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

SF 단편 - 익살꾼

계속 아이작 아시모프의 단편만 올리는데 어슐러 르귄의 작품도 올리려다가 못 찾아서.. 손으로 직접 타이핑 하든가 해야지 그래도 되는지 모르겠다만

이번에 퍼온건 띄어쓰기가 좀 이상함..


익살꾼(Jokester)


아이작 아시모프

노엘 마이어호프는 준비한 목록을 참조하면서 어떤 항목을 먼저 읽
을지를 골랐다. 늘 그렇듯이 그는 주로 직감에 의존하였다.
눈에 보이는 부분이 기계의 가장 작은 부분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는 이 기계 앞에서는 위축감을 느꼈다. 그러나 그것은 문제가 되지
않았다. 자신이야말로 주인이라는 것을 알고있는 사람이 가질 법한 무
뚝뚝한 자신감을 지닌채 그는 말을 시작했다.
"존슨은 사업차 떠났던 여행에서 예기치않게 일찍 돌아와서는 그만
아내가 자신의 가장 친한 친구의 품에 안겨있는 모습을 보았다. 그는
주춤주춤 뒤로 물러나면서 말했다. '맥스! 난 그 여자랑 결혼을 했으
니까 그녀를 안아줘야만 해. 하지만 자네는 왜.....?'"
마이어호프는 생각에 잠겼다. 좋아! 졸졸 흐르는 물방울을 창자속
으로 흘려보내서는 콸콸 흐르게 하는 거야.
그 때 목소리가 등 뒤에서 들려왔다.
"이봐!"
마이어호프는 그 단모음의 목소리를 지우고는 사용하고 있던 서키
트를 중립위치에 집어넣었다. 그는 홱 돌아보며 말했다.
"난 일하고 있는 중이라구. 자넨 노크도 못하나?" 그는 자신이 그
누구보다도 자주 마주치는 선임분석가인 티모시 휘슬러를 맞이할 때
의례적으로 짓곤하던 미소조차도 짓지 않았다. 그는 자신의 얇은 뺨
을 머리카락에 닿을듯이 구겨뜨리면서 과거 어느때보다도 더 얼굴을
찌푸려 이방인 때문에 방해를 받았다는듯이 못마땅한 얼굴을 했다.
휘슬러가 어깨를 으쓱거렸다. 손을 주머니에 찔러넣은채 아래로 누
르는 바람에 그가 입은 하얀 실습복에는 뚜렷한 세로줄이 나 있었다.
"난 노크를 했어. 자네가 못들은거지. 신호교환기는 고장이더군."
마이어호프가 투덜거렸다. 하필이면 이럴 때 고장이라니...... 그는
새로운 프로젝트에 너무 몰두해 있었기 때문에 사소한 일들은 잊고 있
던 것이다. 게다가 그 때문에 질책을 당할 수는 없지. 이번 일은 아주
중요한 일이니까. 물론 왜 그런지는 알지 못했다. 그랜드 마스터는 거
의 항상 그렇다. 그들이 이성의 지평을 뛰어넘어 있다는 사실, 바로
그 사실 때문에 그들이 그랜드 마스터가 된 것이니까. 어떻게 인간의
심성이, 이제껏 만들어진 것 중에서 가장 크고 복잡한 컴퓨터인, 소위
멀티백이라는, 10마일이나 되는 고형화된 이성 덩어리의 개념을 좇아
갈수 있겠는가?
마이어호프가 말했다.
"나는 일하고 있는 중이야. 뭔가 중요한 것이라도 있나?" "미룰
수 없는 일은 없는 법이지. 초공간에 관한 해답에 몇 가지 난점이
있어서 말이야......"
휘슬러는 두 가지 사항을 말해 놓고는 불분명하지만 얼굴에 후회하
는 기색이 떠올랐다.
"일하고 있었다고?"
"그래. 뭐가 잘못되었나?"
"하지만...."
그가 멀티백의 일부분을 구성하고 있는 줄줄이 이어진 장치들로 가
득찬 나지막한 방의 틈새를 들여다 보듯이 주위를 둘러보았다.
"여기엔 아무도 없구만."
"누가 있다고 했던가? 아니면 있어야만 하는건가?" "자네가 즐겨
하는 농담 중에 하나인가?"
"그렇다면?"
휘슬러는 억지로 미소를 지었다.
"자네가 멀티백에게 농담을 하고 있었다는 말은 하지 말게." 마이
어호프가 딱딱하게 말했다.
"왜 안되지?"
"정말 그랬나?"
"그랬어."
"왜?"
마이어호프는 아래쪽을 지긋이 노려보았다.
"자네에게 설명해줄 필요성은 없어. 그리고 그 누구에게도 마찬가
지지." "세상에! 물론 그럴 필요야 없지. 나는 단지 호기심에서 물
어보았을 뿐이네...... 어쨌든 일하고 있었다니, 난 가봐야겠구만."
그는 찌푸린채 한번 더 둘러보았다.
"그렇게 하게나."
마이어호프가 말했다. 그는 벌써 건너편 바깥으로 눈을 돌리고는
손가락으로 꽉 눌러 신호교환기를 작동시켰다.
그는 마음을 진정시키려는 듯, 방안을 왔다갔다 하면서 걸아다녔
다. 망할 놈의 휘슬러 같으니라구! 모두 망할 놈들이야!
그가 기술자들과 분석가들, 그리고 기계공들을 교제상 적당히 거리
를 두고 대하지 않았기 때문에, 그리고 그들을 창조적인 예술가인양
대접하지 않았기 때문에 그들이 자유를 쥐고 흔드는 것이다. 그는
우울하게 생각에 잠겼다. 그녀석들은 적절한 때에 농담도 하지 못한
다고......
