자고 뭐해.”
혁이 재현의 언급을 하자 재현이 언제 올라왔는지 혁 옆을 지키고 있었다. 다 끓인 주전자는 시끄러운 소리를 내며 게르하르트에게 신호를 보냈다. 게르하르트는 주전자를 들어 세 개의 컵에 물을 따르고 티백을 넣었다.
“오. 일어났냐? 같이 차 한 잔 하자. 악몽을 꿨더니 목이 좀 말라서.”
“그럴까. 요즘 연구 하느라 바빠서 형 얼굴도 못 보고 지냈던 거 같아. 형은 괜찮아?”
재현은 악몽을 꾸면서 일어난 혁이 걱정 됐는지 살며시 상태를 물었다. 혁은 홍차를 마시며 전보다는 안정된 말투로 재현을 보면서 대답했다.
“그래. 지금은 괜찮아. 맞다, 재현아 나 할 말이 있어.”
“뭔데?”
“나랑 같이 능력자들을 찾아다니자.”
재현은 혁의 제안을 듣자마자 잔뜩 휘둥그레진 눈으로 혁을 바라보았다. 자신은 큐브가 이끌려서 혁의 연구실에 들어왔다고 쳐도 혁이 직접 찾아다닌다고 하니 어안이 벙벙 할 수밖에 없었다. 혁은 은시계를 펼쳐보며 진지한 목소리로 이야기를 이어갔다.
“아버지께서 나한테 남겨주신 이 은시계와 저택, 그리고 은시계 안에 들어있던 편지가 왠지 마음에 걸려.”
“그건 나도 그래. 그리고 이 큐브도 말이야.”
“맞아. 이 큐브가 왜 널 여기에 불러 왔는지 그 이유도 알아야 할 필요도 있고.”
“도련님, 또 다른 동료를 찾으실 겁니까?”
“응. 시계 분침이라는 것도 그냥 있는게 아니잖아? 시계가 재현이를 첫 번째 능력자로 가리켰으면 두 번째 능력자도 있을 거야.”
“알았어. 난 이만 자러 들어가 볼게. 형도 자둬.”
“그래.”
짤막한 이야기를 나누 두 사람은 각자 지하 연구실과 사무실로 들어갔다. 게르하르트도 혁이 방으로 들어간 걸 확인 하고는 그저 말없이 스위치를 눌러 불을 껐다. 그리고 이제 다시 취침에 들어가는 혁을 향해 자연스럽게 인사를 했다.
“안녕히 주무십시오.”
“응. 게르 너도.”
다음날
자양 대학교
“강아란!”
“여기 도착했습니다!”
음악과의 출석이 시작할 때 쯤 아란이 강의실로 헐레벌떡 도착했다. 오늘은 대학 수업 첫 날. 버스를 반대로 타는 바람에 길을 잘못 들었던 아란은 겨우겨우 학교 가는 버스를 탑승해 언덕을 뛰어 올라 강의실까지 단숨에 달려갔다. 숨이 턱 까지 차올라 얼굴이 완전히 빨개지고 숨을 고르느라 애쓰고 있던 중이던 아란은 무서운 눈빛으로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교수의 얼굴을 보고 움츠러들었다.
“너는 출석번호도 첫 번째이면서 지각하면 어떡하니!”
“죄송..합..니다..버스를..잘못..타서..”
“오늘만 봐준다.”
“아싸..!”
“뭐 아싸? 이 상황에 아싸가 나와?”
“잘못 했어요!”
교수가 출석부를 들고 아란을 쫓아다니자 아란은 괴물에게 쫓기듯이 도망 다녔다. 강의실은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되었고 교수는 수업이 지체되는 걸 알게 되자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헛기침을 한 후 아란을 붙잡아 의자에 앉히게 했다.
“흠, 출석 부를게요. 강아란.”
“네에!”
“어?”
아란이 손을 들자 이상한 소리가 들려왔다. 학생들의 시선이 모두 아란에게 집중되자 아란은 순간 주위를 둘러보며 당황할 수 밖에 없었다. 방금 전에 들려온 목소리가 자신의 것이 아니라는 것을 눈치 챈 아란은 발끈한 채로 옆 창문을 돌아봤다. 창문 너머에는 수업을 들으러 가면서 장난스러운 표정으로 아란을 놀려대고 있는 세진이 보였다.
“지각선수 강아란! 오늘도 지각인건가요!”
“쟤 누구야?”
강의실은 이상한 남자 아이가 강의실로 들이닥치자 수군수군거렸다.
“강아란 친구 정세진. 또 왔구나.”
“네 교수님!”
“내 출석 대신 부르지 말아줄래?”
“잘못 했어요!”
아란은 자신이 들고 있던 드럼 스틱을 세진에게 다가가며 냅다 휘둘러댔다. 세진은 팔로 폭력반대의 듯으로 가위표를 만들어 도망갔다. 교수는 한숨을 쉬어 매일 같이 난장판을 벌이고 있는 아란과 세진을 보며 고개를 내저었다.
“둘이 똑같아..”
어느덧 강의가 시작 됐고 자양 대학교 음악과인 강아란 그리고 일본관광문화과인 정세진은 각자 자신의 수업을 듣기 시작했다. 이 둘은 어렸을 때부터 운동을 했었고 동아리 활동에서 체육부 태권도 종목으로 활동을 하고 있을 정도로 길게 알고지낸 죽마고우이나 진정으로 배우고 싶은게 따로 있었기에 둘의 전공은 각자 달랐다.
