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 글

겨울, 그아이의 손에서는 더이상 물비린내가 나지 않았다

내가 사랑하던 그 아이의 손에서는 항상 물비린내가 났다.


그래서 그를 처음 만났을때 그에게서 나는 묘한 냄새에 거부감을 느꼈다. 때문에 그에게 다가가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았다.


그러나 그 아이에게는 영화 레옹에 나오는 마틸다처럼, 화면에서 벌떡벌떡 튀어나올것만 같은 생동감이 있었기에


그에게 끌릴수밖에 없었다. 그 아이와 친해진 이후에는 그 친구의 몸에서 나는 희미한 비린내에 대해 물어봤다.


정작 자신은 전혀 알지 못했던 듯 하다. 나는 어디에서 냄새가 나는지 알려주겠다며 그의 온몸을 코로 흝었다.


나는 그의 머리와 어깨, 팔에 코를 가까이 대고 냄새를 맡기 시작했다. 그곳에서는 오직 샴푸와 비누, 그리고 섬유 유연제 냄새뿐이었디.


나의 코가 그의 팔목쪽으로까지 내려가자 냄새가 나기 시작했다. 유레카! 그 냄새는 손에서 나던 것 이었다.


그 아이는 당황하며 자신의  물비린내가 나를 불쾌하게 만드느냐고 물어봤다. 나는 그 냄새가 첫인상에 별로 좋지 않은


영향을 끼쳤다고 말하자 조금 풀이 죽은듯 보였다. 귀여웠다. 이후로 나는 그에게 비누도 선물하고 스킨도 선물해보고


바디워시도 바꾸도록 해보았지만 진한 인공향내음 뒤로 희미한 물비린내는 항상 존재했다. 그 친구는 고무장갑이 


문제가 아닐까 하며 다이소에서 2000원하는 고무장갑으로 바꿔보았지만 다음날 그아이의 손에서는 물비린내와 함께


새로 산 고무제품의 불쾌한 냄새가 같이 날 뿐 이었다. 문제는 수건에 있었다. 옷은 대충 빨아 널어도 잘 말랐지만 


오직 수건만은 빨아도 빨아도 물비린내가 났다. 열심히 손을 씻어봐야 수건으로 물기를 닦으니 그 냄새가 사라질리 없었던 것이다.


그 아이는 그것이 원래 수건의 고유한 냄새인 줄 알고 있었다. 옷은 빨랫대의 한칸씩 써서 말리면 됐지만


수건은 빨랫대의 두칸씩 사용하여 항상 뽀송뽀송하게 말리지 않으면 안되는것을, 그는 모르고 있었다.


그의 어머니가 집을 나가버린 이후, 그는 자신의 어머니가 되었다.빨래를 하는법도, 음식을 하는법도, 사랑을 하는 법도


혼자 익혀야했다. 그는 환상적인 요리사였지만 빨래는 그리 잘하지 못했다. 바지의 지퍼는 잠그지 않고 세탁기돌려


그의 옷은 항상 구멍이 난 상태였고, 휴지를 주머니에 넣은채로 바지를 빨때도 많아 옷에서 휴지쪼가리를 떼어내야 했던때도 많았다.


그리고 그에게 두꺼운 수건은 자리를 넓게잡아 수분이 충분히 날아가도록 말려야 한다는것을 알려줄 사람은 없었기에


결국 그의 손에서 나던 냄새는 외로움의 내음이었던 셈이다. 그의 어머니가 그를 떠난 이후 내내 수건에서 빠지지 않던


물비린내처럼, 고독은 그의 마음속한켠에 항상 자리잡고 있었다. 그렇기에 나는 그와의 관계를 가질때 그의 손을 핥아 애무했다.


물비린내가 나는 그의 손이 너무 가여워, 그를 위로해주고 싶었다. 그리고 그 냄새가 나의 향기로 대체되길 바라며


더욱 애타게 그의 손을 애무했다. 겨울이 오고, 그아이의 손에서는 더 이상 물비린내가 나지 않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시기는 그가 나와 멀어지기 시작한 시기와 정확히 맞아 떨어졌다. 날씨가 가장 춥던 1월의 겨울, 그 아이는 나에게


이별을 고했다. 그아이의 손에서 나던 물비린내가 사라진것이 그가 고독을 극복해서였는지, 아니면 마음을 닫아 그 냄새를 더욱


철저하게 숨겨서였는지는 알 수 없었지만 그아이가 한층 성장했다는 생각에 기쁘면서도 씁쓸한 기분이 들었다.

1개의 댓글

2017.11.02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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