농담이란 말이 떠오르자 그는 곧바로 일로 돌아갔다. 그는 다시
앉았다. 귀신은 뭐하는지 몰라, 그 놈들은 안잡아가고......
그가 적당한 멀티백 서키트를 작동기 안에 던져넣고는 말을 시작했
다.
"배의 승무원이 유난히 거친 항해 중에 난간 위에 멈춰서서는 지독
한 배멀미를 하느라 난간에 축 늘어진 자세로 바닷속을 뚫어져라 바
라보고 있던 한 남자를 측은하다는듯이 쳐다보았다. 승무원이 그 남
자의 어깨를 부드럽게 두드렸다. '기운내십시오, 선생님!' 그가
중얼거렸다. '상태가 안좋아보입니다만, 선생께서도 아시다시피 배멀
미로 죽는 사람은 없으니까요.' 고통에 잠긴 그 신사가 위로하던 선
원에게 새파랗게 질리고 찡그린 얼굴을 돌리고는 거친 억양으로 소리
쳤다. '그런말 말게, 젊은이! 제발 그런 말 말아! 날 살아있게 만드
는 것은 죽고싶다는 희망뿐이란 말일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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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모시 휘슬러는 생각에 잠긴 채, 그러나 미소지은채 고개를 끄덕
거리면서 비서의 책상을 지나쳤다. 그녀도 그에게 미소지었다. 컴퓨
터 천지인 21세기에 인간비서라니! 완전히 고고학적인 유물이 여기
있는 셈이라고 그는 생각했다. 그러나 멀티백을 다루는 거대세계기
업, 바로 컴퓨터세계의 요새에서 그런 제도가 살아남았다는 것은 아마
도 당연한 일이리라. 멀티백이 시야를 가득 채우고 있는 마당에 사소
한 업무를 처리한답시고 더 작은 컴퓨터를 들여놓는 것은 역겨운 기분
만 줄테니까.
휘슬러는 아브람 트래스크의 사무실로 들어갔다. 그 정부관리는
파이프담배에 조심스레 불을 붙이느라 꼼작도 않고 서있었다. 그의
검은 눈동자가 휘슬러 쪽을 보고 감빡거렸다. 매부리코는 자신의 뒷
편에 있는 사각창문과 반대로 날카롭고도 두드러지게 솟아 있었다.
"아! 휘슬러였나? 앉게나, 앉아."
휘슬러는 자리에 앉았다.
"제 생각에 우린 문제가 생겼어요, 트래스크!"
트래스크가 반쯤 미소지었다.
"기술적인 문제가 아니었으면 좋겠는데. 난 죄없는 정치가일 뿐이
란 말씀이야(이건 그가 자주 써먹는 말이었다)."
"마이어호프와 관련된 문젭니다."
트래스크는 재발리 앉아서는 굉장히 끔직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확실한가?"
"그럼요, 확실해요."
휘슬러는 상대편의 갑작스런 불행을 잘 이해하고 있었다. 트래스
크는 내무성의 컴퓨터 및 자동화 부서를 맡고 있는 공무원이었다. 그
는 기술적으로 훈련된 위성들이 멀티백을 조정하도록 되어있는 것과
마찬가지로 멀티백의 인간위성과 관련된 정책문제를 다루도록 되어
있었다. 그러나 그랜드 마스터는 위성보다 훨씬 더한 존재였을 뿐만
아니라 단순히 한 인간보다도 훨씬 더 했다. 멀티백 초기시대에, 골
치아픈 문제는 바로 질문과정에 있다는 것이 명백해졌다. 멀티백은
인간의 문제, 그 모든 문제들에 답을 내놓을 수 있엇다. 만약에 그
것이 의미있는 질문이기만 하다면 말이다.
그러나 지식의 축적속도가 빨라지면 질수록, 그러한 의미있는 질문
들을 유효적절하게 배열하는 것이 점점 더 어려워졌다. 이성만으론
불충분했다. 정작 필요한 것은 드문 종류의 직관력이었다. 체스에서
그랜드 마스터를 탄생시키는 것과 동일한(물론 훨씬 더 집중된 형태이
기는 하지만) 정신의 능력 말이다.
수 천조에 달하는 체스의 수읽기 중에서 최선의 수를, 그것도 불과
몇 분만에 찾아내는 종류의 정신이 필요했다.
트래스크가 불편한 듯이 움직였다.
"마이어호프가 무엇을 하고 있었나?"
"어처구니 없는 질문을 입력시키고 있더군요."
"아! 휘슬러, 그게 다인가? 자네는 그랜드 마스터가 어떤 종류의
질문을 고르던 간에 그를 제지할 수는 없어. 자네나 나나 모두 그의
질문이 무슨 가치가 있는지를 판단할 자격이 없네. 자네도 그걸 알
고 있을 걸세. 난 자네가 그걸 숙지하고 있는줄 알고 있는데......"
"물론전 알고 있어요. 하지만 저는 마이어호프를 압니다. 그를
사교상 만나보신 적이 있으세요?"
"맙소사, 없어!. 그 누가 그랜드 마스터를 사교상 만날 수 잇겠
나?" "그런 태도를 취하지 마세요, 트래스크! 그들은 인간이예요.
그것도 동정을 받을만한 인간이라구요. 한 번이라도 그랜드 마스터가
된다는게 어떤 일인지 상상해 보신 적이 있으세요? 온 세상에 당신
같은 사람이 겨우 열 두어명 쯤만 있다는 걸, 한 세대에 겨우 한 두명
밖에 태어나지 않는다는 것, 세계가 당신에게 의지하고 있고 수 천명
의 수학자, 논리학자, 심리학자, 물리학자들이 당신을 떠받든다는 것
등등......"
