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러 괴담

Reddit - 반영 공포증

Eisoptrophobia


9살 때, 의사는 부모님께 내가 앓고 있는 공포증이 "희귀하다"고 했다. 반영 공포증은 거울을 두려워하는 증상이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거울에 비친 제 모습을 두려워하는 것이다. 옛날에도 그랬고 요즘도 그렇지만 자기 자신을 보는 걸 싫어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나르시즘이 더 흔하고, 사람들은 거울을 보며 셀카 찍는 데 열광한다. 하지만 나는 아주 약간이라도, 심지어는 거울을 스쳐지나가는 내 모습만 봐도 공포에 빠진다. 어린 시절 이런 공포를 느낄 때면 부모님은 날 어르며 반사가 될 법한 곳을 담요로 덮어버리거나 페인트로 칠해 실수로라도 내가 반사된 내 모습을 보지 않게 하려 해줬다. 학교 역시 자택공부를 했다. 중요한 일이 있이 있을 때도 날 집에 두고 내가 공포증으로부터 안전하도록 도와줬다. 난 작년에 집을 나와 자택근무를 하게 됐다. 나한테 딱 맞는 일인 셈이다. 반사되는 곳이 하나도 없는, 사랑스러운 나만의 집도 생겼다. 덕택에 부모님 역시 조금이나마 정상적인 생활을 누릴 수 있게 되었다. 좋은 일이다.


난 새로운 치료사를 찾아다녔다. 공포를 극복하고 싶었다. 프랭크 선생님은 자칭 "강렬한 몰입"요법을 쓰는 사람이었다. 두려움에 맞서서 극복한다는 것이었다. 이건, 내겐 최고의 생각 같았다. 공포에 맞설수만 있다면 끝내는 극복하는 것 역시 가능할 테니까. 프랭크 선생님께 말하기 전엔, 내 공포증이 어떻게 시작됐는지 기억해낼 수 없었다. 반영 공포증은 유아기에 발생할 수도 있었고 정신적 충격을 받은 사건 때문일 수도 있었다. 우리가 내 과거에 대해 말하기 전까진 그 어떤 충격적인 사건도 기억해낼 수 없었다. 부모님은 내가 어떻게 이 공포증에 걸리게 됐는지 절대 말하지 않으셨고 어물쩍 넘어갔으니까. 하지만 프랭크 선생님이 질문하기 시작하자, 기억들이 서서히 떠올랐다.


9살 때, 난 발레를 하고 있었고 커다란 거울 앞에서, 분홍 발레복과 튀튀(발레용 치마)를 입은 내 모습을 보며 스트레칭하고 있었다. 발표회도 기억났다. 친구들과 나는 부모님께 보여주기 위해 춤췄다. 집에 왔던 여자애들도 기억난다. 우리 모두는 여전히 튀튀를 입고 발레 슈즈를 신고 있었다. 내 동생이 얼굴을 일그러뜨리며 섬뜩한 이야기로 우리들을 겁주려 했던 것도 생각났다. 친구들과의 내기로 양초를 앞에 두고 거울 앞에 선 적도 있었다. 어두운 욕실에서 주문를 외우던 것도, 거울 속의 내 얼굴을 쳐다보던 것도 기억난다. 동생이 욕조에서 튀어나와 날 놀래킨 것도. 하지만 날 진짜 놀래킨 건 그게 아니었다. 거울이었다. 내 얼굴이 뒤틀리고 있었고, 여자의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프랭크 선생님은 거기까지 하고 속도를 늦췄다. 하지만 어제 다시 갔을 땐 어두컴컴한 진료실 가운데 의자 하나가 놓여있었다. 선생님은 날 의자로 안내하곤 거기 앉아 바닥을 보도록 했다. 난 따랐다. 그는 잠시 나가더니 긴 거울을 들고 왔다. 난 일어서서 튀어나갈 준비를 했다. 선생님은 날 진정시키고 다시 자리에 앉혔다. 그는 거울을 내 앞에 놓았다. 눈을 감자, 익숙한 공포가 느껴졌다. 손바닥에 식은땀이 배어나왔고 속에선 쓴물이 올라왔다. 심장 박동소리는 너무 커져 귀에 들릴 정도였다. 도망치고 싶었다. 거울을 던져버리거나. 혹은 둘 다.


"눈을 뜨세요. 발부터 시작합시다." 프랭크 선생님이 말했다.


