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 글

스포일러7

마을 밖으로 나간 뒤에는 왕도를 향해서 줄곧 걸었다.

산을 건너기도 하고 강을 건너기도 하고 도중에 음식이 떨어져서 열매 먹기도 하고 운 좋게 강 끄트머리에 멋대로 죽어있는 물고기 하나를 발견해서 구워먹을 수도 있었다.

잠을 잘 때에 가끔 악몽을 꾼다 벤시를 죽이는 꿈, 고블린 일가를 몰살하는 꿈, 마을사람들의 원망의 목소리 그런 악몽에서 깨어나면 벤시의 환청이 들린다 그럴 때면 짐 속에들어있는 향 주머니를 꺼내어 코에 대고 깊게 들이마신다 정신은 몽롱해지며 편안해진다 여행가다가 알게 된 사실이지만 디르토가 넣은 모양이다 간단한 사용의 용도와 방법이 자세하게 적혀 있었다.

나도 모르게 저지른 죄악이 가슴을 죄인다 본심은 아니였습니다 그 따위 말로 해결할 수 있는 가벼운 일도 아니였다 이 죄책감은 내가 평생 안고 가야하는 것, 버릴 수도 없는 것이며 잊을 수도 없는 것이다.

이마를 타고 식은 땀이 흐르고 있어 그것을 손으로 훔쳐내었다 묘한 탈진감에 몸을 제대로 가눌 수가 없었다.

이 모든 것이 꿈이라면...이 모든게 깨어나기 전에 잠깐 꾼 악몽이였다면 아내가 괜찮냐고 물어주고 막 깨어난 딸이 나에게 안긴다 그리고 아내가 미리 준비해둔 아침을 먹으며....

"우웨에에에엑!"

기분 좋은 망상에서 억지로 끌어올려진 벤시가 된 나의 아내와 딸을 참살한 기억이 난폭하게 파고든다.

감촉을 똑똑히 기억한다 벨 때의 감촉이 찌를 때의 감촉이 뽑아 낼 때의 감촉이 해냈을 때의 성취감조차 기억한다.

괴로움에 신음하고 눈물을 흘려도 아무것도 해결되지 않고 아무것도 돌아오지 않는데도 눈물을 흘린다 향 주머니를 움켜쥐고 깊게 들이마신다.

소리가 들린 것이 그 때이다.

지진과도 같은 소리가... 나무가 꺽이고 새가 급히 날아가는 소리...

무언가 다가오고 있다 아주 빠르게 화톳불을 끌 새도 없이 바로 그 자리를 이탈했다.

무엇인지는 모르지만 아주 좋지 않은 것이 분명했다 곰이라던가 그런 수준의 울림이 아니였다.

달아나다가 부딪치고 넘어지고 말았다.

차라리 나무였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옅은 달빛에 의지하여 보니 나무가 아니라 털이 수북한 거대한 다리였다.

그것은 그저 내 앞에 가만히 서있을 뿐이였다.

눈알이 담긴 유리병을 꺼내어 빛을 비추이자 그 기괴한 짐승의 모습이 들어났다.

이빨은 어금니만 박아넣은 듯한 날카로움이 있었고 얼굴의 형상은 진흙으로 사람얼굴을 만들고 그것을 짖이겨 놓은 듯한 기괴한 몰골이였다.

입에서는 시종일관 침을 질질 흘리고 있었고 두 눈에서는 황금빛으로 빛나는 안광을 내고 있었다.

"드디어 만날 수 있었어요"

괴물에 입에서 나온 그 목소리는 너무나도 어울리지 않는 아름다운 여인의 목소리였다.

"당신의 말대로 줄곧 지키고 있었습니다 이제 쉬어도 되는 걸까요?"

무슨 말인지 하나도 모르겠다.

"당신이 지키려고 했던 세상은 그럼에도 사람들끼리 싸우며 역사에서 배우지도 못하고 전쟁을 반복하지만 하지만 그럼에도 당신이 지키려고 했던 세계였으니까 줄곧 나는..."

어떻게 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누군가와 헤깔리고 있는 것 같다 제가 아닌 것 같은데요 같은 바보같은 말은 꾹꾹 눌러 삼켰다 

"그래도 당신이 돌아왔다는 것은 제가 더 이상 필요없어도 된다는 것이겠죠?"

"그래 이제 쉬어도 돼 수고했어"

괴물은 안도의 한 숨을 깊게 흘렸다.

"용사를 지키지 못하고 죽게 놔 둔 저의 죄도 이것으로 조금은 덜어졌다는 걸까요? 그래도 이것으로 겨우 쉴 수 있게 되었어요"

괴물에게서 피가 솟구치며 갈비뼈가 튀어나오고 그 사이로 심장이 늘어지듯 떨어졌다.

"심장을...찔러주세요..."

칼을 뽑아들고 괴물에게 다가간다.

"당신에게는 항상 미안한 일만 시키게 되요 언제나 그랬어요 그리고 마지막까지 일을 떠넘기고 가네요 하하... 그래도 당신이니까 안심할 수있어요 당신은 감사받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았어요 그래도....고마워요..."

칼로 괴물의 거대한 심장을 꿰뚫었다.

그리고 왜 인지 모르게 멋대로 말을 하게 되었다.

"수고하셨습니다 아르네마그라"

그러자 괴물의 기분좋은 웃음소리가 들리며 괴물은 검은 재가 되어 하늘로 날라가듯 사라졌다.

아르네마그라? 이름이야? 누구야 도대체 나는 왜 멋대로 그런 말을 한 거지? 왜 이렇게 슬픈 기분이 드는 거지...

그런 의문은 나의 의식과 함께 사라지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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