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 글

뒤죽박죽 수류탄 (1)

캉투스는 총알구멍으로 예쁘게 수를 놓은 기둥 틈새로 빼꼼히 눈을 내밀었다. 민달팽이의 툭 튀어나온 눈알도 가끔 이렇게 도움이 되는 때가 있는 법이었다. 자유자재로 구부러지는 촉각 위에 달린 동그란 눈알이 복도 저편에서 조금씩 접근하는 못생기고 냄새나는 용병들을 포착했다.

"접근한다. 일단 다섯 명. 그 뒤에 얼마나 더 있을지는 모르겠고."

식은 탄피를 주워다가 튼튼한 새부리 모양의 턱을 가진 입에 넣어 잘근잘근 씹고 있던 페투망은 그 말에 호기심이 동하는 듯 캉투스의 끈적거리는 몸체 뒤에 바짝 붙었다. 접근하는 적이 구체적으로 어떤 모습인가 관심이 있다는 태도와 길게 늘어나는 눈알 없이 적에게 모습을 노출시키고 싶지는 않다는 태도가 완벽하게 조화를 이룬 모습이었다. 그 뜻을 알아들은 캉투스는 톱니 모양의 이빨을 빠드득 갈면서도 다시 한 번 눈알을 기둥 밖으로 내밀었다.

"전원 방탄복에 헬멧 착용. 얼굴은 보이지 않는군. 사용하는 총기는 표쥰 규격 다죽여-000(빵빵빵)의 개조 모델인 것 같고. 안면 가리개 밑으로 질질 흐르는 침으로 유추해보자면..."

적들은 민달팽이와 트리케라톱스가 자신들의 정체를 고작 턱밑으로 흐르는 침을 통해 알아차리는 것이 거슬렸나 보다. 별안간 다쥭여 시리즈 특유의 파괴적인 소음이 복도를 가득 메웠고 캉투스는 자신의 눈알이 있던 자리에 총알이 방문하는 것을 막기 위해 얼른 촉각을 거두어 들였다. 덕분에 짝짝이처럼 눈 한쪽은 짧고 한쪽은 길게 된 캉투스의 얼굴은 실소를 자아낼 만큼 볼품없어졌지만 대신 적들이 세상에서 가장 튼튼한 붓과 가장 빠르게 날아가는 물감으로 그려놓은 예술작품의 일부가 되는 꼴은 면할 수 있었다. 페투망이 씹던 탄피를 둥글게 만 다음 퉤 뱉어버렸다.

"대가리를 굴려보자고. 사용횟수가 지금 몇 번 남았지?"

"아까 폭발이 좀 애매해서 확실하진 않지만 아마 여지껏 네가 밟은 블럭장난감의 갯수에서 2198차 수능 대학 시험 능력에서 가장 큰 오답률을 보인 문제 번호를 뺀 만큼 남지 않았을까? 좀 더 확실하게 알려면 거기에 최신 유행 가요를 한 다섯 편 불러보고."

페투망은 자신의 눈과 콧잔등 위에 멋들어지게 난 뿔을 거칠게 벽에 박아넣었다. 세 개의 뿔이 모두 벽 깊숙이 들어간 것을 확인한 페투망은 씩 웃으며 다시 몸을 뒤로 뺐다. 그러자 페투망이 박은 벽이 포크에 찔린 빵조각처럼 요란한 소리와 함께 떨어져나왔다. 머리 위에 벽을 지고서 페투망은 자신의 민달팽이 동료를 돌아보았다.

"내가 놈들의 공격을 막으며 최대한 접근할 테니 넌 바짝 붙어있다가 내가 신호하면 던져."

그 말과 함께 페투망은 용맹한 황소처럼, 아니 분노한 트리케라톱스처럼 엄폐하던 모퉁이에서 튀어나와 적들을 향해 달려가기 시작했다. 예상치 못한 그의 등장에 적들은 당황해 마구 총을 갈겼지만 사실 그들이 쓰는 다죽여-000은 병신 같은 간부들의 미간에 납탄을 선물하는 것에 특화된 총이라 잔뜩 금이 가 부서지기 일보직전인 얇은 벽을 뚫고 페투망을 맞추는 것처럼 대단히 어려운 과제를 수행하기엔 상당히 부적합한 무기였다. 덕분에 페투망은 아무 문제 없이 뿔 위에 얹고 배달한 벽을 그의 적들에게 배달하는 것에 성공했고 안면 가리개에 벽이 달려와 세게 부딪히는 진귀한 경험을 한 적들은 너나할 것 없이 모두 뒤로 발랑 넘어졌다.