"맙소사, 난 전세계의 왕이 된 기분일걸세."
"아마 안그러실걸요?" 선임분석가가 조급하게 말했다.
"그들은 결코 제왕이 된듯한 기분은 들지 않아요. 그들은 동등하
게 말할 동료도 없고, 소속감도 못느낍니다. 내 말 좀 들어보세요.
마이어호프는 소년들과 함께 있는 자리라면 절대 놓치지 않습니다.
그는 결혼도 안했어요. 술도 안마시고 말입니다. 그는 아무런 사회
적 접촉도 하지 않습니다. 그런데도 그는 그래야만 하기때문에 사
람들과의 교제에 스스로를 밀어넣고 있는 거지요." "우리와 함께 있을
때, 그가 무엇을 하는지 아세요? 그것도 겨우 일주일에 한 번 뿐이
지만......"
"전혀 모르겠는데?"
관리가 말했다.
"내겐 모두가 새로운 것들 뿐이구만."
"그는 '익살꾼'이예요."
"뭐라고?"
"그는 농담을 합니다. 그럴듯한 농담을요. 낡고 지루한 얘기를 가
져다가는 그럴듯하게 만듭니다. 그는 항상 그런 식으로 농담을 해요.
일종의 육감이 있다고나 할까요?"
"잘 알겠네."
"모르실 수도 있어요. 농담은 그에게 아주 중요한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휘슬러는 트래스크의 책상에 양 팔꿈치를 올려놓고는 엄지
손톱을 물어띄으며 허공을 노려보았다.
"그는 색다르지요. 그도 자신이 그렇다는 걸 알구요. 농담을 통
해서만이 그는 우리같은 바보멍청이들이 자기를 동료로 끼워준다고 여
깁니다." "우리는 깔깔대고 그의 등을 두드려대면서 심지어는 그가 그
랜드 마스터인 것조차 잊어버리지요. 바로 그런 식으로 그는 우리와
교제하는 겁니다." "무척 흥미롭구만. 자네가 그렇게 뛰어난 심리학
자인줄은 몰랐어. 그래서 어찌 될 것 같은가?"
"만약에 마이어호프의 농담거리가 다 떨어지게 되면 어떻게 될까
이겁니다." "뭐라고?"
관리는 눈을 부릅뜨고 쳐다보았다.
"만약 그가 했던 농담을 또 써먹는다면 어떡하죠? 청중들이 점점
안 웃게 되다가 결국 아무도 안 웃게 되면요! 농담이야말로 우리의
인정을 얻기위한 유일한 방편인데...... 농담이 없이는 그는 혼자 남
게 될 것이고, 그 때가 되면 그에게 무슨 일이 일어날까요? 트래스크,
결국 그는 독불장군이 아니예요. 우리는 그런 일이 일어나도록 그를
내버려 둘 순 없어요. 전 지금 단지 육체적인 문제를 따지는게 아닙니
다. 우리는 그를 불행하게 만들 수 없어요. 그의 직관력이 어떻게 될
지 누가 압니까?"
"음..., 그가 농담을 재탕하고 있던가?"
"제가 알기론 아직은 아닙니다. 하지만 전 그가 자신이 그러고 있
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봐요."
"왜 그렇게 생각하나, 자넨?"
"왜냐하면 그가 멀티백에게 농담을 읽어주고 있는 걸 제가 들었거
든요." "아이구 맙소사, 안돼!"
"우연이었어요! 그를 찾아갔더니만 날 내쫓더군요. 그는 아주 난폭
해요. 평상시엔 심성이 착한데, 제가 보기엔 누군가 방해했다는데 대
해서 그가 너무 지나치게 흥분했던가 봐요. 하지만 그가 멀티백에게
농담을 읽어주고 있었다는 것은 틀림없는 사실입니다. 전 그게 일련의
농담목록 중 하나라고 확신합니다." "그렇지만 왜지?"
휘슬러가 어깨를 으쓱거린 다음, 손으로 뺨을 세차게 문질러댔다.
"그 이유를 생각해 보았지요. 제 생각엔 새로운 농담의 변종을 만
들려고 멀티백의 기억뱅크에다가 농담을 잔뜩 저장하려고 했던 것 같
아요. 무슨 얘기인지 이해하시겠어요? 그는 농담기계를 꿈꾸고 있다
구요. 그렇게 되기만 하면 농담이 다 떨어지는 걸 두려워할 필요도
없이 무한개의 농담을 할 수 있게 되는 거지요."
"세상에!"
"객관적으로 보면 그런 일이 문제가 되는 것 아닙니다. 그러나 제
생각엔 그랜드 마스터가 개인적인 문제에 멀티백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는 것이 좋지 않은 징조인 것만 같아서요. 그 어떤 그랜드 마스터도
내재적으로는 확실히 정신적인 불안정성을 보이지요. 그러니까 우린
그를 지켜보아야 합니다. 아마도 우리가 그랜드 마스터를 잃어버릴
지도 모를 경계선에 마이어호프가 근접해 가고 있는지도 모르니까요."
트래스크가 공허허게 대답했다.
"그럼 내가 할 일이 뭐지?"
"당신은 절 체크할 수 있습니다. 전 그와 너무 가까와서 판정을 내
리기가 곤란해요. 게다가 사람을 평가한다는 건 제 능력 밖의 일이기
도 하구요. 당신은 정치가이니까 저보다 더 나으실겁니다."
"인간을 평가하는 일에는 그런지 몰라도 그랜드 마스터는 아닐껄?"
"그들도 인간이예요! 게다가 당신 말고 누가 그 일을 하겠습니까?"
