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러 괴담

Reddit - 크고 축축한 구덩이

A Big, Wet Hole


피터는 성냥을 던져넣었다. 나쁜 생각이었다.


"아빠가 불장난 치지 말라고 했는데."


피터가 눈알을 굴렸다.


"그야 네 아빠가 소방관이니까 그런 거지. 그런 게 네 아빠 일이라고. 거기다 우린 불장난 안 할 거야. 그냥 저기 던져넣는 거지."


피터가 재차 말했음에도 여전히 기분이 좋지 않았다. 저 구덩이의 뭔가가 꺼림칙하게 느껴졌다. 난 다시 몸을 돌려 그 안을 살펴봤다.


숲에서 놀던 도중 그 구덩이를 찾게 됐다. 피터와 난 서로 옆집에 살았고 집은 거의 숲속에 있는 거나 다름없어 우린 숲에서 자주 놀았다. 피터는 나보다 한 살이 많았고, 그래서 부모님이 가지 말라고 했던 곳에 약간 들어가보자는 그 말을 거절할 수가 없었다. 빛은 여전히 나무들 사이로 잘 들어오고 있었지만 우린 집이 겨우 보일 정도로 멀리 떨어져 있었다. 그때 피터가 날 불러 자신이 뭘 찾았는지 보라고 했다.


그건 구덩이였다. 큰 구덩이. 거의 하수구만했다. 주변은 곰팡내 나는 진창이었다. 너무 어두워 구멍의 1피트 아래조차 보이지 않았다. 피터는 계속 몸을 기울여 더 아래를 들여다보려 했다.


"그냥 얼마나 깊이 볼 수 있나 알고 싶어서."


피터는 자랑하듯 그 짓을 반복하다가 진흙을 뭉쳐 구덩이 아래로 던졌다. 우린 지루해하면서도 소리를 듣기 위해 꼼짝 않고 있었다. 몇 초가 지났다.


"와, 진짜 깊나본데."


또 다시 몇 초가 지났다.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피터가 눈썹을 푸들거렸다. "알아낼 방법은 하나밖에 없는 것 같네." 그러고는 주머니에 손을 넣어 작은 성냥갑을 꺼내들었다. "하지 마. 이를 거야." 난 피터에게 말했다. 피터 엄마는 그가 성냥을 갖고 있는 줄 모르고 있을 게 뻔했다. "구라쟁이야 고자질 안 하겠다면서?"  난 할 말을 찾지 못했다.


성냥을 몇 번 긋자 결국에는 불이 붙었다. "와서 같이 보자!" 피터가 성냥을 들고 있는 동안 난 머뭇거리며 조금씩 구덩이로 걸어갔다. 내가 옆에 서자 피터는 성냥을 떨어뜨렸다. 


성냥은 구덩이 안에서 전혀 빛나지 않았다. 1초만 있어도 그건 그냥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점으로 반짝이는 빛일 뿐이었다. 그리곤 그냥 꺼져버리는 거다. 여전히 바닥에 닿는 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마치 누군가 불꽃을 잡아 끈 것처럼 보였다. 피터만은 확신에 찬 눈빛을 하고 있으리라 생각했지만 그는 오히려 나보다 더 호기심에 찬 것 같았다. "꺼졌네. 다시 해봐야겠어..."


새 성냥에 불을 붙이고 다시 던져넣었다. 결과는 똑같았다. 1초쯤 빛나다 꺼져버린 것이다. "말도 안 돼." 피터가 그렇게 말하지 않았다면 나도 눈치채지 못했을 거다. 피터는 날 바라봤지만 나라고 딱히 설명할 수 있는 것도 아니었다. 그리고, 아주 조용히 우리는 여태까지 귀에서 메아리치는 그 소리를 듣게 됐다. 


"보지... 마...."


