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때 갖고놀던 장난감의 추억을 잊지 못해서인지 요즘에도 간간히 완구관련 유튜브를 자주 찾아보는데

찾다보니 1990년대 다마고치 열풍이 불었을때 상당히 풍부한 컨텐츠를 갖고있던 완구들이 자주 쏟아져나왔다는것을 알게 되었다.

(1999년 일본에서 출시된 고고 브레이스. 이 완구는 변신기 주제에 조악한 애니메이션, 타이머, 2종류의 게임까지 들어있었다.)

그렇게 찾던중에 내 어린시절 한켠을 자리잡았었던 한켠의 완구가 번뜩 떠올랐다.

어릴때 그렇게 갖고싶어했고 결국 손에 넣어서 여러모로 애환을 겪었던 그 완구.

들어본 사람도, 안들어본 사람도 있을지 모르지만

바로 크레이지 미니라는 미니 게임기다.

이 크레이지 미니에 대한 사연은 지금으로부터 15년 전인 2001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01년 10월, '물풍선으로 어른들을 구한다'라는 스토리로 시작된 크레이지 아케이드는 

학생들에게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고, 그에따른 캐릭터 산업도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었다.

완구, 식품, 만화책 등등은 말할것도 없고, 아예 패키지 게임으로도 나와 CD게임 시대의 마지막을 장식하기도 했다.

그러던 2002년 11월, 넥슨은 크레이지 아케이드를 컨셉으로한 휴대용 미니 게임기인 "크레이지 미니"를 발표했다.

기사에 따르면 2003년 1월 첫째주부터 판매를 시작한것으로 보이며, 손오공에서 유통을 담당했고 

당시 세계 최초라고 자부하던 온라인-미니게임기 연동 시스템을 지원했다고 한다. 이 시스템은 나중에 설명하겠다.

(빨간색과 파란색(청색) 바리에이션이 있었고 검은커버가 흰색인 제품도 있었다.)

또한 당시 학교내에서 인기를 끌었던 디지바이스에 있던 기능인 1:1 배틀 기능도 지원했고, 그외 다양한 미니게임도 탑재되어 있었다.

당시 가격은 25000원 가량으로 초등학생에게는 상당히 부담가는 금액이었지만 크아 광팬이었던 나느 어째저째 부모님을 졸라서 샀던 기억이 난다.

그렇다면 인터넷에 지금까지 남은 정보와 13년전 기억을 토대로 이 게임기에 대해 소개를 해보겠다.

전원을 키면 배찌가 멀뚱멀뚱 서있고, 가만히 놔두면 밥을 먹거나 독서를 하는 둥 딴짓을 한다. (가끔 케피와 축구대결 같은것도 하더라)

플레이어는 이 기계를 흔들어서 배찌를 걷게 만들어 경험치를 쌓아야 한다.

경험치가 쌓일 때마다 배찌는 레벨업을 하고 조금 빨리 달려서 걸음수를 쭉쭉 늘리면 

배찌도 같이 달리는 특수한 이모션이 나오기도 한다.

위 사진은 달리다 갑자기 멈췄을때 배찌가 함께 넘어지는 모션.

흔들기 귀찮은 사람들을 위한 미니게임도 있었다

게임은 3가지였는데 배찌와 따라하기, 배찌와 카드게임, 물풍선 던지기 이렇게 3가지.

배찌와 따라하기는 그냥 오디션처럼 상하좌우 따라춤추면 되는 게임이고

배찌와 카드게임은 배찌가 고른 카드보다 낮거나 높은 숫자를 고르면 이기는 게임

마지막으로 물풍선 던지기는 디지바이스에서도 자주하던 1:1 배틀인데 이거는 한번도 한 기억이 없다.

이 게임에서 얻은 경험치가 내기억으로는 10,20,40,80.. 이런식으로 제곱으로 쌓였기 때문에 한판으로 일확천금을 노릴수도 있었다.

(크레이지 미니의 구조. 위의 게임기 연결단자로 1:1 배틀이 가능했다.)

이렇게 쌓인 경험치로 포인트를 모은 뒤, 아이템을 샀었는데 나름 기능이 있었다.

물풍선 - 상대와 1:1 대결을 할때 필수 아이템

비커 - 물풍선의 위력을 상승시킨다

캔디 - 상대와 1:1 대결을 할때, 체력을 회복시켜준다

다트 - 기능이 있었는데 기억이 안난다...

거북이 - 흔들지 않아도 경험치가 올라간다. 흔들기 귀찮을때 딱 좋은 탈것

통조림 - 거북이를 해적 거북이로 바꾼다. 그냥 거북이보다 2배 빠르다.

그리고 바늘과 다트가 있었는데 통조림과 함께 이 아이템을 사두면 케이블로 연결해 크아 인게임 아이템으로 쓸수도 있었다.

세계 최초라고 자부하던 온라인-미니게임기 연동시스템이 바로 그것.

이렇게 조금 부담되는 가격이지만 컨텐츠도 충분하고, 캐릭터성도 있었던 게임기였지만 

치명적인 문제로 시장에서 실패하고 만다.

나는 이 문제가 그당시에는 잘 느껴지지 않았고 워낙 재밌어서 후속작이 나올것으로 기대했으나

... 지금보니 조금 이해가 갈것 같더라

바로 이것. 배터리를 갈아끼우면 기기 내의 정보가 초기화되었다.

설명서에는 30초 이내로 배터리를 갈아끼우면 데이터가 보존된다는 설명이 있었지만

2006년경 남겨진 글에 따르면 그렇지도 않았던 모양.

이렇게 울며 겨자먹기로 배찌를 0걸음부터 키워서 데이터를 연동시켜도 등록된 사용자라며 오류를 뿜어냈고

결국 이 문제를 보다못한 넥슨은 당시 크레이지미니 상담부서를 만들기도 했으나

2005년 초, 사이트가 문이 닫히며 지원을 종료하게 된다.

http://web.archive.org/web/20040611040344/http://crazymini.com/

다행히도 닫혀진 사이트는 웹 아카이브를 통해 확인할수 있었다.

위 홈페이지는 2004년 6월경 모습으로, 먼저 내 기억으로는 옐로우와 그린은 없었다.

또한 미니게임 랭킹 시스템도 있었고, 홈페이지에서 체험도 가능했다.

행사를 통해 크레이지미니를 많이 홍보하기도 했었는데 2003년 7월에는 그달 바람의나라 개인정액 요금제에 가입한 사람에게 크레이지미니를 제공하기도 했고

2003년 10월에는 크아 2주년 기념으로 할인가에 판매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장은 흥행을 허락하지 않았고

결국 넥슨은 2007년 1월 닌텐도DS용 메이플스토리를 발표하기 전까지 휴대용 게임기엔 한동안 손을 대지 않았다.

내가 샀던 기계도 몇년 전까지는 분명히 있었던걸로 아는데 이사를 가면서 존재를 완전히 잊어버렸다

그 배찌는 지금 어디서 무얼 하고있을까...

현재는 중고나라에서나 크레이지 미니의 존재를 찾을수 있었다.

찾아보니깐 어제도 올라왔었네

마지막으로 이 기기의 구동영상인데, 진짜 이거보니까 기억이 많이 난다

아쉽게도 소리가 나지 않는데, 다마고치 특유의 8비트도 아니고 4비트 수준의 브금같은게 있다. 참고로 렙업하면 크아 브금도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