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 글

그의 제단이 반석 위에 오르기까지

그는 생각했다.
어째서 무서운 것일까?




그는 특별했다. 무리 중에서 가장 강한 것도 아니고 가장 지혜로운 것도 아니었지만 그는 특별했다. 왜냐면 그는 '족장'이었기 때문이다.

그 시절 족장의 자질은, 무리가 선택한 사냥감을 모두에게 정확하게 알릴 수 있는 자에게 있었다. 자신이 표현하고자 하는 것을 모두가 알아들을 수 있게 표현하는 능력 말이다. 물론 그들에게는 체계적인 언어가 없었기 때문에 그 능력은 오로지 원시적인 언어구사를 보조할 수 있는 시각적 방식으로만 구현되었다. 다시 말해, 그는 그림을 그렸다.

들판에 소 떼가 있다. 그 중에서 어떤 소가 가장 사냥하기 편할까 생각하고, 그 소를 정확히 묘사한 뒤 사냥하라 지시하는 것이 족장의 일이었다. 간혹 그의 그림을 못 알아보는 남자도 있었으나, 무리의 대부분은 그의 그림이 무리 내에서 가장 정확하다고 확신하고 있었다. 그는 '좋은' 족장이었다.

간혹 하늘이 번쩍이는 날에는 불이 땅으로 떨어져 새끼 불을 낳는다. 그런 날이 언제 올지 직감적으로 알아내고, 그런 날의 사냥을 멈추게 하는 것 또한 족장의 일이었다. 그의 무리는 불을 두려워했기에 그런 날에는 사냥을 하는 것이 쉽지 않았던 것이다.

어렵지는 않았다. 하늘에 구름이 잔뜩 모여들고, 물이 쏟아지고, 사방이 번쩍거리는 것만 잘 확인하면 된다. 그래서 족장은 사냥감을 선택하는 시간 외에는 하늘을 바라보았다. 사냥감을 선택하는 것은 간단하다. 전체적으로 가장 약해 보이는 것을 고르거나, 이상하게 배만 불룩한 것을 고르면 된다. 특히나 배가 불룩한 것은 안에 부드러운 고기가 하나 더 들어 있어 좋았다. 오늘도 그는 적당한 사냥감을 골라 그려두었고, 무리의 힘 센 이들은 적당한 때에 그것을 찾아 사냥해왔다. 그것이 그의 일상이었다.

하늘에서 어미 불들이 새끼 칠 준비를 했다. 검은 구름이 몰려들어 사방이 어두워지고, 빗물이 쏟아졌다. 그가 족장이 되기 전 족장이었던 노인은 대대로 이런 날을 '불이 새끼 치는 날.'이라고 불렀다 했다. 저 하늘, 언제나 빛나는 둥글고 뜨거운 불덩이가 새끼를 치는 날, 그 날은 하늘에서 양수가 흘러내린다. 쿠르르릉, 어미 불이 우는 소리가 들리자, 무리의 몇몇이 귀를 막고 두려워했다. 어째서? 족장은 이해할 수 없었다. 단지 불이 새끼를 치는 날일 뿐이다. 그런데 그것을 왜 두려워 해야 하는가? 동굴 안에 있으면 새끼불과 싸워야 할 일도 없는데. 어째서? 그는 특별했기 때문에 그것을 이해할 수 없었다. 다만 그는 '불'을 정확하게 묘사할 수 없다는 점에서 큰 호기심을 가지고 있었다. 새끼 불을 조심스럽게 구해오면, 그들은 사냥을 할 때나 고기를 구울 때 아주 유용하게 쓸 수 있었다. 다만 그의 무리는 그 일을 매우 두려워하였고, 그 때문에 새끼 불을 다루는 것은 항상 그의 역할이었다. 그는 그 때문에 불을 관찰할 기회가 많았다.

