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

게임 리뷰 - 카오스 차일드 [스포]

출시 기종: PS4, PS VITA 

장르:  시뮬레이션

가격: 59,800원 [국내 PSN ]

출시일: 2017년 03월 09일 







  시뮬레이션 장르가 오타쿠 이외 계층에게 어필하지 못하는 이유 중 하나는 주인공의 중2병과 찌질함과 변태적인 면모를 멋있다고 미화하려는 노력에 있다. 항상 더벅머리를 하고 다가오는 모든 일들에 대해 '귀찮다'를 연발하지만 여자가 위기에 처하면 초인적인 힘을 발휘해서 구해주고, 개똥 철학을 나불대면 여주인공들은 감명받는다. 평소 행실에도 불구하고 주인공을 좋아하는 여자가 산더미처럼 있다. 이런 세상 속 공상만 반복하다 보면 진짜 학창시절은 불행해지고 만다. 실제론 있지도 않은 트윈테일 츤데레 아가씨와 분홍색 머리 소꿉친구를 찾으며, 조금이라도 나쁜 일이 생기면 현실을 쓰레기라 외면한다. 그렇게 학창 시절 하루하루를 내다버리다가 어느 순간 정신을 차리는 때가 있다. 찾아헤메던 망상은 그때부터 당신을 괴롭히기 시작한다.  




타쿠루.jpg





  주인공 미야시로 타쿠루는 찐따다. 친구들과 대화가 가능하단 점에선 아싸조무사라고 부를 수도 있지만 힙스터 기질 충만한 좆같은 놈임은 확실하다. 말 한마디 할 때마다 자신은 남들보다 우월하고 그걸 숨기고 있을 뿐이라 자위하고, 주인공과 붙어다니는 친구들도 이런 좆같은 기질을 알아서 뭐라 말 한마디 하려 그러면 닥치라고 끊어버린다. 근거없는 자신감으로 집안에서나 친구들 사이에선 여포처럼 굴지만, 동급생 여자애가 말 한마디만 걸어도 어버버 하다가 병신 같은 소리만 내뱉는다. 이 부분은 상당히 마음에 드는 게, 게임이 주인공의 찌질한 모습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다 보니 오히려 주인공의 캐릭터가 강렬해졌다. 지식에 대한 우월함에 집착하는 정신병자 같은 면모 하나만으로도, 게임 속 사건에 주인공이 뛰어드는 계기도 충분해진다.




립싱크녀.jpg




  작품의 메인 스토리는 이런 정신병자 미야시로 타쿠루가 순전히 흥미 하나만으로 엽기 연쇄 살인 사건을 신문부원들과 함께 취재한다는 이야기다. 여기서 작품의 프레임이 옮겨가는 방식이 상당히 독특한데, 어릴 적부터 가정에서 방임 학대를 받은 주인공은 컴퓨터 검색에 빠져 산다. 이 덕에 자신이 남들보다 지식을 더 많이 알고 있다는 우월감 하나만 믿고 자라던 주인공은 시부야에서 일어난 대지진에 휩쓸려 부모님을 잃는다. 이후 지식에 대한 욕구가 더 커져서 마땅히 애도해야할 엽기 살인 사건을 '군침이 도는 재밌는 사건.' 이라 여기며 취재하기 시작한다. 



 작품의 전제는 자연스럽게 주인공과 플레이어가 살인 사건을 흥미로운 요소로 치부하게 만든다. 살인 사건들에는 각각 라이브 방송 중에 죽었으므로 [여기 보지마.], 배에 음성이 송출중인 휴대용 스피커를 꾸겨넣고 죽었으므로 [립싱크녀] 같은 식으로 이상한 별명이 붙고, 주인공은 이 별명으로 고인들을 부르며 사건의 재미에 흠뻑 빠져들어간다. 여기서 작품은 전제를 차츰차츰 옆으로 옮기기 시작한다. 초점은 주인공 외부에서 주인공 지척까지 다가선다. 주인공과 상관 없던 타인에게 일어난 사건들은 주인공이 사건 현장에 뛰어드는 걸 계기로 바로 지척에서 일어나기 시작한다. 주인공에게 더이상 사건이 재미를 위한 장난감이 아니라 정말 생존이 걸린 문제로 다가선 시점부터 작품의 긴장감은 극에 달해야 하지만, 이 시점에서 작품엔 디소드라는 개념이 등장한다.




디소드.png




  디소드란 무엇이냐. 자기 망상을 실체화하는 검을 뽑아내는 능력이다. 검. 시발 검!  과학 어드벤쳐라며 시발놈들아. 요즘엔 유사 과학도 과학 범주에 들어가냐 선무당 같은 새끼들. 자기 목숨을 실질적으로 위협하는 살인마와 한판 싸움을 해야 될 때 이 새끼들은 디자인도 좆같은 칼을 뽑아내는 연습을 하며 능력자 배틀물을 찍을 준비를 하기 시작한다. 심지어 살인마 후보로 등장하는 놈도 신체 발화 능력이라는 설득력이 극도로 떨어지는 초능력자인데 주인공들은 얘 뚝배기를 조각내 수육으로 찜쪄먹기 위해 칼 쓰는 연습을 시작한다. 최소한 저 칼 디자인이 정상적이기만 했어도, 아니 그냥 칼 없이 능력만 나왔어도 그냥 그러려니 했을 텐데, 칼을 뽑는 자세도 나오고 칼을 뽑을 때 마다 거지 같은 묘사가 곁들여져서 눈뜨고 봐줄 수가 없다. 



  유한이자 무한.....


  이건 마치 기도하는 성녀의 두손 같은......


