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 글

휑그러니 뜬 눈이 어둠 속에서 살짝 움직인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자신에 절망하며 그것을 잊기 위해 무언가 하려고 한다. 

크고도 두려운 무기력증이 그를 덮치고 있기 때문에 공포에서부터 벗어나기 위해 그는 무엇이라도 할 기세이다. 음악을 듣거나 책을 읽거나 뭐라도 좋다. 그 감정을 잊기 위해서라면 그는 무엇이라도 할 것이다.

잠깐의 쾌락, 잠깐의 행복, 성냥에 킨 불처럼 잠시 후면 사그라 들것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성냥의 불을 넋이라도 나간 것처럼 지켜보게 된다. 그는  불쌍한 사람이다. 무기력증을 어떻게 할 생각을 못하고 있는 것이다. 지혜로운 자들은 그 무기력증을 어떻게 하면 되고 어떻게 대처하면 되는 가를 명확히 알고 있지만 이 어리석은 자는 그저 도망만 가고 있을 뿐 하지만 그는 다른 어리석은 자들에 비해 훨씬 어리석은 자인데 그 이유는 그 공포에 짓눌리면서도 그 두려움을 뼈 속까지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리고 살 떨리는 무기력증에 벗어날 방도를 확실히 알고 있음에도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너는 나의 노예이구나"


그는 음미하듯이 그 말을 들었다. 그리고 그 쾌락에 몸을 떨었다.

만연의 웃음을 띄며 그가 대답하였다.


"예 주인님 여기 있습니다."


어디에도 있을 법한 이야기다. 두려움을 잊기 위해 자신이 그 두려움에 일부가 된다거나 두려움 자체가 된다거나 그의 경우로 말하자면 그도 그저 그런 사람이었다는 것이다. 어디에나 있을 법한 흔히 세상에서 패배자라거나 어리석은 사람이라고 부르는 그런 사람이다. 

그는 그의 주인을 기쁘게 하기 위해서 충실하게 복종하는 노예다.

더 나태해지고, 더 게을러지고, 더 의욕이 없어지는 식이다.

이것은 그에게 큰 힘이 든다. 정말 힘든 일이다. 괴롭고 즐거운 일 따위는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지만 그럼에도 그는 그의 주인을 위해서라면 이 무기력을 유지하기 위해서 그가 생각할 수 있는 모든 방법과 수단을 고려하지 않는다. 

그의 행위를 보며 주인은 아무것도 해주지 않는다. 그저 지켜볼 뿐이다. 그에게 있어서 그는 수많은 노예 중에 하나에 지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주인은 일은 무척이나 간단하다. 노예가 성실히 살아갈 성싶을 때에 크나큰 괴로움을 주며 자신의 권속에서부터 놓치지 않는 일이다. 노예가 자신의 품을 벗어나 세상에서 빛을 향해 손을 뻗으려 할 때 창문을 닫고 커튼을 치는 일이다. 문 밖으로 나갈 때에 세상에 모든 경멸의 시선을 노예에게 돌리는 것이다. 커다란 불을 잡는 일은 무척이나 힘들지만 작을 불씨를 꺼트리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다. 작은 숨에 마저 위태롭게 흔들리고 어디서 인지 날아온 바람에 쉬이 꺼지는 불이다. 경계라고 할 것도 없다. 그저 멀리서 손으로 휘휘 저으면 꺼질 듯이 흔들거리고 대게는 그냥 놔두기만 해도 꺼져버리는 것이다.

그리고 그런 불들이 오늘도 살짝 일어난다.  언제나 있던 일이다. 그리고 그 불들 중 8할은 아무것도 안 해도 꺼져버리는 것이다. 

어느 날 주인이 보건대 다른 불씨와는 다르게 좀 더 크고 좀 더 활활 타오르는 불을 보았다. 사실 다른 불씨에 비해서 조금 큰 정도에 불과했지만 그 불씨는 다른 꺼져버린 불씨에 불을 지필 수 있을 정도의 불이였다. 주인으로써는 보고만 있을 수는 없었다.

입김을 불어넣어보기도 하고 창문을 열어 바람에 맡기기도 하고 손으로 쥐여서 꺼트리려고도 했지만 그 불이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커다랗게 되더니 주인이 주는 모든 것에 저항하고 이겨내었다. 

마침내 불은 주변을 비추일 정도의 크기를 가졌고 주인은 그것을 용납할 수가 없었다. 

주인에게 대드는 듯한 저 오만함...  주인 된 자격으로 그에게 추방을 명했다.

 주인에게 그런 말을 들은 노예는 조용하게 눈을 감았다.

자신이 있던 공간을 한껏 느끼는 듯하였다. 깊은숨을 들이쉬며 주변의 모든 것을 느끼려고 하는 듯하였다.

조용히 그는 문 앞에 섰다.

아직은 밤이다. 그리고 이것은 너무나도 깊은 밤이다. 어둡고 어두워서 자신의 발 밑조차 보이지 않는다.

주인의 보호를 벗어나 이제 세상에서 누구의 도움도 없이 살아야 할 때가 왔음을 그는 짐작할 수 있었다.

문을 열었다. 얼마나 새까맣고 어두운지 한치의 길 앞조차 보이지 않았다.

그가 살짝 발을 디디자 그의 불이 주변을 비추인다. 이것으로 그는 조금씩 발을 디딜 수 있다.

그가 완전히 밖을 향해 나아가자 주인이 말하였다.


"세상이 아직 어두우니 너의 불에 이끌려 너에게 홀리듯이 다가올 것이다. 명심해라 그것은 너의 불에 기대고자 하는 것이 아니다. 불을 가지지 못한 자들이 너의 불을 꺼트리기 위해 오는 것이다. 명심해라"


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인사조차 필요하지 않았다. 그는 어두운 세상을 향해 걸었다.

너무도 깊고 추운 밤이기에 그는 걸음을 멈출 수가 없었다.

걸음을 멈추면 불이 곧 꺼져버릴 것임을 누구보다도 잘 알았기 때문이다.

그는 불이 주는 쾌락에 몸을 담갔다. 그 쾌락에 맛을 들이면 다른 것은 아무것도 생각나지 않을 것이다. 

이 역시 그리 놀랍거나 대단한 이야기는 아니다. 

그저 주인이 바뀌었을 따름이다.

그렇기 때문에 그는 걸음을 멈추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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