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

SF 단편 - 거위의 간

갠적으로 재밌게 읽은 글



거위의 간

아이작 아시모프 지음


이 글을 대하는 독자 여러분에게 이름을 밝힐 수는 없는 것이 내 입장이다. 이해해주기 바란다.
내가 원래 무슨 소설작가는 아니다. 이따금씩 학술정보지에 글을 몇 편 올리기는 했지만 이렇게 과학소설잡지에 글을 올린다는 것은 무척 부담스러운 일이다.

아이작 아시모프씨의 이름을 빌어 이 글을 싣게 되어 영광이다.
많은 작가 중에서 하필 아시모프씨에게 대필을 부탁한 데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먼저 아시모프씨는 생화학을 전공한 이학박사이다.

지금부터 내가 하는 이야기를 완전히 이해하지는 못하더라도 어느 정도는 알아들으리라 믿는다.

그리고 그는 이전에 비슷한 주제의 글을 두 편 정도 쓴 적이 있으므로 지금부터 하려는 이야기가 그에게 그리 낯설지만은 않을 것이다.

그 대단한 거위를 처음 만난 영광의 주인공은 내가 아니었다. 소유권이 국가로 양도되기 전에 그 거위의 주인은 텍사스에 사는 이안 앵거스 맥그리거라는 사람이었다. (사정상 등장인물의 이름과 지명 등을 바꾸었다. 혹시 현실과의 연관을 캐더라도 별 소용이 없을 것이라는 점을 미리 밝혀둔다.)
면화를 재배하던 맥그리거씨는 밭에다 거위들을 풀어 길렀다. 거위들은 잡초만 뽑아먹고 면화는 건드리지 않았기에 그는 자신의 거위들을 자동제초기라 불렀다.

모이가 필요없는 거위사육법이라고 자랑했다. 언젠가 유기농법을 하시는 분들에게서 비슷한 얘기를 들은 기억이 있다.

맥그리거는 이 거위들이 거름, 알, 거위털,그리고 가끔씩은 통거위 요리를 제공하는 아주 충실한 일꾼이라고 말했다.


  1955년 여름, 그는 편지를 십여 차례 계속하여 미 농무성으로 보내왔다. 각 편지에서 그는 거위알을 부화시키는 요령에 대해 물어왔다.

농무성에서는 그때마다 관련책자를 보내주었다. 그런데도 이 농부는 궁금증이 풀리지 않았는지 계속해서 문의를 해왔다. 급기야 그는 자신과 개인적 친분이 있는 어떤 국회의원에게 농무성의 안일한 대민지원활동에 대해 알리겠노라 으름장까지 놓게 되었다.
당시 나는 농화학을 전공한 뒤 농무성에서 연구활동을 하고 있었다. (이 사실을 토대로 나의 신원을 추적하려 해도 별 소용이 없을 것이다.)
마침 나는 1955년 7월 산 안토니오에서 열리는 한 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출장을 가게 되었는데 상부에서 가는 길에 이 성가신 농부에게 들러 무엇이 문제인지 알아보라고 했다.

나라의 녹을 먹는 공무원으로서 세납자의 애로상항을 파악하고 돕는 것은 물론 당연한 일이다. 물론 그 즈음 농무성이 어떤 국회의원의 편지를 한 통 받았던 사실 역시 간과해서는 안될 것이다.


  내가 그 거위를 처음 마주하게 된 것은 1955년 7월 17일의 일이었다.


  물론 내가 먼저 만난 것은 그 주인 맥그리거씨였다. 그는 키가 큰 50대 농부로서 상당히 의심이 많은 인물이었다.

그는 나의 방문목적과 신원에 대해 꼬치꼬치 캐물었다. 공무원 신분증을 보여주고 농무성에서 파견 나온 농화학자라고 설명하는데 한참이 걸렸다.

나는 농무성에서 그에게 이미 보낸 거위알 부화에 관한 자료내용을 일일이 다시 설명해줬다.

인공 부화기의 사용법, 식단에 들어갈 영양소, 비타민 E의 효능, 항생제 첨가물의 사용법 등등을 늘어놓았다.
그는 머리를 계속 흔들었다. 그 모든 방법을 사용해 봤지만 여전히 알이 깨지 않는다고 했다. 인근 농부들에게서 귀동냥으로 들은 몇 가지 전통적 방법들까지 동원했지만 전혀 통하지 않는다고 불평했다.
'아니, 상황이 그렇다면 가브리엘 대천사장을 찾을 일이지, 나같은 공무원을 불러 뭣하나?'
나는 그에게 내가 알고 있는 모든 지식을 늘어놓은 뒤 그래도 안된다면 도리가 없다고 말했다. 여전히 그의 반응은 시큰둥했다. 그래서 기왕 여기까지 왔으니 그 말썽 많은 거위들을 한 번 보고 가야겠다고 말했다(최소한 상부에 뭐라고 보고는 해야하니 말이다.)
맥그리거가 투덜거렸다.
"문제가 되는 거위는 한 놈뿐인데요."
"그럼, 그 한 마리를 좀 볼 수 있을까요?"
"그건 약간 곤란합니다."
뚱한 그의 대답이었다.
"아니, 그렇다면 제가 선생님을 더이상 도와드릴 방법이 없지 않습니까? 그리고 정 거위 한 마리가 그렇게 말썽이라면 뭘 그리 속을 끓이십니까?

그냥 잡아먹어버리면 되지 않습니까? 현상태에서 제가 드릴 수 있는 최선의 조언은 그것뿐입니다."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모자를 집어들었다.
갑자기 그가 난처한 표정으로 나를 불러 세웠다.
"잠깐만 기다려 주십시오."
그가 입술을 지긋이 물고 눈을 한참 찌푸린 걸 보아 심각한 고민을 하고 있는 중이라는 걸 알 수 있었다.
"제가 지금부터 보여드리는 것에 대해 비밀을 지켜줄 수 있습니까?"
그는 남의 말을 곧이곧대로 믿을 사람 같아 보이지 않았다. 그럼에도 그가 비밀을 지키겠다는 서약을 요구하고 나선 걸 보니 어지간히 다급한 모양이었다.
"글쎄요. 혹 법에 저촉되는 사항이라면..."
"절대 그런 것은 아닙니다."
그가 딱잘라 말했다.
나는 그를 따라 마당의 거위우리로 갔다. 우습게도 그 거위우리에는 철조망이 둘러쳐져 있었고 문은 자물쇠로 잠겨있었다.

그 안에 들어있는 거위는 한 마리뿐이었다. 이놈이 바로 그 골치 아픈 거위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바로 이놈입니다."
맥그리거씨의 목소리에는 긴장감이 잔뜩 서려있었다.
가만히 앉아있는 거위를 살펴보았다. 다른 거위와 별반 다를 게 없어 보였다. 오히려 약간 거만하고 성질이 급해 보였다.

나는 최대한 전문가답고 엄숙한 표정을 짓고 거위를 관찰했다.