족장은 일단 어미 불 부터 그려보기로 했다. 원래 어미부터 그리고 새끼를 그리는 것이 옳다고, 그는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정확하고 사실적으로 그리려고 노력했다. 밝고 둥글고 사방으로 빛을 뿜는 것. 최대한 밝아 보이는 것으로 열심히 그린 그것은 생각외로 성공적이었고, 누가 봐도 어미 불을 표현하는 것이라 알 수 있었다. 그는 기쁨에 겨워 소리쳤다. 우아아. 사냥을 하는 무리들이 자기네들끼리 의사교환을 할 때와는 다른 격정적인 목소리였다.

그의 소리를 듣고 무리가 모였다. 평소 조용하던 족장의 소리에 궁금해진 것이다. 그리고 그들은 그들이 그토록 경배하는 어미 불을 볼 수 있었다. 그것은 분명 단순한 그림이었지만, 이미 그림과 실재형상을 동일시 할 수 있던 그의 무리는 그것을 '어미 불'과 동일시했다.

순식간에 비명성이 울려 퍼졌다. 그렇다. 하늘에 있어야 할 어미 불이 땅에 나타난 것이다. 무리들은 그 이해할 수 없는 상황에 경악했고, 또한 두려워했다. 족장은 이해할 수 없었다. 아직 그들 모두는 언어로 생각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기에, 그 이미지만으로 생각해야만 했다. 그럼에도 그는 생각했다.


'어째서 무서운 것일까?'

그것을 알기 위해서는, 누구나 마음 속에 있는 것을 정확하게 표현할 수 있어야 한다. 그것이 깨달음이었다. 족장은 입을 열어 '아'하는 소리를 냈다. 곧이어 '어'나 '우'와 같은 여러가지 소리를 내어 보았다. 평소에도 이런 저런 소리로 감정이나 간단한 의사를 전달하곤 했지만 어떤 대상을 지칭하는데는 부족했다. 그 때문에 벽에 그려야만 사냥감을 정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 방법이라면 그리지 않아도 되지 않을까? 이것은 그림보다 빠르고 쉽다! 족장은 하나 하나 소리를 내고 그림으로 설명하며 '무리' 내의 약속을 만들었다. 사냥을 나가는 이들이 의사를 교환할 때 쓰던 속닥거림을 참조했다. 사냥 나가지 않는 이들이 잡일을 나누던 재잘거림을 본땄다. 그렇게 그의 무리엔 '말'이 생겨났다.
하지만 남자는 만족하지 않았다. 그는 아직 이해하지 못한 것이다. 어째서 불이 무서운 것인지, 어떻게 하면 나의 무리가 저것을 무서워하지 않게 할 수 있을지. 아무것도 알아내지 못했다. 아니, 무섭다는 것을 표현하는 말 조차 정확하게 약속되어지지 않았다. 그는 말을 보다 복잡하고 효율적으로 만드는데 주력했다. 그것은 오랜 시간을 필요로 했지만, 결국 성공할 수 있었다. 그리고 드디어 족장은 자신의 궁금증을 해결할 수 있게 되었다고 생각했다. 모든 것이 완벽해졌다고 느낀 그는 무리들을 모아놓고 질문했다.

"너희는 저 어미 불이 왜 무서운 것인가?"

무리들은 그 질문에 대답하지 못했다. 왜냐면 그들은 왜 그것이 무서운지 몰랐기 때문이다. 족장은 절망했다. 그리고 어미 불과 무서움에 대한 관계를 더이상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가장 완벽한 방법으로 얻지 못한 것은 얻을 수 없는 것이다. 때문에 그는 두려움에 대해 궁금해하던 족장에서 그냥 족장으로 돌아갔다. 더 이상 새로운 말을 만들려고도 하지 않았고, 어미 불에 대해서 정확하게 묘사하려는 노력도 그만두었다. 그저 비와 번개를 알리고 사냥감을 선택하는 평범한 족장이 된 것이다.

그것을, 무리의 힘 센 젊은이는 탐탁치 않게 여겼다. 그는 무리를 불러놓고 외쳤다.

"저 늙은이는 항상 하는 일 없이 앉아 하늘이나 지켜보고 사냥감이나 고른다! 그리고 쓸데없이 벽에 그림을 그려 알린다. 왜 그렇게 해야 하는가? 그냥 들판에 나가서 사냥감을 직접 골라 사냥하면 그만 아닌가? 족장은 필요없다!"

