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끄러움을 묻기 좋은 밤입니다.
부끄러움이 묻는 밤입니다.

나는 "한결 같다"는 말을 쓸 만큼 일교차가 적은 나날을 보냈던가요.

나는 "의지가 굳세다"는 말을 쓸 만큼 어제의 다짐과 약속들을 소중히 보관했던가요.

나는 "상냥하다"는 말을 쓸 만큼 예의없는 이방인을 이해해 봤던가요.

나를 소개할때
상처를 똑같이 돌려줄만큼 매정하고 계산적이라고.

어제의 약속들은 아침이면 결별할 만큼 나태하다고.

그때그때 기분따라 휘둘릴만큼 충동적이라고.

스스로를 비관적으로 매도하면, 조금이나마 내 자신에게 당당해질까요.
아니면 겸손을 빙자한 비겁한 위로가 될까요.

그러진 않겠습니다.

다만 파도처럼 흔들리면서도 한결같으려는 제 부끄러움만큼은 오뚜기처럼 건재하고.

매일 내일이면 까먹을 약속이라도 만들며 사는 바보같음은 의지가있고.

상처를 주고 후회하는 속쓰림을 상냥함이라 부를 수 있다면

나는 그 단어들을 부끄러움 없이 받아 들일 수도 있을테니까요.

부끄러움에게 묻기 좋은 밤이었습니다.
부끄러움이 내게 답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