ㅈㅅ 불륜썰 이제 안올릴게




어쩌다 고등학교 생활 3년 내내 같은반이었던 병신새끼가 하나 있었다.

걔가 어떤애인지 대충 설명하면, 학교생활 해본 사람은 알겠지만

딱히 잘생긴것도 아니고 말도 어버버하면서 잘 못하고 술담배하면서 놀러다니게 생긴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공부를 열심히 하지도 잘 하지도 않는 애들 있잖냐?

그 애가 바로 그런 애들의 정신적 지주 쯤 되는 포지션이었다.

밀덕에 동덕이면 말 다했지?

얘가 하는짓이 참 골때림.

수학문제집 표지들이 다 빳빳하고 까끌까끌하잖아?

얘는 그걸 뜯어다가 종이비행기를 접는다.

정말 하루종일 쉬지도 않고 말도 안하고 학교에 있으면 종이비행기만 접음.

리얼.

문제집에 단원 첫머리에 들어가는 삽화들 있지?

그걸 정성스럽게 오려다가 붙이기도 하고,

특히 얘가 문제집중에 쎈이라고 그걸 참 좋아했어.

그 문제집을 아는 사람들은 알겠지만 그 문제집은 일단 가장 바깥쪽에 커버가 하나 있고

그걸 뜯어내면 안쪽에 답지랑 문제집이 나오는 형태거든.

그래서 문제집 하나를 사면 양질의 종이가 6장이나 생겨서 좋다나ㅋㅋㅋㅋㅋㅋㅋㅋ

그래서 그 애가 쎈을 가져오는 날에는 집에서 스티커도 인쇄해서 옴.

내가 애니는 하나도 몰라서 뭔지는 모르겠는데 주황머리에 눈깔 엄청 크고... 맨날 그 캐릭터만 라벨지에 인쇄해서

종이비행기 접고 거기다 그 스티커 붙이고 그랬다.

그렇게 종이비행기를 정성들여 접으면 하루에 5개정도가 나오는데

정확히 2시 30분, 6교시 중간쯤이 되면

그 5개 종이비행기를 품에 안고 아무렇지 않게 밖으로 나가서

운동장에 가서 비행기를 날림.

얘가 3월 2일 고등학교 첫날부터 이짓을 시작했는데

대체로 고등학교 첫날이면 다들 어색하고 긴장하고 해서 말도 제대로 못하고 하는데

수업시간에 아무렇지 않게 밖으로 나가서 비행기를 막 날리는거에 너무 쇼크를 먹음.

우리반에 6교시 들어오는 선생님들 처음에는 막 욕하고 때리고 그랬는데

애가 굴하지 않고 2시 반만 되면 나가니까 나중에는 아예 해탈하더라...

얼마 전에 고3때 친했던 애들 5명정도가 만나서 술먹는데(물론 그 비행기소년은 그 무리에 없었음)

어떻게 알고 찾아왔는지(아마 페이스북에 누가 사진을 올렸는데 그걸 보고 온듯함)

술집에 아무렇지 않게 들어와서 우리한테 명함주고 가더라

가위로 삐뚤빼뚤하게 자른 종이에다가 싸인펜으로 막 뭘 써놨는데

자기 카페 주소라고... 종이비행기 동호인 카페인데 가입좀 해달라고...

ㅋㅋ..

뭐 이젠 익숙해 이보다 더한것도 3년동안 수도없이 겪어봤는데 뭐...

닭다리 하나 먹이고 돌려보냈다.

오늘 방정리하다 그 명함이 나와서 생각나서 글 한번 써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