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

SF 단편 -시간여행자의 허무한 종말

시간 여행자의 허무한 종말


지은이 - 듀나


1

1935년 4월 1일, 물리학자이자 고생물학자인 올리버 크로버 교수는 타임머신을 발명했다. 서두르느라 디자인에 신경 쓸 여유가 없어서 타임머신은 진공관이 가득찬 금고 모양을 하고 있었다.
크로버 교수는 쥬라기로 도착지점을 설정한 뒤, 타임머신으로 들어가 문을 닫았다. 15분만 지나면 그는 드디어 공룡들을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는 무릎을 팔로 감싸고 앉아서 도착벨이 울리기를 기다렸다.
벨이 울렸다. 그는 문을 열고 밖으로 뛰어나갔다.
그러나 그를 맞아준 것은 중생대의 습기찬 기후가 아니었다.
지구와 태양은 가만히 정지해 있는 존재가 아니다. 쥬라기의 태양계는 저 멀리에 있었다. 크로버 교수는 간신히 상황을 알아차렸지만 이미 우주 공간의 진공에 그의 피가 끓기 시작했다.


2

1957년 4월 1일, 물리학자이자 고생물학자인 올리버 크로버 2세는 아버지의 유품을 뒤지다 타임머신의 설계도를 발견했다. 이론상 그 기계는 완벽하게 작동가능한 것이었다. 그렇다면 왜 아버지는 돌아오지 못했을까?
이틀 동안 골몰한 끝에 그는 해답을 발견했다. 태양과 지구는 정지해있는 물체들이 아니다. 올바른 목적지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천체의 움직임을 일일이 계산해야만 한다.
1년 동안의 노력 끝에 그는 아버지의 타임머신을 개량했다. 그의 타임머신은 시간 뿐만이 아니라 공간의 좌표까지 계산하여 시간 여행자를 올바른 목적지까지 인도할 수 있었다.
1958년 4월 1일, 그는 타임머신을 완성했다. 진공관이 트랜지스터로 대체되었으므로 타임머신은 전의 것 보다 작았다. 기계는 자전거 모양을 하고 있었다. 그는 타임머신 위에 올라타 쥬라기로 출발했다.
15분 뒤 그는 쥬라기에 도착했다. 쥬라기의 습한 공기와... 바다가 그를 맞아주었다. 올리버 크로버 2세는 대륙이 움직인다는 사실을 잊고 있었던 것이다. 그는 정신 차리고 레버를 현대로 맞추었지만 타임머신의 부품들이 물에 젖어 합선을 일으켰다. 타임머신과 크로버 2세는 천천히 물 속으로 가라앉았다.


3

1978년 4월1일, 물리학자이자 고생물학자인 올리버 크로버 3세는 아버지의 유품을 뒤지다가 타임머신 설계도를 발견했다. 내용을 보니 이론상으로는 완벽했다. 그렇다면 왜 아버지는 돌아오지 못했을까?
사흘 동안 곰곰히 생각한 끝에 그는 해답에 도달했다. 아버지는 대륙이 움직인다는 사실을 잊고 있었다.
일년 동안의 작업 끝에 그는 아버지의 타임머신을 다시 만들어 낼 수 있었다. 그의 타임머신은 아버지의 것과 두 가지 점이 틀렸다. 집적회로를 사용했기 때문에 크기가 가방만했다는 것, 대륙이동을 고려한 좌표계산장치가 달려있다는 것.
그는 쥬라기로 좌표를 맞추고 타임머신을 작동시켰다. 공간이 이지러지면서 그를 과거로 삼켰다.
15분 뒤, 그는 쥬라기의 습한 공기의 환영을 받았다. 그러나 그를 환영해준 것은 공기 뿐이었다. 올리버 크로버 3세는 쥬라기 이후의 지각 변동을 깜빡했던 것이다. 그는 지표면에서 자그만치 35미터나 떨어진 허공에 있었다. 그와 타임머신은 추락하기 시작했다.