잘못들은 게 아니었다. 구덩이에서 나오는 소리였다. 마치 흥얼거리는 듯한, 귀에 직접 울려퍼지는 목소리는 날 공포에 떨게 만들었다 . 이세상 것이 아니었다. 우리도 여기 있어선 안 됐다. 난 허겁지겁 뒷걸음질쳤다. 집으로 돌아가 다시는 이런 숲속 깊은 곳까지 오지 않으리라 다짐했다. 피터가 날 불렀다. "안 돼! 나 두고 가지 마!" 흥분한 것 같은 목소리였다. 난 피터를 두고 가지 않았다. 지금도 왜 그랬는지는 이해가 가지 않는다. 난 천천히 피터에게 다가갔다. 이번엔 구덩이에서 좀 멀리 떨어진 채로.


피터는 구덩이에 대고 말했다. "저기... 괜찮으세요?"


"안 돼... 보지... 마..." 


그 목소리는 귀를 타고 내려가 척추에 스미었다. 머리가 아팠다.


"왜 안 되는데요?" 피터는 구덩이 속의 목소리에도 전혀 당황하지 않은 것처럼 보였다.


"난... 보지...마...." 피터가 얘기하기 전까지 침묵이 계속 됐다. "... 알았어요?"


"좋아."

"저기, 비웃거나 안 그럴게요. 그냥 모습만 좀 보여주세요!" 구덩이는 침묵하며 대답하지 않았다. "피터, 제발 그냥 가면 안 돼?" 내 목소리가 떨렸던 게 기억 난다. 다른 그 어떤 것보다도 그냥 우리집 뒷마당에서 트램펄린으로 뛰기나 하며 요새를 만들고 놀고 싶었다.


".피터...?" 목소리가 흥얼거렸다. 피터가 돌아섰다. "그래요, 그게 내 이름이에요. 그쪽 이름은 뭐에요?" 다시 침묵이 이어졌다. 적어도 내가 생각한 건 하나밖에 없었다. 광분에 찬 희미한 속삭임이 어둠 속에서 들려오기 전까지는. 피터는 눈치채지 못하거나 신경쓰지 않는 듯했지만 그 속삭임은 곧 잦아들었고, 그건 또박또박 두 단어를 내뱉었다.


"깊은...존재..."


그 목소리에 든 힘이 피터를 뒤흔든 것 같았다. 피터의 목소리가 마치 계란 껍데기 위를 걷는 것처럼 불안했기에. "저기... 좀 볼 수 있을까요? 분명 괜찮을 거예요!" 피터는 부럽게도 절대 부끄럼 탄 적이 없었다. 다시 속삭임이 들려왔다. 이번엔 아까보다 더 광기에 차 씩씩거림에 가까워졌다. 그 소리는 더 이상 구덩이에서 들리는 것 같지 않았다. 대신 우리 주변에서 들리고 있었다. 그건 계속해서 강렬해졌다. 구덩이 속에서 한마디가 들리기 전까진.


"이리 와."


피터는 말을 잃은 채 거의 기계적으로 구덩이 언저리로 가더니 성냥에 불을 붙였다. 난 천천히 기어가 겨우 안을 들여다 볼 수 있었다. 그리고 그런 결정을 내린 걸 평생토록 후회하고 있다.


성냥은 저번처럼 똑같이 떨어졌지만 더 이상 어둠이 그 빛을 꺼뜨리진 않았다. 대신 미약한 빛이 구덩이의 벽을 노랗게 밝히고 있었다. 1피트도 채 떨어지지 않아 구덩이 속에서 꿈틀대는, 긴 손가락이 달린 연분홍색의 사지가 보였다. 구덩이의 벽 역시 흙보다는 번들거리는 살점에 더 가까웠다.


바닥에 닿자 마치 주둥이처럼 보이는,. 하지만 돼지 것처럼은 보이지 않는 주둥이가 보였다. 길고 살쪘지만 여전히 사람의 코처럼 보였다. 단지 희미한 윤곽만이 잡혔지만 창백한 이마 아래 달린 퉁방울 같은 눈이 나와 마주쳤다. 잠깐 동안.