“이렇게 소나타 형식은 제시부, 발헌부, 재현부로 나뉘며 발헌부에서 전개식을 빼면 균형을 잃게 되고 제 1주제와 제 2주제를 1번 반복하면 조가 바뀌게 되는데 여기서 뭐가 된다고 했죠? 강아란?”
“어..마이너가 되고 코드가 바뀌어요..”
“잘했습니다. 그리고 제 1주제는 무조건 빠르게, 제 2주제는 반복의 원리가 되는 거에요.”
‘휴우..’
무사히 대답을 마친 아란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자리에 앉았다. 사람이랑 말을 주고받는 건 아란에게는 큰 시련과도 같은 일이었다. 음악과로 온 이유는 어렸을 때부터 음악을 좋아 했었고 작곡과 음악치료 여러 가지 배우고 싶은 것들이 많기 때문이었다. 음악 노트에 높은음자리표를 그리며 시간을 보내고 있던 아란은 클래식 음악이 들리자마자 서서히 눈꺼풀이 무거워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음악은 좋아하지만 지루한 클래식 음악만은 예외인 듯 했다. 클래식음악을 듣기만하면 금새 깊은 잠에 빠져 버리는 게 아란의 큰 단점으로 드러나는 것을 보면 말이다. 특히 바이올린과 같은 현악기 특유의 소리가 아란에게는 매우 강력한 수면제로 작용을 하고 있었다.
“모차르트는 제 4악장으로 깔끔하게 끝냈지만 베토벤은..어라, 강아란!”
“죄송합니다! 바이올린 소리만 들으면 잠이 와서..요...”
아란은 벌떡 일어나서 소리쳤다가 고개를 숙였다. 강의실은 그 순간 웃음소리로 가득 찼다. 아란은 붉게 달아오른 얼굴로 앞머리가 안 보이게 머리를 다 내렸다. 쥐구멍이라도 있으면 숨고 싶은 심정이 들었다. 첫 날에 졸아버림으로써 이 상황을 초래했으니 말이다. 그 시각 일본문화에 대한 수업을 듣고 있던 세진도 지루한 이론 수업이 계속 되자 인내심을 참지 못 하고 금새 수면에 빠져버렸다.
공강시간
“아란이랑 밥 먹어야지! 야, 아란이 어디에 있어?”

세진은 초콜릿 몇 개와 편의점 도시락을 들고 음악과 강의실로 향해 문을 열었지만 아란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세진은 몇 번 둘러보다가 한 학생에게 물어보았다.
“아 그 빨간색 머리? 혼자 밥 먹는다고 하고 어디로 가던데?”
“뭐?”
“으음..오늘 반찬은..”
“계란말이, 샌드위치, 감자 크로켓.”
“어?”
연습실 구석에서 도시락을 열어 오늘 반찬이 뭘까 하고 중얼거리던 아란은 또 다른 목소리가 도중에 끼어들어왔다는 것을 알았다. 순간 놀란 아란은 앞에서 크로켓을 뺏어 먹고 있는 세진을 보고 볼을 한 것 부풀렸다.
“왜 남의 도시락을 뺏어 먹고 그래!”
“남의 도시락? 너무하다!”
“내가 마지막에 먹으려고 남겨놨었는데..”
곧 울 것 같았던 아란의 얼굴을 본 세진은 조금이나마 미안한 감정이 들었는지 살짝 머리카락을 긁적거렸다.
“미안... 맛있어 보여서.. 이따 집 가면서 문어빵 사줄게.”
“진짜?! 그럼 신촌 주변 단골집 아는데 있으니까 거기로 가자! 오늘 할인한대!”
문어빵 소리가 들리자마자 금방 화색이 돈 아란은 바보털이 위로 올라갔다. 세진은 그럼 그렇지 하고는 아란 옆에 앉아 도시락을 꺼내 먹었다. 연습실 구석에서 도시락을 꺼내 먹는 것은 늘 있는 일이지만 이 둘에게는 조그만 우정을 나누는 행위 그 자체였다.
신촌
강의가 끝난 둘은 세진이 약속한 대로 문어빵을 사고 야간 축제를 관람한 뒤 집으로 돌아가려고 약속을 잡아 신촌에 들렀다. 번화가가 늘 그렇듯이 사람들은 북적북적했다. 아란은 세진을 잡아끌고 빨리빨리를 반복하면서 문어빵 가게로 뛰어갔다. 세진은 시간 많으니까 천천히 가자고 했지만 아란은 문어빵을 먹을 생각으로 가득찬 나머지 세진의 말을 듣지 못하는 듯 했다. 그렇게 도착한 문어빵 가게였지만 어마어마한 줄 때문에 둘은 입이 쩍 벌어질 수 밖에 없었다.
“여기..이렇게 줄이 길었었어?”
“글쎄..오늘 크레이프도 같이 판다나봐.”
“크레이프으?! 진작 말하지! 어서 줄 서자!”
“어? 야! 야!”
세진을 이끌고 줄을 선 아란은 문어빵과 크레이프를 동시에 먹을 수 있다는 생각에 행복에 잠겨 있었다. 평소에 크레이프를 먹고 싶었지만 근처에 가게가 없어서 못 먹은 것에 대해 한이 많았기 때문이다. 세진이 잠시 기다리면서 읽을 잡지를 사가지고 올 동안 아란은 지갑을 꺼내 돈을 확인하려 하던 참이었다. 그 순간 찬 바람이 심하게 휘몰아치면서 아란의 뺨을 스쳤다.