"흠..."
"여기 그놈의 알도 있습니다. 인공부화기속에 넣어두었지만 아무런 변화가 없었답니다."
그는 주머니 속에서 알을 꺼내어 보였다. 그러는 그의 동작이 왠지 어색해 보였다.
나는 눈을 찌푸렸다. 뭔가 이상했다. 일반 거위알보다 크기도 작고 모양이 아주 둥글었다.
맥그리거씨가 말했다.
"한번 들어보십시오."
손을 내밀어 알을 집었다. 꿈쩍도 하지 않았다.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알이 훨씬 더 무거웠던 것이다. 힘을 좀더 주자 그제야 간신히 알이 들려 올라왔다.
멕그리거씨가 알을 들고 있는 모습이 어색했던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알의 무게는 거의 2파운드나 나갔다(나중에 정확히 측정해 보았을 때 나온 무게는 852.6그램이었다.)
나는 손바닥 위의 거위알을 멍청히 바라보았다. 맥그리거씨가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그걸 한번 떨어뜨려 보시죠."
내가 무슨 말인지 몰라 주저하자 그가 알을 집어가 땅에 떨어뜨려 버렸다.
툭하고 땅에 부딪혔지만 알은 깨지지 않았다. 흰자도 노른자도 전혀 새어 나오지 않았다. 무게 때문에 약간 땅에 파묻혔을 뿐이었다.
다시 주워들어 보았다. 땅에 부딪힌 부분의 껍질이 갈라져 있었다. 갈라진 틈새로 누런 금속이 보였다.
손이 가볍게 떨리는걸 느낄 수 있었다. 조심스레 껍질을 벗겨보았다. 둥글고 노란 금속공이 손위에 남았다.
굳이 성분분석을 해보지 않고도 알 수 있었다.
나는 드디어 그 유명한 거위를 만난 것이다.
바로 황금 알을 낳는 거위 말이다.

물론 독자제위는 나의 말을 믿으려 들지 않을 것이다. 어차피 이 글을 집어들었을 때 여러분은 과학소설 한편을 기대하고 있었을 테니 말이다.
자세한 설명은 잠시 뒤에 다시 나올 테니 당분간은 그대로 생각해도 무리가 없을 것이다.
그 당시 나의 최대 당면과제는 어떻게 맥그리거에게서 그 거위알을 넘겨받는가 하는 것이었다. 나는 아주 거칠게 이 고집센 농부를 닦아세웠다.

그 황금알을 빼앗아 오기 위해서라면 그를 때려눕히기라도 했을 것이다. 온갖 감언이설과 회유책을 다 동원했다.
"인수증을 써드리겠습니다. 반드시 현금보상도 해드릴 겁니다. 생각해 보십시오. 어차피 선생이 이 거위알을 팔려면 많은 애로가 있을 겁니다.

이 정도의 황금을 어떤 경로를 통해 입수하게 됐는지 법적 근거를 제시하지 못하면 개인이 내다 팔 수도 없습니다. 그렇다고 집에서 마냥 보관하시겠습니까?

만약 혹시 정부에서 이 사실을 알고 세무조사라도 한다면 그때 가서 어떻게 설명하실 겁니까?"
"난 이 일에 정부가 끼여드는 것은 싫소."
그가 고집스레 말을 잘랐다.
하지만 고집세기로 치자면 나도 뒤질 사람이 아니었다. 끈질기게 따라다니며 을러대기도 하고 구슬리기도 했다.

몇 시간을 씨름한 후에야 이 고집센 텍사스 농부를 설득할 수 있었다. 난 그에게 인수증을 써주었다. 그러고도 그는 영 미덥지 않은지 바깥에 세워둔 차까지 계속 따라나왔다.

그는 내가 차를 몰고 나오는 내내 마당에 서서 내 뒷모습을 지켜보았다.
맥그리거는 두번 다시 그 알을 구경하지 못했다. 물론 그는 정부로부터 황금알에 대한 현금보상을 충분히 받았다. 세금을 제하고도 그에게는 656달러 47센트의 현금이 떨어졌다. 물론 그 정도 돈은 정부로 보아서 별 중요하지 않았다.
적어도 그 황금알이 지니는 진짜 가치를 고려한다면 말이다.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지니는 가치의 정확한 이해, 그것이 바로 내가 이 글을 쓰는 이유이다.

농무성에서의 나의 상관은 루이스 P. 브론스타인씨였다. (이 사람의 이름 역시 농무성 인명록에서 찾아봤자 헛수고일 것이다. 혹 굳이 찾아보려는 사람이 있다면 가운데 P.는 핏필드의 이니셜이라고 친절히 알려주고 싶다. 아마 더 혼동될 것이다.)
나와 브론스타인 부장은 서로를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나는 그에게 마음 툭 터놓고 거위 사건을 얘기할 수 있었다. 만약 그가 나를 잘 몰랐다면 그는 즉각 나를 정신병원으로 보내려 했을 것이다. 그럼에도 나는 사소한 모험은 하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그의 사무실에 들어서자마자 우선 거위알부터 책상에 올려놓았다.
한참을 멍하니 바라본 후에야, 그는 무슨 폭발물 대하듯 그 알을 손끝으로 툭 건드려 보았다.
"한번 집어들어보시죠."
꽤 머뭇거렸지만 큰 맘 먹고 그는 알을 집어들었다. 물론 그도 나처럼 알을 가볍게 보고 그냥 들려했다가 두번째에야 겨우 들 수 있었다.
"노란색 금속이니, 놋쇠일 가능성도 있지요. 하지만 질산농축액을 떨구어보니 전혀 반응이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물론 알의 외부만 황금입니다.

힘을 주어 보시면 약간 뒤틀립니다. 아마 알 전체가 황금이었다면 아마 무게가 10파운드가 넘어갈 겁니다."
브론스타인이 말했다.
"이건 무슨 속임수야. 분명히 농간이라구."
"사기치는 데 진짜 황금을 사용한다는 말씀입니까? 그리고 제가 처음 이 알을 보았을 때 그것은 진짜 알 껍질 속에 있었습니다. 그 알 껍질도 가져와서 성분을 조사해 봤더니 자연산 탄산칼슘이더군요. 이것도 조작이라고 하시지는 않겠지요? 그리고 이제 그 알을 반으로 쪼개어 봐서 만약 흰자와 노른자가 나온다면 그땐 조작의 의혹이 완전히 사라지게 될 것입니다.

부장님께서 직접 쪼개어 보시라고 그대로 가져온 것입니다. 부장님, 이건 분명 연구가치가 있는 물건입니다.
부장은 한참을 난처한 표정으로 황금알을 쳐다봤다.
"도대체 어떻게 장관님께 보고를 해야한다?"
브론스타인 부장은 결국 몇 군데 전화통화를 했고, 그날 하루 종일 높은 분들에게 보고하느라 진땀을 빼야 했다. 보고를 받은 윗분 중 몇몇은 직접 그의 사무실로 찾아와 황금알을 보고 가기도 했다.
1955년 7월 20일, 이날이 바로 '거위'라 명명된 비밀 프로젝트가 시작된 날이었다.
처음부터 나는 책임 연구원으로 선임되었다. 그리고 나중에 이 문제가 너무나 커져 나의 소관과 거리가 멀어질 때에도 내가 모든 연구과정을 담당했다.
먼저 내가 가져온 알에 대해 물리적 분석부터 시작했다. 알의 평균반지름은 35mm였다. 최장축은 72mm, 그리고 최단축은 68mm였다. 황금 껍질의 두께는 2.45mm였다.