이게 내가 바랐던 것이다. 난 되뇌었다. 내 공포에 맞서기 위해 몰입하는 것이다. 난 눈을 뜨고 발에 집중한 뒤 시선을 돌려 거울 속의 발을 봤다. 똑같은, 하지만 더 잘 보이는 발이었다. 약간 진정이 되었다. 눈을 올려 이번엔 거울에 비친 무릎을 봤다. 심장박동이 약간 빨라졌지만 난 정신을 강하게 붙들어매고 있었다. 이젠 가슴팍에 시선을 두고, 죽을둥 살둥 팔걸이를 쥐고 있는 손을 힐끗 봤다. 얼굴을 볼 생각을 하니 속이 뒤틀릴 것 같았지만, 난 다시 한번 고개를 들었다. 십수년만에 다시 거울을 통해 얼굴을 보게 됐다. 난 평범해보였다. 몇 가지 표정을 지으며 거울 속 얼굴이 그걸 똑같이 따라하는 걸 지켜봤다. 모든 게 멀쩡했다. 프랭크 선생님은 거울 곁에 서 미소지었다. 몇 분 종안 얼굴을 보자 공포가 누그러졌다. 이걸로 끝인 줄로만 알았다.  


프랭크 선생님의 비서가 질문을 위해 내 뒤의 문을 열고 들어왔다. 그리고 "그녀"가 보였다. 그녀는 우아하게 뒷걸음질치며 문을 통과했다. 팔은 발레리나처럼 쓸어넘기며 비서를 통과해서 방 안으로 들어왔다. 그녀의 얼굴은 볼 수 없었다. 그저 뒤통수만이 보였다. 하지만 낯익은 복장이었다. 분홍 발레복과 튀튀, 그리고 발레슈즈. 그녀는 춤추기 시작했다. 몸을 구부렸다 튕기고, 앞 뒤로 뛰고, 점점 내가 앉았던 곳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프랭크 선생님과 비서는 대화에 신경을 쏟고 있어 방안에 있는 그녀나 내가 겪고 있는 공포를 눈치챌 수 없었다. 난 젖먹던 힘까지 쥐어짜 뒤돌아봤지만, 거기엔 아무도 없었다. 그저 문턱에 서있는 비서만이 보였다. 다시 거울을 보자, 그녀는 아직 거기 있었다. 춤을 추며 내 쪽으로 다가오는 중이었다.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진료실을 나왔다. 도심을 지나 아파트로 돌아와 물체를 반사할 수 있는 모든 것을 없앴다. 그녀가 춤추는 모습이 아직도 머리에서 떠나질 않았다.


집안이 안전하다는 걸 확인하고 심호흡하며 안정을 되찾았다. 그녀가 나를 찾은 것이다. 그것만은 확실했다. 하지만 여기선 날 잡을 수 없겠지. 더 많은 게 떠올랐다. 그녀가 모든 걸 떠올리게 해준 것이다. 난 거울 속 내 얼굴을 보는 게 무섭지 않았다. 그녀를 보는 게 무서웠던 것이다. 그녀가 저지를 짓이 무서웠던 것이다. 그녀는 날 여기 부를 수 있었지만, 그 반대는 안 됐던 것이다. 난 거울 속으로 돌아가지 않았다. 그녀가 날 끌고 갈 수도 없었다.


이제 이건 내 삶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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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문 출처 - https://www.reddit.com/r/nosleep/comments/6mvo10/eisoptrophobia/


제목인 Eisotrophobia는 거울 공포증이라고 번역하려 했지만 거울보다는 거기 비친 모습을 두려워하는 공포증이라서 반영이라는 단어를 대신 씀.


대강의 해석. 스포일러가 싫은 사람들을 위해 흰색으로 적어뒀으니 드래그해서 읽으면 돼.


결론부터 말하자면 주인공은 거울 속의 존재. 9살 짜리 여자애가 모종의 의식을 통해 주인공을 소환했고 (화장실에서 주문 외우기+α 동생은 연관 없음.)


불려나온 주인공은 그 아이의 몸을 차지하고 살게 됐던 것. 하지만 당연히 원래 주인은 몸을 찾고 싶어하고 거울 속에서 계속 주인공을 따라다니게 됨.


주인공은 혹여나 다시 거울 속에 처박히지 않을까 싶어 피하다보니 거울을 보는 걸 무서워하게 됐는데


그 기억을 잊고 공포증만이 남아있다가 치료를 거치면서다시 떠오른 것.



7개의 댓글

동생이 잘못했네 ㄷㄷㄷ
0
동생이 뭐 했길래 저러지? 글봐도 이해못함
0
2017.07.14
@부터시작하는이세계생활
흠... 일단 해석 적어둘게.
0
해석도 좀이해하기어렵네

육체의 본래 정신(B)이 거울앞에서 소환의식을해서 거울에 다른존재(G)가 나타났고
G는 B의 육체를 빼았고 B를 거울로 내쫒은거?

그래서 G가 B의 몸을 갖고살다 기억이 모호해졌고 그결과 거울속 B를 보기싫어 G는 거울을 무서워하게된건가?

근데여기에 의학적 견해는 어떻게되는거냐
0
2017.07.15
@00년생되고싶다
그야 나도 모르지. ㅋㅋㅋㅋ
0
2017.07.17
@00년생되고싶다
결국엔 정신병이지;

원래 확인할수 없는 초이상현상은 분류하지 못하잖아
0
2017.07.18
대리랭 오졋다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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