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묘한 이야기

복날은 간다-영원히 늙지 않는 사람들

[ '영원의 구' 가상 투표 결과, 올해도 역시 영원의구 사용이 유지될 것으로 전망됩니다. 투표율을 살펴보자면 67%로 작년 대비-. . . ]
 
" 빌어먹을 늙은이들! "

김남우가 신경질적으로 회의 테이블을 쾅! 내려쳤다. 
'인류 진화 위원회' 회장 김남우는, 매년 돌아오는 이 투표 결과를 도저히 받아들일 수가 없었다. 

" 미친 늙은이들이 진짜 도대체 언제까지 살려고! 야! 꽁치야! 소주 좀 꺼내와! "

옆에 앉아있던 공치열도 얼굴이 안좋았지만, 일단은 김남우를 만류했다.

" 어제도 마셨잖아 형. 알콜 분해 능력을 생각해야지.. "
" 시끄러! 이 상황에 술이라도 안마시게 생겼어?! 그냥 가져와! "
" 아으... "

어쩔 수 없다 생각한 공치열이 의자에서 '폴짝' 뛰어 내렸다.

그리고, 아장아장 짧은 다리를 놀려, 냉장고로 향했다. 까치발로 소주 병을 꺼내들고 돌아와 건네는 공치열.
김남우는 작은 손으로 소주병을 받아들어 병째로 한모금을 마시고는, 정말로 괴로운 표정으로 신음했다. 

" 크으...! 망할.. 야! 너도 한잔 해! "
" 난 한모금도 못 하는거 알잖아 형.. "
" 어휴 빌어먹을! "
 
겉모습이 고작 10살 전후로 보이는 소년들, 김남우와 공치열. 

그들의 나이는 32살, 30살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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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 전. 한 외계인이 지구로 '관광'을 하러 찾아왔다. 통일 인류의 정부는 외계인을 극진히 대접해주었고, 만족스럽게 지구 관광을 끝낸 외계인은 정부에게 한가지 선물을 두고 갔다. 

'영원의 구'. 이음새 없이 정교하게 원형을 이루고 있는 메탈 재질의 물체였다.

그 영원의 구 덕분에 인간들은 영원히 늙지 않게 되었다. 30살은 영원히 30살이었고, 20살은 영원히 20살이었다. 

하지만 문제가 있었다. 늙지 않는 것은 좋았지만, 성장 또한 멈춰버린 것이다.

10살은 영원히 10살이었고, 갓난아기는 영원히 갓난아기였다. 
영원의 구가 누군가에게는 영원한 젊음이었지만, 누군가에게는 영원한 정체였다. 

처음 몇 년이야 나이를 먹지 않음에 대부분이 환호했지만, 나이를 먹어도 성장하지 않는 자신들의 신체에 불만을 가진 어린 사람들의 목소리가 터지기 시작했다. 
영원히 어린아이의 몸으로 살아야 했던 이들은 민간 단체 '인류 진화 위원회'를 구성해, 영원의구 사용 중지를 위해 활동했다.

결국 정부는 1년에 한 번씩 매년, 영원의 구 사용을 놓고 전 인류 투표를 붙였다. 그 결과는?

20년째 단 한번의 예외없이, 영원의 구 사용을 유지하는 쪽이 승리해왔다.

그래도 그들은 열심히 활동했다. 어린아이의 몸으로 각종 서명운동을 하고, 영원의 구의 폐단을 세상에 알리기 위해 짧은다리로 열심히 뛰어다녔다. 
그러나 결과는 항상 투표 패배였고.. 매년 무력감에 빠진 회원들이 하나 둘 빠져나가 김남우와 공치열만 남게 된, 사실상 이름 뿐인 위원회가 되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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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대체가 왜! 왜 영원의구 사용을 멈추질 않는 거냐고!! "

방의 분위기는 어두웠다. 매년, '그래도 올해는, 그래도 올해는!' 하는 마음으로 달려왔지만.. 매년 펼쳐진 투표 결과가 둘을 무력하게 만들었다.
사실, 이번해에는 가능성이 있다 생각했다. 