"지금이다, 던져!"

페투망의 호령에 이제까지 그의 뒤에 바짝 붙어 꾸물대던 캉투스가 끈적거리는 몸뚱이에서 끈적거리는 팔을 꺼내 끈적거리는 점액이 잔뜩 묻은 수류탄을 꺼내들었다. 전형적인 세열수류탄의 모습을 한 그것은 이제껏 캉투스의 뱃속에서 적당히 익어 이제 막 제철을 맞이한 모습이었다. 쇳물이 뚝뚝 흐를 것만 같은 그 먹음직스러운 모습을 확인한 캉투스는 곧 그것을 높이 들어 눈앞의 적들을 겨냥했다.

"유통중에 손상되었거나 제품에 이상이 있는 것으로 확인된 제품은 신제품으로 교환해 드립니다!"

사나이의 피를 끓게 하는 호전적인 전투함성과 함께 수류탄의 안전핀을 뽑은 캉투스는 민달팽이스러운 민달팽이 동작으로 날렵하게 수류탄을 집어던졌다. 현기증을 느끼며 일어나려 버둥거리던 적들도 수류탄이 눈에 들어왔는지 크게 당황하며 어떻게든 그 자리를 벗어나고자 몸부림쳤다. 하지만 그들은 너무 늦었다.

강렬한 섬광.

똥싸는 비둘기.

술마신 대학생이 대로변에서 앞구르기를 하듯 어지러운 흐름과 함께 세상이 정리되기 시작했다. 책상 서랍에 발포 비타민을 잔뜩 쑤셔넣은 다음 그 위에 물을 붓고 그 장면을 통째로 되감기하듯 정리되는 시공간의 흐름 속에서 민달팽이와 트리케라톱스 역시 바뀌고 있었다. 민달팽이는 커지고 트리케라톱스는 작아졌다. 민달팽이의 몸 내부에 척추가 생겼고 트리케라톱스의 골반이 비틀렸다. 눈은 점점 짧아지다가 코 양 옆 움푹 들어간 공간에 자리잡았고 뿔은 점점 작아지다 이내 부드러운 피부 밑으로 영영 사라져 버렸다.

세상이 대청소를 마치자 탄흔으로 가득 차 반쯤 부서져내린 복도를 배경으로 서있던 민달팽이와 트리케라톱스는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 대신 퀴퀴한 변기통이 잔뜩 늘어선 화장실을 배경으로 양복을 빼입은 두 인간 남자가 서있을 뿐이었다. 주변을 둘러본 캉투스가 의외라는 듯 중얼거렸다.

"다행히 남자화장실이군."

페투망 역시 세면대 위에 걸린 거울을 뚫어져라 쳐다보면서 대답했다.

"이번엔 제대로 돌아온 모양이야."

"어떻게 확신하지?"

"이놈들 대가리를 변기통에 쑤셔넣은 다음 물을 내려보자고. 변기물이랑 같이 하수구로 쓸려내려가면 아직 완전히 돌아오지 못했다는 소리겠지."

그 말과 함께 페투망은 아직 쓰러져 있던 두 건달을 한 손에 하나씩 붙잡고 들어올렸다. 캉투스도 어깨를 으쓱하고는 두 명을 들어올렸다.

"근데 얘들은 다섯인데 우리 손은 넷이잖아? 한 명은 누가 들지?"

"내가 들지."

그건 캉투스도 페투망도 아니었다. 마지막까지 선택받지 못해 화장실 바닥에 얼굴을 부비고 있던 건달이 일어나며 자신의 멱살을 들어올렸다. 그가 어찌나 억세게 멱살을 틀어잡았는지 그의 발이 허공에 대롱대롱 메달릴 지경이었다. 그 모습을 보며 캉투스와 페투망은 한숨지었다.

"아직 덜 돌아왔구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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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히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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