“갑자기 추워지네..기분 탓인가? 아니면 꽃샘추위가 벌써 찾아왔나?”
아란은 이러한 현상을 그저 기분 탓 내지 꽃샘추위로 돌리고 가볍게 넘기러 했지만 그 생각이 틀렸다는 걸 아는 데까진 그리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갑자기 추워진 날씨는 전혀 기분 탓이 아니었다. 신촌 일대가 마치 시베리아에서 바로 날아온 듯한 매서운 눈보라에 뒤덮이고 있었다. 이곳으로 놀러 나온 사람들은 갑자기 들이닥친 한기에 당황한 나머지 몸을 벌벌 떨고 있었다. 같은 상태인 아란은 그저 추위 속에서 세진을 기다리고 있을 뿐이었다.
눈보라가 휘몰아치던 서울 신촌. 점점 추워지자 사람들은 하나 둘 씩 쓰러지기 시작 했다. 이러한 기현상에 아란은 공포를 느꼈다. 막 봄이 시작되는 3월인데 사람들이 단체로 쓰러져버릴 정도의 추위는 처음이었기 때문이다. 아란은 울면서 세진을 기다렸다. 그 때. 얼음 결정이 하늘에서 떨어지면서 한 여성이 나타났다.
“여기도 아니군.”
다트를 문어빵 가게에 꽂고 손으로 얼음을 만들어내 붕괴 시켜버린 한 여성은 온기를 느끼고 이상한 듯 고개를 갸웃거렸다.
“음? 이상하네. 내가 다 얼렸을 텐데.”
여성은 의문에 사로잡힌 채 거리를 돌아다니다 온기의 근원지라 여겨지는 곳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 곳엔 주저 앉아 세진을 기다리는 아란이 여성을 보며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여성은 아란을 발견하고 다가가 아란의 턱에 검지 손가락을 올리고 죽은 눈동자로 아란을 매섭게 응시하며 말했다.
“보통사람이라면 이 차가움을 견디지 못 하고 금방 동사하기 마련이지. 그런데 아직 온기가 있는걸 보면 너는 보통 인간은 아닌 모양이네.”
“......”
“자, 말해봐. 너, 뭔가 있는 거지, 그렇지?”
아란은 여성을 밀치고 튕겨나가 쓰러졌다. 그 순간 아란의 손에서 불이 번져 아란의 몸을 녹여 아란을 회복시켰다. 여성은 손으로 절대영도의 얼음 송곳을 만들어내 아란에게 다가갔다. 여성이 아란의 심장에 얼음 송곳을 박아넣으려 한 순간 아란은 화염이 일어난 손으로 바늘을 녹여 버렸다. 자신에게도 열이 가해지자 여성은 화들짝 놀라 뒷걸음질쳤다. 아란은 울면서 일어났다.
“혹시..네가...”
“그래....내가..바로..”
아란은 다시 일어나 손으로 불덩어리를 만들어 여성에게 타격을 입혔다. 그 후 화염에 감싸진 양손에 주먹을 쥐고 분노의 눈으로 여성을 바라본 채 외쳤다.
“홍련의 악마다!”
여성은 아란이 불덩어리를 만들자 자신도 손으로 얼음 칼을 만들어 대응 했다. 아란과 여성은 서로 불과 얼음을 만들어 하늘로 날아올라 정면으로 부딪혔다. 칼로 만들기도 하고 창으로 만들어서 찌르거나 던지기도 하였지만 이 전투에서 가장 많이 쓰여진 무기는 불 쌍절곤과 얼음 칼이었다. 얼마나 부딪혔는지 얼음과 불은 서로 맞대어져 강렬한 승화작용을 반복적으로 일으켰고 그 결과 두 사람의 주변에는 안개가 하나 만들어져 있었다.
유독 안개에 약한 아란은 눈을 비비며 여성이 어디에 있는지 파악을 하지 못했다. 선천적으로 발현된 능력이었지만 활용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 했던 아란의 능력은 완전하다고는 할 수가 없었다. 여성은 안개 속에서 자신을 찾아 고개를 두리번거리는 아란을 보고는 이러한 약점을 알아채 자신의 높은 승산을 확신했다.
“나를 찾는거냐?”
“꺅!”
여성은 아란에게 얼음조각을 날리며 여유를 부렸다. 얼음조각이 순간 아란의 뺨을 스쳐갔고 그 자리에는 피가 천천히 흐르고 있었다. 여성은 계속해서 눈보라를 휘몰아쳐 아란에게 공격을 지속했다.
“어느 한 여자아이가 학교를 쑥대밭으로 만들어 놓았다는 소문이 있었는데 그 주인공이 바로 너였어?”
“그렇다면 더욱 얘기가 빨라지겠네, 넌 누구지?”
“내 얘기는 워낙 오래전 얘기라 꼬맹이는 알려줘도 모를걸?”
“꼬맹이 아니야! 어른이라고! 대학생이야!”
꼬맹이라는 소리를 듣자마자 뺨에서의 출혈도 잊어버릴 정도로 분노한 아란은 손을 휘두르며 거대한 불 쌍절곤을 만들어 여성을 향해 휘둘러댔다. 양손에 쌍절곤을 휘두르며 여성에게 다가가자 여성은 손으로 얼음 장벽을 만들어 아란이 자신을 타격하지 못 하게 했다.