보수 정권이 바뀌면서, 언론 매체들에도 영원의구의 폐단에 대한 기사들을 몇줄이나마 실을 수 있었고, 인터넷과 SNS 상으로도 영원의구 사용을 중지해야 한다는 여론을 모을 수 있었다. 
인류 진화 위원회는 올해에 모든 힘을 다 쏟아부었고, 실제 가상 투표율도 근소한 차이로 넘어섰지만... 어느순간 한방에 여론이 역전당했다. 

바로 '나이 폭탄' 때문이었다. 

항상 투표날이 다가오면 각종 언론 매체들은 나이 폭탄을 떠들어댔다.

[ 영원의구 사용을 중지하면, 그동안 늙지 않았던 나이를 한꺼번에 늙는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가능성이 있는 얘기로-, 만약 올해 투표로 영원의구 사용이 중지된다면, 겉나이 30살인 분들은 순식간에 50대의 몸으로 늙어버리시는 상황이- . . . ]

결국 늘 하던대로 가상 투표율은 크게 역전되었고, 마지막까지 남아있던 위원회의 회원들이 모두 나가버린 것이다.

" 그놈의 나이폭탄! 근거도 없는 얘기를 도대체 왜 매년 떠들어대는거냐고! "

분노하는 김남우의 옆에서 공치열이 한숨을 쉬었다. 

" 결국은 여론이야 형.. 우리 말을 실어주는 언론이 하나도 없는데 어떻게 투표를 이기겠어? "
" 옘병! 다 똑같은 족속들이야! 빌어먹을 늙은이들...! "

사실, 영원의구의 폐단은 많았다. 그러나 그 어떤 언론도 영원의구의 폐단을 실어주지 않았다. 
어떤 방송사도 그들의 목소리를 실어주지 않았고, 인터넷 상에서 아무리 열심히 활동한다해도 현실의 투표율은 늘 패배였다. 

김남우가 답답함에 자기 몸보다 큰 의자로 몸을 묻을 때, 공치열이 조심스럽게 제안했다.

" 저기 형.. 그러면.. 전파납치를 해보는게 어때? "
" 전파납치? "
" 내가 아는 사람 중에 두더지 형이라고 이상한거 만드는 사람이 있는데.. 그 형이 마음만 먹으면 지상파 방송을 30분은 훔칠 수 있다더라고. "
" 정말이야? "

김남우가 눈을 빛내며 몸을 일으켜세웠다. 

" 30분? 30분이면.. "

김남우의 머리가 빠르게 돌아갔다.

" 최대한 팩트들을 추려서 영원의구가 가진 폐단을 세상에 알릴 수 있어.. 30분이면 충분해! 정식투표 하루 전날 피크타임에 화면을 훔칠 수만 있으면...! "
" 근데 형, 그게 범죄라는게 문제이긴 한데.. "
" 그딴걸 따질 때야?! 20년을 참았어! 이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을 때가 됐다고..! 그 양반 어디가면 만날 수 있어?! "

말을 하는 김남우의 얼굴이 결의에 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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꽁치의 안내를 받아 김남우가 도착한 도시 외곽의 지하실. 두더지라는 인물은 정말로 통통한 두더지를 닮은 아이였다. 
두더지는 마찬가지로 10대 초반의 체구를 가지고 있었는데-, 기름 때 묻은 작업복 차림에, 기름때가 낀 작은 손의 모습은 그 겉모습과 어울리지 않는 것이었다. 
그래도 작업실 주변에 가득한 기능을 알 수 없는 기계들이, 무언가 범상한 인물이 아님을 알려주었다.

