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담

자취생은 훈제 햄을 먹습니다.

1편, 자취생은 제육을 먹습니다. http://www.dogdrip.net/153763570

2편, 자취생은 주먹밥을 먹습니다. http://www.dogdrip.net/153868223



 읽을 거리 판에서 제육 편과 주먹밥 편을 쓰다가 댓글의 조언으로 이제부터는 여기에 쓰기로 했다.

그간 재미없는 글을 사진 한 장 없이도 읽어준 이들에게는 큰 감사를 표한다.

20180211_154444.jpg


사진 찍는 기술이 아주 형편없으니 양해를..

끝에 거 탔다.


 햄의 역사는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오래 됐다고 한다.

남유럽 일대에서는 돼지고기 뒷다릿살 - 유럽에서는 전통적으로 돼지의 뒷다릿살을 최고급으로 따진다고 한다.- 을 가공하여 숙성하는데,

이 과정을 거치면서 보존 기간이 상당히 길어진다고 한다.

당시에 귀했던 육류를 더 오래 보존하기 위해 만들어진 음식일 것이다.


 하여튼, 가공식품이야 말로 진정한 자취생의 친구일 것이다.

자취를 처음 하는 사람이라면, 똑같은 햄을 똑같은 프라이팬에 굽는데 왜 집에서 먹던 것과 맛이 다른지,

왜 어머니가 해주셨던 게 묘하게 더 맛있는 지 의아했던 경험이 있었을 것이다.

더군다나 왜 내가 굽는 햄은 좀 따듯 해 지다가도 금방 타 버리는데도

어머니가 굽는 햄은 적당한 노릇노릇함을 유지한 채로 밥을 조금 먹는 와중에도 잘 식지 않는가?

그리고 대부분은 그 뒤 불조절의 미학에 대해서 깨우치게 된다.


 대형 할인마트에서 장을 보다가 시식 코너에서 훈제 햄 코너 앞에 멈춰섰다.

한 입 먹자마자 현혹되어 구매했지만, 마트를 나오며 속은 게 아닌가 하는 불안을 감추기가 어려웠다.

일전에도 이런 저런 냉동 만두나 잡채, 떡갈비 등을 혹해서 산 적은 있지만 집에 와서 조리해 보면 하나같이 아쉽고 실망스러웠다.

'사실은 그 시식 코너에 프라이팬이 훈제 숯불 향을 내는 프라이팬이었던 게 아닐까.

그냥 그 프라이팬은 어디에서 파느냐고 물어봤어야 맞지 않았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왠지 불안함과 궁금함은 아주 가까운 뇌에서 관장할 것만 같은 생각이 든다.

그게 뭐가 됐건 그 감정을 참기가 어려워서 집에 오자마자 햄을 썰었다.


 자취를 시작하며 어머니에게 요리에 대해 이것저것 전화로 물었다.

 "엄마, 햄 구울 때마다 매번 타는데, 좀 노릇노릇하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돼?"

라고 물어보니 어머니가 차근차근 알려주셨다.


 왠지 훈제 햄이라고 하니 너무 얇게 썰으면 햄 자체에 배긴 향이 느껴지지 않을 것 같아 평소의 두께보다 조금 더 두껍게 썰었다.

팬에 바닥을 적실 정도로만 기름을 두르고 약불로 팬을 가열했다.

가열하지 않고 바로 햄을 올리면 햄이 기름을 다 먹어버려 보기에도 좋지 않고 집어들었을 때 기름이 뚝뚝 떨어진다.

적당히 익으면 뒤집어 굽다가 불을 끄되 가열된 팬에 햄은 계속 올려놓는다.

계속 가열된 팬에 햄을 올려놓으면 굽는 세기가 일정하지 않아 결국에 한 면이 타게 된다.

여기까지가 어머니가 알려주신 전부였다.


 햄을 냉장고에 넣으려다 보니 뒤에 써 있는 문구가 눈에 들어온다.