“이깟 얼음 장벽 쯤 이야!”
“걸려들었어.”
“?!”
여성은 아란이 얼음장벽을 향해 다가오자 미소를 지으며 손에 힘을 가해 얼음장벽을 조각내어 밀어냈다. 아란은 매우 당황해 불 쌍절곤을 떨어뜨리고 그대로 바닥에 넘어지고 말았다. 이 틈을 타 여성은 아란이 일어나지 못 하게 손으로 얼음 가루를 날려 바닥을 미끄럽게 했다. 아란은 얼음 바닥을 빠져나가려 안간힘을 썼지만 끝내 주저앉을 수 밖에 없었다.
“뭐야? 이거 대체 뭐냐고?”
“자, 이제 마무리를 해야지? 능력자는 빨리 처리해야 내 속이 편하거든.”
“..죽이려는 거야?”
“안 그럼 뭐겠어. 그래도 같은 능력자인데 죽기 전에 마지막 한 마디는 해야지.”
“....도와줘..”
아란은 여성의 살의가 담긴 매서운 시선 앞에서 있는 힘껏 소리쳤다.
“세진아 도와줘!”
“?!”
아란이 두 주먹을 불끈 쥐고 소리를 지르자 세진이 달려와 이단 옆차기로 여성을 제압했다. 여성은 저 멀리 날아가 바닥에 그대로 내동댕이쳐졌다. 세진은 숨을 헐떡이며 아란에게 다가가 아란의 상태를 살폈다.
“아란아 괜찮은 거야? 다치지는 않았어?”
“왜 이렇게 늦게 온 거야..”
아란의 눈에서 눈물이 떨어졌다. 세진은 아란의 눈물을 닦아주고 진정 시킨 뒤 자초지종을 설명했다. 잡지를 사러 갔는데 아까까지만 해도 멀쩡하던 사람들이 하나둘씩 정신을 잃고 쓰러졌던 것이다. 또한 그 후에도 다른 사람들이 쓰러져가는 걸 목격 했지만 자신만 희한하게 멀쩡했다는 것이다. 그것 참 희한한 일이라며 자기는 대단하다는 둥 체력이 남들 보다 뛰어나다는 둥 아란에게 농담삼아 자랑을 했지만 아란은 그런 세진이 미웠는지 주먹을 쥐어 한 대 때렸다.
“아야!”
“내가 얼마나 걱정 했는데!”
“그런데 너는 안 추웠어? 다른 사람들 다 쓰러졌는데?”
“그건..”
“친구냐?”
여성이 풀어져 있던 푸른 빛깔의 머리를 다시 묶고 아란과 세진에게 다가갔다. 세진은 아란의 앞을 가로막고 엄지로 자신을 치켜세워 여성에게 말했다.
“그래! 친구다! 친구면 어쩔래?”
“그렇다면 너도 저 애와 한 패겠군. 처리해야 할 사람이 또 생겼네.”
같은 시각
권 혁의 저택
혁은 소파에 앉아 뉴스를 보다 은시계를 꺼냈다. 그 순간 은시계의 분침과 시침이 동시에 2와 3을 가리켰다. 이러한 상황은 처음이라 혁은 매우 놀라 은시계를 꺼내들고 부리나케 게르에게 달려갔다.
“게르! 분침이 움직였어! 장소가 어디지?”
“신촌인 것 같습니다.”
“이런, 한 발 늦은 건가.. 그런데 왜..2와 3을 동시에 가리켰을까?”
“그건 저도..”
“형 나도 갈게.”
“그래. 같이 가는 게 낫지. 게르, 차 준비해.”
“알겠습니다. 도련님.”
혁은 서둘러 정장 코트를 걸쳐입고 게르하르트, 재현과 함께 저택 문을 열었다. 문을 열자마자 차가운 공기를 느낀 혁은 이상한 기운을 느끼고 게르하르트에게 질문을 던졌다.
“3월인데 이렇게 추운건 뭔가 이상해. 꽃샘추위도 아니고, 이건 능력자의 짓일 가능성이 높아. 그렇지 게르?”
“도련님 말씀이 그렇다면.”
“역시 넌 날 잘 알아. 어서 가자. 그런데 넌 그 차림으로 갈거냐?”
“밤샘 연구해서 어쩔 수가 없잖아.”
“하여간.”
약간의 잡담이 오고간 뒤 혁, 재현, 게르하르트는 곧바로 리무진의 시동을 걸어 은시계가 가리키는 방향과 가장 일치하는 장소, 신촌으로 향했다. 리무진이 점점 신촌과 가까워 질 수록 주변의 온도는 점점 낮아져갔고, 이윽고 추위를 이기지 못한 나머지 그 자리에서 쓰러지는 사람들이 속출하는 끔찍한 광경마저도 이 3명의 눈에 들어왔다. 사람들이 쓰러지는 것을 보고 재현은 그들을 구하려는 생각에 게르에게 차를 멈출 것을 요청했지만 혁은 조용히 재현의 어깨에 손을 올리고는 고개를 저을 뿐이었다. 안타까운 일이지만 이 많은 사람들을 다 구할 여력 같은 건 지금의 이들에겐 없었다. 재현은 분하다는 듯 입술을 깨물고 창문에서 눈을 돌려 애써 못 본 척을 할 수 밖에 없었다.