트래스크는 마치 약음기를 단 북을 치듯이 손가락으로 책상을 재빠르
게 톡톡 두드렸다.
"내가 그 일을 맡아야겠구만!"
그가 말했다.
마이어호프가 멀티백에게 말했다.
"애인을 위해서 들꽃을 꺾고 있던 열정적인 시골청년은 갑자기 커
다란 황소가 거칠게 땅을 긁어대면서 심술궂은 모습으로 자신을 노려
보고 있다는 걸 깨닫고는 당황했다. 그 젊은이는 꽤 멀리 떨어진 울
타리 쪽에 서있는 농부를 보고는 소리쳤다. '이봐요, 아저씨! 저 황
소 안전합니까?' 농부는 마땅찮은 눈길로 상황을 휘 둘러보고는 퉤하
고 침을 뱉으며 7뗍 소리질렀다. '무엇보다도 안전하지!' 그는 다시
침을 뱉고는 덧붙였다. '자네에 대해서는 그렇다고 할 수 없겠네
만......'"
마이어호프가 막 다음으로 넘어가려 할 때, 호출이 왔다. 사실 호
출이라고 할 수는 없었다. 그 누가 그랜드 마스터를 호출할 수 있겠는
가! 그것은 단지 부서장인 트래스크가 그랜드 마스터인 마이어호프에
게 시간이 나면 좀 보고 싶다는 메시지에 불과했다.
마이어호프는 개의치 않고 그 메세지를 한 쪽으로 던져버리고는 하
던 일을 계속할 수도 있었다. 그는 규칙에 얽매이지 않았다7. 그러나
한편으로 그가 그렇게 행동한다면 그들은 계속 그를 괴롭히리라. 그것
도 아주 정중하게. 그러나 그를 괴롭힌다는 사실엔 변함이 없이......
그래서 그는 멀티백에 꼭 들어맞는 써키트를 중립화시켜놓고 잘 보
관한 뒤 잠궈 두었다. 그는 아무도 감히 자신의 부재중에 들어오지
못하도록 사무실의 동결신호를 작동시킨 다음, 트래스크의 사무실로
출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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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래스크는 기침을 하면서 상대의 우울하고 날카로운 눈길 때문에
약간 위축되는 기분이었다. 그가 말문을 열었다.
"안타깝게도 우린 서로 잘 모르고 있었구만, 그랜드 마스터!" "전
당신께 계속 보고해 왔는데요."
마이어호프가 뻣뻣하게 대꾸했다.
트래스크는 그의 날카롭고 거친 시선 뒤에 놓인 무엇인가 때문에
당황스러웠다. 그렇게 가냘픈 얼굴을 하고서, 검은 눈에, 생머리에
강렬한 분위기를 지닌 마이어호프가 농담이나 지껄이고 다닐만큼 유유
자적하리라는 것을 도대체 상상하기 힘들었다.
트래스크가 말했다.
"보고는 사교상의 만남은 아니지. 에... 자네가 엄청난 수의 일화
들을 꿰차고 있다는 말을 들었는데......"
"전 익살꾼이지요, 부장님. 사람들이 그렇게 부르더군요. 농담 잘
하는 친구라고요!"
"내겐 그렇게 말하지 않더군, 그랜드 마스터. 그들이 말하기
를......"
"그 놈들은 다 뒈지라고 하세요! 난 그 놈들이 뭐라고 말하건 상
관 안하니까요. 이리 오십시오, 트래스크씨. 농담 하나 들려드릴까
요?"
그가 눈을 가늘게 뜨고 책상 앞으로 몸을 기댔다.
"어쨌거나.... 그것도 좋지!"
진심인듯이 보이려 애쓰면서 트래스크가 말했다.
"좋아요, 이건 어때요? 존스 부인은 남편이 동전을 넣자 소형배출
기에서 튀어나온 행운의 카드를 보고 있었어요. 그녀가 말했죠. '이
것 봐요, 죠지. 여기 써 있기를, 당신은 예의 바르고, 지적이며, 사
려 깊고, 근면한데다가 여자에게는 아주 매력적인 사람이라는군요.'
그리고 그녀는 카드를 뒤집어서 계속 읽었지요. '그리고 또 써 있기
를, 그건 여자들이 당신에 대해서 잘못 알고 있는 거래요.'" 트래스크
는 웃음을 터뜨렸다. 안 그럴 수가 없었다. 마지막 말은 예견할 만
한 것이었지만, 마이어호프가 여자의 비꼬는 듯한 경멸이 담긴 말투를
기가 막히게 흉내낸대다가, 꼭 들어맞게 얼굴의 주름살을 찡그리는
덕에 그 정치가는 대책없이 웃을 수 밖에 없었다.
마이어호프가 날카롭게 말했다.
"이 농담이 왜 우습지요?"
트래스크가 우물거렸다.
"뭐라고?"
"왜 우습냐고 물었습니다. 왜 웃으셨나요?"
"그러니까, 에......"
트래스크는 침착해지려고 애쓰면서 대답했다.
"마지막 줄이 앞 내용에 신선한 느낌을 불어넣어 주는구만! 그런
예기치 않은......"
"요점은 바로," 마이어호프가 말을 끊었다, "제가 마누라에게 모욕
당하는 남편을 그럴듯하게 묘사했다는 데에 있지요. 남편이란 작자에
게는 눈꼽만큼의 미덕도 없다고 아내가 확신한다는 실패로 여겨지는
결혼 말입니다. 그러나 당신은 그 때문에 웃었어요. 만약 당신이 그
남편이라해도 여전히 웃으시겠습니까?"
그는 잠시 생각에 잠긴채 기다렸다가 말을 이었다.