나중에 그 거위의 다른 알들도 조사해 봤을 때 우리는 이 수치가 약간 높은 축에 속한다는 걸 알게 되었다. 황금껍질의 평균 두께는 2.1mm로 나왔다.
그 황금껍질 속에는 역시 생각했던 대로 진짜 알이 들어있었다. 냄새도 생김새도 진짜 거위알이었다.
화학분석을 해보니 유기성분은 지극히 정상인 것으로 나타났다. 흰자위는 알부민을 9.7% 함유하고 있었다. 노른자에는 비테린, 콜레스테롤, 인지질, 카로티노이드 등이 있었다. 처음에는 정밀분석을 할 수 없었으나 나중에 다른 알들도 조사해보니 보효소, 뉴클레오티드, 황산족 화합물 등과 같은 평이한 성분들을 추가로 발견되었다. 하지만 이들 모두 보통 거위알에서 찾아볼 수 있는 물질이었다.
한가지 특이한 점은 열에 대한 거위알의 반응이었다. 알의 내용물을 끓였을 때 순식간에 완숙이 되어버렸다. 그걸 쥐에게 먹여보았더니 별 이상이 없었다.
나도 그 완숙을 약간 떼어서 살짝 씹어보았다.너무 작은 양이라 맛을 느낄 수는 없었으나 구역질이 나려 했다. 아마도 선입관 때문이었으리라.
농무성의 연구고문으로 있는 템플대학의 생화학교수 보리스 핀리 박사가 모든 실험을 감독했다.
그는 거위 알의 완숙효과를 이렇게 설명했다.
"단백질이 열에 이토록 빨리 반응하는 것은 단백질의 변성이 있었다는 겁니다. 그리고 알을 둘러싼 외부성분의 독특함을 생각해 볼 때, 혹시 이러한 반응이 중금속오염의 결과가 아닌가 사료됩니다."
그래서 이번에는 알의 무기질 분석을 시도했다. 그 결과 금염이온의 성분비가 높다는 것이 밝혀졌다. 이는 화학기호 AuCl4인 물질로서 금 1원자와 염소4원자로 이루어진 이온이다. 여기서 금염이온의 성분비는 총질량대비 0.32%로 고농축 금 단백질을 형성할 수 있을 정도로 높은 수치였다.
핀리 박사는 이렇게 말했다.
"이 알이 부화할 가능성이 없다는 것은 확실합니다. 다른 알들도 마찬가지지요. 중금속에 중독된 겁니다. 금이 납보다 보기에는 좋을지 몰라도, 단백질에 치명적인 것은 납과 마찬가지입니다."
"적어도 부패할 염려는 없군요."
나의 의견이었다.
"그렇습니다. 금염철에 중독된 단백질에서 살 수 있는 미생물은 전혀 없으니까요."
외곽의 황금에 대한 화학분석이 나왔다. 거의 백퍼센트에 가까운 순금이었다. 실제로 나타난 불순물은 약간의 철분이었는데 황금의 0.23%에 지나지 않는 양이었다. 이러한 철분은 일반 거위 알의 노른자에서 나타나는 수치보다 2배가 더 많은 것이었다. 하지만 당시에는 이렇게 비정상적으로 많은 철분의 양에 아무도 주목하지 않았다.

'거위' 프로젝트가 시작되고 일주일 후 본격적인 연구조사단이 텍사스로 파견되었다. 실험장비가 가득한 트럭 세 대와 특수부대 1개 분대가 동원되었다.

그리고 조사단에는 다섯 명의 생화학자도 포함되어 있었다. 당시까지도 우리는
황금알의 발생원인이 생화학적 이상에 기인하는 것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물론 최초 보고자인 나도 함께 갔다.
도착하자마자 우리는 맥그리거 농장을 외부로부터 완전 격리시켰다.
처음부터 이러한 격리조치를 실시한 것은 아주 잘한 일이었다.

우리는 나중에야 처음에는 엉뚱한 이유로 실시된 이 조치가 아주 필수적이고 합리적인 결정이었다는 걸 알게 되었다.
그 엉뚱한 이유란 다름 아니라 가능한 한 이 프로젝트를 비밀에 붙이고 싶어한 농무성의 용의주도함이었다. 상부에서는 여전히 황금거위알을 모종의 사기극으로 생각하던 차라 혹시 라도 이 일이 외부로 알려질 경우 국민의 세금으로 얼빠진 짓을 한다는 비난여론을 감수하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 그리고 혹 황금알이 진짜로 밝혀지더라도 언론이 이를 기사화했을 경우 받게 될 정치적 부담과 책임은 피하고 싶었던 것이다.
거위 프로젝트의 진정한 의미와 중요성이 알려진 것은 맥그리거 농장에 도착하고 한참 후의 일이었다.
물론 맥그리거씨에게는 자신의 농장에 들이닥친 정부관리들과 각종장비들이 전혀 달갑지 않았다. 그는 자신의 거위가 이제는 국가재산이라는 말에 어이없어 했다. 자신의 황금 알들을 연구대상이라고 압수해 가는 과학자들의 처사 역시 탐탁치 않았다.
마음은 내키지 않았지만 결국에는 정부의 계획에 동의하게 되었다. 특수요원 1개분대가 자신의 집 둘레에 참호를 파고 기관총을 설치하는 살벌한 분위기 속에서 정부가 내놓은 제안에 동의하지 않을 사람은 얼마 없을 것이다.
물론 그는 정당한 현물보상을 받았다. 정부가 하는 사업에는 항상 공정한 보상이 따르는 법이다. 돈 몇 푼이 나라에게 무슨 소용이 있는가?
이러한 상황의 변화를 못마땅해 한 것은 거위도 마찬가지였다. 특히 그 놈은 혈액샘플 채취를 아주 싫어했다. 화학 약품에 무슨 거부반응을 보일까봐 마취제 따위는 전혀 쓰지 않았다. 그래서 매번 혈액채취마다 건장한 특수요원 두명이 동원되었다.
그 거위에게는 24시간 감시가 붙여졌고, 만에 하나 거위의 신변에 불상사가 생긴다면 책임자를 군사재판에 넘길 거라는 엄명이 떨어졌다. 당시의 요원들이 혹시 이 글을 읽게 된다면 그들의 그 우스꽝스러운 거위 경호작전이 어떤 일이었는지 알게 될 것이다. 하지만 나는 그들이 자신의 신상에 무엇이 이로운지 잘 안다면 이 일을 타인에게 절대 발설하지 않으리라 믿는다.
당시 우리는 거위에게서 채취한 혈액을 가지고 온갖 실험을 다 해봤다.
혈액에서 약 0.002%의 금염이온이 검출되었다. 특히 간정맥에서 채취한 샘플에서의 이온 농도는 다른 혈액에 비해 배 정도나 높았다.
핀리 박사가 툴툴거렸다.
"간이 문제로군."
거위의 엑스레이사진을 찍었다. 사진을 보니 간의 색깔이 인접한 장기보다 더 밝게 나타났다. 무엇인가가 엑스레이의 투과를 막은 것이다. 아마 황금일 것이다.