 '구울 때 후추를 살짝 뿌려주면 훈제 향이 확 올라와요.' 라는 문구.

시식 코너에 있었던 노란 색 병.

 '햄을 사면 서비스로 끼워주는 소스같은 건가?' 라고 생각했지만 아니었다.

아, 그거 후추였던 거구나. 그게 키 포인트였구나. 하는 마음에 뒤늦게 후추를 뿌렸다.


 여태 먹어본 가공식품 중에 시식 코너에서 먹어본 맛과 가장 흡사했다.

만족스럽다.

눈 따가워 하며 숯불을 피우지 않아도 훈제 향을 집에서 느낄 수 있음이 큰 장점이다.


 작은 아버지가 총각 시절 우리 집에 얹혀 살았었다.

삼촌은 전형적인 '어린 애 입맛'인데, 항상 나와 햄 몇 조각을 두고 다투는 형같은 삼촌이었다.

삼촌이 색시를 구해 우리 집을 나가고 집에서 햄을 구울 때마다 아버지가 작은 아버지에 대한 말을 참 많이 하셨다.

 "우현이가, 그 놈이 예전에 나랑 서울 올라와서 처음 먹어본 햄 엄청 좋아했지.

어느 날 일 다녀와서 저녁에 일찍 자는데 갑자기 소리 지르면서 나 깨우더라고.

형, 형 이거 먹어봤냐고. 그러면서 막 햄을 들이밀었어."


 햄의 기분 좋은 소금기가 탄수화물인 밥과 잘 어울린다.

따져보면 값싸지는 않았지만, 이 정도 가격에 이 정도 맛이라면.

더군다나 간단히 조리해서 접시와 밥그릇 설거지가 전부이기 때문에 햄은 자취인들의 친구다.




-

읽을거리 판에서 한 분이 여기에 쓰는 게 더 맞을 것 같다고 말씀해 주셔서 이리 옮겼습니다.

처음에 요리 판은 정말 요리를 해서 올려야 하는 줄 알았는데, 몇 개 읽어보니 꼭 그런 것 같지도 않길래..

앞으로도 종종 찾아오겠습니다.

감사합니다.

16개의 댓글

2018.02.12
싸가지없게 초면부터 존댓말해서 붐업
0
@후잉맨
부멉 없는뎅
0
2018.02.12
어디서 예의없게 존댓말이냐
0
2018.02.12
건방지고 무례례하게 존댓말해서 부멉
0
2018.02.12
요리 칼럼니스트 준비하심? 글 좋다 ㅋㅋㅋ
0
? 아 진짜 존댓말...격 떨어져...
0
@손짝짝발짝짝엉덩이짝짝
ㅂㅁㅂㅁ
0
2018.02.13
글 따뜻하게 잘 쓴다
0
글에 감성을 담아내는 재주가 참 좋네.

다만 ~일 것이다, ~가 아닐까 한다같은 번역투가 많네. 수정하면 훨씬 글이 깔끔할거임.
0
@아와비아의투쟁
아 그게 번역투구나!
0
2018.02.13
누가 이걸 요리판에올리라했냐
다시 읽판돌아가자
0
2018.02.13
사진은 찍다 보면 느는거지 뭐
넌 주 컨텐츠가 사진이 아니라 글이잖아
0
2018.02.13
쉼표가 왜 이렇게 많이 들어갔는지 알려줄 수 있음? 만약 습관이라면 고치는 편이 글을 더 깔끔하게 만들어 줄 것 같음. 개인적인 생각임.
0
@진짜원빈
그렇구나. 피드백으로 받겠음. 노력할게.
0
노답 사이클이네.
이것도 못 썼어.
이게 잘 썼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도덕책...
퇴고 열 번은 넘게 해야할 것 같은데.
0
2018.02.19
더 써줘라 from 글 기다리는 사람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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