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 글

자작소설 - 왕위의 증명은 모험과 함께! - 3



“이건 진짜 위험한데.”


아르윈 식으로 설명하자면, 숙박비를 세 달 정도 밀린 후, 여관집 아주머니에게 잡혀 두 손 두 발 다 묶인 상태보다 3배는 더 위험했다. 금화 100냥이 눈 앞에 굴러들어온 상황이다. 어찌 수박이 넝쿨째 들어왔다며 기쁨의 환호성을 지르지 않는가 하면, 바로 그 수박에 독이 들어있을 수도 있기 때문이었다. 


의뢰라는 것은 무언가를 습득한 시점에서 끝이 아니다. 그 습득물을 의뢰인에게 가져다 주어야 비로소 의뢰를 완수하게 된다. 


지금 소녀에게 걸려있는 돈은 무려 금화 100냥. 검소하게 살면 평생 먹고 살 수 있는 금액이었다. 거기다가 그 의뢰는 누구에게나 개방되어 있었다. 그렇다. 말하자면 거리의 모든 인간이 ‘적’인 상태였다. 의뢰를 받으려던 소위 한 실력 하는 기사나 모험자든, 뒷골목의 깡패든 금화를 차지하기 위해 주저없이 덤벼들 수 있다는 뜻이었다. 아마 엉망진창으로 당하고 소녀도 뺏길 것임에 틀림 없었다. 다른건 다 괜찮아도 아픈건 질색이다. 


아르윈은 이내 결단을 내리고 산뜻하게 웃는 얼굴로 말했다.


“못본걸로 할까?”


아르윈은 툭툭 자리를 털고 일어났다. 금화 100냥은 매우 아깝긴 하지만 세상에서 제일 중요한 건 목숨이라고들 하지 않는가. 한번 마음을 먹으니 포기하기도 참 편했다. 그럼 이만 소녀여. 너의 앞길은 니가 개척하도록 해라. 아기 사자를 절벽에서 떨어뜨리는 어미의 마음으로 나는 이만 물러가도록 하겠노라. 아르윈은 마지막으로 두 손을 바르게 모으고 소녀에게 인사했다.


“그럼 좋은 여행 되시길.”


“잠깐 기다려주세요!”


숙였던 고개를 드니 그 곳에는 방금까지는 누워있던 소녀가 언제 기절했냐는 듯이 치마에 묻은 먼지를 털고 일어나고 있었다. 그리고선 성큼성큼 이쪽을 향해 걸어오는 상태가 심상치가 않았다. 이윽고 그의 앞에 멈춰서 소녀가 발그레 한 얼굴로 입을 열려는 순간이었다. 


“쉿, 감사 인사는 필요 없어.”


아르윈은 검지 손가락으로 소녀의 입을 막았다. 으으음 하며 고개를 흔든건 물론 서비스였다. 소녀의 얼굴에 홍조가 더욱 더 짙어진다. 나도 참 죄 깊은 남자구나. 아르윈은 살짝 눈을 감았다. 


“그 심정이 이해가 안되는건 아니지. 거울을 봐도 나도 가끔 깜짝깜짝 놀라는걸. 하지만 미안해, 오빠는 지금 중요한 볼일이......음? 뽀각?”


말을 마치기도 전에 느껴지는 둔탁한 느낌에 아르윈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무언가 부서지는듯한 소리가 들렸던 것도 같다. 무언가 싶어 소리의 근원을 따라가보니 그곳에는 소녀의 발과.......그 발에 힘껏 걷어차인 자신의 사타구니가 보였다. 그리고 몰려오는 후폭풍.


“으아아악!!!!!!”


커다란 절규가 골목길에 울려퍼졌다. 아랫배를 부여잡고 꼴사납게 뒹구는 아르윈을 차가운 시선으로 내려다보던 소녀는 더럽다는 듯 입술을 쓱쓱 닦더니 그래도 못참겠는지 길바닥에 침을 뱉었다. 


“으그극......”



정상적으로 말을 할 수준이 되려면 좀 더 회복해야할 아르윈씨는 여전히 바닥을 구르고 있었어도 고개를 들어 소녀를 노려봤다. 처음의 천사같은 모습은 온데간데없고 한껏 찌푸린 표정이 마치 악마를 연상케 했다. 


“뭐하는.....짓이야......”


겨우 회복된 아르윈이 가까스로 말을 꺼내자 소녀는 기가 차다는 듯이 역으로 소리를 질렀다.


“그건 제가 할 말이죠! 이런 어둡고 깊숙한 곳에 연약하고 아름다운 소녀 혼자 놔두고 가려 하다니! 인간이 할 짓인가요 그게!”


“어라 실은 깨있었어?”


“예, 당신이 제 몸을 음란하고 끈적한 시선으로 쳐다보셨을 때부터 말이죠.”


“볼 것도 없더만......”


“뭐요?!”

“죄송합니다.”


슬슬 남자가 한번쯤 겪는 무시무시한 통증도 가라앉았겠다 자신을 변태로 몰아가는 화제도 불편하겠다, 아르윈은 일어나서 먼지를 털며 화제를 바꾸기로 했다.   


“그래서, 어째서 하늘에서 떨어진건데? 요즘 도시에선 그런류의 소설이 유행하고 있나? 하늘에서 떨어진 소녀와 ‘boy meets girl~’하는 소설은 한 물 갔는데?”


“겨우 소설 따위를 따라하자고 목숨 걸고 뛰어내리겠어요?”


소녀는 끝이 없는 경멸을 담아 아르윈을 쳐다보았다. 아직 어린 소녀가 지었다고는 생각하기 힘든 새디스틱한 표정이었다. 비록 내가 M은 아니지만 이건 이거대로 나름, 이라며 생각하고 있던 그때였다. 