간 주위의 혈관은 그보다는 약간 더 어두운 것으로 나타났다. 난소의 경우 완전백색으로 나왔다. 난소에서의 엑스레이 투과율은 제로인 것이다.
이런 결과는 초기 보고서에서 쉽게 드러났다. 핀리 박사는 충분히 예상가능한 결과라고 말했다. 그는 보고서의 내용을 풀어서 이렇게 설명했다.
"금염이온은 간에서 생성되어 혈액 속으로 용해되어 갑니다. 그리고 난소에서 혈액중의 이온이 걸러집니다. 금염이온은 이때 금속성 황금으로 변이된 후 농축되어 알의 외곽껍질을 이루게 됩니다. 그리고 농축되지 않은 이온은 그대로 알의 단백질 속에 침투하여 남게 됩니다.
"아마 거위에게는 이것이 체내에 농축될 경우 치명적이 될 수 있는 금속성분을 걸러내는 아주 중요한 과정일 것입니다. 동물의 세계에서 금속에 중독된 알을 낳는다는 것은 아직 선례가 없는 발견입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그 과정이 이 거위의 생명을 유지하고 있다는 겁니다.
"다만 거위에게는 불행하게도, 난소가 완전히 중독되어 있기에 알을 자주 내놓지 못하며 알이 나온다 해도 결코 부화하지는 못합니다. 그리고 이 거위의 경우, 알을 낳는 과정은 금속성분의 체외분비 정도로 이해되어야 할 것입니다."
이상이 보고서의 내용이었다. 그는 끝으로 한마디를 덧붙였다.
"여기서 우리는 아주 곤란한 질문에 봉착하게 됩니다."
나는 그가 말하는 문제가 무엇인지 알 수 있었다. 그 자리에 있던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 수 있었다.
바로 거위 체내에 있는 금의 출처는 어디냐 하는 것이었다.
해답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비관적인 증거들만이 수두룩했다. 거위의 먹이에 금이 없다는 것은 분명했다(꼼꼼히 거위의 식단을 검사해 봤다.) 어디에서 사금을 집어먹는 것도 아니었다(인근 지역의 광물부존량 탐사도 해봤다.) 집 근처에 무슨 금단추나 금시계,금붙이가 떨어져 있는 것도 아니었다. 심지어 혹 금니가 빠진 게 있나 맥그리거 가족의 치아검사까지 했지만 모두 허사였다.
물론 맥그리거 부인의 결혼 반지가 금반지였지만 그녀는 밭일할 때에는 결혼 반지를 끼지 않는다고 맹세했다.
도대체 거위 체내에 있는 금은 어디서 나오는 걸까?


해결의 실마리는 1955년 8월 16일에 나타났다.
퍼듀 대학의 알버트 네비스 교수는 소화기관의 내용물에 대한 성분을 분석하기 위해 튜브를 거위의 식도를 통해 삽입해서 장내부검사를 실시했다.

물론 이번 검사 역시 거위의 완강한 반항에 부딪혀 고전하기는 했다. 하지만 혹시 외부로부터의 어떤 금관련 물질의 섭취가 있는가를 알아보기 위해서는 필수적인 검사였다.
소화기관 속에서 금을 발견하기는 했지만 너무나 미량이어서 외부에서 들어 왔다기보다는 오히려 소화분비액에 섞여 장으로 분비된 것으로 추정되었다. 결국 금은 거위의 내부에서 생성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 실험의 결과 중에서 정작 주목할만한 사실은 다른 곳에 있었다.
네비스 박사가 거위우리 옆에 세워진 임시막사로 핀리 박사를 찾아왔을 때 나는 그 자리에 있었다.
네비스 박사가 먼저 말문을 열었다.
"거위의 소화분비액에서는 쓸개즙색소의 함량이 아주 낮은 걸로 나왔습니다. 십이지장의 내용물에서는 쓸개즙색소의 흔적도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핀리 박사가 눈살을 찌푸렸다.
"아마도 금 농축 때문에 간 기능이 형편없이 저하되었기 때문일 겁니다. 쓸개즙자체가 전혀 분비되지 않는 거지요."
"그렇지 않습니다. 쓸개즙은 분명히 나오고 있습니다. 쓸개즙산의 농도 역시 정상입니다. 아니, 거의 정상에 가깝다고 할 수 있습니다. 없는 건 쓸개즙 색소뿐입니다.