4

1997년 4월 1일, 물리학자이자 고생물학자인 올리버 크로버 4세는 아버지의 유품을 뒤지다 타임머신의 설계도를 발견했다. 내용을 읽어보니 이론상으로는 완벽했다. 그렇다면 왜 아버지는 돌아오지 못했을까?
이틀 동안 고민한 끝에 그는 해답을 발견했다. 아버지는 쥬라기 이후의 지각변동을 잊고 있었다.
이년 간에 걸쳐, 그는 아버지의 타임머신을 개량했다. 1999년 4월 1일 그는 타임머신을 완성했다.
그의 타임머신은 아버지의 것과 두 가지가 달랐다. 놀랄만한 과학 발전의 결과로 그의 타임머신은 지름이 10 센티미터 밖에 되지 않았다. 또다른 하나는 지표면 측정기로, 타임머신을 지표면에서 일정한 거리 만큼 떨어진 공간에 도착하게 만들었다.
그는 좌표를 쥬라기에 맞추고 타임머신을 작동시켰다. 공간에 갑자기 구멍이 생기더니 그를 쥬라기로 빨아들였다.
15분 뒤, 올리버 크로버 4세는 쥬라기에 도착했다. 모든 것은 그가 계산한 대로였다. 그러나 그의 사정은 그가 예상했던 것과는 달랐다. 역한 냄새가 나고 끈적거리는 물질이 그를 덮쳤다. 발 아래에는 물컹한 막이 느껴졌다.
그는 브론토사우르스의 위장 안에 착륙했던 것이다. 사정을 알아차리고 타임머신을 움켜잡으려 했지만 이미 강산성의 위액이 그를 소화하기 시작했다.
이틀 뒤, 그와 타임머신은 다른 배설물과 함께 브론토사우르스의 뱃속을 벗어날 수가 있었다. 금도금한 타임머신은 강산성의 위액에 젖어 있었는데도 불구하고 멀쩡했다. 그러나 올리버 크로버 4세는 그렇지 않았다.

15개의 댓글

2017.07.28
듀나가 인성문제랑 이중성 문제가 있어서 그렇지 작품성은 인정할만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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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7.28
@월요일이다
그것보다 듀나가 집단이라는 이야기는 구라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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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7.28
@FcTlis
집단이라기엔 안좋은쪽으로 주관이 확고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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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7.28
듀나라서 닥붐주고 싶지만 작성자는 아무런 잘못이 없으니 참음..
0
듀나라는 이름이 눈에 들어온 이상, 어떤 텍스트라도 듀나 특유의 '난 냉소주의자야' 냉소 냉소 거리는 냉소병자 냄새를 의식하지 않을 수가 없다.

냉 냄새도 쩔겠지.
0
2017.07.29
@헤로임마리아베
ㅋㄴ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0
듀나 이름만 봐도 안 읽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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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7.28
듀난지 뭐시긴지 모르지만 누구나 한번쯤은 생각해본 내용 아니냐 그냥 재미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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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7.28
쥬라기시대에 왜캐집착하냐 쟤네가문은 ㅋㅋ 꿀발라놧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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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7.28
@화타
그러게. 일단 한 시간이라도 테스트를 해보고 가야 되는 거 아니냐.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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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7.29
참신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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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7.29
난 별로 이게 참신하다는 느낌도 잘 썼다는 느낌도 안 드는데.
이 글에 언급된 모든 내용은 타임머신 관련 글에서는 거의 클리셰급으로 많이 사용되어온 소재들이라 하나도 안 참신함.
듀나 듀나 이름만 들어봤지 글 쓴건 하나도 못 봤는데 별 거 없네.
0
2017.07.29
계속 똑같은 패턴으로 몇개를 써놓은거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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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7.30
병신같은게 타임머신만들정도로똑똑한사람들이 4대째 저런다고?ㅂㅁ먹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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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7.30
이렇게 막올리면 저작권 상관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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