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 글

스포일러3

상당히 걸었는데도 사람사는 모습이라고는 조금도 보이지 않았다.

해가 지고 밝은 달이 보인다.

얼마나 걸었는지 온 몸에 느껴지는 기묘한 탈력감에 주저 앉아버리고 말았다.

걸어도 걸어도 온통 나무와 초원뿐이다 걷는 것을 포기한 것은 아니지만 줄곧 이렇게 이어진다고 생각하면 자연스레 한 숨 정도는 나오는 법이다.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는 새의 울음소리가 밤의 정적을 깬다.

소리가 나는 쪽으로 눈을 돌리자 커다란 눈동자가 둥실둥실 떠있었다.

기묘한 것은 공포가 느껴지지 않았다.

머리로는 이것을 두려워해야 할 것이 아닌가라고 생각은 드는데 전혀 공포감이 들지 않았다 오히려 친근감이 느껴질 정도 였으니 내 머리도 어지간히 이상해진 모양이였다.

커다란 눈동자도 나를 의식하고 천천히 나에게 다가온다 그것이 다가올수록 눈 안쪽을 더욱 유심히 볼 수 있었다 그 눈동자의 안에는 이전에 본 적이 있는 것같은 무언가가 있었다 그래... 무언가이다... 언젠가 본 적은 있으나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것과도 같은 기억의 안개를 더듬으며 그 것을 더욱 유심히 관찰했다.

뭔가 손에 잡힐 듯하면 더욱 멀리 사라지기에 나는 더욱 더 유심히 볼 수 밖에 없었다.

내 코 앞까지와서도 그것의 정체를 알 수가 없었다 저 빙글빙글도는 기묘함이 기억을 더듬어 가는 과정이 편안함이 되었다.

나는 눈동자와 하나가 된다.

"멍청한 놈!"

그런 편안함에서 갑자기 현실로 질질 끌고오는 불쾌한 소리가 들리며 나는 거썌게 내동댕이 쳐졌다.

달콤한 꿈에서 억지로 일으켰기에 몹시 불쾌해졌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눈치채고 말았다 내가 내 손으로 자신의 목을 거세게 조이고 있었다는 사실을 말이다.

"어둠의 눈이 있는 곳에서 안대를 착용하지 않다니 어지간히도 죽고 싶었나보군!"

그렇게 외친 것은 어두운 옷을 걸친 사냥꾼이였다.

허리에 한 자루의 칼 여러개의 단도 등 뒤에 작은 활과 화살통, 큰 도끼를 짊어지고 안대를 착용하고 덮수룩한 수염을 가진 기묘한 중년의 사냥꾼이였다.

또 하나 알 수 있었던 사실은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는 언어임을 알지만 어렴풋이 이해 할 수 있었다.

어제 배운 외국어를 듣는 것 같은 감각이였지만 말이다.

그가 순식간에 어둠의 눈이라 불린 것에 다가가 솜씨좋게 베어내자 그것은 힘없이 떨어져 공기빠진 풍선처럼 쭈글쭈글해지며 진흙과도 같은 검은 피를 토해내었고 거기서 김이 모락모락나오고 있었다 어떻게 보니 단팥죽을 떠오르게 하기도 했다.

"여유가 아주 넘치시는군 넌 도대체 뭐냐 자살희망자냐? 내가 방해한 거야?"

"아뇨 구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사냥꾼에게 들은 바에 의하면 어둠의 눈은 살아있는 동물, 사람을 가리지 않고 습격하여 미치게 한 뒤에 스스로 죽게 한 뒤 그 시체위에 씨앗을 심는 다고 한다 그리고 그 씨앗은 나무가 되어 차후 어둠의 눈을 낳는다고 한다.

사냥꾼의 충고에 따라 여분의 안대를 받고 착용하고 보니 반투명하여 길을 걸을 수 있을 정도는 되었다.

