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 글

[SF] Hate ; right 3-1

Right ; hate 3-1

#right #hate #권리 #헤이트 #3화

폭격이 한참 이루어지고 있던 상공에서 “엔하 암스트롱” 정보 분석관은 순양함 “불길” 호에서 인공지능에게 피해 개체수 집계, 사살 판정 정리, 민간인 구호 현황에 대한 자료 수집을 맡겨두고 정신 없이 쏘아대는 폭격 세례를 구경하고 있었다. 

“어우, 로울틱 찰스 양반.. 아주 포탄을 쏟아붓네..”
티먼 치앙나 제독의 폭격 부관이라 불리는 라이트이어급 구축함 “피플”호의 함장, 로울틱 찰스는 지상에 폭격 범위 설정을 걸어놓은 이후 자동사격을 켜놓았기 때문에 인공지능은 밑에서 어떤 움직임이든지 포착하면 닥치는대로 사격하고 있었다. 아군 들마저도 움찔거리게 만드는 무자비한 화력이었다. 

암스트롱 분석관은 이번이 첫 실전 사례인데다가 너무 극단적인 화력 투사를 보고 있으니 바싹 입이 말라와 지상의 끔찍한 광경에서 눈을 떼고 잠시 물이나 마시려 잔을 집었다. 하지만 순간 제다가 하는 현황 보고에 잔을 놓쳐버리고 말았다. 인공지능이 현 사태에 대한 유력한 주동자와 집단을 발견했다고 보고해왔기 때문이었다. 
“다 사이보그들이 한 짓 이었네?”

그는 얼빠진 소리로 혼잣말을 한 뒤 인공지능에게 재빨리 명령했다. 
“제다, 사이보그들이 테러를 저지르는 이유를 분석해줘. 이유가 뭐지?”
“정보 분석관님, 그 자료는 현재 부족하여 답변을 드릴 수 없습니다. 유력 용의자들에 대한 기억 정보가 필요합니다.”
엔하 암스트롱은 제다의 말에 따라 선별된 유력 용의자의 기억 정보를 입수하기 위해 플렉서블 회사를 압수수색하도록 요청했다. 플렉서블은 모든 사이보그의 기억 데이터를 압축화 하여 보관하고 있는 곳이었다. 

“리플리… 핸콕..?”
엔하 암스트롱은 제다가 분석해준 용의자 제일 윗선에 있는 인물의 이름을 알아내고 혼잣말을 했다. 그는 백여년의 폭발 사고로 꽤 이른 나이에 죽어버린 사람이었다는 것 외에는 아무 정보도 없었다. 

“제다, 리플리 핸콕에 관한 기억체험기 돌려.”
그는 제다에게 기억 체험기를 이용해 "사이보그 핸콕"에게 남아있는 기록 로그들을 모조리 살펴보게 하고 혐의점이 있는 위험한 장면을 추출해서 시간 순서대로 나열하게 한 뒤 재생할 것을 명령했다. 제다는 잠시 정리하는 시간을 갖더니 체험기를 재생시켜 주었다.

어둠이 있었고 그 이후 핸콕이 눈을 떴다. 

갈색의 나무 풍의 천장과 집이 보였고, 선반에는 초록색 오리가 까닥거리며 인사하고 있었다. 그의 망막에는 바깥의 창에서는 햇살이 비추어 들어오고 있었으며 조금 더 있자, 누군가 웅성대는 소리가 났다. 

그리고 그에게 낯선 이가 다가왔다. 플렉서블 회사의 "미스터 에그". 그는 자신을 그렇게 소개했다. 

핸콕은 영문을 모른채 모든 것을 낯설어했다. 
“뭐죠? 제가 왜 여기에 있죠?”
그의 말에 미스터 에그는 안타까운 듯, 그가 작업실로 이동하던중 적재된 창고에서 원인 불명의 폭발이 일어나 사망하게 되었다고 설명했다. 핸콕은 도저히 믿기지가 않아 자신의 몸을 움직여보았다. 살아 생전과 크게 다를 것은 없었다. 다른 점이라고는 조금 자기가 꿈을 꾸는 듯한 기분이 든다는 것. 

옆에는 20년 동안 사귀어온 여자친구가 눈물을 글썽거리고 있었다. 
“죽기 전의 기억이 나지 않아요.”
핸콕의 말에 미스터 에그는 눈물을 글썽이며 죽기 전의 기록은 과도한 충격을 받을 수 있기에 삭제 된다고 설명했다. 

