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러 괴담

Reddit - 손잡이들

Handles


처음 그 손잡이를 봤을 땐 환각이라고 생각했다. 엄마가 학교 가라며 날 깨웠을 때, 뒤통수에 황동 손잡이가 툭 튀어나와있었으니까. 손잡이가 파고든 주변 머리칼은 피로 젖어있었고 그것은 태엽을 감아 노는 장난감처럼 천천히, 그리고 계속 돌아갔다.


내가 대체 뭘 본 건가 제대로 정리하기도 전에 여동생이 방으로 뛰쳐들어오더니 "일어나 게으름뱅아!"하고 소리치곤 침대에서 방방 뛰며 주위를 맴돌았다. 동생 머리에도 손잡이가 달려있었다. 작은 은제 손잡이가 동생의 검은 머리칼 사이로 삐져나온 채 바람개비처럼 돌고 있었고 거기 묻은 피가 사방팔방으로 튀고 있었다.


그날 학교에 갔을 때 모두에게 손잡이가 달려있었다. 몇 개는 은색이고, 몇개는 황동이고, 몇 개는 구리, 심지어는 금으로 된 것도 있었다. 대부분의 학생들은 내 동생처럼 작은 은제의, 잘 보이지도 않을 정도로 빠르게 뱅뱅 도는 손잡이를 달고 있었고 어른들의 손잡이는 엄마 것처럼 천천히 돌고 있었다. 역사 교사인 늙은 빈스 선생님은 커다란 구리 손잡이를 갖고 있었는데 너무 느리게 움직여 언제라도 멈춰버릴 것만 같았다.


어리고 철이 없던 난 그 손잡이를 건드리면 어떻게 되는지 알고 싶어졌고, 빈스 선생님의 것이 가장 안전하리라 생각했다. 방과후 선생님의 뒤로 다가간 나는 뒤통수에 달린 손잡이를 잡았다. 손잡이를 잡자마자 빈스 선생님은 꺽꺽대더니 젖은 종이처럼 쓰러지고 말았다. 손잡이는 멈췄고 뒤통수에서 뽑혀나와있었다. 뽑힌 구멍에선 검은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었다. 몇 명이 구급차를 불렀고 구급대원이 오더니 '도착 당시 사망'이라는 진단을 내렸다. 나중에 그들은 선생님이 뇌동맥류에 걸렸으며 그때문에 즉사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난 책임을 느꼈고 그게 내 잘못이건 아니건 간에 두 번 다신 남의 손잡이를 만지지 않기로 결심했다.


뭐, 그 결심은 첫번째 여자친구를 사귈 때 깨졌지만. 그때도 난 어리고 철이 없었다. 그리고 새침한 입술과 탱탱한 엉덩이가 의사결졍 기술에 미치는 영향은 정말이지 놀라울 정도였다. 게다가 빈스 선생님을 죽게 한 게 정말 나였는지는 확신할 수 없는 것이었으니까. 난 스스로에게 여자친구의 손잡이를 건들지 않게 최대한 주의를 기울이기만 한다면, 우리는 함께 있을 수 있을 것이라 타일렀다. 하지만 뻔하게도 난 그걸 망쳐버렸다. 어느날 밤 우린 서로의 전신을 더듬고 있었고 난 그냥 손을 너무 멀리 뻗었을 뿐이었다. 곧 차가운 금속의 감촉이 손에 느껴졌고, 그녀는 내 위로 쓰러졌다.


그녀는 점점 뜨겁고 빠르게 숨을 토해내다 이윽고 거칠게 몰아쉬기 시작했다. 모든 게 몇 초만에 일어났다. 공황상태에 빠진 머리에 뭔가가 떠올랐다. 난 손에 들린 여자친구의 손잡이를 보다가, 온힘을 다해 그걸 그녀 머리 뒤에 다시 꽂았다. 더 이상 힘을 줄 수 없을 때까지 쑤셔넣은 다음에 놓아버리자 그것은 느리지만 다시 돌기 시작했다. 그녀는 다시 숨을 쉬기 시작했지만 깨어나진 못했다. 여자친구는 이틀 뒤에 죽었고 손잡이를 다시 끼우려 해도 빠지기만 했다. 그리고 그 끔찍한 검은 연기가 여자친구의 뒤통수에서 쏟아져나왔다.


여자친구의 죽음은 빈스 선생님의 죽음보다 감당하기 어려웠다. 난 스스로를 가두고 맹세했다. 절대, 실수로라도 누군가의 손잡이를 만지지 않기로. 난 여태까지 그렇게 살아왔다. 쉽진 않았지만 어떻게든 해냈다. 일도 집에서 했고 정부에서 주는 장애인보조금도 받았다. 삶은 단조로웠지만 버틸 수 있었다. 어제 아침 뭔가 이상하다는 걸 눈치채기 전까지는. 간밤 내 뒤통수에 있던 작고 빠르게 돌던 은제 손잡이가 커다랗고 거의 움직이지 않는 구리 손잡이로 바뀐 것이다.


죽음을 맞이한다는 게 이렇게 힘겨운 건지는 몰랐다. 내 인생은 고독함과 비참함으로 점철된 것이었는데도. 그럼에도 임박한 이 공허한 최후는 나로 하여금 주변의 모든것을 빨아들이고 싶게 만들었다. 모든 풍경, 모든 소리, 모든 손길은 내게 있어 갈증으로 죽어가는 인간에게 떨어지는 물방울과도 같았다. 그래서 난 규칙을 깨고 이승에서 며칠 안 남은 삶을 즐기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여전히, 나로서도 설명할 수 없는 이상한 점이 있었다.


집을 나와서 본 모든 사람들의 뒤통수에 내 것처럼 큰 구리 손잡이가 달려있었다. 그리고 그것들은 모두 똑같은 박자로 돌고 있었다. 아주 느리게, 언제라도 멈춰버릴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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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문 출처 - https://www.reddit.com/r/nosleep/comments/6m7lrx/handles/


컴이 오래 돼서 가끔 꺼져버리는데, 어제 그 소녀 실종 시리즈 마지막 번역하던 거 통째로 날아가서 충격먹음.


서버에 저장했던 거 복구했는데도 왠지 모르게 한문단밖에 복구가 안 돼서... 


마지막편은 아마 좀 나중에 번역하게 되지 않을까 싶음. 


7개의 댓글

2017.07.10
뭐지 손잦이가 무엇을 암시하는 것이지
0
2017.07.10
지구가 멸망하는걸 암시하는 것인지?ㅋㅋㅋㅋㅋ
0
2017.07.10
장애인이라는 묘사는없는데 장애보조금은 뭐다냐
0
2017.07.10
@산모기
supplemental disability checks라고 나오길래 검색하니까 장애인한테 주는 지원금 같은 거라고 하더라고.
0
@산모기
집밖에 안나가게 됐으니 그런 증상으로 분류된 게 아닐까?
0
2017.07.11
오우야;; 재밌다야
0
2017.07.11
결말 머냐 운석떨어지나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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