신촌에 도착한 혁, 재현은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하기 위해 게르를 리무진 안에 대기시킨 뒤 바로 하차하여 주변을 경계했다. 은시계의 시계바늘들은 이 곳이 근원지라는 것을 제대로 알려주려는 듯 분침과 시침의 방향을 그 어느 때보다도 확고하게 잡고 있었다. 혁과 재현은 주변을 살피며 조심스레 전진을 시작했다.
혁과 재현이 이동을 시작하자마자 길에 아무렇게나 쓰러져있는 사람들이 대거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혁은 자신이 서있는 곳과 가장 가까운 곳에 쓰러져있는 한 민간인의 상태를 살피고서는 이내 고개를 떨궈버렸다.
“형, 이 사람들 설마..”
“그래, 이미 늦었어..이미 숨이 끊어졌다고.”
혁의 대답에 재현은 믿을 수 없다는 듯 쓰러져있는 다른 민간인의 얼굴에 손을 대어 보았다. 순간 재현은 소름이 돋았다. 피부의 온도가 마치 얼음장과도 같이 차가웠기 때문이다. 혹시 몰라 재현은 맥박도 확인해보았지만 어떠한 체내활동도 느낄 수 없었다. 재현은 지금 자신의 앞에 널브러져 있는 것들이 모두 다 동사해버린 시체라는 것을 자각하고는 서둘러 민간인의 주검에서 손을 뗐다.
“망할 이거 완전 대량학살이잖아..이런 곳에서 지금 그 은시계가 신호를 감지하고 있다는 말이야?”
“일단 지금은 계속 이동 할 수 밖에 없어. 우린 이 사람들의 명복을 일일이 다 빌어줄 수 있을 만큼 여유롭지 않아.”
재현은 그야말로 식겁한 표정을 지은 채 혁에게 의문을 제기했지만 혁은 재현의 대답을 계속 이동하자는 대답으로 일축했다. 그렇게 은시계가 기리키는 방향으로 이동을 개시하던 중 어느새 안개가 자신들의 시야를 좁히고 있는 것을 인지하고는 둘은 발걸음을 잠시 멈추었다.
“점점 앞도 안보이기 시작하는데, 봄 날씨 오후에 안개가 끼는 걸 다 보게 되다니 이것 참..”
“흡사 연막탄을 몇개 씩 터트린 듯한 모양새인데, 역시 이건 초능력을 사용하는 누군가의 의도적인 공격임이 분명해. 경계를 늦추지 마. 어디서 갑자기 공격이 날아올지도 모르니까.”
“그래 알았...응? 형, 방금 무슨 소리 안 들렸어?”
“소리라니? 잠깐만, 설마 생존자가 있는 건가?”
그렇게 경계태세를 유지하던 중 혁과 재현은 안개 깊숙한 곳 너머에서 소리가 나는 걸 감지하고는 모든 집중력을 청각에다가 집중시켰다.
들려온 소리는 둘의 생각보다 다양했다. 약 청소년기 느낌이 나는 여학생의 목소리와 10대 후반에서 20대 초반은 되어 보이는 연령의 남학생, 그리고 같은 나이대로 추정되는 또 다른 여성의 목소리였다. 혁과 재현은 서로를 마주보며 고개를 끄덕이고는 확신에 찬 마음으로 소리가 들린 곳을 향해 달려갔다. 혁과 재현이 도착한 곳에는 어느 한 푸른색의 머리를 한 젊은 여성이 자신의 무기를 두 명의 생존자들을 향해 겨누고 있는 광경이 펼쳐지고 있었다. 혁과 재현은 이제 기다릴 것도 없다는 듯 개입을 시작했다.
“자 이제..”
“거기까지다.”
여성이 놀라 뒤를 바라보니 혁이 허리손을 쥐고 여성의 뒤에서 자신이 있는 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혁이 자신에게 적의를 가졌다는 것을 인지한 여성은 아란을 잡아다가 얼음칼을 아란의 목에다 대었다. 아란을 인질로 삼은 것이다.
“쓸데없이 움직이지는 마. 이 아이의 목이 이 자리에서 떨어지는 수가 있어.”
“그것 참 안됐네. 그 아이, 이 은시계도 원하는 것 같더군.”
“뭐야?”
혁은 자신이 들고 있던 은시계를 여성에게 보여주었다. 여성은 혁과 은시계를 보더니 아란을 떨어뜨리고 물러났다.
“뭐야....그..그거..어디서...당신 누구야!”
“나? 내 이름은 권혁이다. 너, 나랑 내기 안 할래?”
“내기라고?”
“이기는 사람이..그래, 너 이름이 뭐냐?”
“강아란..이요.”
“여기서 이기는 사람이 저 아이..아니지. 아란이 데려가는 거다. 내가 이기면 저 남자애도 풀어주고 내가 지면 그 애를 죽이든 말든 마음대로 해도 좋아.”
“꽤 솔깃한데? 좋아. 할 만 하겠어. 그런데 너는 능력자의 기운이 전혀 안 느껴지는데?”
“일반인이라고 무시하는 것 같은데, 일도양단이라는 게 어떤 건지 보여주지.”
혁이 양손을 펼치자 숨어 있었던 칼이 튀어나왔다. 세진은 혁을 보고 입을 쩍 벌렸다.
“우와! 형 쩐다!”
“너...그..칼....”
“이 칼? 스승님께서 물려주신 검이지. 이 검을 알아보다니 너, 보통 녀석이 아닌 듯 한데, 능력자냐?”
