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 글

단편) 덜렁대는 봄

"사진이 없으면 안됩니다"

 

안경을 쓴 중년의 남성이 이제 막 서른이 되어 보이는 여자 교사와 함께 '뭘 그런걸 두고 오느냐' 라는 뉘앙스로 말했다

 

남자는 그제서야 자기가 원서 작성의 기본인 증명사진을 두고 왔다는 사실에 생각이 닿아서 스스로를 가볍게 책망한채 알았다고 말하고

맞지않은 복권에 돈을 잃은 사람처럼 돌아서서 사무실을 나갔다

 

사실 남자의 계획은 여기서 상당하게 꼬여버렸다 비록 제대로 집중하지않는다해도 나름의 수험준비생이기에

할일을 모아서 오늘 하루에 다하고 남은 시간은 휴식을 취하다 생활비비와 용돈을 위해 하고있는 알바를 가려던 생각이었으나 

 

첫 단추부터 꼬인셈이다

 

집까지 가려면 왕복 한 시간이 걸린다는 생각에 남자는 자신의 모교이자 원서 접수처가 있는 동네에서의 일을 마치고 하려했던 일을

지금 동네로 가는김에 해야겠다고 마음 먹고 버스에 몸을 실었다 

 

남자는 무좀을 앓은지 지난 5월 부로 2년이 되었다, 이 지독한 가려움과 질병에서 느껴지는 불결함은 게으른 남자가 피부과를 찾기에 충분했다

퇴사를 결심하는 직장인처럼 당당하게 버스에서 내려 자신의 동네 피부과를 찾아온 남자는 약과 연교를 처방받았다는 사실만으로 자신의 질병이

이미 나은 듯 한 생각이 들었다 

 

오늘 자로 생일을 맞은 남자의 어머니를 위한 꽃을 사기 위해 피부과 건물에서 나와 바로 앞 노상에 있는 꽃집을 찾은 남자는 들국화를 샀다

남자의 어머니는 다른 크고 화려한 꽃보다 들국화가 좋다고 했다, 하루에 버스가 3번 다니던 시골에 고향을 두고 있는 사람과 그 수수한 꽃이 어딘가

닮았다고  남자는 생각해왔다 

 

집까지 걸어가 꽃을 두고 사진을 챙겨 다시 버스에 오른지 20여분 남자는 자신의 모교에서 내려 연신 시계를 들여다 보며 걸음을 재촉했다

 

"두 장이... 필요한데.."

 

얼굴의 주름 만큼이나 많은 학생을 거쳤을 정년이 얼마 남지 않아 보이는 늙은 교사의 눈에서 당혹감이 일었다

 

이쯤되자 남자도 슬슬 자신에게 짜증이 일었다

 

' 도대체 시험을 준비한다고 마음먹은 사람이 원서 작성법도 읽지 않는게 말이 되는건가? '

 

한참 살이 오른 볼 사이 조그마한 입으로 푸념 섞인 변호 아닌 변호를 늘어 놓던 남자는 모레 오전까지는 와달라는 담당교사에 말에

늦에도 그때까지 방문하겠노라고 이야기 하며 일어났다

 

" 잘 되려고 그러는 걸거예요 "

 

남자를 배웅하는 교사의 말을 뒤로 모교를 뒤로한채 남자는 생각보다 빨리 나와 영화를 보러 아까 전 버스에서 내려서 처럼 다리를 재게 놀릴

필요가 없어서 잠시 생각하며 보통 빠르기로 걸었다 

 

교사의 위로의 말은 흠잡을 곳 없이 그의 연륜이 가진 힘처럼 옳았다

적어도 대상이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을 뿐이다 이번에는 말이다,

 

남자는 '원서 쓰는 법도 제대로 읽지않은 멍청이가 두번 헛 걸음한게 잘되는 징조라면 이 세상에 수월한 과정은 죄다 불행한 결론이겠다' 라고

속으로 생각하며 오늘 사진을 찍어서 기어코 원서를 넣을까 아니면 내일 다시올까 고민했다

 

남자의 원서가 반려된건 사진이 2매가 필요한데 남자가 가진 사진이라곤 그가 난생 처음 혼자 외국으로 여행을 가기위해 3년 전에 병원에서

퇴원한 직후 찍어놨던 여권사진 1매가 전부였기 때문이다

 

다행히도  남자가 가는 영화관 근처에 사진관이 있었다

남자는 시간 관계상 영화를 먼저 보고 사진관에 들려야겠다고 마음먹고 영화 상영관으로 들어갔다

난생 처음 영화관을 혼자 쓰게 된 남자는

자신의 작은 인생 목표중 하나인 '혼자 상영관에서 있어보기'를 이룬 탓에 속으로 '드디어!' 라고 생각 했지만 한 편 영화가 너무 재미가 없어서

그런게 아닐까 싶었지만 인생의 소목표가 이루어진 까닭에 큰 걱정없이 영화 관람을 시작했다

 

