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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 모아나

01.


 2010년 이후로 한동안 '라푼젤' '겨울왕국' 같이 뽀얀 피부에 잘생긴 백인 친구들이 사랑에 대해 

이러쿵 저러쿵 떠드는 전통적인 '디즈니러스' 애니메이션을 잔뜩 내놓던 디즈니에서 정말 오랜만에

건강미 넘치는 자연곱슬 하와이 소녀와 바다괴물따윈 한손으로 찢어버릴 것 같은 근육돼지 문신

마초남을 주인공으로 한 애니메이션을 내놓았다. 17년 1월 개봉작, 모아나다. 


1995년 아메리카 원주민들 배경으로 한 '포카혼타스' 나 1998년 아시아를 배경으로 한 '뮬란' 을

생각하면 대략 20년만에 디즈니에서 꾸준히 내놓던 서양적인 배경을 탈피한 셈이니 이것을

오랜만이라 표현하지 않는다면 뭐라 말할 수 있을까. 오히려 그런 배경이 그동안 '겨울왕국'

같은 여리여리한 느낌의 디즈니 애니메이션에 신물이 넘어오던 차에 신선함을 안겨 준 것 같다.  


개인적으론 이러한 다문화적 인 디즈니의 행보가 참 반갑게도 느껴지는데 2000년대 이후 애니메이션

시장이 2D에서 3D로 넘어가던 시절 '카우 삼총사' 나 '치킨 리틀', '로빈슨 가족' 같은 기억에도 남지

않는 수많은 똥들을 싸지르던 디즈니가 2010년 '라푼젤' 로  재기를 성공하고 어느정도

자신들의 스타일을 다시 잡는데 성공하면서 자신감을 얻고 만든 도전작이라는 느낌이 강하기

때문이다. 아마 그러한 디즈니의 자신감이 없었다면 17년 1월 역시 호리호리한 백인 친구들이

부르는 사랑노래를 듣고 있지 않았을까. 그런 점에선 디즈니의 도전정신에 나름 박수를 쳐주고 싶다.

 

마우이.jpg

 

<과거의 디즈니 프린스들을 생각하면 정말 독보적인 남주다>

 
 

02.

 

일단 한가지 꼭 말하고 싶은게 있다. 영상미.

 

그림의 전문가들이 모인 디즈니에서 최고의 영상미가 나오는건 당연할지 모르지만 나는 디즈니의

초기 3D 작품인 괴작 '치킨 리틀' 과 '로빈슨 가족' 을 봤던 사람이다.  무슨 영화냐고?

 

치킨리틀.jpg

로빈슨 가족.jpg

 

...이런 영화다

 

이 시기의 디즈니 3D 작품들은 아름답고 멋진 작품을 만들어낸다기 보다는 뭔가 꾸역꾸역 찍어낸다는 느낌이 굉장히

강했던 것 같다. 애니메이션 시장이 3D로 바뀌었으니 2D에서 변화를 하긴 해야겠는데,  몇십년동안 2D만 찍어냈던

회사였으니 작품의 제작 자체만으로도 굉장히 고생했을 것이다.


때문에 픽사와의 협업으로 이후 나오는 디즈니의 최근 작품들을 보자면 수많은 똥을 거름으로 삼아

만들어낸 빛나는 결과물이 아닐 수 없다. 과거엔 길잃은 개마냥 갈피를 못잡던 디즈니에서 이젠

2D시절의 감성적인 느낌을 3D로도 구현해내고 있으니 디즈니의 팬이였던 내겐 참 이래저래

감회가 새롭다.


때문에 난 디즈니의 최근 작품이고, 최근 작품인 만큼 그들의 기술력과 오랜 경험이 쌓인  '모아나' 의 영상미에 대해

길게 이야기 하고 싶지 않다. 섬과 바다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항해하는 인간, 바다의 모습, 파도와 바람을 커다란

스크린에 옮겨놓은 그 장면들을 직접 보고 느꼈으면 한다. 그리고 그러한 멋진 영상미를 위해 갈려나갔을 수많은

애니메이터들과 커피콩에게 경의를 표한다.