“....닥쳐!”
여성이 당황한 눈치를 보이더니 손으로 얼음 송곳을 대거 생성하여 혁에게 일제히 발사했다. 그러나 불안한 감정으로 가득한 그녀의 능력은 혁의 방어를 뚫지 못했다.
“심상치가 않은 능력을 쓰는군...이젠 내 차례지?”
“!”
여성이 또 다른 기술을 쓰려고 할 때 혁은 왼쪽 검과 오른쪽 검을 동시에 휘둘러 여성의 움직임을 봉쇄했다. 범상치 않은 혁의 검술에 당황한 여성은 능력을 쓰지도 못 하고 그 자리에서만 이동을 하지 못하고 있었다. 마침내 그녀가 얼음을 만들려고 뻗은 손을 혁이 재빠르게 낚아채 여성의 손을 잡아 힘을 못 쓰게 했다. 여성은 매우 당황해 빠져나가려고 안간힘을 썼으나 헛수고였다.
“강하다..!”
“누구의 아들인데 안 강하겠어? 그런데 너, 희한하게 은시계가 반응을 안 하네, 도대체 왜 인지는 모르겠지만 조사해 볼 필요가 있겠어.”
혁은 오른손으로는 계속 여성의 능력사용을 봉쇄한 채로 왼손에 들고 있던 칼을 여성의 목에다 들이대었다. 그리고 적의로 가득 찬 표정으로 살벌하게 단언했다.
“그리고 너.. 지금 쓰고 있는 능력을 보니 내 아버지를 죽게 한 흉기와 똑같은 물건으로 보이는데, 협조 안하기만 해봐라. 바로 능지처사를 경험하게 해줄테니까. 재현아!”
“알았어! 형!”
혁이 여성을 움직이지 못 하게 묶는 동안 재현은 아란과 세진을 데리고 게르하르트가 있는 쪽으로 향했다 아란은 금방이라도 울음을 터뜨릴 것만 같은 얼굴로 세진을 바라보며 말을 꺼냈다.
“미안해 세진아 내가 여기로 가자는 말만 하지 않았어도 이런 일은 없었을 텐데...”
“그게 무슨 소리야 도시락 반찬 뺏어 먹은 건 내 잘못이잖아! 문어빵 사준다고도 내가 했고! 너 잘못은 하나도 없어 그러니까 울지 마.”
‘도시락 반찬? 문어빵? 대체 무슨 소리지.’
영문을 모르겠는 재현은 머리를 긁적이며 리무진이 있는 곳으로 발걸음을 재촉했다.
“아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잠시 후 여성이 묶여진 상태에서 웃음을 터뜨렸다. 광기에 찬 섬뜩한 웃음소리에 혁도 당황했지만 애써 무덤덤한 표정을 유지해야만 했다. 여성은 혁을 바라보며 소리쳤다.
“너! 내가 영원히 잊지 않을 거다! 오늘은 이만 물러가지만 다음에 볼 땐 죽는 건 네가 될 거야!”
칼바람을 일으키며 순식간에 사라진 여성을 보며 세진은 매우 당황했다. 여성이 사라지자 차가웠던 공기가 어느새 따뜻해지고 평상시의 기온으로 돌아왔다. 혁은 그 여성을 놓친 상황에서 욕을 한 번 내뱉은 뒤 이 테러로 희생된 민간인들의 시신들을 지나 리무진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
라무진이 있는 곳에 도착해보니 게르하르트와 재현이 아란과 세진을 데리고 무사히 자신을 기다리고 있는 것이 보였다. 혁이 리무진에 가까이 다가가자 아란은 세진의 품에서 정신을 차리고는 혁에게 뛰쳐나가 울먹이는 목소리로 용서를 구하기 시작했다. 아란은 이 모든게 다 자신 때문에 일어난 일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죄송해요..저 때문에..위험에 휘말리고..”
“아냐, 괜찮아. 각오하고 있었던 일이야. 게르, 일단 애들을 저택으로 데려가야겠어.”
“알겠습니다. 도련님.”
“그게 무슨 소리죠? 납득이 가게 설명 좀 해주세요!”
“그건 내 저택에 가서 설명 해줄게. 아까도 말했지만 이 은시계가 너희 둘을 원하는 것 같더군.”
“은시계요?”
어안이 벙벙했던 아란과 세진의 앞에 보여진 것은 다름 아닌 은시계였다.
세진은 이 상황이 도저히 납득이 되지 않았기에 아란의 앞을 가로 막고 다짜고짜 혁에게 따져들었다. 아란은 이 상황에 추가적으로 공포를 느낀 나머지 세진의 뒤에 숨어 떨고 있었다. 혁은 씁쓸한 표정을 짓곤 은시계를 펼치고 명함을 꺼내 둘에게 보여주었다.
“아무리 말을 해도 납득이 안되어 보이는 것 같으니 이왕 이렇게 된 거 내 이름을 소개할게. 내 이름은 권혁. 너희들과 같은 능력자를 찾아다니고 있어.”
“능력자?”
“그리고 내가 이 형이 찾은 능력자야.”
“아..안녕하세요..”
“편하게 불러. 내 이름은 최재현이야. 이 형이랑 같은 저택에서 살고 있어.”
“네? 이름을 들어보니까 가족이 아닌 것 같은데 어떻게...”
“그러니까 저택에서 설명해준다고. 게르, 가자.”