" 저희를 도와주실 수 있겠습니까? "
" 범죄자가 되긴 싫은데... "

김남우의 부탁에 두더지는 망설이고 있었다. 김남우는 끈기있게 설득했다.

" 왜 영원의구가 멈춰져야 하는지는 알고 계시지 않습니까? 이대로 가다간 인류는 멸망하고 말겁니다. "
" 그건 그런데.. 으음.. "

두더지가 계속해서 망설이자, 답답해 하던 옆의 공치열이 소리쳤다!

" 아, 형! 형 섹스해보고 싶다고 그랬잖아! 죽기전에 섹스는 해보고 싶다고! "
" 커, 커흠! 꽁치 임마 너! "
" 그럴려면 일단 영원의구를 멈춰야 할거 아냐! 그래야 죽기전에 뭐라도 해보지! "
" 크흠흠... "

두더지의 얼굴이 붉어졌지만, 공치열의 다그침이 효과가 있었다. 

" 알겠소. 대신, 절대 내가 관련있다는 사실을 밝히지 말아야 합니다! 만약 경찰에 잡혀가도 나는 전혀 모르는 일인거요! "
" 아! 감사합니다! 물론입니다. 모든 죄는 저희가 알아서 하겠습니다. "
" 크흠.. 30분만 잡아주면 되는거지? "
" 더 길게 가능하시면, 길수록 좋구요. "
" 글쎄.. 30분도 가능할지 잘 모르겠는데.. 방송국들도 대응을 할테니.. "
" 아무튼 최대한 부탁드립니다. 그 날자는 정확히, 영원의구 투표 전날입니다. "

두더지의 다짐을 받은 김남우의 얼굴이 결의에 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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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우와 공치열은 그 작은 몸으로 열심히 컴퓨터와 서류들을 뒤적거리고 있었다. 
작은 팔을 빠르게 놀리고, 짧은 다리로 뛰어가며 사전 자료들을 모았다. 

" 최대한 팩트로! 실화 사례들을 모아보고, 가능하면 당사자 인터뷰도 따와야 돼! "
" 어, 어! "
" 관련 논문들 다 뒤져보고, 통계치들 다 구해보고! 할 일이 많다 꽁치야! 뛰자 뛰어! "
" 어 엉! "

작은 몸으로 뻘뻘대며 움직였지만, 둘의 얼굴빛만은 살아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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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더지의 지하실, 김남우가 어울리지 않는 양복을 차려입고 카메라 앞에 서 있었다. 
손에 든 대본들을 흩어보며 시계를 확인하는 김남우, 카메라 뒤의 두더지에게 말했다.

" 이제 3분 남았습니다. "
" 준비 오케이야! "

김남우의 고개가 다른 쪽의 공치열에게 향했고, TV를 확인하고 있던 공치열이 대답했다.

" 방금 시청률 최고 드라마 시작했어! "

고개를 끄덕거린 김남우, 긴장 된 얼굴로 카메라를 바라보았다. 
이윽고 시계를 보던 두더지가 장치를 작동시켰다!

" 좋아, 지금 간다! "

정자세를 취하는 김남우. TV화면을 확인하던 꽁치가-

" 형 나온다! 나와! "
" 쉿! "

둘이 침묵하고, 카메라를 똑바로 바라보던 김남우가 연설을 시작했다!

" 안녕하십니까? 인류 여러분. 인류 진화 위원회의 '김남우' 입니다. 30분만 여러분의 시간을 뺏겠습니다. "

인삿말을 한 뒤, 잠깐 눈을 감았다 뜬 김남우는 톤을 높였다.