"하나 더 해볼까요, 트래스크씨?"
"애브너란 사람이 마구 흐느끼면서 아내의 병상 곁에 앉아 있었습
니다. 그 때 아내가 안간힘을 다해서 한 쪽 팔꿈치를 짚으며 일어났
어요. '애브너!' 그녀가 속삭였죠. '여보, 난 잘못을 고백하지 않
고는 주님께 갈 수가 없어요.' '지금은 안돼!' 충격을 받은 남편이
중얼거렸어요. '안돼, 지금은! 여보, 누워서 쉬라고.' '안돼요!'
그녀가 울부짖었어요. '얘기해야만 해요. 그렇지 않으면 제 영혼은
편히 쉴 수 없을 거예요. 전 당신께 깨끗치 못한 짓을 저질렀어요,
애브너. 바로 이 집에서, 한 달도 채 전에 말이예요.' '쉿! 여보.'
애브너씨가 위로했지요. '난 다 알고 있다구. 몰랐다면 내가 왜 당
신한테 독약을 먹였겠어?'"
트래스크는 거의 절망적으로 침착해지려고 애썼지만, 완전히 웃음
을 감출 수는 없었다. 그는 그만 낄낄거리며 낮게 웃고 말았다.
마이어호프가 말했다.
"이것도 역시 우습지요? 간통, 살인 모두 다 웃기는 일이 되지
요."
트래스크가 말했다.
"음! 유우머를 분석한 책들이 여러 권 있지, 아마?" "굉장히 많아
요."
마이어호프가 말했다.
"저도 그 중 몇 권을 읽어 보았지요. 게다가 멀티백에게 대부분
읽어주기까지 했습니다. 하지만 그 책의 저자들은 그냥 추측만 잔뜩
늘어놓았더군요. 어떤이는 농담에 등장하는 사람들에게서 우리가 우
월감을 느끼기 때문에 웃는다고도 하고, 또 어떤 이는 갑작스레 깨닫
는 부조리나 긴장으로부터의 급작스런 해방감, 또는 사건의 급격한 재
조명 때문에 웃는다고도 합디다. 하지만 더 간단한 이유가 없을까요?
상이한 사람들이 상이한 농담을 듣고 웃더군요. 보편적인 농담이란
없어요! 또 어떤 이들은 아예 웃지도 않고 말입니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것은 인간만이 진정한 의미에서 유우머 감각을 지닌 동물, 유
일하게 웃는 동물이라는 겁니다."
트래스크가 갑자기 말했다.
"알겠어! 자네는 유우머를 분석하려고 애쓰는 중이었구만! 그래
서 멀티백에게 일련의 농담들을 불러주고 있었던 거야." "제가 그런
일을 한다고 누가 그러던가요? ...... 아니, 관두죠. 휘슬러 짓일
테니까. 이제 기억이 납니다. 그는 그 일로 절 놀라게 한 적이 있
어요. 그건 그렇고 그게 어쨌다는 겁니까?" "아니, 아무 일도 아닐
세."
"당신은 멀티백에다가 지식일반을 저장하는 데 대해서, 그 덧붙이
고자 하는 지식이 무엇이든지간에, 제가 가진 권리에 대해서 왈가왈부
할 수 없어요. 제가 하려고 하는 질문에 대해서 물어볼 수도 없구
요."
"아닐세, 그러려던게."
트래스크가 황급히 말했다.
"사실 난 이런 새로운 분석작업이 심리학자들에게 엄청난 흥미를
불러일으킬 것을 믿어 의심치 않고 있다네."
"흠! 그럴지도 모르죠. 그와 비슷하기는 하지만 단순히 유머의
일반적인 분석보다 훨씬 중요한 것이 있기는 있습니다. 특별히 제가
물어봐야 할 질문이 있어요. 두 가지 질문이!"
"오! 그게 뭔가?"
트래스크는 상대가 대답해 줄지에 대해서 좀 미심쩍었다. 그리고
그가 답변하지 않는다고 해서 다그칠 수도 없는 문제였다. 그러나 마
이어호프는 대답했다.
"첫번째 질문은 이런 겁7니다. 그 모든 농담들이 유래한 곳은 어디
인가?"
"뭐라고?"
"누가 농담을 만들었지요? 잘 들으세요. 한 달전쯤에 전 농담을
하며 시간을 보내고 있었어요. 대개 그렇듯이 저는 거의 모든 사람들
에게 얘기했고, 그 바보녀석들은 웃었지요. 아마도 그들은 농담이 정
말 우습다고 여겼을지도 모르고, 그냥 절 보고 웃었을지도 모르지만
요. 어쨌거나 한 녀석이 자기 맘대로 제 등을 두드리며 지껄이더군
요. '마이어호프, 자넨 그 어떤 사람보다 농담을 많이 알고 있군 그
래!'"
"확실히 그 말이 맞아요. 그러7 그 말을 들으니 이런 생각이 들
더군요. 아마 제 일생에 수 백, 수 천개의 농담을 했을 겁니다. 그
러나 사실 제가 만든 것은 하나도 없어요. 단 한 개도 말입니다. 전
그냥 되풀이 했을 뿐이예요. 제가 한 일이라고는 농담을 읊은 것 뿐
이지요. 처음엔 그냥 듣기도 하고 읽기도 했겠지요. 하지만 아무리
많이 듣고 또 읽었어도 농담을 만들어내지는 못했어요." "게다가 전
자신이 농담을 만들었다고 주장하는 사람을 한 명도 못봤습니다. 그
냥 늘 '내가 얼마전에 웃기는 얘기를 하나 들었어'라고 하거나 '최근
에 농담 들은거 없나?'라는 식이예요."