“엄마가 모르는 사람 따라가지 말라고 하셨는데...”
잠시 후 도착한 혁의 저택.
어마어마한 저택의 규모에 아란과 세진은 입을 쩍 벌렸다. 마치 한적한 마을에 성 하나가 들어와 있는듯하였고 혁은 그 성에 사는 왕 같이 보였기 때문이다. 아란은 세진의 팔을 꼭 잡으며 저택을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여기가...집이라고..?”
“그런데 근처에 사람은 없네요?”
“내가 시끄러운걸 좀 싫어해서. 뭐 마실래. 커피? 홍차?”
“물이면 충분합니다.”
“너 성격 나쁘지 않구나. 게르. 물 두잔 부탁해.”
“알겠습니다. 도련님.”
“도련..님?”
이 집사로 보이는 사람에게 게르라고 부르는 이유가 무지 궁금했던 아란은 질문을 끊임없이 던지고 있었다. 혁은 어떻게 말해줘야 할까 라고 고민하느라 머리를 싸맸지만 은시계가 아란을 가리켰으니 하는 수 없이 답변를 해줘야 했다.
“설명하자면 좀 긴데..얘는 내 집사 게르하르트 폰 슈나이더야. 유럽의 오스트리아에서 왔고, 내 오랜 친구이기도 하지.”
“과찬이십니다, 도련님.”
“집사..?!”
“그러고보니 집 부터가....”
“하하하, 놀랐나 보네. 이 집은 우리 아버지께서 내게 물려주신 저택이야. 지금은 내가 소유하고 있어.”
“그렇구나..”
겉옷을 벗고 식탁의 둥근 원탁에 둘러 앉은 혁 재현과 게르하르트, 그리고 아란과 세진은 어색한 침묵의 시간을 가졌다. 혁은 이 분위기를 타개하고자 은시계를 꺼내 아란과 세진에게 보여주었다. 은시계는 아직도 2시와 3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세진은 갸웃 거리며 신기한 눈으로 바라보았다.
“거 참 신기한 물건일세.. 왜 두 바늘이 2시와 3시에만 가리키고 있죠?”
“능력자를 찾아냈다는 표시야.”
“형도 이 시계가 가리켜서 이 형과 같이 있는 거에요?”
“응.”
혁은 세진을 위 아래로 쳐다보며 눈살을 찌푸렸다. 능력자라면 분명 기운이 느껴져야 하는데 하나도 잡히는 것이 없었기 때문이다. 세진은 혁의 시선을 눈치 채고 질문을 던졌다.
“형, 저한테 뭐 묻었어요?”
“이상하다..분침이 너를 가리켰으면 분명 뭔가 느껴져야 할텐데..아무것도 느껴지지 않아.”
“저는요?”
“너는 느껴지는데...왜지? 왜 두 명을 동시에 가리켰을까?”
“이거 고장난 거 아니에요 형?”
“이런 현상은 처음이라 나도 잘 모르겠어. 형. 동시에 가리켰다면 무슨 이유가 있지 않을까?”
“그러려나? 아버지께서 물려주신 거라 고장이 났을 리는 없을 텐데...아 참. 그리고 아란이랬나?”
“네..강아란..이에요...”
“능력이 뭔지 알려줄 수 있겠니?”
“불을 조종하는 능력이에요. 그렇지만 자칫하면 위험 할 수도 있어서 안 쓰려고 노력하는데..”
“불이라면..혹시 그 사건과 관련 있을지도 몰라!”
아란을 보고 무언가를 떠올린 혁은 노트북을 열어 불에 대한 능력을 찾아 보았다. 얼마 되지 않아 잠시 후 검색 결과가 나왔다. 혁은 기사를 그대로 읊어 보았다.
“초등학교를 불태워 수많은 학생과 교사를 사망 시킨....”
“꺄악!”
아란은 혁이 기사를 읊자 당시의 기억이 떠올라 눈을 감고 머리를 감싸매기 시작했다.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불이라는 말만 들으면 무서움이 뒤따랐다. 세진은 그런 아란을 감싸 달래기 시작했다.
“그 홍련의 악마가 바로 너였구나. 한 번 만나보고 싶었어. 안 좋은 기억을 떠오르게 했다면 미안하다.”
“괜찮아요. 그때 일은 아무 것도 기억이 안 나요. 하지만 왠지 그 별명만 들으면 무서워져서..”
“너는 다 알고 있었던 거냐?”
“네, 저도 알고 있어요. 아란이가 악마라는 별명으로 괴롭힘 당했었다는 걸.”
“그래. 참 좋은 친구를 두었구나. 이것 참 부러운걸.”
혁은 아란의 머리에 손을 대고 짧게 쓰다듬었다.
“좋아, 결정했어. 너희들 나랑 함께 지내지 않을래?”
“네?”
“이 은시계가 너희를 발견한 것도 운명인데 아란이도 능력자이고 너는 잘 모르겠지만 은시계가 너를 가리켰으니 같이 있어야 할 것 같아. 네가 없으면 아란이가 불안 해 하는 것 같아서 말이야.”
“당연하죠. 저희들은 실과 바늘인데. 그치 아란아?”
“으...응!”
혁은 아란에게 어깨동무를 하는 세진을 보며 미소를 짓더니 가방에서 계약서를 꺼냈다. 동의서였다. 이 둘이 계약서에 사인을 하면 이 둘의 의식주와 그 외 모든 책임은 혁과 게르하르트가 진다. 하지만 혁은 상관없었다. 하루빨리 능력자를 찾아야 하기 때문에 말이다.