대변에 대한 성분분석도 해보았더니 결과는 같았습니다. 쓸개즙색소가 전혀 검출되지 않았습니다."
여기서 잠시 간단한 설명을 곁들이자면, 쓸개즙산은 간에서 쓸개로 분비되는 스테로이드의 일종이다. 쓸개즙산은 세제와 비슷한 역할을 하는 물질로서 지방의 분해와 소화에 관여한다. 쓸개즙의 균질화과정이 지방을 소화하기 쉬운 상태로 만들어준다.
그 거위에게서는 검출되지 않은 쓸개즙색소의 경우, 쓸개즙과는 성격이 완전히 판이하다. 쓸개즙색소는 간에서 생성되며, 그 원형은 헤모글로빈이다. 아시다시피 헤모글로빈은 붉은 색의 단백질로서 혈액 속의 산소를 운반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노화한 헤모글로빈(hemoglobin)은 간에서 분해되어 헴(heme)만이 떨어져 나온다. 헴(heme)은 철 원자(Fe) 하나를 가운데 두고 있는 둥근 분자로서, 포르피린이라고도 불린다. 간은 헴의 철 원자를 분리해 내어 다음번 사용을 위해 저장해두고, 쓸모 없어진 포르피린은 잘게 부순다. 이때의 포르피린 파편이 바로 쓸개즙색소가 된다. 쓸개즙색소는 차후의 화학적 변화에 따라 녹색 혹은
갈색을 띄게 되며 간에서 쓸개로 분비된다.
쓸개즙색소는 인체에 전혀 쓸모가 없기에 폐분비물로 소화물과 섞이게 된다. 그런 후 창자 내부를 거쳐 나중에는 대변의 일부가 되어 나온다.
핀리 박사의 눈이 반짝였다.
네비스가 나섰다.
"내가 보기에는 간에서의 포르피린 이화작용이 제대로 일어나고 있지 않은 것 같군요. 그렇지 않습니까?"
물론 내게도 그 점은 분명했다.
그러한 연구 진전은 사람들을 흥분시키기에 충분했다. 이것은 그 거위에게서 나타난 최초의 비정상적인 신진대사과정이었다. 드디어 첫 단추를 꿴 것이다.
우리는 곧이어 간 조직검사를 실시했다. 기다란 주사기로 거위의 간 조직을 일부 채취했다. 거위가 약간 고통스러워했으나, 건강에 별 지장은 없었다. 혈액샘플도 추가로 뽑았다.
그 다음에는 혈액에서 헤모글로빈을 추출하고 간 조직에서 시토크롬을 추출했다. (시토크롬은 산화효소로서 역시 헴을 포함한다.) 헤모글로빈과 시토크롬에서 헴을 따로 분리해냈다. 그리고 이를 산성용액에 침전시키니 밝은 오렌지색 화합물이 응고되어 남았다.
그 오렌지색 화합물은 헴과 비슷한 물질이었으나 성분이 달랐다. 헴속의 철분은 보통 2가 철이온이나 (Fe++) 3가 이온(Fe+++)의 형태로 존재한다. 3가 철이온을 포함하는 경우 화합물은 헤마틴이라 불린다. (영어로 철을 나타내는 ferric 혹은 ferrous는 라틴어 ferrum에서 왔다.)
우리가 헴으로부터 분리해낸 오렌지색 화합물의 경우, 포르피린 구성에는 문제가 없었으나 중심원자는 철이 아닌 금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더 정확하게 밝히자면 금 3가이온(Au+++)이 중심 핵을 구성하고 있었다. 그래서 우리는 새로이 발견한 이 화합물을 금과(auric) 헴(heme)의 합성어인 '오렘'(aureme)이라고 명명했다.
'오렘'은 자연상태에서 발견된 첫번째 금 유기화합물이었다. 보통의 경우라면 세계 생화학계에 커다란 반향을 불러 일으켰을만한 발견이었지만 당시 우리들은 이를 별 대수롭지 않은 것으로 취급했다. 적어도 그 발견이 열어준 새로운
과학의 지평에 비견했을 때는 말이다.
그 거위의 간에서는 헴이 쓸개즙색소로 분리되지 않았다. 대신 헴을 '오렘'으로 바꾸어주고 있었다. 즉 헴속의 철이온 대신 금이온이 자리잡는 것이다. 오렘은 금염이온과 평형을 이룬 상태에서 혈관을 통해 난소로 이동해 갔다. 그곳에서 금은 분리되고 포르피린부분은 아직 밝혀지지 않은 어떤 과정에 의해 처분되는 것 같았다.
계속진행된 연구는 거위의 혈액 속에 있는 금의 29%가 금염이온의 형태로 혈장 속에 용해되어 있는 걸로 나타났다. 나머지 71%는 '오레모글로빈'(auremoglobin)의 형태로 적혈구속에 포함되어 있었다. 오레모글로빈이 난소로 얼마나 빨리 이동하는지 알아보기 위해 거위에게 방사능에 노출시킨 금을 먹여보았다. 이는 방사능탐지기를 이용하여 거위의 혈액에서 적혈구와 혈장 속에 포함된 금이온을 추적하기 위한 실험의 일환이었다. 혈장 속에 용해된 금염이온 chloraurate ion보다 오레모글로빈의 반응이 더 느려 보여 이를 뒷받침할 자료가 필요했던 것이다.
하지만 그 실험은 실패로 끝났다. 왜냐하면 거위 체내 방사능을 전혀 추적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우리들 중 누구도 방사성 동위원소를 제대로 공부한 사람이 없었기에, 우리는 이 실험의 실패를 경험부족 탓으로 돌렸다. 사실 이 결과는 무척 중요한 의미를 내포하고 있었는데, 그 당시에는 아무도 이 실패의 중요성을 몰랐다. 이를 간과함으로써 나중에 우리는 며칠을 까먹는 셈이 되고 말았다.
오레모글로빈은 물론 혈액내 산소운반에 있어 전혀 제 기능을 수행하지 못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그 비율이 전체 적혈구 헤모글로빈의 0.1%에 지나지 않아, 거위의 산소공급작용에는 전혀 지장이 없었다는 사실이다.
계속해서 우리는 금이 어디에서 오는가 하는 숙제에 대해 궁리했고, 결정적 실마리를 처음 내놓은 건 우리들 중 비스박사였다.
1955년 8월25일의 저녁에 열린 전체회의에서 그는 이런 가능성을 제기했다.
"혹시 거위의 간에서 금과 철이 자리바꿈 하는 게 아니라, 철 그 자체가 금으로 바뀌고 있는 게 아닐까요?"
내가 네비스를 그해 여름 거위 프로젝트를 통해 직접 만나기 전, 나는 그의 이름을 쓸개관련 생화학 및 간 기능에 대해 쓴 그의 논문을 통해 알고 있었다.
글을 통해 받은 인상은 그가 아주 주의 깊고 논리가 뚜렷한 사람이라는 것이었다. 거의 지나칠 정도로 말이다. 그 누구도 네비스 박사가 중세 연금술사나 생각해낼 법한 그런 엉뚱한 제안을 하리라고는 전혀 생각지 못했을 것이다. 그의 제안은 이 거위 프로젝트가 그를 얼마나 절망적으로 또, 무기력하게 만들었는지 엿볼 수 있게 해주는 대목이다.
그를 이렇게 절망적으로 만든 것은 바로 금의 출처가 어디에도 없다는 사실이었다. 그 거위는 몇 달 동안 매일 평균 38.9그램의 금을 꼬박꼬박 내어놓고 있는데 그 출처는 아무도 모르고 있었다. 금이 어디서 나오는 것인지를 밝힐 수 없다면, 금이 어딘가에서 만들어진다는 억측이라도 해야 했다.
또, 그를 무기력하게 만든 것은 바로 우리 눈앞에 앉아있는 황금알을 낳는 거위의 엄연한 존재였다.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세상에 존재한다는 것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현실이었다. 우리는 무엇이라도 가능한 동화의 세계 속에 들어와 있었고 그렇기에 우리는 현실감각을 잃어버렸다. 그런 우리에게 불가능한 가정이 어디 있으랴.
그러나 나의 이런 서글픈 유추에도 불구하고 핀리 박사는 네비스 박사의 제안을 진지하게 받아들이는 눈치였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간으로 들어간 헤모글로빈의 일부가 오레모글로빈으로 바뀌어 나옵니다. 거위 알의 황금에서 발견된 유일한 불순물은 철이었지요. 노른자위에서 발견된 금속 성분은 두 가지입니다. 주종은 물론 금이었고, 그 나머지는 철이었습니다. 이 모든 사실을 종합해 볼 때, 우리는 네비스 박사가 말한 다소 어처구니없는 가설에 이르게 됩니다. 여러분, 이제 다시 상부의 지원을 요청해야 겠습니다."
지원 요청과 함께 그 조사는 세 번째 단계에 접어들었다. 첫 번째 단계란 나 혼자 와서 한 기초조사였다. 두 번째는 생화학자들로 구성된 화학적 분석연구였다. 이제 가장 규모가 크고도 중요한 마지막 단계에 이르러서, 드디어 핵물리학자들의 합류가 이루어졌다.
1955년 9월 5일, 캘리포니아 대학의 죤 빌링스 교수가 도착했다. 그는 필요한 실험기자재를 가져왔고, 뒤이어 몇 주 동안 지원인력이 속속들이 도착했다. 가건물을 추가로 몇 채 더 세워야했다. 그해가 채 다가기도 전에 거위우리 주위에는
연구단지가 하나 들어설 것처럼 보였다.
빌링스 박사는 도착 당일 즉시 저녁 회의에 참석했다. 핀리 박사가 그 동안의 연구결과를 설명해주었다.
"현재의 '철을 금으로 바꾼다.'는 가설에는 몇 가지 중대한 논리적 오류가 있습니다. 그 첫 번째는 그 거위 체내의 철의 전체 함량이 기껏해야 0.5그램 정도밖에 되지 않는데, 이 거위는 매일 40그램의 황금을 생산해내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빌링스가 말문을 열었을 때, 그의 목소리는 약간 고음이었지만 깨끗한 음색을 가지고 있었다.
"지금 그것보다 더 중대한 에너지량의 모순을 놓치고 계시는군요. 비질량편차 곡선상에서 철은 거의 최하단에 위치합니다. 금은 그보다 훨씬 높은 점에 자리합니다. 즉,철 1그램을 동일질량의 금으로 바꾸자면, 우라늄-235 (U-235) 1그램을 핵분열시킬 때 발생하는 정도로 엄청난 에너지가 필요합니다. "
핀리는 어깨를 으쓱해 보였다.
"그 문제는 당신에게 맡기겠소."
" 한번 생각해 보겠습니다."
물론 생각만 한다고 풀릴 문제는 아니었다. 그래서 빌링스 박사는 거위에게서 새로이 추출한 헴 heme 표본을 연소시켜서 남은 산화철을 브룩헤이븐으로 보내 동위원소 검사를 하게 했다.
이런 특별한 실험을 하게 된 이유는 사실 없었다. 그저 무작위로 실시한 수많은 실험들 중 한가지에 불과했는데 수수께끼의 실마리는 바로 이 실험에서 나왔다.
동위원소 분석결과를 받아본 빌링스박사의 얼굴에는 충격의 빛이 역력했다.
"철-56 (Fe-56)이 전혀 없군요."
"다른 동위원소는 어떻습니까?"
핀리가 즉각 질문을 던졌다.
"다른 동위원소는 다 있습니다 .나머지는 모두 적정비율로 나타났는데 철-56만이 전혀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여기서 또 설명을 좀 해야할 것 같다. 철은 자연상태에서 네 가지 동위원소로 구성된다. 이들 동위원소는 모두 같은 철 원자이지만 원자량이 서로 다르다.