"모든 농담은 다 오래된 것들 뿐입니다! 농담이 왜 그런 사회적인
시차를 보이고 있는지에 대한 이유가 바로 거기에 있어요. 농담마다
지금은 금지되어 있거나, 아예 겪어볼 수도 없는 배멀미같은 소재가
등장하지요. 아니면 제가 얘기했던 행운의 쿠키를 떨어뜨려주는 그런
기계는 이제는 골동품 상점에서나 볼 수 있는데 말입니다. 그렇다면
도대체 누가 농담을 만드는 거지요?"
트래스크가 말했다.
"자네가 알고 싶은게 바로 그건가?"
트래스크는 이어지는 몇 마디 말을 꿀꺽 삼켰다. 하느님, 맙소사!
그게 무슨 상관이야. 그는 진정하려고 애썼다. 그랜드 마스터의 질
문은 항상 의미있는 법이니까.
"물론 제가 알고 싶은 건 그거예요. 이렇게 생각해 보십시오. 농
담은 그냥 우연히 오래된 것들이 아니라는 식으로 말입니다. 농담이
즐거이 얘기되고 돌아다니기 위해서는 오래된 것이어야만 하는 거지
요. 독창적이지 않다는 점이 요점이라구요. 독창적인 것이라고는 단
한 가지의 유우머일 뿐입니다. 아니면 단 하나만이 독창적일 수 있거
나요. 나머지는 다 말장난이지요."
"전 명백히 일시적인 기분에서 나온 말장난을 많이 들어봤어요.
저도 몇 개 만들어 내기도 했구요. 하지만 아무도 그런 말장난을 듣
고는 안 웃지요. 당신은 안 그러겠지만요. 낄낄대며 낮게 웃었잖습니
까? 독창적인 유우머는 그런 웃음을 자아내지 않아요. 왜 그렇지요?"
"전혀 모르겠는데."
"괜찮아요. 한 번 알아봅시다. 제가 생각하기에 유우머의 일반적
인 사항에 관해서 도움이 될만한 정보를 몽땅 다 멀티백에게 넣어준
다음에, 전 농담들을 골라내어 입력하고 있는 중입니다."트래스크는
부쩍 흥미가 일어남을 느꼈다.
"어떻게 골라내지?"
그가 물었다.
"저도 모릅니다."
마이어호프가 대답했다.
"적당한 것들이라고 느끼니까요. 당신도 아시다시피 저는 그랜드
마스터입니다."
"오! 그렇지, 그렇구말구!"
"그렇게 입력한 농담들과 유우머에 관한 일반철학을 바탕으로 멀티
백에게 농담의 근원을 찾으라고 물어볼 겁니다. 휘슬러가 거기에 어
느 정도 관련되어 있기도 하고, 당신께 얘기를 꺼내기도 했으니까 모
레 분석하는 날 오라고 하십시오. 제 생각엔 그가 할 일도 좀 있을테
니까요."
"그래. 그런데 내가 가봐도 되는건가?"
마이어호프가 어깨를 으쓱거렸다. 트래스크가 참석하는 문제는 그
에게 사실 아무런 상관도 없었으니까.
........................
마이어호프는 특별히 주의를 기울이면서, 목록 중의 마지막 농담을
골라내었다. 어떤 식으로 주의를 기울여야 하는지 그는 말할 수 없었
을 것이다. 그러나 그는 한 다스쯤 되는 가능성을 마음 속에 그려보
면서 작업에 몰두하였고, 되풀이해서 각각의 농담이 충분히 의미가 있
는지에 관해서 딱히 규정짓기 모호한 질적인 수준을 검토했었다.
그는 읽었다.
"석기시대 혈거인인 우그는 마누라가 표범가죽으로 만든 치마가 흐
트러진채 뛰어오는 모습을 바라보았다. '우그!' 그녀가 미친듯이 소
란스럽게 울부짖었다. '빨랑 어떻게 좀 해봐요. 송곳니가 달린 호랑
이가 엄마의 동굴로 들어갔어요. 어떻게 좀 해보라니까요!' 우그가
투덜대면서 매끈하게 갈아놓은 들소뼈를 집어들었다. '왜 그래야 해?
송곳니 달린 호랑이에게 무슨 일이 날지 어떤 놈이 신경이나 쓴대?'"
그리고 마이어호프는 두 가지 질문을 던져 끝내고는 눈을 감은채 뒤
로 기댔다. 다 끝낸 것이다.
"이상한 점은 전혀 없더구만!"
트래스크가 휘슬러에게 말했다.
"그는 자신이 하고있는 일을 상세히 말해주더군. 괴상하긴 했지만
잘못된 일은 아니던데!"
"그가 하던 일이 문제가 안된다구요?"
휘슬러가 말했다.
"설사 그렇다고 해도 나로서는 그랜드 마스터가 하는 일을 순전히
의견 하나에 의존해서 막을 수는 없네. 그가 이상하긴 해! 하지만
결국 모두가 그랜드 마스터는 이상하다고 생각지 않나? 난 그가
정신이 나갔다고는 여기지 않아!"
"농담의 기원을 찾겠답시고 멀티백을 사용하는데도요?"선임분석가
는 불만스럽게 투덜댔다.
"그런데도 미친게 아니라구요?"
"우리가 어떻게 그런 식으로 말할 수 있겠나?"
트래스크가 격앙된 어조로 물었다.
"과학은 이제 질문이라고는 모두 말도 안되게 웃기는 것들만 남게
될 정도로 진보했다네. 의미있는 질문들은 아주 오래전에 제기되었
고, 또 답변까지 나와버렸어!"
"소용없어요. 전 지겨워요."
