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혁철
서울 용산 국방부 정문 앞에서 바라보면 왼쪽 기둥에 ‘국방부’라고 적혀 있고 오른쪽 기둥에 ‘합동참모본부’라고 적혀 있다. 2001년 봄 국방부 출입기자가 됐을 때 국방부와 합동참모본부(합참)가 뭐가 다른 조직인지 파악하는 데 한참 시간이 걸렸다. 국방부와 합참에는 지금도 마찬가지지만 현역 영관급 장교와 장군들이 다수 근무했다. 같은 현역 장교인데도 국방부 근무자는 양복, 합참 근무자는 군복을 입고 일했다. 매주 수요일 오후 전투체육시간에 합참 근무자들은 운동을 하는데, 국방부 근무자들은 계속 사무실에서 일했다.
왜 이런 차이가 생길까. 합참은 군부대이고 국방부는 정부조직법에 따른 정부 부처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많은 사람이 국방부를 군부대로 착각한다. 현실을 보면 착각할 만도 하다. 수십년간 사관학교 출신 예비역 장군들이 국방장관을 맡아왔고, 국방부 고위 공무원단에 속하는 국장급 이상의 16개 직위 상당수를 현역 또는 예비역 장군들이 맡고 있다.
왜 합참 위에 번거롭게 국방부를 둘까. 문민통제 때문이다. 국가 안보는 선출된 정치권력(대통령)과 문민관료(국방부)가 주도하고 안보전문가집단인 군(합참)은 군사작전으로 이를 뒷받침한다. 문민통제는 민주주의 국가의 상식이다. 제1차 세계대전 당시 프랑스 총리 조르주 클레망소는 “전쟁은 너무나 중요해 장군들에게 맡길 수 없다”며 문민통제의 중요성을 강조한 바 있다.민주주의가 후퇴했던 이명박·박근혜 정부 때 문민통제 원칙도 흔들렸다. 일부 안보정책 결정권자는 민간인이 함부로 군 문제에 개입하면 전투력이 약해지고 결과적으로 적을 이롭게 한다고 생각했다. 이들은 군이 특수한 전문조직이고 군사작전의 핵심 사항은 성역이기 때문에 일반적 국정운영 시스템에서 국방 분야가 벗어날 수 있다고 여겼다. ‘약은 약사에게, 진료는 의사에게, 전쟁은 군인에게’ 맡겨야 한다는 주장이다. 북핵 대비라는 군사적 목적과 군사 보안을 내세워 경북 성주 주민들에 대한 설득 노력과 환경영향평가 같은 절차를 제대로 거치지 않았던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논란은 이런 발상에서 불거졌다고 나는 생각한다.지난 5일 국내외 60개 대학 원자력이나 에너지 관련 학과 교수 417명이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은 졸속이라고 비판하는 성명을 냈다. 이들은 신고리 5·6호기 건설 중단과 관련해 “비전문가이면서 향후 책임도 질 수 없는 소수의 배심원단 앞에서 3개월의 단기간만 진행하고 결정을 내린다는 것”을 문제 삼았다. 성명을 읽어보니 ‘에너지는 과학의 영역’이란 전제 아래 ‘비전문가에게 에너지 정책이 휘둘리고 있다’는 문제의식이 강하게 느껴졌다. ‘해당 전문가들의 의견도 경청하라’는 이들의 주장은 설득력 있다. 하지만 원전을 공학이나 과학기술 문제로만 지나치게 좁게 본다는 생각도 들었다. 원전 산업과 정부 위원회에 참가한 일부 전문가들은 폐쇄적 행태로 ‘핵마피아’란 비판도 받고 있다.
에너지 사용 주체는 우리 사회 전체 구성원이다. 관련 학과 교수 같은 전문가나 원전 이해 당사자들에 국한되지 않고 지역민을 포함한 구성원이 에너지 선택권을 결정할 수 있어야 한다. 원전은 공학기술 문제일 뿐만 아니라 지역과 윤리의 문제이기도 하다. 국내 원전이 부산·울산·경주 등 특정 지역에 밀집해 있는데다 사용한 핵연료 뒤처리 부담을 미래세대에 떠넘기고 있다. 정치권력이 정책을 결정하고 군이 이를 뒷받침하는 문민통제 방식이 에너지 정책에도 필요하다고 나는 생각한다. 전쟁이 너무나 중요해 장군들에게 맡길 수 없는 것처럼, 원전도 너무나 중요해 전문가들에게만 맡길 수 없기 때문이다.
원문보기:
http://www.hani.co.kr/arti/opinion/column/802068.html#csidx9ed023f31fed8a0a919eac60f71854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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