여자친구가 가까이 다가와 그의 검은 손을 잡았다. 
“이렇게라도 다시 봐서 다행이야…”
핸콕은 그녀의 말에 일단 이 삶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그리고 그는 여자친구의 차를 타고 천천히 집으로 향하며 생각에 잠겼다. 대부분의 사이보그들은 인간으로서의 천수를 다하고 되는 것이 대부분인데, 자신은 너무 어린 나이에 이 운명을 받아들여야 해서 너무 착잡했다.

그는 집에 오자 배터리와 함께 살아가는 법을 익혀야했다. 그도 늙었다면 주사로 주입되는 포도당과 보조 육체를 위하여 전자배터리만으로 살아가는데에 익숙해졌을지도 몰랐다. 하지만 그는 아직 너무 젊을때 죽어버려서 그런 것을 사용할 필요가 없었었고 그래서 그런지 사람들이 식사하는 모습을 보자마자 굉장한 서글픔을 느꼈다. 

핸콕은 쓸쓸해지자마자 뭔가를 먹고 싶다는 욕구가 치밀어 올랐다. 하지만 그가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자신의 바닥난 충전 베터리셀을 갈아끼우는 것 외에는 없었다. 그는 아직은 배터리를 가는 것이 익숙하지도 않았고 귀찮기도 해서 옆에 있던 안드로이드 봇에게 명령했다. 
“야, 배터리 좀 넣어줘.”
하지만 안드로이드 봇은 자신을 멀뚱멀뚱 쳐다보더니 한마디만 하는 것이었다.
“죄송합니다만, 저에게 명령하실 권한이 없습니다.”
“!”
핸콕은 깜짝놀랐다. 자신의 생전에 자신의 여자친구와 함께 동거할때 쓰던 봇이었는데 자신을 못알아보는 것이었다. 
“무슨 미친소리야? 이 자식아, 너 미쳤어?”
“죄송합니다만, 권한이 없으십니다. 사이보그는 저에게 명령하지 못합니다.”
“뭐?”

핸콕은 완전히 충격을 받아 옆에 있는 여자친구에게 물었다.
“알고 있었어? 사이보그는 명령하지 못한다는데?”
“나도 몰랐어.”
여자친구의 말에 핸콕은 당황해서 자신이 쓸 수 있는 아무 통신장치를 연결해 인공지능 “집사”에게 명령했다.

“주변 인공지능 연결해줘.”
“죄송합니다만, 사이보그는 저에게 명령하실 수 없습니다.”
다시 나오는 말에 핸콕은 완전히 정신이 나가버릴 지경이었다. 그는 여자친구를 불러 손짓하며 외쳐다.
“말 들었어? 집사가 내 말은 안듣겠대. 쟈기가 집사한테 좀 시켜봐. 내가 쓸 개인용 인공지능이 필요한데 신청해달라고.”

여자친구는 핸콕의 말에 자신의 집사에게 명령했지만 잠시 소리를 듣더니 안색이 파래졌고, 한마디 말을 남겼다.
“...어쩌지? 사이보그가 인공지능을 사용하는 것은 법적으로 금지되어 있대…”

핸콕은 그제서야 자신의 처지를 알 수 있었다.

그는 충격을 받아 닥치는대로 다른 사이보그는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지 수집했다. 원격 접속을 통해 커뮤니티에 접속하여 여러 의견을 들어본 결과 사이보그를 최대한 인간과 가깝게 복원시켜 주는 기술은 사이보그 사이에서도 찬반 반응이 컸다. 

사이보그들은 죽는 것이 두렵고, 죽음 뒤의 세상을 보기 위하여 뇌의 사이보그화에 찬성했지만 결국 사이보그 회사인 플렉서블이 짜놓은 프로그램으로 움직이는 기계가 아니냐는 의심을 하고 있었다.

물론 플렉서블 및 인공지능 알고리즘을 조금이라도 아는 사람들은, 사이보그는 다른 통상적인 사람들 및 자신의 기억을 바탕으로 한 반응 알고리즘 대로 움직이는 것 뿐이기 때문에 플렉서블이 모든 것을 창조하는 신이 아니라고 분명히 못박았다. 