"그럴지도 모르지. 하지만 이젠 어쩔 수 없네, 휘슬러! 우린 마
이어호프를 만나야 돼. 그리고 자네는 멀티백의 답변에 필요한 분석
작업을 할 수 있을 걸세. 만약 답변이 나온다면 말이야. 나야 그냥
적색테입이나 감는거지, 뭐! 세상에 자네같은 선임분석가가 분석하
는 일 이외에 어떤 일을 하는지 내가 어찌 알겠나? 그리고 그런 분석
작업마저도 전혀 이해 못할테고......"
휘슬러가 말했다.
"그건 아주 간단해요. 마이어호프같은 그랜드 마스터가 질문을 하
면 멀티백은 자동적으로 그 질문을 수치와 산식으로 공식화하지요.
언어1 기호로 바꾸는데 필요한 기계부분은 멀티백의 대부분을 차지합
니다. 멀티백은 수치와 산식의 형태로 해답을 내놓지만 아주 단순하고
틀에 박힌 경우를 빼고는 다시 언어로 번역하지는 않습니다. 만약 재
번역 문제를 풀도록 다자인했다면 부피가 최소한 네 배는 더 늘어났을
걸요?"
"알았네. 그러니까 자네는 그런 기호들을 말로 다시 번역하게 되
는 거구만?"
"그게 저와 제 동료들 일이죠. 우리는 필요할 때면 더 작고, 특수
용도에 적합한 컴퓨터를 사용합니다."
휘슬러가 우울하게 미소지었다.
"고대 그리이스 델피의 신관처럼 멀티백은 애매모호한 신탁을 내
리는거죠. 단지 우리한테는 번역가가 있다고나 할까요?"
그들은 마침내 도착했다. 마이어호프가 기다리고 있었다.
휘슬러가 힘차게 말했다.
"무슨 써키트를 사용했지, 그랜드 마스터?"
마이어호프가 대답하자, 휘슬러는 작업을 시작했다.
-----------------------------
트래스크는 일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를 이해하려 애썼지만 알
수가 없었다. 그 정부관리는 테입이 풀리면서 알아볼 수 없는 일련의
점들이 찍히는 것을 바라보았다. 휘슬러가 점1湧 패턴을 검토하고
있는동안, 그랜드 마스터인 마이어호프는 무관심한듯이 한 켠에 서
있었다. 분석가는 헤드푠과 마우스피스를 달고서, 사이사이마다 다른
컴퓨터에 나타나는 전자적인 굴곡을 통하여, 떨어져 있는 보조요원들
에게 지시사항을 전달했다.
때때로 휘슬러는 주의깊게 들어보고는 정신없을 정도로 어려운 수
학같아 보이는, 그러나 실제로는 그렇지 않은, 기호가 표시된 복잡한
키보드를 통해 조합을 입력시켰다.
한시간 이상이 훌쩍 지나갔다.
휘슬러의 얼굴에 난 주름살이 점점 깊어져갔다. 한 번, 그는
고개를 들어 두 사람을 쳐다보고 말을 했다.
"이건 믿을 수가......"
그리고는 곧 다시 작업에 매달렸다.
마침내 그가 쉰 목소리로 말했다.
"잠정적인 해답이 나왔네."
그의 눈은 붉게 충혈되어 있었다.
"최종분석이 끝나야 공식적인 해답이 나오지. 잠정적인 해답이라도
드릴까?"
"해보게나."
마이어호프가 말했다.
트래스크도 고개를 끄덕였다.
휘슬러가 그랜드 마스터를 힐끗 쳐다보았다.
"그 바보같은 질문을 했더니만," 그가 목쉰 소리로 말했다, "멀티
백이 대답하기를 외계인에 기원이 있다는군!"
"뭐라고 하는거야?"
트래스크가 다그쳤다.
"못 들으셨어요? 우리가 웃어대는 농담은 사람이 만든게 아니예
요. 멀티백이 주어진 자료를 몽땅 분석했지요. 그 자료에 가장 적합
한 대답이 뭔고 하니, 어떤 외계의 지성체가 농담을 모두 만들었고 그
걸 선택된 시간과 공간에 인간의 마음 속에 넣은 거랍니다. 아무도 그
렇다는 걸 알아차리지 못하는 방식으로요. 그 밖에 부차적인 농담들은
위대한 농담의 원형들을 약간씩 바꾸고 다듬은 거랍니다."
마이어호프는 다시 한 번 올바른 질문을 던진 그랜드 마스터만이
알 수 있는 일종의 의기양양한 표정으로 얼굴이 상기된 채 꼼짝도하지
않았다.
"모든 희극작가들은 오래된 농담들을 새로운 목적에 맞게 약간씩
다듬는 식으로 글을 쓰지요. 그건 잘 알려진 사실입니다. 그 해답이
맞아요!" 그가 말했다.
"하지만 왜?" 트래스크가 물었다.
"왜 농담을 만든거지?"
"멀티백 얘기로는 모든 자료에 맞아들어가는 유일한 목적은 인간심
리를 연구하기 위한 의도랍니다. 우리가 생쥐에게 미로찾기를 시키면
서 쥐의 심리를 연구하는 것처럼요. 쥐들 입장에서 보면 왜 그러는지
도 모를테고, 설령 결국 어떻게 될지를 안다고 해도 그 이유는 여전히
모를테지요. 이들 외계 지성체들은 조심스럽게 선택된 농담에 대한 개
별적인 반응을 살펴봄으로써 인간심리를 연구하는 겁니다. 각각의 인
간들이 모두 다르게 반응하거든요...... 이들 외계지성체와 우리의
관계는 우리들과 쥐의 관계나 마찬가지인 거지요."
