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

[우주선, 데이터, 스압] Kosmos 954, 어느 인공위성의 기묘한 이야기

파견 끝나고, 잦은 야근에 시달리다가 사표를 썼다.


고생이 끝날줄 알았는데...


이제 이력서 쓰느라 죽겠다... ㅅㅂ





들어가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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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약성경의 여호수아기에서 예리코 성을 점령하려는 이스라엘 민족이 선발대 2명을 예리코 성으로 보내서 동태를 살피게 하는 구절이 있어.
이 말은 상대방의 위치 및 상황을 살펴야 하는 것이 오래전부터 있어왔다는 것을 의미해.



OrbitalCommand_SC2_DevGame1.jpg



하다못해 스타크래프트나 커맨드 앤 컨커같은 RTS겜을 하면 항상 정찰을 해야하지.

왜냐하면 상대방이 뭘하는지 알아야 내가 대응을 할 수 있으니까 말이야.




COLD WAR FLAG.jpg




냉전시대에도 마찬가지였어. 그때에 미소 양국은 상대방의 군대의 배치상태를 알기 위해서 갖은 방법을 사용했어.

스파이를 통한 정찰활동은 물론이고, 통신감청같은 정찰활동, 정찰기를 활용한 정탐활동 등등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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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푸트니크 1호를 시작으로 개막된 우주시대에는 그에 걸맞게 다양한 정찰장비를 싣고 우주에서 정찰하는 정찰위성이 등장했어.

(윗 사진은 소련에서 보스토크 우주선을 개량해서 만든 제니트 정찰위성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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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워즈 사건의 주인공인 프랜시스 개리 파워즈 중위와 U-2 정찰기


특히 1960년 5월 1일. 소련을 정찰하던 U-2가 격추된 이후에(파워즈 사건) 미국은 정찰위성 개발에 열을 올렸어.


사실 U-2는 아무도 요격하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여겨졌지만, 몇 가지 요소가 합쳐지면서 격추되었고,
이 사건 때문에 미국은 정치적, 외교적인 난관에 봉착했거든.


그래서 아무도 격추시킬 수도 없이 우주공간에 띄워서 정찰하고자 그랬던거야. 소련도 마찬가지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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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담으로 파워즈 사건의 주인공인 개리 파워즈 중위는 소련에 억류되었다가, 미국에서 체포된 소련 스파이와의 교환으로 귀환했어.
'스파이 브릿지'라는 영화가 이 이야기를 영화화 한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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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영화지만 "에너미 오브 스테이트"라는 영화는 이러한 정찰위성의 위력을 잘 보여주는 영화야.

영화 '탑건' 으로 유명한 토니 스코트(리들리 스코트 감독의 동생) 감독에 윌 스미스와 진 해크먼이 주연한 영화로서,
국가안보국 NSA와 대결하는 스토리인데, 윌 스미스를 위성으로 추적하는 장면은 지금 봐도 후덜덜하지.
나중에 시간 되면 한 번쯤 봐도 좋은 영화야.
(여담으로 잭 블랙이 진지하게 연기하는 몇 안되는 영화이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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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쨌든 정찰위성의 이미지는 앞서 언급한 영화처럼 광학장비로 목표를 정찰하는 그런 하늘의 눈같은 이미지일거야.
(윗 사진은 광학 정찰위성의 끝판왕인 미국의 키홀 정찰위성)



하지만 정찰위성의 정찰방법은 이러한 방법 말고도 다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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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소개할 위성인 Kosmos 954가 대표적인 예야.


이름에서 짐작했겠지만, 이 위성은 소련의 Kosmos 위성군 중에 하나로서, US-A 위성, 즉 해양감시를 위한 능동형 레이더 위성이야. 
이 위성은 대양에서 항해하는 NATO의 함선을 추척하고, 

P700-Granit.jpg


유사시에는 소련의 초음속 대함미사일인 P-700 그라니트(나토코드 SS-N-19 쉽렉)의 유도를 보조하는 임무를 가진 정찰위성이야.





이 위성은 1977년 9월에 발사되었어.

이렇게만 쓰면 이 위성이 잘 쓰였겠다고 생각하겠지.


하지만 이야기는 지금부터 시작해.



1977년 12월에 이 위성은 작동에 이상이 생겨. 그래서 원래 계획된 궤도에 진입하지 못하고 대기권으로 재진입하기 시작해.