 

 

03.


'모아나' 에 대한 개인적 평을 한줄로 요약하자면  '다른 겉, 비슷한 속'  이다.


 

백인과 공주라는 포지션을 탈출한 여주인공과 왕자라는 포지션을 탈출한 남자주인공.

앞서 말했듯 기존의 디즈니 작품들과 비교하면 다른 점이 많지만. 사실 영화의 큰 틀은 결국

디즈니식 프린세스를 벗어나지 못했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평화롭게 지내던 주인공 모아나에게 위기가 닥쳐오고, 조력자를 만나 문제를 해결하며 절망적인 상황에서

'디즈니식 노래' 를 불러 용기와 희망을 얻어 해피엔딩으로 끝난다. 평탄하다. 매우 평탄하다.

 몇십년간 보아왔던 디즈니 프린세스 스토리 라인이다. 


16년 작품인 '주토피아' 를 통해 차별과 편견에 대해 가벼워 보이지만 무겁게 이야기하던 디즈니였기에

'모아나' 에서의 이러한 진부함은 사실 조금은 실망스럽다. 모아나와 마우이라는 캐릭터는 뭔가의

변화를 보여주려 열심히 노력은 했지만 결국 디즈니의 성공 공식에 맞춰 만들어진 캐릭터라는 평을

버리긴 힘들지도.


비록 큰 틀은 바뀌지 않았지만 세세한 부분에서 변화를 시도한 점은 많이 보이는데, 제일 큰 점이라면 

'모아나' 에선 사랑에 대한 이야기가 일절 나오지 않는다. 모아나의 큰 주제는 '나는 누구인가?'

를 스스로에게 묻는 자아를 찾는 여정인데 그 과정 역시 주변 인물들이 크게 개입하거나 강요하지

않는다. 스스로 깨닫고 인정하는 것. 이 부분이 모아나가 보여준 변화의 긍정적 부분이다.

 

 

모아나.jpg


 

<남녀간의 사랑이 아닌 인간으로서의 유대와 믿음에 대한 사랑을 이야기한다>

 
 
04.
 
 
멋진 영상, 캐치한 음악, 그리고 전통적 디즈니 프린세스를 벗어나지 못한 진부함. 이 세가지로

요약이 가능 할 것 같다. 결론적으로 무난한 평작이다. 굳이 다른 디즈니 작품들과 비교를 하자면

거품빠진 겨울왕국만큼의 작품이랄까.


다만 '주먹왕 랄프' 같은 신선한 소재나 '주토피아' 같은 진지한 메세지를 기대하고 갔던 사람이라면

씁쓸한 실망을 맛볼 것이다.