" 바로 내일이 영원의구 사용 투표날입니다. 단도직입적으로 제가 드리고 싶은 말씀은 그겁니다. 영원의구를 중지해주십시오. 영원의구가 인류에게 가져온 폐단들, 그 진실을 언제까지 외면할 순 없습니다. "

김남우는 양 팔을 벌리며-

" 제 몸을 보십시오. 20년 째 초등학생의 몸입니다. 저같은 이들의 괴로움을 예상하시겠다고요? 이해하시겠다고요? 아니요, 그것은 충분하지 못합니다. 그동안의 언론들은 충분히 알려주지 않았습니다. 직업도 가질 수 없고, 결혼도 할 수 없고, 꿈은 사치입니다. 이 몸뚱아리는 술조차 제대로 못마시고 여행도 못 가고, 취미생활도 힘들고, 네. 섹스도 못 합니다. 그럼, 저보다 어린 이들은 지금 어떻겠습니까? 그럼 20년째 갓난아기인 이들은 어떨까요? "

김남우는 자료를 들어보였다. 

" 두뇌 발달이 안된 갓난아기들은 20년째 갓난아기로 살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다면 그들을 20년째 키우고 있는 부모들은 어떨까요? 매일매일 새벽에 3,4시간씩 쪽잠을 자며 아기들을 케어해야 하는 부모들은? 20년째 모유수유를 하고, 20년 째 똥귀저기를 갈아야 하는 부모들은? 그러면서도, 내일이면 아이가 자라나 나아질 거라는 희망도 없는 부모들은?! "

김남우는 기사들 자료를 넘기며-

" 한 해 사망하고 버려지는 영아들의 숫자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습니다. 특히, 영원의구 투표 다음날 가장 높습니다. 그 아이들을 누가 죽이고 있는 건지 예상이 되십니까? 예상이 되신다면, 그들을 누가 비난할 수 있겠습니까?! "

김남우는 높아진 톤을 잠깐의 텀으로 줄이고, 다시 이야기를 이었다.

" 불임부부 문제가 언제부터 방송에서 사라지게 된 걸까요? 왜 우리는 불임에 관한 불행한 소식들을 뉴스로 볼 수 없게 된 걸까요? 누가 의도적으로 막는 걸까요?! 아시다시피 우리는 임신을 해도, 아이를 가질 수가 없습니다. 아이가 뱃속에서 자라지를 않는다는 겁니다. 이 말이 얼마나 무서운 말인지 모르십니까?! 인류는 매년 그 숫자가 한없이 줄어들고 있습니다! "

김남우는 통계자료들을 펼쳐보이며 마구 터트렸다!

" 늙지 않는다고, 우리가 불사신입니까?! 교통사고, 자연재해, 전쟁, 살인! 인류는 끊임없이 그 수가 감소하고 있습니다! 한데, 새로 태어나는 아이들은 없습니다! 이 말은! 이대로 영원의구가 지속된다면, 결국 지구상에 인류는 멸종하고 말 것이란 겁니다!! 그때가서 영원의구를 중지할 겁니까?! "

시뻘개진 얼굴로 서류들을 집어던진 김남우는 소리쳤다!

" 인류가 멸망하지 않으려면 영원의구를 당장 중지시켜야 합니다!! 인간을 순환시켜야 한단 말입니다! 순환! 순환! 순환!! 우리는 지금 모두 멈춰있습니다! 누가 멈추길 바랍니까? 기득권들! 지구가 멸망하든 말든 상관없이 자기가 쥔 것을 놓지 않으려는 기득권들! 영원히 절정기를 보내고 싶은 기득권들! 어린 몸을 가진 이들은 나이를 먹어도 영원히 직업을 가질 수 없고, 이미 가진 이들은 영원히 기득권을 놓지 않고! "

김남우는 그 어린 눈이 충혈 될 지경이었다! 