“거기 세 명, 훔쳐보지말고 나오지 그래?”


아르윈의 말에 소녀가 흠칫 몸을 떨었다. 아무래도 아까부터 느껴지는 끈적한 시선은 소녀쪽에서 짐작 가는 곳이 있는 모양이었다. 그리고 이윽고 아무도 없던 골목길에서 건장한 체격의 남성들이 몸을 드러냈다. 왼쪽의 골목에서 비교적 마른 남자가 한명, 그리고 오른쪽의 골목에서 통통한 한명. 그리고......


“......어라? 두 명인데요? 아까 세 명이라고 하시지 않았나요?”


“바....바보같긴! 다른 한명은 기회를 엿보면서 숨어있는게 당연하잖아! 서, 설마 내가 쪽팔리게 숫자를 트, 틀렸다고 말하고 싶은건 아, 아니겠지?”


그럴리가 없지, 아르윈은 속으로 불안한 마음을 삼키며 남성들을 바라보았지만 그들은 아무말 없이 고개를 좌우로 흔들뿐이었다. 잠시동안의 정적이 흐르자 분위기를 견디지 못한 아르윈은 그 자리에 주저앉고 무릎에 얼굴을 파묻었다.  


“죽이고 싶다! 시간을 되돌려서 1분 전의 자신을 죽여버리고 싶다!”


웅크린 채 바닥을 쿵쿵 치는 아르윈을 자리의 모두가 안쓰러운 눈빛으로 쳐다보고 있었다. 보다못한 남성 중 큰 덩치의 사람이 뒷통수를 긁으며 멋쩍게 말을 꺼냈다. 


“저기, 한창 죄송한데, 실은 저희가 용무 있는 건 거기 여자애 뿐이라서요. 그쪽은 그냥 가셔도 괜찮은데요.”


“하하, 그렇게 해주실래요? 친절하신 분이시네. 그럼 이만. 좋은 시간 보내세요......켁!”


“그럼 이만이 아니잖아요!”


아무 일 없었던 듯 부드럽게 옆을 지나가려던 아르윈의 목덜미가 소녀에게 덜컥 잡혔다. 


“위기상황에 놓인 소녀를 못본 체 하는건 남자로써, 아니 인간으로써 좋지 않다고 생각하지 않나요?”


“걱정마, 이제와서 그런거에 연연할 인간은 아니니까. 무엇을 숨기랴, 고향에서는 내 이름이 ‘쓰레기’ 등등의 욕 대신에 쓰였다는 말씀.” 


“그거, 자랑 아닌건 알고 계시죠......?”


“농담은 이쯤하고, 너는 뭐하시는 분인데 이렇게 장정 두 명을 달고 다니니? 어디 높으신분이라도 되냐?”


“그, 그건......”


소녀의 몸이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 아까부터 눈을 맞추려고 하고 있지도 않다. 눈에 띄게 망설이며 옷가지를 만지작 거리고있다. 생각해보면 이런 상황에 처해있는 소녀이다, 물어본다고 한들 간단하게 알려줄만한 레벨 정도는 훌쩍 넘는 사정을 가졌을 것이다. 그리고 역시나 대답은 남자들 쪽에서 들려왔다. 


“들으시면 더이상 외부인 취급을 해드릴 순 없습니다만.”


“흥미로운 얘기네. 그럼 무슨 취급을 해주실건지 물어봐도 될까요?”


살짝 미소지은 남자들은 손을 허리춤에 가져다댔다. 반짝이는 금속이 그들의 허리춤에서 빛났다. 상당히 손질이 잘 된 듯 보이는 검이었다. 


“시체 취급을 해드리죠. 자, 이제 농담따먹기 할 시간은 없습니다. 혼자 못본 체 도망가시던가, 아니면 덤벼보시겠습니까?”


당장이라도 검을 뽑을 태세였다. 아르윈도 지지 않고 허리춤에 숨겨둔 주머니에 손을 가져다댔다. 모두의 시선이 꽂힌 가운데, 그가 꺼낸 것은 하나의 기다란 은색 바늘이었다. 그는 손가락으로 눙숙한 듯 바늘을 몇바퀴 돌리더니 입을 열었다.


“이런건 어때?”


그리고선 그 날카로운 바늘을 소녀의 하얀 목덜미로 가져다댔다. 금속의 차가운 감촉이 피부로 느껴졌다. 그러나 이 섬뜩한 기분, 온 몸에 돋은 소름은 그것뿐만으로는 설명할 순 없었다. 목가죽 하나를 통해 느껴지는 선명한 죽음의 기운이 소녀를 덮쳐왔다. 


“현상금을 선불로 준다면 넘겨줄 수도 있는데......금화 100냥 중 50냥, 어때?”


아르윈은 여전히 장난스러운 미소를 거두지 않았다. 








5개의 댓글

2017.05.24
글씨체를 보니까 한글이나 워드패드 같은 곳에 먼저 쓴 다음 복사붙여넣기 한 모양이군
0
2017.05.24
@러아님
네 읽기 많이 불편하신가요?
0
2017.05.24
@페보리
불편까지는 아니지만 상대적으로 가독성이 썩 좋은 글씨체는 아니네요ㅠㅠ
0
2017.05.25
전 뭔가 소설책 읽는거같은 글꼴이라 괜찮은데여 ㅋㅋ
글씨크기 몇포인트씩만 키우면 더 읽기쉬울지도?
0
2017.05.25
@승냥
글씨체하고 글씨크기가 다 안바뀌네요....왜이러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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