그가 몸을 부르르 떨었다.
트래스크가 뚫어지게 노려보며 말했다.
"그랜드 마스터는 인간만이 유우머 감각을 가진 동물이라고 했어!
자네말은 그럼 인간이 유우머 없이도 살 수 있다는 뜻이 되지 않나?"
마이어호프가 흥분하여 덧붙였다.
"그리고 우리는 내적으로는 결코 유우머를 창조해내지 못하는 거
구요. 그냥 말장난을 할 뿐이지요."
휘슬러가 말했다.
"아마도 외계인들은 혼란을 피하기 위해서 즉각적인 농담에 대한
반응을 취소한 걸겁니다."
트래스크가 화가나서 말했다.
"이것 보게나, 세상에! 누가 이걸 믿겠는가?"
선임분석가는 그를 냉정하게 바라보았다.
"멀티백이 그렇게 대답했어요. 지금까지 말할 수 있는 것은 그게
다예요. 우주의 진정한 익살꾼을 찾아낸 거지요. 그리고 만약 우리
가 알고 싶은게 더 있다면 또 나올겁니다."
그가 한숨을 쉬면서 덧붙여 말했다.
"감히 더 알고 싶어한다면 말입니다."
그랜드 마스터인 마이어호프가 갑자기 말했다.
"자네도 알다시피, 난 두 가지를 질문했네!. 이제까지는 첫번째
질문에 대한 답변이었을 뿐이야. 내 생각엔 멀티백이 두번째 질문에도
충분히 해답을 내 줄 수 있다고 보는데......"
휘슬러가 어깨를 으쓱거렸다. 그는 반쯤 부서진 사람처럼 보였다.
"그랜드 마스터가 자료가 충분하다고 생각한다면야, 난 따를 수
밖에...... 두번째 질문이 뭔가?"
그가 말했다.
"이걸 묻고 싶네. 첫번째 질문에 대한 해답을 발견했을 때 인간종
족에게 어떤 영향이 나타나는가?"
"왜 그걸 묻나?"
트래스크가 말했다.
"그냥 그래야 할 것 같아서요."
마이어호프가 대답했다.
트래스크가 소리쳤다.
"정신 나갔군! 모두 미친 짓이야!"
그리고는 고개를 돌렸다. 스스로도 자신과 휘슬러가 입장이 완전히
바뀌었음을 느꼈다. 이제는 트래스크가 마친 짓이라고 소리를 지르다
니. 트래스크는 눈을 감았다. 그는 정신나간 짓이라고 소리치고 싶었
지만, 반세기 동안 아무도 그랜드 마스터와 멀티백의 오묘한 조화에
대해서 의심을 품은 사람은 없었으며, 그러한 의심이 옳은 것이었음이
밝혀진 적도 없었다. 휘슬러는 입을 꽉 다문채 묵묵히 계속 일을 했
다. 그는 멀티백과 부속기계를 능숙하게 다루어나갔다.
또 한시간이 지나가고, 그가 쉰소리로 웃어제꼈다.
"끝내주는 악몽이구만!"
"대답이 뭔가? "
마이어호프가 물었다.
"난 멀티백의 해답을 듣고 싶어! 자네 대답이 아니라." "좋아, 들
어보게나. 멀티백이 대답하기를, 단 한사람이라도 이런 식으로 인간
심성의 심리학적인 분석이 행해지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되면 외
계인들이 사용하는 방법은 더 이상 객관적인 기술로서는 소용이 없게
될거라는군."
"인간들에게 전해지는 농담이 이제 더 이상 없을 거라는말인가?"
트래스크가 조그맣게 말했다.
"아니면 그게 무슨 말인가?"
"농담은 없어요, 이제부터는! 멀티백이 그러는군요, 지금부터라고!
실험은 이제 끝났어요! 새로운 실험을 도입해야만 할거래요." 그들은
서로 쳐다보았다. 몇 분이 흘러갔다.
마이어호프가 천1된 말했다.
"멀티백이 맞았네!"
휘슬러가 지친듯이 말했다.
"나도 알아!"
트래스크조차도 한숨을 쉬며 말했다.
"그래, 틀림없이 그래!"
몸소 증명해 보려고 손을 뻗친 것은 마이어호프, 업무를 끝마친
익살꾼 마이어호프였다. 그가 말했다.
"다 끝났어요, 모두 다! 난 지금껏 5분 동안기억해내려고 애를 써
봤지만 농담 하나도 생각해 낼 수가 없었어요. 단 하나도! 저는 알아
요. 책에서 농담을 읽는다해도 아마 웃지 않을 거라는 걸." "유우머라
는 선물은 사라졌구만!"
트래스크가 우울하게 말했1다.
"아무도 다시는 웃을 수 없다니!"
그리고 그들은 허공을 노려보면서 꼼짝도 않고 앉아 있었다. 온
세상이 실험실의 새앙쥐우리 정도로 축소되어 버렸음을, 미로는 걷혀
졌고 무엇인가, 무엇인가 그 자리에 대신 놓였음을 느끼면서......
<끝>

6개의 댓글

2017.07.27
올리니까 띄어쓰기가 멀쩡하네 뭐지?
0
2017.07.27
잘봤습니다
0
2017.07.27
이성의 범주를 뛰어넘은 직관력을 가진 인간이 자기가 왜 그런 질문을 하게된지도 모르면서 외계인의 존재, 유머의 기원, 인간과 외계인의 관계를 밝힌건가?
0
2017.07.27
@일기장
그런 셈이지
0
2017.07.29
멀티백 얘기가 최후의 질문에만 있는게 아니구나
0
2017.07.30
노잼인류..
0
무분별한 사용은 차단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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