 

내가 할 수 있는 묘사는 그게 최대였다. 난 뒤로 물러났으니까. 짐승처럼 꽥꽥대는 소리에 몸이 떨렸다. 그게 내가 내는 소리라는 걸 깨닫는 데는 시간이 좀 걸렸다. 피터는 계속해서 구덩이를 들여다봤다. 깊은 존재를 마저 다 볼 수 있을 만큼. 피터는 아직도 잊히지 않을 정도로 비명을 질러댔다. 그 비명에 깃든 날것의 공포와 강렬한 충격은 지금도 잊지 못한다. 피터는 몸을 돌려 구덩이 밖으로 몸을 던졌다. 아마 20피트는 뛰었을 것이다.


흐느적대는 핏줄투성이의 몸뚱이가 구덩이 안에서 솟아올라 피터의 발목을 후려쳤다. 피터가 내질렀던 것처럼 분노에 찬 비명이 숲을 채웠다. 구멍에선 그걸 흉내라도 내듯 아이의 울음소리 같은 것이 들려왔다. 깊은 존재는 피터의 등을 휘감더니 피터를 구덩이로 끌고 들어갔다. 분노 때문인지 슬픔 때문인지는 몰라도 피터를 휘감을수록 울음은 더 커져만 갔다. 피터는 왼쪽의 가는 버드나무에 내동댕이쳐지더니 구멍의 반대편에 처박혔다. 그리고 깊은 존재는 피투성이에다 짓뭉개진, 하지만 여전히 비명지르고 있는 몸뚱이를 구덩이로 끌고 들어가며 한마디 내뱉었다.


"거짓말쟁이"


난 도망쳤다.


부모님께 말하는 것마저 잊었다. 말해봤자 믿지 않을 게 뻔했으니까. 하지만 적어도 "뭔가"가 그랬다곤 말해야 했다. 내 아빠와 피터의 부모님은 숲속으로 가 한 시간 뒤에 빈손으로 돌아왔다.


경찰과 지원자들이 3주 간 피터를 수색했다. 엄마를 포함한 여러 사람들이 내게 정확히 무슨 일이 있었냐고 몇 번씩이나 물었다. 난 그들에게 매번 같은 얘길 했다. 마침내 수사관이 내게 그 일이 있었던 장소로 데려가달라고 했다. 어른들과 함께 있으면 안전했고, 거긴 걸어서 15분이면 갈 수 있는 곳이었다. 난 두 명의 수사관과 경찰, 그리고 부모님과 피터 엄마를 피터가 죽었던 곳으로 데려갔다.


구멍은 사라져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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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문 출처 - https://wh.reddit.com/r/nosleep/comments/6piud1/a_big_wet_hole/


아까 올렸던 글은 시리즈물이어서 그냥 삭제함.


2부까지였으면 그냥 번역했을 텐데 뭔가 저번에 번역한 시리즈물처럼 질질 끌면서 재미도 없을 것 같아서.


이걸로 좀 봐줘.

10개의 댓글

2017.07.27
시발 피터 새끼 대머리 아조씨 능욕했네
0
2017.07.27
야설인줄알고 들어옴
0
2017.07.27
히익
0
크고 촉촉한 엉덩이로 보고 들어옴
꼬무룩..
0
2017.07.27
아이고..중간부터 찌ㅃ찝하더니 결국 모순이 보여서 급 식음...
중간쯤에 피터 두고 튈라다가 다시 기다릴때, 자기는 피터를 두고가지 않았고 "요즘"에도 그런다고 했는데 피터가 결국엔 죽네
아니면 피터가 새로운 깊은 존재가 되었거나 깊은 존재랑 같이 "나"를 쫓아다니는 건가
0
2017.07.27
@년째 MS단 졸개
아마 요즘이 회상을 기준으로 한 지금의 요즘이 아니고, 저 과거 당시 어릴 때의 요즘이었던 것 같음. 번역하면서 약간의 문제가 생긴듯?
0
2017.07.27
@년째 MS단 졸개
아 내가 해석을 잘못한 거네. 곧 고칠게.
0
2017.07.27
호기심은 고양이를 죽이지.

우리 개드리퍼들도 좀 이상한거보면 괜히 찝적대지말고

집에가서 딸이나 치자구 >_
0
러브크래프트 소재가 좀 섞인 단편이네
근데 뭔가 좀 아쉽다
0
2017.07.31
촉수물 ㅗㅜㅑ..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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