현재까지도 왜 작동에 이상이 생겼는지는 밝혀지지는 않았지만, 어떤 물체와 충돌하였다는 가설이 있어.


근데 이 위성에는 특징이 하나 있어.

혹시 앞에 위성 그림을 유심해 봤다면 눈치 챘겠지만, 이 위성에는 태양전지판이 없었어.



Cosmos-954_scheme.png


동력원이 원자력이었던거야.


더욱 후덜덜한 사실은 보이저 탐사선같은 심우주탐사선이나 영화 마션에서 묘사된 원자력전지가 아니라, 진짜 원자로였던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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윗 사진은 보이저 1호 탐사선의 방사선동위원소 열전기 발전기(Radioisotope Thermoelectric Generator, RTG)





그것도 일반 원자력발전소에서 사용되는 U235가 5%정도로 농축된 연료가 아니라, 80%까지 농축된 우라늄 235 50kg을 탑재한 군사용 원자로였어.



reactorpix.gif

코스모스 954와 같은 US-A계열 위성에 탑재된 BES-5 원자로의 그림



사실 24시간 북대서양조약기구 NATO의 함선들을 추적해야 했기 때문에 저궤도로 돌아야 했지. 
 그런데 저궤도위성의 특성상 지구에 태양이 가려지면 말짱 꽝이 되어버리며, 
거대한 태양전지판의 항력으로 궤도가 줄어드는 등의 문제점이 있었어.
게다가 소련의 태양전지는 대양을 감시해야 하는 레이더를 유지하기에 그 출력이 모자랐기 때문에, 
소련의 기술자들은 위성의 동력원을 원자력으로 선택한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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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S-A위성의 이미지



물론 소련의 기술자들도 양심은 있었고, 방사능 덩어리인 원자로가 지구에 떨어지면 대참사가 일어난다는 사실을 알았기에, 
원자로에 별도의 장치를 달아서 노심부분을 좀 더 높은 궤도로 올려 노심의 추락을 막는 장치를 개발했어.
(바로 위 그림에 그려진 대로 말이야)


하지만 이 원자로 분리 장치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고, 코스모스 954는 원자로를 단 채로 재진입하기 시작해.


코스모스954_경향신문19780125기사.png


경향신문 1978년 1월 25일 기사(네이버 뉴스 라이브러리 참조)

1977년 12월. 북미방공사령부, NORAD에서 코스모스 954가 대기권으로 재진입하고 있으며, 추락하고 있다고 판단해.
그래서 소련 및 NATO 회원국에게 지원해줄 것을 요청했고, 대책반을 꾸리기 시작했어.

코스모스954_동아일보19780125기사.png


동아일보 1978년 1월 25일 기사(네이버 뉴스 라이브러리 참조)

1978년 1월 24일. 코스모스 954는 캐나다 북서부에 추락을 해. 

수정됨_HighFlight-Kosmos954-5.jpg




다행히도 추락지점 근방에 사람이 사는 지방이 없었기 때문에 인적, 물적 피해는 일어나지 않았어. 
하지만 코스모스 954는 앞서 언급한대로 원자로를 탑재한 위성이었기 때문에, 방사능 유출이 우려되었지. 

처음에 소련은 코스모스 954의 방사능 누출 위험은 없을거라고 주장했어.

코스모스954_동아일보19780128기사.png

동아일보 1978년 1월 28일 기사(네이버 뉴스 라이브러리 참조)



하지만 추락 3일만에 방사능을 띤 잔해가 발견되면서 소련은 방사능 누출을 인정해야만 했지.



수정됨_OperationMorningLightCrew.jpg



그래서 캐나다는 Operation Morning Light라는 이름의 정화작업을 수행했어. 
이 작전은 캐나다만 수행한 것이 아니라 미국이 기술과 자본을 지원하는 등의 국제적인 이슈가 되었어.

russian_cosmos.jpg

실제 작전을 수행중인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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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으로 발견된 코스모스 954의 잔해



이렇게 해서 위성의 잔해를 회수하였는데, 90%의 잔해는 회수했다고 해.
위 사진과 같은 큰 파편들은 여지없이 방사선을 내뿜고 있었다고...
하지만 연료로 사용된 우라늄 235는 1%밖에 회수를 하지 못했다고 해.