" 가진자들의 영원을 위해, 못가진 자들의 미래가 희생되어야 하는 세상! 그것도 인류의 멸망을 조건으로!! 이런 세상을 바꿔야 하지 않겠습니까?! 영원의구는 멈춰야 합니다!! 영원의구가 멈추면 나이폭탄을 맞는 다고요?! 단 한번도 증명된 적이 없습니다! 단 한번도 멈춘적이 없으니까! 늙기 싫어하는 권력자들이 만들어낸 루머입니다! 헛소문입니다! 영원의구는 반드시 멈춰져야 합니다! 인류가 멸망하지 않으려면!! "

김남우는 마치 피를 토하는 듯했다. 찍고있는 두더지가 다 비장해질 정도였다. 
김남우는 카메라를 노려보다 눈물을 흘리며, 담담한 톤으로 마지막 솔직한 진심을 말했다.

" 정말... 자라고 싶습니다...  제발... 늙어주십시오... "
" ... "
" ... "

타이밍맞춰, 공치열이 보고 있던 TV화면이 원래대로 돌아가버렸다. 
셋은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먹먹한 침묵이 지하실을 메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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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혀, 형! 인터넷 지금 대폭발이야!! 반응이 폭발적이라고!! "

공치열이 들뜬 얼굴로 떠들었다! 희망적인 표정을 숨길 수 없었다!

" 여론이 완전히 돌아섰어! 가상 투표 결과도 반전했어! 이대로라면 무조건 내일 투표는 승리야! "
" ... "

공치열의 눈시울이 붉어있고, 김남우도 같았다. 

" 내일은 꼭...! 소주 한잔 하자 꽁치야! "
" ... 그래 형! "

괜히 둘은 서로를 보며 웃어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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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말 아슬아슬했습니다! 20xx년, 영원의구 투표결과! 찬성 52%로, 올해도 영원의구 사용이 유지됩니다-! ]

" ...... "

김남우, 공치열, 두더지는 말문을 잃었다. 굳은 얼굴의 둘 보다, 두더지가 더 분개했다.

" 크흠! 옘병할 왜 이따위야?! 늙은 새끼들은 그렇게까지 늙기가 싫은거야?! "

세상 다 산듯한 공치열이 말했다.

" 역시 나이폭탄 때문이에요... 그놈의 20년 나이폭탄 타령이 무서워서 나이먹은 사람들은 죄다 찬성표를 던지니... "
" ... "

고개숙이고 한참을 말이 없던 김남우, 무서운 눈빛으로 두더지에게 물었다.

" 영원의구 관리시설에.. 몰래 침입할 방법이 있겠습니까? "
" 형?? "
" 그래. 그 나이폭탄 이라는게 있는지 없는지, 내가 보여줘야겠어. 어떻게든...! "

형형한 눈빛의 김남우가 이를 갈았다. 
김남우는 가만히 두더지를 쳐다보았고, 미간을 좁히고 고민에 잠겨있던 두더지가 입을 열었다. 

" 굳이 하자면 불가능 할것도 없지.. 한데 많은 계획을 짜야 할거야. 아주 많은.. "
" 두더지형?? 남우형?? 그, 그건 너무 무모한...! "
" 꽁치야! 영원히 그 몸뚱아리로 살래?! 투표로는 안돼! 이놈의 세상은 투표로는 절대 바뀔 수가 없어! 직접 영원의구 사용을 멈춰주겠어 내가..! "
" 혀,형... "

꽁치의 얼굴이 걱정스러웠지만, 이미 김남우는 결의에 차 있었다. 두더지도 조금은, 김남우의 얼굴을 닮아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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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 ... "
" 땅굴을 팔 거라고 예상했는데... "

어두운 밤, 세 아이가 열기구 위에 타 하늘을 날고 있었다.

" 크흠! 편견이라고! 어느 세월에 땅굴을 파? 하늘에서 내려가는게 빠르지! "
" 예에.. 근데 이거, 지상에서는 전혀 감지가 안되는 겁니까? "
" 물론! 감지는 물론이고, 특수 코팅 덕에 육안으로도 밤하늘과 똑같이 보일걸? 내려갈 때는 조금 문제지만... "

셋은 똑같이 생긴 검은 슈트를 입고 있었다. 공치열이 겁먹은 얼굴로 말했다.