극찬까진 아니더라도 좋은 작품이지만 '디즈니 프린세스' 의 혁신은 아직 멀고도 험하다


19개의 댓글

2017.01.19
디즈니 프린세스는 절대 탈피 못할 듯
저걸로 돈을 얼마나 끌어 모으는데
여자애들 어릴때 공주된 거라면 환장한다
0
2017.01.19
@뭐라니
랄프같은 종류 제외
0
2017.01.19
@뭐라니
아 썅 랄프 여주 공주잖아!! 랄프 포함
0
2017.01.19
@뭐라니
대통령인데요?
0
2017.01.19
@병림픽
엥? 머통령이면 공주아님? 박공주님이 실존해 계신데
0
2017.01.19
@Alchemy
여기가 대통령제로 운영되는 나라였음?
0
2017.01.19
@병림픽
공주가 정치 관여 하는걸 본 적이없음... 이미지 그대로 인듯
0
2017.01.19
디즈니 영화 보러갈때 스토리는 큰 기대를 걸고 가진 않아서 특별히 스토리에 대한 실망은 없었는데 영상미는 진짜 끝내주더라
바다만 줄창 나오는데 눈이 전혀 지루하지 않고 새로움의 연속임
겨울왕국도 파란톤이 굉장히 많이 나오는데 지금 디즈니가 다시 겨울왕국 만든다면 어떤 결과가 나올까 싶다
0
2017.01.19
@갓노자키 아이
개인적으로
전작들이 자잘한것들 가운데 큼직큼직 터트렸다면
모아나는 전체적으로 묵직하게 쭉 간것같다
0
2017.01.19
나는 누구인가 가 메인 주제라 그런가
I'm Moana! 하는 장면이 제일이었던거 같음
0
2017.01.19
미야자키 에대한 오마쥬? 아니면 패러디 그리고 다른 여러작품에도 자체적인 특색없이 슬쩍슬쩍 가져다쓰는 이미지들이 이 영화에 가장실망스러웠던 부분임
0
2017.01.20
@허쉬쵸콜렛
오 그런게 있었어? 자세히 설명점
0
2017.01.20
@오존
큰 그림으로 보자면 원령공주랑 맥락을 같이 하는데 생명신->테카 라는 부분은 사슴신 따온 거 같고
바다에서 혼자 배타고 여행하는 컨셉과 주인공 위치는 미래소년 코난
그 외에도 벼랑위의 포뇨나 바람계곡 나우시카등등에 걸쳐서 폭넓게 분포하고
큰배타고 나오는 야자수더미들은 매드맥스 바다 아래 형광요정은 라이프 오브 파이
자기 복제도 조금 가미됐다고 느낀건 겨울왕국 안나의 캐릭터가 거의 모아나에 이입되기도 함
0
2017.01.20
@허쉬쵸콜렛
아항 그 카카모라 나올때 매드맥스 같더니만
생각해보니까 음악도 매드맥스 같은것도 있었던것같고
0
2017.01.20
@허쉬쵸콜렛
미야자키 하야오 작품에 대한 오마주라기보다는 우리가 익숙히 봐왔던 여러가지 이야기들의 가짓수는 생각보다 많지 않다는 것에 대한 인증에 불과한거 같은데? 그리치면 이 작품과 서유기의 공통점에 대해서도 이야기 할 수 있어. 이야기의 흐름, 캐릭터의 특징 같은 것들.

그리고 이거 만들 애니메이터들은 그냥 애니메이션 그리는 사람이 아니라 미야자키 하야오 작품에 영향을 받은 걸 수도 있지. 미야자키 하야오 자신도 누군가에게 영향을 받았을테고 그게 디즈니였을 가능성 또한 있는 거잖아?
0
2017.01.19
디즈니 프린세스 뭐시기 그거 꼭 탈피해야하냐? 그리고 위기에 빠져서 조력자와 함께 세계를 구하는건 반지의 제왕도 똑같은 구도인데 난 공주가 '으앙 어떻게 ㅠㅠ' 하고 있을 때 왕자가 짠하고 나타나서 적들을 물리치고 행복하게 살았어요가 아닌걸로도 충분히 디즈니 프린세스 어쩌고하고는 거리가 멀어진거 같은데.
0
2017.01.19
비슷하면서도 조금씩 차이 있는 점 인정
근데 윗게이 말대로 조력자와 함께 구하는 스토리는 어쩔 수 없지 않나ㅋㅋ
뭐 제이스스타뎀 탐크루즈 나와서 혼자 다 쓸어버리는 액션영화가 아닌 이상에야
심지어 위에 그런 배우들 나오는거에서도 전투 외적으로 도움 주는 조력자도 있는데
물론 갠적으로 주토피아에 비해 아쉽긴 했음
0
2017.01.19
라푼젤 전까지는 디즈니 하면 믿고 거르는 영화였지. 망한다는 얘기도 있었을 정돈데
라푼젤보고 충격먹음 와 디즈니가 이제 2d 그림을 완전히 3d로 만들어버렸구나 .. 싶어서
암튼 모아나는 평가를보니 그냥 평범해보여서 보러 갈 생각은 없지만 좋은 작품인듯 ㅅㅅ
0
2017.01.19
릴로앤스티치 왜빼냐 슈발로마 ㅠㅠ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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