하지만 플렉서블 회사를 믿지 않는 사이보그들은 그 말을 믿지 않았다. 사이보그가 될 경우 공격성과 폭력성을 삭제한다는 말이 파다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또 이에 대해 반박하는 입장에서는, 플렉서블에서 인간이 사이보그가 될때 범죄를 저지르는 성향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수정을 가하지만 너무 많이 왜곡을 가할경우 기억 조작에 대한 고객들의 항의를 받기 때문에 우려할 수준은 아니라고 주장했다. 

인공지능 프로그램과 개인용 안드로이드를 사이보그는 왜 사용할 수 없는지 따지는 의견들도 많았다. 하지만 이 부분은 명확한 대답이 없었다. 단지, 인류 연합 정부가 금지하고 있다는 정도였다. 많은 사이보그들이 청원운동을 하고 시위도 벌여보았지만 모두 손쉽게 인류 연합정부에게 진압되었다. 인류 연합 정부의 지침은 간단했다. “영원한 시간이 있는 자들이 인공지능이 왜 필요한가?”

하지만 사이보그들은 인류 연합 정부의 진심은, “사이보그는 인간은 아니며, 또 사이보그도 아니고 완전히 기계 인간, 로봇에 불과하다” 것이라고 느끼고 있었다. 즉 기계인간인 자신들을 ‘사이보그’라고 불러주는 대신, 모든 정치에 대한 권리, 일상에서의 권리를 박탈하여 버린 것이다. 

사이보그들은 자신들에게 모든 것을 다 해주던 안드로이드 봇을 잃어버린채 홀로 살아가는 법을 익혀야 했기 때문에 너무나도 불편해했다. 사실상 모든 커뮤니케이션이 단절 되어 버린 것이다. 사이보그들은 자신이 정말 필요한 것이 있다면 인간을 통해 부탁해야 했고, 간단한 것은 만들어 쓰거나 자신들만의 커뮤니티를 이용해야 했다. 인간들이면 다 자동으로 할 것들을 말이다!

핸콕은 이런 사실을 받아들이고 굉장히 난감했다. 그래도 다른 사이보그들은 자신이 늙은 뒤 죽어서 다시 태어난 존재이기 때문에 인간 세상에 대한 애정이 가득했고, 손자와 손녀들이 커가는 모습을 보며 만족하는 존재가 대다수였다. 하지만 그는 불운하게 너무 빨리 사이보그가 되어버린 처지라 그럴 수 조차 없었다. 

그는 “걸어다니는 사진첩”으로 불리는 사이보그인 자신이 과연 새로운 것을 배워서 적용시키는 것이 가능할지 고민하게 되었다. 살아 있는 기간이 길 수록 가치관과 성격은 고정되었고 또한 기억의 양도 많아 사이보그가 되었을때 생전의 모습을 더 잘 흉내낼 수 있었지만 자신은 너무 젊을때 죽었기 때문에 가치관을 흉내낼 자신만의 자아가 확실하게 형성되었는지 조차 의문이었기 때문이었다. 

만약 나의 자아가 완전히 형성되지 않은채 사이보그가 된 것이라면 이제 살아가면서 자신의 자아 보다는 타인의 성격이나 상황대처 데이터 베이스를 쓰게 되므로 조금씩 타인의 영향을 받을텐데, 이렇게 되면 성격은 어떻게 바뀔지, 가치관은 어떻게 바뀔지 가늠조차 할 수 없었다. 아니, 가늠 뿐만이 아니라 가치관이 바뀌는 것이 맞는지, 바뀌기는 하는지 조차 궁금해질 지경이었다. 또 이렇게 계속 진행되면 자신의 정체성이라는 것마저 사라지는 것은 아닌지 우려스러웠다. 

그러던 중, 그에게 누군가가 연락이 왔다. 
“쏘..저..우?”
쏘저우라는 이름의 남자는 핸콕에게 관심이 있다며 만나자고 연락이 온 것이다. 핸콕은 이래저래 생각이 많아지고 있었기 때문에 당신의 고민을 어느 정도는 해결해 줄 수 있지 않겠느냐는 쏘저우라는 남자의 말에 흔들렸다. 그리고 고민 끝에 한번 만나보기로 결정했다.  어쩌면 이미 죽은 몸이라서 더 쉽고 과감하게 결정할 수 있는 건지도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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