" 나 정말 무서워서 못 뛰어내릴 것 같은데... "
" 크흠! 걱정하지마! 무소음 자동 낙하산이니까, 가만히 있어도 옥상 물탱크 위로 정확히 위치까지 알아서 잡아줄거라고! "
" 테스트 해봤어? "
" ...크흠. 아니.. "

공치열의 얼굴이 일그러졌지만, 김남우의 얼굴이 워낙에 단호했다. 곧, 두더지의 손에 들린 노트북이 낙하 지점을 알려왔고- 셋은 몸을 던질 준비를 했다.
셋은 가운데에 공치열을 끼고, 입에 천을 문채로 동시에 뛰어내렸다-!

' 휘이이익-! '

놀라 커진 눈의 셋! 조용히 펼쳐진 낙하산을 타고 빠르게 떨어져 물탱크 위를 굴렀다!
충격 흡수 슈트덕에 아무도 다치진 않았지만, 공치열은 얼른 천을 뱉어내며 놀란 마음을 토해냈다.

" 으아아! 뭐가 이렇게 아파?! "
" 크흠..무소음이라 어쩔 수 없어. "
" 가자...! "

옥상에 내려선 셋은, 김남우의 주도하에 건물로 진입했다. 아장아장 걸음으로 조심스럽게 움직이는 셋, 비상계단 쪽으로 들어와 모여앉았다.

" 이쪽 비상계단으로 내려가면 소방용 비상문이 중앙 관리실로 연결 돼 있어. 물론 잠겨있을 거지만.. 그거야 내가 뚫으면 되고. 문제는 안에 있을 경비야. "
" ...영원의구는 항상 경비가 지키고 있습니까? "
" 몰라! 그게 정보가 없어.. 안에 누가 몇명이 어떻게 있을지 전혀 몰라. 구조라고 해봐야 방송에서 보여준 단편적인 화면 밖에 없고.. "

두더지가 꺼내든 영원의구 사진 속에는, 원형의 복잡한 기기들로 가득한 방의 모습이 있었는데, 방 한가운데에 영원의구가 세워져 있었다. 그 앞에는 기찻길의 레버처럼 길다란 레버가 왼쪽으로 당겨져 있었고.

" 경비가 있다면... 그냥 다 무시하고 달려서 일단 이 레버만 당겨버립시다. 누가 됐든 간에.. "
" 음... "

셋은 고개를 끄덕거리고 움직였다.
다행히 비상계단에 경비는 없었고, 셋은 무사히 소방용 비상문 앞에 도착할 수 있었다. 김남우가 문에 귀를 기울여보았다. 

" 소리 들려 형? 누구 있어? "
" ...없는 것 같은데.. "

고개를 끄덕이고, 곧 두더지가 공구를 꺼내어 문의 열쇠를 땄다. 조심스럽게 자세를 잡고 천천히 문을 열고, 김남우가 조심스럽게 안을 살피고-

" ...1명 있다. 경비라기 보다는 관리자 같은데.. 멀리 의자에 앉아 등을 돌리고 있어.. "

서로를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거리는 셋, 조심스럽게 안으로 진입했다. 작은 몸을 더 작게 엎드려 천천히 기어서 관리자에게 접근하는데-,

" ?! "
" ?! "

뒤로 기지개를 펴다가 바닥의 셋을 발견하는 관리자!!

" 뭐, 뭐야 니들?! "

" 이런 씨! "

벌떡 일어난 김남우가 관리자를 향해 달려들었다! 그러나 초등학생의 몸을 던져봐야, 간단히 옆으로 밀침당하는 김남우!

" 큭! "

곧바로 공치열과 두더지도 관리자에게 달려들고! 관리자가 큰 소리를-!