원자량이 56인 철 동위원소는 Fe-56으로서 전체철 원자의 91.6%를 차지한다. 나
머지 동위원소는 각각 원자량이 54,57,58이다.
거위 체내에서 추출한 헴에서 발견된 철 동위원소는 철-54 (Fe-56), 철-57 (Fe-57), 철-58 (Fe-58) 뿐이었다. 이것이 의미하는 바는 명백하다. 즉 거위의 간에서 모종의 핵반응이 일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보통 핵반응은 한가지 특정동
위원소만을 소모하며 다른 동위원소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반대로 화학반응의 경우, 그 성격에 관계없이 모든 동위원소에 똑같이 적용된다.
핀리가 나섰다.
"하지만 그것은 에너지 역학적으로 불가능한 얘기 아닙니까?"
핀리박사의 지적은 에너지의 문제를 처음 들고나왔던 사람은 바로 빌링스 자신이었다는 점을 상기시키는 듯 약간 빈정거리는 투로 들렸다. 생화학자들인 우리는 많은 화학반응이 우리 신체 내에서 이루어지고 있고, 이러한 화학반응은 저마다 에너지 소비를 필요로 하기에 모든 화학반응의 경우 흡열반응과 발열반응이 동시에 일어난다는 점을 너무도 잘 알고 있었다. 그러나 화학반응은 1몰당 몇 kcal의 에너지를 생성시키거나 소비할 뿐이다. 핵반응은 수백만 kcal의 에너지를 동반한다. 고로 또다른 발열 핵반응이 있어야 흡열 핵반응이 일어날수 있는 것이다.
우리는 그후 이틀동안 빌링스의 모습을 구경할 수 없었다.
마침내 그가 돌아왔을 때 그는 자신의 결론을 제시했다.
"여기서 우리가 기억해야하는 사실은 발열반응이 발생시키는 열량이 흡열 반응에서 소비되는 양과 완전히 동일해야 한다는 사실입니다. 만약 조금이라도 열량이 부족하다면 핵 반응은 전혀 일어나지 않을 겁니다. 그리고 천문학적 숫자의 원자핵이 반응한다는 사실을 참고해 볼 때, 조금이라도 열량이 초과한다면 그 여분의 에너지는 순식간에 거위를 증발시키고도 남을 겁니다. "
"그래서요?"
핀리가 끼여들었다.
"고로 가능한 핵반응의 수는 극히 제한되어 있습니다. 이 경우에 들어맞는 핵 반응은 딱 한가지뿐입니다. 바로 산소-18 (O-18)이 철-56 (Fe-56)으로 변환할 때의 반응입니다. 이때의 발열량은 철-56을 금-197로 바꾸는데 필요한 열량과 동일합니다. 시이소 에서처럼 힘의 평형이 이루어지는 거지요. 물론 이 대목은 아직 좀 더 연구가 필요합니다."
"구체적으로 어떤 연구 말입니까?"
"먼저 거위 체내의 산소 동위원소 구성비를 검사해 볼까 합니다."
산소는 자연상태에서 세 가지 동위원소로 구성되며, 자연상태로 가장 많이 존재하는 동위원소의 원자량은 16이었다. 원자량이 18인 산소-18 (O-18)의 구성비는 전체 산소원자의 1/250을 차지한다.
또다시 혈액샘플을 채취했다. 진공상태에서 수분을 증발시킨 후 다시 질량 분광기로 걸러냈다. 분석결과 혈액중의 산소-18 (O-18)동위원소 구성비는 전체의 1/1300에 불과했다. 기대치에서 80%가 모자라는 수치였다.
빌링스박사가 말했다.
"이제야 확증을 잡았습니다. 산소-18이 소모되고 있는 겁니다. 사료와 물을 통해 꾸준히 거위 체내에 공급되는데도 계속해서 없어지고 있습니다. 그 결과로 금-197 (Au-197)이 생기는 겁니다."
철-56(Fe-56)은 핵연쇄반응의 중간 생성물이었고, 이는 생기자마자 다시 금-197 (Au-197)로 핵융합 되기에 동위원소 분석에서 철-56 (Fe-56)은 전혀 나타나지 않은 것이다.
우리에게는 좀더 확실한 증거가 필요했다. 그래서 새로운 실험을 해 봤다.
산소-18을 농축시킨 물을 일주일간 거위에게 먹였다. 그 즉시 금 생산량이 증가했다. 일주일이 다되자 하루 45.8그램으로 금 생산량이 증가했고 그럼에도 체내의 산소-18 함량에는 변함이 없었다.
"이제는 의심의 여지가 없습니다."
빌링스가 말했다. 그는 연필을 꺾어 부러뜨리며 일어섰다.
"저 거위는 살아있는 원자로입니다."

