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 글

망상 6

어느 시점을 지나 그녀는 완전히 부패하였다.

그녀가 풍기는 썩은 내는 이제 참을 만한 수준이다 악취가 나아졌다는 말은 아니다 그저 계속 맡고 있다보면 그렇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그녀는 언제나 내 곁에 있다 눈치가 없다는 것은 아니다 단지 내 곁에서 떠날 수 없게 되어버린 것일지도 모른다.

이런 생각은 나의 멋대로인 생각이지만 나 역시 그녀가 떠나길 원치 않는다 마음은 무거워지고 괴로워지지만 그럼에도 견디지 못할 것은 아니다.

완전히 어두운 밤이 찾아왔지만 여전히 교실 밖으로 나가지 못하고 있다 교실 모퉁이의 그녀도 마찬가지이다 그저 아무 말없이 나를 쳐다보기만 할 뿐, 그저 그 자리에서 부패해갈 뿐이다.

나는 가끔 뒤를 돌아서 그녀를 보고는 한다 그저 너무 조용하기에 그녀가 그 자리에 잘 있는지 또 얼마나 몸이 썩어가는 지를 확인하기 위하여 그러는 것이지 결코 그녀에게 마음이 다시 이끌리거나 하는 그런 마음에서 뒤를 돌아보는 것은... 절대 그럴 수 없다.

갑자기 교실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순간적으로 들리는 소리에 심장이 내려앉는 것 같은 기분이였다 우리 외에 사람이 있을 것이라고는 전혀 생각조차 하지 못했기에 아무 대답도 못하고 그저 소리가 들리는 문을 지켜만 보고 있었다.

그러자 다시 한 번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리며 문의 뒷편에서 기묘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들어가도 되겠습니까?"


그 기묘한 목소리는 그렇게 말했다.

기묘한 목소리라고 하면 무척이나 이상하게 들릴지도 모르지만 그 목소리를 듣는다면 누구든지 기묘한 목소리라고 할 것이다 마치 동굴에서 울리는 울림이고 죽어가는 자의 울먹임같은 것을 뒤섞어놓은 듯한 귀를 괴롭히는 것 같은 목소리라고 말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어째거나 정확하게 표현하기란 불가능하기에 굳이 대답한다면 그런 소리다라고 할 수 있을정도이다.


"들어가도 되겠습니까?"


아마도 대답이 오기 전까지는 아무런 행동도 하지 않을 모양이다.


"들어오세요"


문은 아주 천천히 조용하게 열리더니 말라비틀어진 붉은 색 나무같은 것이 그 모습을 들어내었다 뿌리같은 것이 다리처럼 움직이며 아주 정중하게 나에게 다가오더니 의자 하나를 빼어 나와 맞은 편에 앉았다.

그 끔찍한 모습이라니 차라리 썩어버린 그녀가 화원의 꽃처럼 보였다.

가까이서 보자 단추만큼 작은 구멍이 빙글빙글 돌며 나를 주시한다 차라리 고개를 숙이고 싶을 정도 였지만 온 몸이 긴장감으로 꼼짝할 수 없었다.


"그 모습을 보아하니 필시 제 모습에 놀라신 모양이군요 하지만 이해합니다 저도 제 모습이 어떻게 보이는지 잘 이해하고 있으니까요"


그것은 과장되게 몸을 숙이며 사죄를 하였다.


"제가 왜 왔는지 궁금하리라 생각됩니다만 그 표정을 보아하니 어쩌면 알고 있으셨을지도 모르겠군요"


나는 숨을 잠시 가다듬고 그에게 말했다.


"본론만 이야기해주시겠습니까?"


그는 숨을 죽이며 조용히 웃더니 나에게 말했다.


"이야기가 빨라서 좋군요 오히려 저의 모습에 당황하여 이야기조차 되지 않는 것은 아닐까 무례한 생각을 했습니다만 뭐 이런 이야기는 관두도록 합시다 좋습니다 당신의 말대로 바로 본론으로 넘어가지요"


그는 나무가지처럼 가느다란 손을 자신의 목구멍에 집어넣더니 곧 작은 보라색의 돌맹이를 꺼냈다.


"누군가를 찾아주셨으면 합니다 그것을 위해 당신을 잠시 원래 세계로 되돌려드리죠"


스스로 심장의 박동이 빨라짐을 느꼈다 목구멍에서 손이 나올 정도로 원하던 이야기가 불쑥 나와버리니 당황하여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하자 그는 계속해서 말을 이어나갔다.


"원래라면 실체를 가지지 못할 터인 녀석이 태연히 사람의 행색을 하고 돌아다니고 있습니다 뭐... 간단한 이야기입니다 그 녀석을 찾아만 주신다면 뒷처리는 제가 하도록 하겠습니다 성공의 보수는 당신을 원래의 세계로 영구히 귀환시켜드리겠습니다 이 조건에 허락하신다면 그 돌을 집어주십시오"


내가 그 말을 듣고 뒤를 돌아보아 그녀를 바라보았다.


"아 죄송합니다만 그녀는 안됩니다 그녀는 이 세계를 떠받치는 주춧돌같은 존재인지라 게다가 이미 육체적으로 완전히 죽은 몸이기에 되돌아간들 죽을 뿐입니다."


나는 눈을 감고 잠시 생각에 빠져들었다 여러가지가 떠올랐다 일상에서의 별 것 아닌 것들에 대한 기억이 물거품처럼 끓어오르다가 곧 물거품처럼 사라진다 나는 다시 눈을 뜨고는 한숨을 쉬며 돌을 집어들었다.


"내가 생각하기에는 나는 역겹고 더러운 위선자같아"



1개의 댓글

2018.02.21
더러운 위선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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