" 이, 이 새끼들이 뭐-! 읍!! "

급히 다시 일어난 김남우가 온 힘을 다해 관리자의 입을 막고! 꽁치가 다리를 잡아 넘어뜨리고, 쓰러진 관리자의 상체를 두더지가 찍어눌렀다!
말그대로, 어린아이 셋이서 관리자의 몸을 삼등분하여 제압했다! 
급히 가방에서 꺼낸 테이프로 관리자를 결박하는 두더지! 가장 먼저 입을 막았다!

" 으읍! 읍! 읍! "

손을 뒤로 묶어 새우처럼 바닥에 눕혀진 관리자, 발광하는 소리가 너무나 컸다!

" 혀, 형! 이러다 사람들 다 모이겠어! "
" 크흠! 기절시켜야 하나?! "
" 시간 없어! "

김남우는 곧바로 영원의구로 달렸다! 뒤이어 망설이다 관리자를 냅두고 다다다다 달려가는 둘!

영원의구 앞에는 왼쪽으로 제껴져있던 레버가 있었고, 단박에 레버를 잡은 김남우가 힘껏 오른쪽으로 당겼다! 한데,

" 큭-?! "

레버가 당겨지질 않았다! 뒤를 돌아보며 둘을 부르는 김남우!

" 안당겨져! 빨리-! "

곧장 레버에 달라붙은 셋이 동시에 오른쪽으로 힘을 낑낑 썼다! 
그래도 레버는 넘어가질 않았고, 두더지가 다급히 소리쳤다!

" 자, 잠깐! 뭐야?! 레버가 고정돼 있잖아?! "
" 뭣?! "

그제야 레버의 아랫부분을 바라보는 김남우, 두더지의 말대로 레버의 아래부분은 시멘트로 메워져있었다!

" 이, 이런 빌어먹을?! 이걸 막아뒀다고?! "

김남우는 극렬히 분노했다! 

" 애초에 투표같은 건 상관없이 영원히 레버를 고정시켜 둘 셈이었어?! 이 새끼들이 진짜...! "
" 어, 어떡하지 형? "

공치열과 두더지의 얼굴이 다급해졌다. 한데? 

" ...... "

김남우는 심각하게 생각에 잠겨있다가 눈을 형형이 뜨며 고개를 들었다.

" 상관없어...! "

" 뭐? "
" ? "

뒤로 멘 가방을 앞으로 돌려 여는 김남우, 가방 안에서 무언가를 꺼낸다! 
곧 화들짝 놀라 커지는 두더지의 눈!

" TNT?! 폭탄?! "
" 뭐어?! 형?! "

" 영원의구를 파괴시켜버릴거야...! "

" 뭣?! "

놀란 얼굴의 둘은 안절부절을 못했다! 

" 혀, 형! 그랬다가는 어떻게 될지가...! "
" 이봐! 그럼 사람들이 우릴 죽이려들거야! 다시는 영원의구를 사용할 수 없게 되기라도 하면! "

" 그게 내 목표야...! "

" 뭐?? "

김남우는 이를갈며 영원의구를 노려보았다.

" 영원의구 같은건 애초에 필요없는 물건이었어! 인류에게 선물이 아니라, 재앙일 뿐이야! 인류는 영원의구가 없었던 시절로 돌아가야 돼.. 앞으로도 영원히! "

광기에 찬 김남우의 얼굴을 본 공치열이 다급히 반대했다!

" 그, 그런...! 형! 우리도 나이 먹으면 영원의구가 필요해질 수도 있다고..! "

강렬하게 공치열을 노려보는 김남우!

" 이 새끼가 그걸 지금 말이라고?! 지금 우리가 증오하는 영원의구를, 나이 먹고서는 우리도 필요해질 거라고?! 지금의 빌어먹을 기득권처럼 우리도 변할거란 말이야?! "

" 꼬, 꼭 그런 말은 아니라! 사람일은 어떻게 될지 모르니까! 어?! 솔직히 우리도 한참때의 나이가 됐을 때... 안늙으면 좋잖아..? "
" 공치열-!! "
" 큭... "

기함한 김남우가 공치열을 노려보다가, 폭탄을 영원의 구에 장착했다!