그 거위는 분명 돌연변이였다. 돌연변이라는 사실은 방사능에 의한 돌연변이의 가능성으로 이어졌고, 방사능 노출의 가능성은 맥그리거 농장에서 수백 마일 떨어진 곳에서 실시되었던 핵실험을 상기시켜 주었다. (만약 핵실험이 텍사스에서 실시된 적이 있는가하고 반문하는 독자가 있다면 확률은 반반이다. 내가 여러분에게 진실을 말하고 있지 않거나, 아니면 여러분이 진실을 모르고 있는 것이다.)
나는 인류가 핵을 개발한 이래, 일개 농장에 대해 그토록 정밀한 방사능 누출검사가 실시되고, 꼼꼼한 토양분석검사의 예가 없었으리라 생각한다. 관련 과거기록도 모두 살펴보았다. 아무리 엄중한 기밀을 요하는 문서라도 우리의 손을 빠져나가지는 못했다. 이미 그때쯤에는 '거위' 프로젝트에 무소불위의 권한이 부여되어 있었다.
두 가지 사실이 드러났다.
첫째, 그 농장의 방사능 수치는 평균보다 약간 높았다는 것이다. (물론 인체에 해를 줄 정도는 아니었다는 점을 미리 밝혀 둔다.) 그리고 그 거위가 태어났을 당시 맥그리거 농장은 두 차례에 걸친 낙진 피해지역의 한 끄트머리에 위치해 있었다(물론 이 낙진 역시 인체에 유해한 정도는 아니었다는 점을 다시 한번 강조해 둔다.)
둘째, 그 농장의 거위들 중에서, 아니 인간을 포함한 방사능 분석검사가 가능한 모든 생물중 오로지 황금알을 낳는 거위만이 방사능의 수치가 0이었다는 사실이다. 모든 사물은 극히 미량의 방사능을 지니게 마련이다. 또한 농장의 토양에서도 방사능이 검출되었는데 그 거위만이 유독 방사능검사에 전혀 양성반응을 보이지 않았다는 것은 확실히 특이한 사실이었다.
핀리 박사는 1955년 12월 6일, 추가 보고서를 작성했다. 그 과학적 보고서의 내용을 쉽게 풀어보면 다음과 같다.
'이 거위는 아주 특이한 돌연변이입니다. 탄생 당시 고준위 방사능에 노출되었습니다. 흔히 이는 다양한 형태의 유전자 변화를 가져오는데, 보통의 돌연변이가 부정적 방향으로 일어나는 반면, 이 거위의 경우에는 아주 긍정적인 결과가 나왔습니다. 이 거위에게는 다양한 핵 반응을 촉진시키는 효소체계가 있습니다. 이 특이한 효소체계에 단일 효소가 관여하는지 아니면 다수의 효소가 복합적으로 관여하는지는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또 문제가 되는 효소의 속성에 대해서도 알려진 바가 전혀 없습니다. 일반 효소 촉진 화학반응보다 몇 만 배나 더 높은 열량을 필요로 하는 핵반응을 어떻게 체내 효소가 일으킬 수 있는지에 대해
서도 현재 알려진 이론으로는 설명이 불가능합니다. 전반적 핵융합반응은 산소-18에서 금-197이 생성되는 과정입니다. 산소-18은 거위의 환경에 풍부한 원소이며 식수와 사료를 통해 상당량이 공급됩니다. 결과물인 금-197은 난소를 통해 축적됩니다. 알려진 중간 생성물은 철-56입니다. 이 과정에서 오레모글로빈이 형성된다는 사실로 미루어 볼 때, 특정효소가 헴heme을 반응 매개체로 이용하지 않았는가 사료됩니다. 저희는 이러한 전반적 핵반응이 거위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연구해 봤습니다. 산소-18은 전혀 무해한 원소이고 금-197은 처분하기 골치 아픈 금속인 한편 중독의 위험성을 내포합니다. 금이 거위알을 통해 축적되는 이유는 더 큰 위험을 방지하기 위함입니다."
보고서를 작성하는 과정은 무척 엄숙한 분위기에서 진행되었다.
우리가 실패작으로 넘겨버린 빌링스의 합류 전에 행하여진 방사능 추적실험에 대한 대목이 나왔을 때 빌링스는 갑작스레 발작을 일으켰고, 나는 그가 입에 거품을 물고 기절하는 줄 알았다. 나는 사람이 그토록 심한 발작을 일으키고도 살아날 수 있다는 사실을 그날 처음 알게 되었다. 우리가 거위체내에 주입한 방사능 추적에 실패했다는 사실을 도대체 어떻게 간과할 수 있었는가 하고 그는 한동안 우리의 지적수준에 의문을 표시하는 발언을 계속했다.
"당신들은 풋내기 기자와 꼭 같아요! 마을 결혼식에 취재차 보냈더니 돌아와서 한다는 소리가, 신랑이 나타나지 않아서 결혼식이 취소되었으니 기사거리가 전혀 없었다고 하는 격입니다. 거위에게 방사성을 띈 금을 먹였는데 추적해보니 반응이 나타나지 않았다구요. 그 뿐 아니라 거위에게선 그 어떤 자연 방사능도 검출되지 않았다구요. 그러고도 그 실험이 실패였다는 겁니까?"
우리는 거위에게 방사능 동위원소를 먹이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소량씩 먹였으나 별 반응이 없어 1956년 1월 말에 가서는 거의 한 숟갈씩 퍼 먹이는 지경에 이르렀다. 그럼에도 거위의 신체에서는 방사능이 검출되지 않았다. 빌링스가 방사능 실험 결과를 발표했다.
"실험결과 이 거위의 효소촉진 핵반응은 불안정한 동위원소를 안정된 동위원소로 변환시키는 기능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참 편리한 기능이군요."
나의 견해였다.
"편리하다구요? 이건 거의 예술입니다. 우리는 핵무기시대에 있어 최상의 방위수단을 드디어 발견한 겁니다. 들어보십시오. 산소-18이 금-197로 융합되는 과정에서 산소원자 하나당 양성자 8개와 약간의 양성자 파편이 생깁니다. 이는 전자와 반응할 때 감마선 8개와 약간량의 양성자가 생긴다는 걸 뜻합니다. 그런데 감마선 역시 전혀 거위에게서는 검출되지 않았습니다. 즉 이 거위는 감마선을 흡수하고도 멀쩡하다는 겁니다."
우리는 다시 그 거위에게 감마선을 쏘여보았다. 별 탈이 없었다.
강도를 높이자 거위의 체온이 약간 올라가서 우리는 깜짝 놀라 실험을 중단했다. 그러나 그건 단순한 열이었을 뿐 방사선 숙취는 아니었다. 하루가 지나 열이 가라앉자 거위는 다시 정상으로 돌아왔다. 빌링스 박사가 다시 물어왔다.
"이제 이 거위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아시겠습니까?"
"과학의 경이지요."
핀리 박사가 국민학생 취급당하는 것이 불편한 듯 신음하며 대답했다.
"맙소사! 아직도 이 거위의 진정한 용도를 모르시겠습니까? 우리가 이 거위의 간 기능을 파악해서 실험실에서 핵반응과정을 똑같이 복제할 수만 있다면 완벽한 방사능 제거 방법을 얻을 수 있게 될 겁니다. 현재 원자력 개발에 있어 가장 큰 걸림돌이 뭡니까? 바로 용도폐기된 핵폐기물의 저장 및 처리 아닙니까?
만약 방사능물질을 대형 저장소에 어떤 효소와 함께 넣어 두는 것만으로도 이 문제가 해결된다면... 여러분! 이 거위의 독특한 간 기능만 파악해 낸다면, 이 시대가 안고 있는 핵군축, 핵무기, 핵발전 이 모든 문제의 해결책을 제시할 수 있게 됩니다. 핵 개발 이후 처음으로 인류는 방사능의 공포로부터 자유로워지는 겁니다.
"만약 그 간 기능을 변형시킬 수 있는 방법까지 어떻게 알아낸다면, 우린 거위들을 이용해 다른 필요한 물질을 생산하게 할 수도 있습니다. 우라늄 거위 알은 어떻겠습니까? 그 간 기능을 파악해 낼 수만 있다면 현대판 연금술이 가능해 지는 겁니다!"
그는 안타까움에 목소리를 높였지만 그게 무슨 소용 있으랴! 우리들 과학자들은 모두 꼼짝하지 않고 멀뚱멀뚱 눈을 굴리는 그 거위를 쳐다봤다. 만약 거위 알이 부화만 된다면 원자로 거위 1개분대가 생길텐데.
"분명 이런 일이 처음은 아닐 것이야. 황금 알을 낳는 거위 얘기가 그냥 생긴 것은 아닐거라구,"
핀리 박사가 중얼거렸다.
"또 다른 황금 알을 낳는 거위가 나타날 때까지 마냥 기다리자는 거요?"
빌링스의 냉소 섞인 반박이었다.
만약 이런 거위가 몇 마리만 더 있어도 기꺼이 해부해 볼 수 있었을 텐데. 난소를 연구해 볼 수도 있고, 충분한 재료를 통해 갖가지 세포조직 이식 및 배양실험을 해 볼텐데. 물론 그것 역시 별 소용이 없을지 모른다. 조직 검사때 채취해둔 간 조직은 온갖 수를 다 써보았지만 전혀 산소-18과 반응하지 않았다. 부분 조직이 아니라 온전한 간을 가지고 실험해보는 것은 어떨까? 아니면 수정란을 발육시켜, 간의 형성과정을 연구하고 이를 복제해 본다면? 하지만 해당 거위가 한 마리뿐인 상황에서 생체실험이 무슨 소용 있으랴! 우리 중 그 누구도 '황금 알을 낳는 거위'의 배를 가른 현대판 바보가 되고 싶지 않았다. 비밀은 바로 저 살찐 거위의 간에 있었다. 살찐 거위의 간! 빠뜨 드 포와 그라! (pate de foie gras : 살찐 거위의 간,프랑스 별미요리:역주) 살찐 거위의 간을 두고 고민하는 우리들, 구미가 당기기보다는 오히려 식욕만 잃을 뿐이었다.
네비스가 골똘히 생각하며 말했다.
"우리에겐 무언가 새로운 아이디어가 필요합니다. 아주 신선한 출발점, 정말 파격적인 사고 말입니다. "
"말만 한다고 그게 나옵니까?"
빌링스가 낙담한 목소리로 말했다.
내가 오랜만에 말문을 열었다.
"신문에 아이디어 모집광고를 내볼까요?"
민망할 정도로 풀이 죽은 이 최고의 석학들 앞에서 그냥 한번 웃자고 한 소리였다. 그런데 그 농담이 내게 어떤 영감을 주었다.
"과학소설이라면!"
"뭐라구요?"
핀리 박사가 물었다.
"과학소설 잡지에는 가끔 익명을 요구하는 작가의 글도 올라옵니다. 독자들은 그런걸 또 좋아하거든요. 사람들은 그런 글에 오히려 더 진지한 흥미를 보여줍니다."
나는 일전에 읽은 비슷한 주제의 아시모프의 글에 대해 말했다. 그들의 반응은 냉담했다. 내가 서둘러 덧붙였다.
"기밀유지는 신경 쓰지 않아도 됩니다. 어차피 소설이라 아무도 믿지 않을 테니 말입니다."
난 이들에게 원자폭탄이 일반에 알려지기 1년 전인 1944년에 클라이브 카트밀이란 사람이 이미 원자폭탄을 소재로 한 소설을 쓴 바 있지만, FBI는 굳이 이 일에 대한 책임추궁을 하지 않았다는 일화를 들려주었다. 그래도 그들에게서는 별 호응이 없었다.
"과학소설을 읽는 사람들은 상상력이 풍부합니다. 그들의 지적수준을 결코 과소 평가해서는 안됩니다. 비록 소설이라고 생각하더라도 개중에는 자신의 의견을 출판사로 보내오는 사람도 있을 겁니다. 어차피 우리에게 더 이상 뾰족한 수가 없으니 이런 시도라도 한번 해 본다고 손해볼게 뭐 있습니까?"
여전히 분위기는 시큰둥했다. 그래서 마지막 수를 썼다.
"사실 저 거위가 언제 죽을지 누가 압니까?"
그제야 내 말이 먹혀들었다.
우리는 먼저 상부의 허락을 얻어야 했고, 다음에는 과학소설 편집자인 죤 켐벨씨에게 접촉을 해야했다. 그가 나에게 아시모프 씨를 연결해 주었다.