"사냥꾼...사냥꾼이라 킥킥... 뭐 이런 것도 푼 돈이나 벌자고 하는 짓이지만 오히려 내 일은 벌목꾼이지 안대만 착용하면 그리 두려울게 없는 놈들이니까 너 처럼 멍청하게 돌아다니는 놈한테는 그 무엇보다도 무서운 놈들이지만"

그러며 작은 가방에서 검은 가지를 꺼냈다.

"이게 어둠의 눈이 열리는 가지다 나무 하나에 하나씩만 생기는데 이것만 꺾고 나면 평범한 나무에 불과하지 이걸 꺾고 들고가면 돈하고 바꾸어 주는 거다 그래서 어디서 온 놈이냐?"

사실을 말해도 바보로 보일 것이라 예상해 약간의 각색을 거쳐서 기억을 잃었다는 것으로 해두었다.

"기억을 잃어? 거 참 누가 머리라도 때린 뒤에 버리기라도 했나? 여튼 마을까지만 데려다 주지 나머지는 네가 알아서해라 이것 저것 챙겨줄 정도로 내가 호인은 아니거든"

"그래도 구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감사라... 킥킥 나중에 돈이라도 주면 좋지"

"예 사례는 반드시 하겠습니다"

"하하하! 사례라... 나는 그딴 말 하는 놈들 안 믿어 그런 겉치레 인사가 나한테도 통할 것이라고 생각하지마라"

"아닙니다 반드시 사례를!..."

"그래 그래 마음대로 해라"

그리고서는 한 동안 말없이 걷다가 이후 한 마을의 입구에 도착하여 병사에게 검문을 받게 되었다.

"돌아오셨군요 오늘은 수확히 좀 있으셨습니까? 옆에 분은 누구십니까?"

"아니 전혀 멍청한 놈만 하나 주워왔지 안대도 안하고 어둠의 눈의 서식지에 돌아다니고 있더라고 기억을 잃었대나 뭐래나"

벌목꾼은 그렇게만 말하자 간단한 몸수색만 거친 뒤에 마을로 들여보내주었다 짐작컨데 마을로 부터 어느정도의 신뢰를 가진 사람으로 보였다.

그렇게 마을로 들어서서 안대를 돌려주려고 하자 얼마 되지도 않는 것이니 그냥 주겠다고 하였다.

감사하다고 인사는 하고 헤어졌지만 뒤 돌아 보지도 않고 등 뒤로 손만 절레절레 흔들며 사라졌다.

"안녕!"

갑자기 들린 인사에 뒤를 돌아보자 하얀 로브의 그가 있었다.

"왜 그래 그렇게 무섭게 노려보고"

그렇게 생글생글 웃고 있었다 저 웃는 얼굴에 오히려 분노가 끓어 올랐지만 물어야만 할게 있었다.

"니가 나를 죽인거냐?"

"글쎄에.. 그 질문 의미는 있는 건가? 그것보다도 들어봐 네 딸이 성격 나쁜 친구들과 어울리다가 사고를 치고 임신을 했어 이야 점점 흥미진진해지는 것 같지 않아?"

"이 개자식이!"

주먹을 휘둘렀지만 허공에서 멤돌았을 뿐이였다.

"선물은 어때 말은 잘 통했어? 마을까지도 무사히 온 것 같고 무척 다행이야 그치?"

밑바닥까지 올라오는 허탈감에 주저 앉아버리고 말았다.

"나보고 어쩌라는거야..."

"알아서! 잘 해봐! 소식있으면 또 전해줄께 바이바이!"

누군가에게 살의을 이렇게까지 품은 기억이 없다.

그는 이미 사라지고 없다 나는 혼자 마을 한 구석에서 주저 앉아 있을 따름이였다.

"이젠 어쩔 수도 없잖아..!"

홀려 남겨져 외친 한탄이 표적을 찾지 못하고 땅에 내려쳐진 주먹이 마을 한 구석에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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