" 빨리 멀어져! 터지기 전에!! "
" 으으...! "

포박된 관리자 쪽으로 달려가는 둘, 곧이어 김남우도 뒤따랐다. 관리자를 끌고 비상계단 쪽으로 빠져나가는 일행! 계단을 올라가서 곧,

" 귀 막아-! "

눈을 질끈감고 폭탄 스위치를 올리는 김남우! 


' 쾅-!! '

" 큭! "

층 너머로 폭발음이 들려왔다! 소란스러워지는 건물! 김남우가 얼른 달려가 문 너머를 확인했다!

" 됐다...! 됐어! "

영원의구가 산산이 부서져있었다! 

급히 뒤돌아 일행에게 가는 김남우, 

" 됐어! 영원의구는 멈춰졌어! 옥상으로 가자! 탈출해야지! "
" 으, 응..! "

다급히 빠져나가려는 셋, 한데! 

" 이런 멍청한! "

테이프로 막아두었던 관리자의 입이 풀렸다! 김남우와 눈이 마주치고 악을 쓰는 관리자!

" 쓰잘때기 없는 짓거리를 저질러! 그런다고 너희들이 나이를 먹을 수 있을 것 같아?! "
" 뭐?? "

관리자의 말에 멈춰선 김남우, 관리자가 소리쳤다!


" 시바알! 영원의구 같은 건 없어! 없다고! "


" 뭐?? "


셋의 얼굴이 멍청해졌다-
그런 셋을 비웃으며 지껄이는 관리자,

" 정부의 말을 믿었어?! 외계인을 극진히 대접해줘서 외계인이 선물로 영원의구를 주고 갔다고? 병신! 정부를 몰라?! 정부가 얼마나 병신같은 것들인지 모르냐고! 외계인을 대접했지! 아주 극진히 대접했어! 기술을 캐내려했고, 해부를 해보려했고, 도망가지 못하게 가뒀지! "

" 뭣...?? "

" 화가난 외계인이 인류에게 저주를 뿌렸어! 영원히 인류가 성장하지 못하게 말야!! 영원의구 같은 건 없어!! 다 정부의 잘못을 가리기 위한 꾸며진 것들일 뿐이야!! "

" 그, 그럼 왜 레버를 돌리겠다는 투표를...! "

" 다 조작이라고 병신들아! 인류에게 미래는 없어! 그냥 이렇게 영원히 소모되다가, 멸종할 뿐이라고-!! "

" ...... "


셋은 멍하니 할 말을 잃어버렸다. 미래를 잃어버린 사람들처럼...


.
.
.
.
.
.


[ 예~ 작년에 이어 올해도 영원의구 투표 결과가 박빙이었습니다! 작년도에는 찬성이 52% 였는데요, 올해는 51%! 그야말로 초 박빙이었습니다~! ]


인류 진화 위원회의 사무실은 텅 비어있었다. 
아무도 없이, 텅 텅.
 
 
 
 
 
 
더 재밌는거 많다. 출처 들어가서 이 분 글 검색하면.

7개의 댓글

2017.12.02
컨셉은 재밌는데 필력 살짝아쉽..
0
2017.12.02
@달 전 전역
출처가보니까 필력 개쩌는거 많네 ㄷㄷ
0
2017.12.03
기묘한이야기...진짜 기묘하네
0
2017.12.03
잼땅
0
2017.12.04
이분거 재미진거 많음 ㅎㅎ
0
2017.12.04
애 낳아서 기르고 때되면 인조인간 몸에 이식할 수 밖에 없겠군!
0
2017.12.04
답은 전뇌다 전뇌. 기계몸으로 갈아타야지 뭐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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