족장은 섬뜩한 공포를 느꼈다. 자신이 만든 것이 도리어 자신에게 돌아와 자신을 공격한다. 이제껏 무리를 자신의 편이라고 생각하던 그에게 그것은 충격이었다. 스스로의 생활에 지장을 주지 않는 어미 불은 무섭지 않았지만 자신의 삶을 무너뜨리려는 저 젊은이는 무서웠다.

무서워? 이것이 무서운 것인가. 족장은 드디어 무서움이 뭔지 깨달았다. 그래, 그의 문제는 무섭다는 것이 무엇인지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했던 것이었다. 이제 무서운 것을 알았다. 왜 무서운가? 나를 위협하기 때문에 무섭다. 저 새끼 불이 나를 때리진 않을까 무서운 것이다. 저 어미 불이 화를 내며 땅에 떨어지지 않을까 무서운 것이다. 그래서 무섭고 두려운 것이다!

족장은 자리에 벌떡 일어나 외쳤다.

"어미 불이 분노하리라!"

무리들은 깜짝 놀랐다. 그게 무슨 소리인가? 어미 불이 화를 내다니. 그 순간 무리의 머릿속에 있던 어미 불에 대한 개념이 완벽하게 바뀌었다. 족장은 항상 맞는 말만 했다. 그리고 그는 땅에 어미 불을 부르는 힘도 있다. 즉, 어미 불에 대하여 가장 잘 아는 자다. 그가 어미 불이 화났다고 한다. 그렇다면 어미 불은 화를 낼 수 있는 존재다. 어미 불이 화를 내면? 뜨겁고 아플 것이다. 새끼 불이 그러하듯이. 어미 불도 같을 것이다. 아니, 어미가 새끼보다 강하니까 더 아플 것이다. 무엇보다 어미불은 무섭다. 감히 눈으로 바라볼 수도 없다. 눈으로 쳐다보려고 하면 눈이 아프다. 무서운 존재다. 물론 그런 논리적 추론을 직접 하지는 않았다. 그것은 무의식 속에서 아주 빠르게, 섬광처럼 스쳐지나갔다. 그리고 단 하나의 강렬한 인상, '공포'만이 남았다.

"나는 어미 불의 뜻에 따라 사냥감을 선택한다! 그것을 저자가 부정했다! 어미불은 화내고 있다!"

그 자리에서 무리들은 엎드렸다. 본능적으로 공포를 피하는 자세다. 하지만 젊은이 또한 만만치 않았다. 그는 엎드리지 않고 도리어 큰 소리로 외쳤다!

"우리가 어째서 그 말을 믿어야 하는가!"

족장은 그 순간 영감이 떠올랐다. 나의 생활을 위협받지 않을 좋은 영감이. 그는 특별한 남자였고, 그 영감을 제대로 표현할 수 있는 능력이 있었다.

"어미 불을 제대로 바라볼 수 있는 자만이 그를 부정할 수 있으리라!"

젊은이는 말문이 막혔다. 그 또한 무리의 일원이다. 어미 불은 두려운 존재다. 그것을 바라보면 눈이 아프다. 저녁에, 그가 붉게 변할 때만이 겨우, 그조차도 오래 바라보면 고통스럽다. 그것을 정면으로 바라보라 하다니! 그 순간을, 족장은 놓치지 않았다.

"내가 사냥감을 선택하는 것은 그것이 사냥해도 어미 불의 화를 사지 않는 사냥감이기 때문이다! 저자는 그것을 거부했다! 그래서 어미 불은 화난 것이다!"

족장은 크게 소리쳤다. 그의 모든 영감이 무리는 그것이 타당하다고 생각했다. 심지어 그에게 반발하고 일어났던 젊은이 까지도. 그 순간을 족장은 놓치지 않았다.

"어미 불의 분노를 달래기 위해서는 그를 분노케한 저자를 새끼 불에게 먹여야 한다!"