05_Particulate_robin-des-bois.jpg
잔해와 동전 크기 비교 짤



이후 캐나다는 소련에 600만 캐나다 달러의 배상청구 소송을 걸었어. 
뭐 소련이 초강대국 중에 하나이고 그대로 쌩까도 될 수 있지만, 자기도 잘못한 것은 인정했기에 캐나다에 손해배상을 물어야 했지. 
물론 그 금액은 300만 캐나다 달러였지만.
(미국도 정화작업을 지원해줬지만, 배상을 신청하지 않았대)



이 사건은 국제법적으로 상당한 의의를 지니고 있는데...

NPS. 즉 원자력 동력원의 우주에서의 사용을 규정하는 원칙이 세워지고, 자국의 인공위성이 타국가에 추락하였고, 
이로 인한 소요가 있었을 경우에 보상하는 등의 선례를 남기는 등의 이유 때문이야.




여담 1
코스모스 954와 같은 US-A계열의 위성은 거의 다 원자로로 구동되었다고 해. 1970년부터 87년까지 말이야.

여담 2
1983년 코스모스 954와 같은 계열의 위성인 코스모스 1402가 추락할 때, 이 위성의 추락 예상 지점 중에 한반도가 있었어. 
그래서 외교부에서는 코스모스 954의 사례를 많이 참고하여 대응방법을 연구했고, 
이를 문서화 해서 당시 대통령이던 전두환에 보고까지 했다고 해. 
다행히도 위성은 분해되어서 본체 부분은 인도양에, 원자로 부분은 남대서양에 추락했지.

여담 3
미국도 원자력 위성이 지구상으로 추락한 건이 몇 건 있는데
대표적인게 1971년 발사되었던 아폴로 13호가 그 예야.
뭐 아폴로 13호 이야기는 워낙 유명하니까...
어쨌든 아폴로 13호의 승무원들이 머물렀던 달착륙선에는 플루토늄으로 구동되는 원자력 전지가 탑재되어 있었는데, 
얘도 지구상으로 다시 재진입해서 뉴질랜드 근방의 해저에 빠졌다고 해.
그리고 앞으로 2000년 정도 방사능을 뿜을 거라고 하네...




아폴로 우주선 이야기는 다음 화부터 11호부터 시작합니다...
사실 썼던 내용이 어느 순간에 지워졌다능...

12개의 댓글

2017.04.18
ㅊ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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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4.18
꿀잼꿀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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ㅊ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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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4.18
소형원자로 우주에 쏜거 처음알았다;;
저런 소형 원자로도 대형 원자로처럼 열로 증기만들어서 팬회전시키는 거야?
0
2017.04.21
@6425423
로켓엔진 열원으로 씀
화학엔진은 화학적 반응으로 열에너지 및 연료 자체를 추진제(운동에너지원 질량)로 쓰는데
핵추진엔진은 추진제는 수소로, 열에너지는 원자로로 얻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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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4.22
@VIPS
본문에선 태양전지판 생략하고 원자력으로 레이다돌릴 전기만들엇다 그러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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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4.22
@VIPS
아 내가 검색을 제대로 못햇구나 원자력 전지로 치니까
제베트 효과라는게 있네 싱기방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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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4.22
@6425423
원자력 전지는 핵분열을 열원으로 해서 온도차에 의한 전자의 이동을 통해 전기를 생성시키는 방식임.
열원이 굳이 원자력이 아니더라도 쓸 수 있음. 대표적인게 펠티어소자.

위 효과는 발전 뿐만 아니라 그 반대로 전기를 소모해서 열의 위치를 이동시킬 수 있기 때문에 냉장고에도 쓰임
다만 효율은 별로 안좋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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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에서 숨참으면 사냐?
0
2017.04.20
핵추진
0
2017.04.27
근데 아무리 저궤도라도 인공위성이면 진공인 우주를 나는거 아냐? 진공에서 태양전지판이 항력에 영향을 미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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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4.28
@붉은폭풍
진공은 기체가 없다는 말이 아니고 기체가 희박하다는 말이고 희박한 정도에 따라 고진공 초고진공 극초고진공 등으로 구분됨
그리고 지구에서 멀어질수록 대기가 희박해지는거지 어느순간 뿅하고 기체가 사라지는게 아니고 ㅇㅇ

그래서 저궤도위성은 수명이 짧음
0
무분별한 사용은 차단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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