영화가 끝나기 30분 전 남자는 표정이 일그러졌다

도저히 요즘 나오는 영화라고 생각이 들지않는 진부한 스토리에 어처구니 없는 전개에 당장이라도 나가고 싶었지만 돈을 주고 산 것들은

음식도 그렇고 아까워서라도 끝까지 마무리 짓는 그의 철학이 발목을 잡았다

 

사진을 찍는 과정은 순조로웠다 젊고 활달한 사진사와 자세 교정 얘기를 하는 사이 전에는 그렇게 어색하고 어렵던 미소가 연신 지어졌다

남자는 평상시 성격과 달리 진지하고 근엄해 보이기까지 한 얼굴인데다가

오늘 겪은 일만해도 평상시 일이 조금만 안풀려도 부정적인 생각으로 머리 속을 채웠던걸 생각해 보면

 

식사 식단중 향정신성 의약품이 섞여있던게 아니었을까 싶을 정도로 유난히 기분이 들뜨는걸 스스로도 느낄 수 있었다

사진이 그 결과로써 남자의 외모상의 단점을 부각 시켜도 마냥 긍정적이었다 오히려 연예인들은 엄청 대단한 거구나 싶었고 

사진이 그런건 '자기관리를 하지 않은 탓이다' 라고 생각했다 

 

비록 만족스럽지 못한 결과물이라도 필요했기에 사진을 챙겨들고

식사를 하러 평상시 일식 라면이 먹고싶을때 찾던 가게로 걸었다

요사이 부쩍 이 라멘이 먹고 싶었지만 버스로도 35분여 거리라 볼일이 있을때 먹는 편이었다

 

"건강 회복이 아직 안되어 조금 더 쉬겠습니다" 라는 펫말과 함께 가게는 굳게 닫혀있었다

남자는 '이제 하다하다 식사까지 재수하는 일이 있다' 며 걸음을 돌려 다른 곳으로 갔다

 

400여 미터를 기어코 걸어 남자는 원하던 라멘을 먹었다 남자는 배가 불러지자 자신의 남은 일정을 생각하며 엉뚱한 생각을 했다

기어코 3번에 걸쳐 원서를 접수해내면 담당 교사들에게 자신의 의지를 보이고 그들이 자신의 의지에 대해 흔히 말하는 '될 놈'으로 봐주지 않을까

하는 불과 3시간 전의 자기 비하적 생각과는 정 반대의 생각을 말이다,

 

'걸어 갈까....'

남자가 오늘 하루 탄 버스만 벌써 4번에 같은 노선이라 환승도 안되는 상황이고 또 거리와 남은 시간을 생각 할때 걷는 것이 낫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도서관에 들러 책을 반납한 남자는 다시 모교의 접수처로 갔다

 

그제서야 모든건 완벽했다

 

최근 시작한 글씨 연습과 따로 챙겨간 볼펜에 힘입어 잘쓰여진, 그리고 3번만에 쓰게 된 남자의 원서 말이다

 5시가 될 무렵 담당교사가 다시 한 번 확인을 부탁하며 원서를 비교 해가며 하나하나 짚다가 주소를 잘못 적은 것을 깨달았다

양해를 구하며 원서 수정확인서와 새 원서를 가져온 교사를 본 남자는 가벼운 짜증이 봄 날의 건조한 먼지처럼 살짝 일었다

 

'도대체 왜 주소를 묻지도 않고 자의적으로 판단해서 적는거지'

남자는 약간 의아했지만 평상시와는 다른 오늘은 감정을 쉽게 추스를 수 있었다

 

다시 한 번 같이 원서를 확인후 문제가 없다는 결론후에 남자는 모교를 떠났다

간발의 차로 후배 고교생들과 같이 북적대는 버스에 타서 평상시 남자의 혼자 조용히 방해받지 않는 걸 선호하는 취향과는 맞지 않을테지만

남자는 자신이 끝까지 오늘의 일을 포기치 않고 해냈다는 생각에 뿌듯하기만 했다

 

집에 도착한 남자는 피곤해져서 잠시 눈을 붙히고 일어나서 간단히 저녁을 해결하고 일터로 향했다

 

남자의 개인적인 하루 스케쥴만큼 일터에서의 일도 오늘을 닮아 평소와 달리 무척 힘이 드는게 아니었다

들어온 물류를 정리할 틈도 없이 손님을 상대해야했다

정리해야할 물류량이 많기도 했지만, 남자는 간신히 자신의 일을 끝내고 단어장을 펼쳐 단어를 외워나가기 시작했다

 

자정을 약간 넘겨 끝난 아르바이트는 남자에게 가벼운 피로와 함께 하루가 끝났음을 알렸다

 

집에 도착한 남자는 오늘 하루가 얼마나 장황했는지를 생각하며 잠자리에 누웠다

 

남자는 내심 어느덧 오늘로 바뀐 내일이 몇시간전 끝난 오늘 만큼 짜임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며 잠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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