이제 글은 다 썼다. 독자 여러분이 글의 내용을 사실로 받아들이지 않기를 바란다. 이 글은 어디까지나 허구이다.


  다만....


  혹시 무슨 좋은 생각이라도?

7개의 댓글

2017.07.28
꿀잼
0
오늘날 우리는 여전히 방사능 공포속에 살고 있으니 결국 저 프로젝트는 실패했다는 거군.
0
2017.07.29
발상 진짜 참신하다
0
2017.07.29
내용부터 형식까지. 존나 재밌네
0
2017.07.29
좋다
0
2017.07.30
넘나 꿀잼인것
0
2017.07.31
오우...
0
무분별한 사용은 차단될 수 있습니다.
번호 제목 글쓴이 추천 수 날짜
12408 [역사] 지도로 보는 정사 삼국지 ver2 9 FishAndMaps 6 23 시간 전
12407 [기타 지식] 100년을 시간을 넘어서 유행한 칵테일, 사제락편 - 바텐더 개... 2 지나가는김개붕 0 1 일 전
12406 [기타 지식] 오이...좋아하세요? 오이 칵테일 아이리쉬 메이드편 - 바텐더... 3 지나가는김개붕 2 2 일 전
12405 [기타 지식] 웹툰 나이트런의 세계관 및 설정 - 지구 1부 29 Mtrap 8 2 일 전
12404 [기타 지식] 칵테일의 근본, 올드 패션드편 - 바텐더 개붕이의 술 이야기 15 지나가는김개붕 13 3 일 전
12403 [기타 지식] 웹툰 나이트런의 세계관 및 설정 - 인류 2부 20 Mtrap 13 2 일 전
12402 [기타 지식] 웹툰 나이트런의 세계관 및 설정 - 인류 1부 13 Mtrap 19 3 일 전
12401 [역사] 군사첩보 실패의 교과서-욤 키푸르(完) 1 綠象 0 1 일 전
12400 [호러 괴담] [살인자 이야기] 미치도록 잡고 싶었다. 체포되기까지 28년이... 1 그그그그 6 3 일 전
12399 [역사] 아편 전쟁 실제 후기의 후기 3 carrera 11 4 일 전
12398 [과학] 경계선 지능이 700만 있다는 기사들에 대해 36 LinkedList 9 4 일 전
12397 [역사] 미지에의 동경을 그린 만화 8 식별불해 5 7 일 전
12396 [호러 괴담] [살인자 이야기] 두 아내 모두 욕조에서 술을 마시고 익사했... 그그그그 2 7 일 전
12395 [기타 지식] 서부 개척시대에 만들어진 칵테일, 카우보이 그리고 프레리 ... 3 지나가는김개붕 5 8 일 전
12394 [유머] 웃는 자에게 복이 오는 삶 10 한그르데아이사쯔 7 8 일 전
12393 [기타 지식] 모던 클래식의 현재를 제시한 칵테일편 - 바텐더 개붕이의 술... 4 지나가는김개붕 2 9 일 전
12392 [호러 괴담] [살인자 이야기] 공소시효만료 11개월을 앞두고 체포된 범인 그그그그 3 9 일 전
12391 [호러 괴담] [살인자 이야기] 범인으로 지목받자 딸에게 누명을 씌우려다... 그그그그 4 10 일 전
12390 [기타 지식] 브라질에서 이 칵테일을 다른 술로 만들면 불법이다, 카이피... 5 지나가는김개붕 1 10 일 전
12389 [기타 지식] 럼, 라임, 설탕 그리고 다이키리 편 - 바텐더 개붕이의 술 이... 2 지나가는김개붕 6 11 일 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