“하하, 녀석. 좋아, 그럼 이 계약서에 사인을 해줘. 너희들 전화번호 적어주면 내가 너희 부모님에게 연락을 해 놓을게.”
“네, 저는 괜찮은데..아란이가..부모님이 없어요.”
“뭐?”
부모님이 없다는 말에 혁은 눈이 휘둥그레졌다. 자신처럼 부모님이 없는 아이가 또 있단 말인가하는 생각에 혁은 아란에게서 묘한 동질감미저 느끼고 있는 듯 했다. 아란은 고개를 숙인 채로 기운 없이 대답했다.
“......죄송해요. 아직은..잘 모르겠어요.”
“이거 일이 어렵게 되겠는데. 뭐. 괜찮아. 처음에는 부담스러울 테니까. 마음의 준비가 다 되면 말해줘. 나는 언제든지 환영이야.”
“고맙습니다, 오빠.”
“고맙긴 뭘. 그럼 세진이는 결정 된 거지?”
“네!”
“좋아. 그럼 사인은 다 받았고 본인 동의도 한 것 같으니까 세진이는 나랑 같이 가자. 내가 너희 부모님에게도 말씀 드려야 할게 있으니까.”
“네!”
미국 일리노이주 시카고
헬리오스 엔터프라이즈 본사
“틀림없습니다 . 이번에 서울에서 일어난 테러사건의 양상을 보면 , 우리의 상식으로는 초능력이라 결론을 지을 수 밖에 없습니다 .”
미국 중부의 최대도시인 시카고 도심에 위치한 다국적 복합기업 '헬리오스 엔터프라이즈 '의 본사건물 . 이 마천루의 상층에 있는 CEO 집무실에서는 본 기업체의 회장이자 최고경영자인 크라이프니츠 A 바이츠볼프와 프랑스 리옹의 본부에 있는 인터폴 (International Criminal Police Organization, 국제형사경찰기구 ) 총재와의 화상통화가 이루어지고 있었다 . 한국 서울의 신촌에서 일어난 대참사가 한국 언론을 시작으로 각국 뉴스의 헤드라인을 장식하는 데에는 그렇게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 7 명의 초능력자들로 구성된 테러리스트집단 R.O.F 가 2014 년 유럽에서 일으킨 참극 이후로 세계는 이러한 기현상에 대해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었다 . 이렇게나 날카로운 분위기 속에서 3 년 만에 다시 초능력에 의한 테러가 발생하였으니 전 세계의 관심은 현재 한국으로 많이 쏠리고 있었다
.“그 사건의 범인이 R.O.F 와 관계가 얼마나 깊을지에 대해서는 수사를 하다 보면 나오겠습니다만 , 총재님 . 듣자 하니 현장에서 복수의 얼음결정이 다수 검출되었다는게 사실입니까 ?”
“한국경찰이 보내준 수사결과를 보면 틀림없습니다 . 이제 우리가 3 년 간을 쫓아온 사건에 종지부를 찍을 날이 머지않았다고 봐도 타당할 테죠 .”
“..권 민 살인사건 말이군요 .”
권 민 살인사건 . 유럽에서의 참사가 종극을 맞이하고 얼마 지나지 않은 날 , 과거 세계 생명공학 진보의 선구자였으나 이젠 그저 매드 사이언티스트로 전락한 천재 생명공학자인 권 민이 온도가 절대영도까지 떨어진 흉기에 심장을 관통당하여 살해당한 사건이다 . 크라이프니츠와 인터폴은 거의 3 년이라는 시간 동안 이 사건의 범인을 추적해왔고 , 이제 한국에서 사건의 해결을 위한 열쇠가 나왔으니 더 이상 뜸들일 것은 없어진 셈이었다 .
“이제부터 우리가 어떻게 해야 할 지는 잘 알고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바이츠볼프 회장 .”
물론입니다 총재님 . 한국측에는 잘 연락해 주십시오 . 이쪽에서도 즉시 행동을 취하도록 하겠습니다 .”
“그리하죠 . 그럼 .”
인터폴 총재와의 화상통화가 종료된 후 크라이프니츠는 주머니에서 쿠바산 시가 (순수 담뱃잎으로만 만들어진 담배의 한 종류 ) 한개비를 꺼내들고 라이터로 불을 붙였다 . 한 번 들이마시고 내뱉는 과정을 반복할 때마다 입에서는 시가 특유의 풍부한 담배연기가 뿜어져나왔다 . 크라이프니츠는 행동을 실행하기 전 입가심이라는 느낌으로 시가를 입에 문 채 그저 시카고의 스카이라인을 몇 초 동안 가만히 응시했다
.“이런 것을 올 것이 왔다고 표현하는 것이겠죠 ?”
그와중에 크라이프니츠가 최근에 개인적으로 개발한 A.I. 알비온의 기계틱하면서도 유머러스한 음성이 이 짧은 침묵을 깨트렸다. 크라이프니츠는 알비온의 말장난을 가볍게 일축하며 간단명료하게 자신의 의사를 말했다
.“그래 바로 그거지. 당장 가까운 공항에 있는 내 전용기의 목적지를 한국 인천공항으로 설정해둬. 이렇게 된 이상, 한국으로 간다.”

1개의 댓글

2018.04.26
저의 뇌가 ㅏ...SOD라길레 ..흠짓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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