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 글

취침등




 안드로이드 메이드 한나는 내가 잠들기 전까지 내 옆에 앉아 있는 것이 하루 일과의 마지막이었다. 내가 그러지 말라고 해도 한나는 반드시 내 침실에 들어와서 잠들 때까지 앉아 있었다. 도대체 왜 그러는 지 모르겠지만 그것 만큼은 양보하려고 하지 않았다. 아침에 일어나 보면 한나는 이미 집안일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아서 내가 자는 내내 옆에 있는 것 같지는 않은데, 그렇다고 해서 무엇을 하는지는 알 수 없는 것이다.
 "부담 갖지 마세요. 전 단지 젊은 남녀가 같은 방에서 같은 밤을 보낸 다는 사실에 흥분 되는 것 뿐이니까요."
 한나는 뻔뻔하게 날 내려다보며 말했다. 한나는 조그맣고 폭신한 의자를 내 옆에 두고 앉았다.
 "웃기지 마라, 건방진 로봇, 넌 남녀에서의 녀라고 하기엔 우스운 로봇일 뿐이야. 인간도 아닌 것이 같은 밤을 보낸다고 해서 특별한 일이 생길거라고 믿는 건 오만하지 짝이 없다고 생각하지?"
 "아뇨- 몇 번이나 말하지만."
 한나는 내 손을 잡았다. 인공 체온이 느껴진다. 한나는 의자에서 내려와 바닥에 털썩 주저 앉았다. 그리고 침대에 어깨를 앞으로 기대서 얼굴을 나에게 마주 하는 것이다. 빛을 등지고, 어둠 속에 가려진 한나의 얼굴은 보이지 않는다. 
 "인간은 사람 같이 생긴 것이면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버릇이 있어요. 주인님은 이미 함락 된 건데, 귀여운 저항을 계속 하고 있을 뿐이죠. 맞죠?"
"소름끼치는 소리 하지말고 이거 놔. 잘거니까 귀찮게 하지마."
"주인님은 저에게 좀 더 잘해줘야 해요. 제가 아니면 시골에서 반사회적인 인간이 되었을 테니까요."
 손을 뿌리치고 한나를 등지고 돌아 누웠다. 그저 잠드는 것 만을 생각하자. 한나는 아직 잠들 생각이 없는 모양이다. 내일 해야할 일에 대해서 떠들어 댔다.
 "미안한데 잘 거니까."







얼마나 잠들었을까, 붉은 벽이 날 마주보고 있었다. 붉은 빛? 난 취침 등으로 그런 걸 쓰지 않는다.  애초에 취침등을 쓰지 않는다. 진하고 어두운 저녁만이 내 눈에 휴식을 준다고 믿는다. 그러면 이 불빛은, 나와 같은 방에 있을 만한 건 한나 뿐이다. 한나에게서 나오는 불빛인가?
 다시 눈을 감아 잠드려다가 불쾌하고 싸늘한 느낌이 들어서 눈을 떴다. 너무 고요해, 마치 나 혼자 이 방에 있는 것 같이. 아니 그게 맞지만, 가전제품 한개와 나 뿐이니까 나 혼자 밖에 없는 것이 맞다. 하지만, 정말 너무 조용하고 싸늘한 느낌이 난다.


"Are you still awake?"


 소름이 끼쳤다. 전혀 다른 목소리가 났다. 한나 목소리가 아닌 뭔가 차갑고 가늘고 기계적인 여자의 음성이 났다. 그 붉은 등 당장 꺼버려 라고 뒤돌아서 말할 용기가 나지 않았다. 잠이 싹 가시는 기분이 들었다. 
 "혹시, 알고 계시나요?"
 한나의 목소리다.
 "저와 같은 안드로이드는 최초에 육아를 위해서 설계 되었다는 걸. 정확히는 아기의 보안을 위해서요."
 무슨 말을 하려는 건지 모르겠다. 계속해서 최대한 잠든 척을 했다.
 "그런데 중단 되었어요. 왜 일까요?"
 한나는 잠시 말을 멈췄다.
 "그건, 피아를 식별하지 못하고 아무렇게나 공격해서, 라고 하는데. 누군가는 그런 문제가 아니라, 빨간 눈빛을 갖고 있어서 라고 말해요. 빨간 눈빛요."
 정적, 또 살아 있는 건 이 방에 나 밖에 없단 걸 느낄 만큼 고요함이 닥쳐왔다.


"왁!"


 "너무하세요, 그렇게 놀라서 때릴 것 까지는 없었는데."
 한나가 불평했다. 깡통을 때리는 건 내쪽이 더 아파.
"시끄러워, 주인님을 놀리는 짓을 하다니."
 "그냥, 주인님이 잠에서 깨신 것 같아서 장난 친 거에요. 남녀가 같은 밤을 같은 방에서 보내고 있으면 무슨 일이 생길지 모르는 거잖아요?"
 "이런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한나가 웃어 넘겼다. 그러다가 갑자기 웃음을 뚝 그치고 눈을 감았다. 그리고 다시 서서히 눈을 떴을 때, 붉은 눈빛이 날 비췄다.
 "그거……."
 "쫄긴, 이게 그렇게 무서워요?"
 "됐으니까 빨간 눈 치워!"
 내가 울컥하자 한나는 다시 검은 눈으로 돌아왔다. 다시 어둠이 채워지면서 내 눈에 한나의 붉은 눈이 남았다. 썩 기분 좋은 일이 아니다.
 "어째서 그런 기분 나쁜 눈을 갖고 있는 거야."
 "글쎄요, 절 기획한 사람이 매드사이언티스트 인가보죠."
 "아니…… 그걸 대체 어디에 쓴다고 넣었대?"
 한나는 한숨을 팍 쉬면서 고개를 저었다. 저렇게 시도때도 없이 주인 머리 위에 기어 오르려 애쓰는 걸 보면 이젠 어처구니가 없다.


"그것도 모르세요? 취침등이잖아요."

3개의 댓글

2018.03.17
쫄~
0
2018.03.17
@개긴
뭣하러 쓸데 없는 덧글을 자꾸 달지?
0
2018.03.17
@개긴
무례한 짓 좀 그만 두지 않을래? 너에게 성의없이 찍찍 갈긴 덧글이라도 달라고 구걸한 적 없어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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