그가 가리킨 것은 그에 대해 불만을 표하던 그 젊은이였다. 무리는 족장의 말에 따랐다. 심지어 족장에게 지목당한 젊은이조차, 자신이 큰 죄를 저질렀다고 생각했다. 엎드려있던 무리가 자리에서 일어나 젊은이에게 달려들었다. 그것은 힘이었다. 족장은 자신의 무리가 기이한 힘에 지배당하는 것을 느꼈다. 이것은 어미 불의 힘인가? 아니다 무서움의 힘이다. 어미 불의 이름을 빌리자 나는 힘을 가졌다! 족장은 그 힘에 취해 자신도 모르게 소리쳤다.

"어미 불이야 말로 모든 것을 살리고 죽이는 자다. 그 무엇도 어미 불의 뜻에서 벗어날 수 없다. 그야 말로 가장 위대하다. 그가 원하는 것은 무조건 이루어져야 한다! 나는 그의 말을 들을 수 있는 자다! 그래서 내가 족장이다! 내가 사냥감을 선택한다! 내가 새끼 불이 올 것을 예언한다!"

그는 미쳐 날뛰었다. 무리도 미쳐 날뛰었다. 그들에게 그것은 강한 힘을 느끼게 했다. 머릿속에서 엔돌핀이 솟아났다. 무엇이든지 할 수 있을 것만 같았다. 어미 불이 보살핀다. 어미 불이 하라는 일이 분명하다! 무리는 집단적인 최면상태에서 젊은이를 잡아 불에 태웠다. 젊은이가 고통에 찬 비명을 질렀지만 그들은 신경쓰지 않았다. 새끼 불이 식사를 한다. 평소 우리에게 남겨주던 그 고기도 모두 먹어치운다. 우리는 이제 어미 불을 화나게 한 존재가 아니다.


그 모든 것을 주관한 자, 남자는 느꼈다. 이것은 힘이다. 그 무엇보다도 위대한 힘. 이것은 두려움의 힘이다! 일순간 두려움이 사라지고 집단적인 최면상태에서 풀려나려는 무리에 족장은 소리쳤다.

"보아라! 젊은이의 잘못이 씻기고 있다! 저 불이야 말로 어미 불을 대변하는 불이다! 어미 불의 의지대로 타오르는 불이다!"

족장의 외침이 크게 울렸다. 그것으로 공포는 희열이 되었다. 희열은 다시 최면상태를 만들었다. 무리는 발광하며 불 옆을 뛰어다녔다. 그들이 일으키는 바람에 불은 더욱 크게 피어올랐다.

족장은 여전히 왜 저들이 어미 불을 두려워하는 정확한 이유는 알 수 없었다. 그저 그것을 위협적이라고 느꼈으리라고만 짐작할 따름이었다. 다만 족장 또한 그것이 두려워졌다. 저 '어미 불'을 이용하면 무리 내의 모든 것을 한 손에 쥐고 흔들 수 있다. 누구든 간단히 말만 하면 된다. '저자가 어미 불을 분노케 했다!' 이 얼마나 두려운 것인가!

그는 생각했다. 어미 불이라는 이름은 옳지 않다. 어미보다 더 강하고, 또 함부로 언급하기 힘든 이름을 만들어야 한다! 그는 생각하는 바를 표현하는데 능한 자였고, 그 덕분에 이름을 하나 떠올릴 수 있었다.

"들어라! 우리가 부르는 어미 불이라는 이름은 잘못되었다! 그것이 내가 말을 만든 이유이다! 저 위대한 것에 가장 알맞는 이름을 지금 말하도록 하겠다!"

무리가 그를 동시에 바라보았다. 강렬한 눈빛들. 그 눈빛들 속에서 그는 하나의 단어를 말했다. 무리는 그것의 뜻을 알 수 없었기에, 그것이 합당하다고 생각했다. 또한 족장의 이름 또한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는 위대한 것의 의지를 따르는 위대한 인간이다. 그에게 족장이라는 이름은 어울리지 않는다.

마침내 누군가 족장을 왕이라고 불렀을 때, 그는 그 무엇도 두렵지 않게 되었다. 그의 권좌야 말로 두려움 위에 지어진 것이니.

그리하여 그의 거룩한 제단은 공포의 반석 위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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