  무기질적이면서도 유기질적이다.....



  칼의 형태를 묘사하는 글 한토막 한토막이 주인공 일행의 가정 환경을 묘사하는 것 마냥 애미 애비가 없다. 그렇다고 무기를 뽑아 쓰는 장면이 좋은 것도 아니다.  검은 바탕에 갑자기 불꽃이 튀는 이펙트가 나오면서 칼소리만 신명나게 나고 있으니 좋을리가. 매 엔딩마다 이런 칼싸움 장면이 최소한 20~ 30분 분량은 잡아먹는 다는 게 보는 사람을 제일 빡치게 만든다.




  여기에 더해 최소 한도의 개연성과 설득력을 갖추며 과학과 괴담 사이에서 줄타기 하던 스토리가 핀트를 엇나간 채 미친듯이 달려가기 시작한다. 중반부까지 작품에서 가장 크게 언급되던 떡밥은 기묘한 박자의 노크 소리와 CCTV 어디에도 찍히지 않았으나 범행을 성공한 범인의 범행 방법이었는 데, 작품은 이 모든 걸 상대의 생각을 특정 방향으로 유도하게 만드는 사고 유도 능력자의 범행이라고 우기기 시작한다. 자기 집 문을 잠그고 쇠꼬챙이로 입부터 하반신까지 관통한다음 아무 발화점이 없는 거실에서 타죽었다. 어떻게 했게? 사고 유도로! 씰 스티커 수백개를 목막혀 뒤질 때까지 먹다가 뒤졌다. 어떻게 했게? 사고 유도로! 목에다가 와이어를 감은 다음 매 일정시간 마다 천천히 돌아가게 만들어서 목이 꺾여 죽었다. 어떻게 했게? 사고 유도로! 씨발 능력 범위가 얼마나 좆같이 멀면 사고 유도로 다 조지고 다니냐.



  사고 유도라고 해도 시발 설명이 안되는 게 너무 많은 데, 일단 첫번째 [여기 보지마] 사건은 누군가 들어와서 피해자와 같이 있었다는 게 확실한 사건이다. 근데 cctv에도 안찍히고 증거도 하나 없어서 어떻게 들어왔다 나왔는 지 미스테리였다. 6번째 사건에선 아예 사건 당일 피해자가 집에 들어오지 않았다고 분명히 해둬서 의문점을 증폭시킨다. 근데 이 모든 의문점을 작 중에서 안알려준다. 일본 미스테리 비주얼 노벨 작가들은 되는대로 질러놓고 무섭고 의아했으면 그만이란 식으로 얼렁뚱땅 넘기는 경향이 매우 강하다. 분명히 스토리 면에서 능숙한 방식으로 독자를 유도하고 떡밥 풀이도 상당히 흥미롭게 잘하는 데 결말이 좆같다 못해 더럽다.



  그리고 그 자랑하는 연출도 상당히 헛짓거리 같은 게, 액션씬부터 부딪히는 씬가지 일려 돌려먹기가 상당히 심하고, 엔딩이고 중요 사건이고 주인공이나 특정 인물의 정신병이 원인이라는 식의 전개를 지나치게 남발하는 데다가, 말을 억지로 끊어서 극단으로 치닫는 전개, 주인공이 헉헉 숨이 차도록 달리는 전개를 지겹도록 우려먹는다. 다른 게임에 하나씩 넣으면 몰라 이 게임 안에서 헉헉 달리는 주인공을 몇번을 봤는 지 모르겠다. 





망상 트리거.jpg




  작품의 핵심 시스템은 주인공이 캐릭터들을 가지고 망상을 하는 망상 트리거이다. 망상은 긍정적인 망상과 부정적인 망상 중 하나를 골라서 할 수 있는 데, 이 망상을 선택하는 것으로 특정 여자 캐릭터 루트로 들어갈 수 있게 된다. 문제가 있다면 망상 내용이 역시나 정신병자가 할법한 발상들 밖에 없어서 몇 번 보다보면 지겹다는 것과, 망상으로 분기가 갈리는 데 몇몇 캐릭터 분기는 어디서 분기가 갈리는 지 공략 안보면 때려맞춰야 한다는 거. 이 망상 트리거가 선택지를 대신한다는 개념이지만 정작 선택지보다 더 수동적이고 더 의미가 없다.




  시스템 면에서도 상당히 불편한 점이 많다. 이런 비주얼 노벨 게임의 의의가 엔딩 보는 것과 이벤트 다시 보는 수집에 있다는 걸 생각해봤을 때 더욱 그렇다. 일단 엔딩을 보고 난 후에 스킵이 빠르게 넘기는 스킵 외엔 없고 일정 분기별로 게임이 나뉘어져 있지도 않아 특정 분기부터 시작하는 기능도 없다. 다음 선택지까지 통째로 스킵하는 기능 정도는 넣어줘야 되지 않나 싶은 게, 게임 분량이 상당히 길어서 단순히 빨리 넘기기만 누르고 있어도 10분은 족히 잡아먹는다. 



  좆같은 게임이다. 의외로 돈 값하니까 꼭 사라.








 





6개의 댓글

? 마지막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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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2.29
@덜숙성된김치맨
꼭사셈 ㅎ 후회안함 ㅎㅎ
0
@므르므즈
오우 이런 속셈이..
0
2017.12.30
이거 머 카오스헤드 리메이크 같은거임? 디소드 나오는거랑 찌질한 주인공 나오는게 똑같은데
0
2018.01.01
@살 대학원생
정식 후속작임
0
2017.12.30
머 족같은거 많은거 인정하는데
우키 기특한거랑 아리무라 요망한걸로 커버됨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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