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 글

사막의 도서관 - 2

1.

 창틀 사이로 들어오는 붉은 석양이 붉은 머리 소년의 머리칼을 다시 한번 물들였다. 타오르는 듯한 붉은 머리 소년은 의욕적으로 왕궁의 도서관을 헤집고 있었다. 진리를 찾아 떠났다는 소년의 이야기, 그와 관련된 어떤 이야기든 좋다. 소년은 그의 뒤를 따르고 싶다. 언젠가 제국 수도를 떠나 진리를 찾으러 소년의 뒤를 따르러 가고 싶다. 그런 꿈을 꾼다. 아버지는 거부하시겠지, 그래도 좋다, 원래 떠난다는 것은 모든 것을 버리고 가는 것이니까.

 "찾을 수가 없네."

 아무리 찾아도 소년에 대한 기록을 찾을 수 없다. 도서관은 복잡하다. 소년은 초조해졌다. 수업이 끝나고 선생님께는 바로 집에 간다고 말하고 나왔다. 도서관이 점차 개방되어가고 있다고 해도 여전히 책은 귀한 물건이고, 고대적 소년의 시대부터 내려져 오는 귀한 기록들이 곳곳에 가득해서 아무데나 함부로 들어 갈 수 없었다. 소년은 사서들의 눈을 피해서 집에 가는 척 하면서 몰래 봐뒀던 개구멍으로 고대 도서관으로 들어 갔던 것이다.

 옛날 전설의 소년의 시대 이래로 왕궁의 도서관은 증축에 증축을 거듭하였다. 재앙이 몰아 닥쳐 무너지기도 했고 전쟁으로 일부가 무너지거나 타오르기도 했다. 그러나 제국의 자존심과 상징으로 끝끝내 살아 남아 거듭해서 부활하고 살아 남았다. 그건 소년의 후예라는 사서들의 자부심 덕분이기도 했다. 어쨌거나 증축을 거듭한 바람에 구조도 복잡해지고 사서들도 도서관의 구조를 전부다 이해할 수 없을 만큼 복잡해졌다. 그러니 사서들의 주 업무 중 하나는 도서관 자체를 연구하는 것이기도 했다. 오래된 문서를 발굴하고 연구하고 다시금 기록하는 것이 그들의 일이기도 했다. 

 어린 소년의 호기심을 막을 수 있는 것은 없다. 붉은 머리 소년은 분명히 들어가지 말라고 막아 둔 도서관 구역엔 전설의 주인공에 대한 기록이 있을 거라 확신했다. 구조가 전부 알려지지 않아 길을 잃어버릴 위험이 있으니 들어가면 안 되는 거라고 선생님께 들었지만, 소년은 사서들의 대화에서 그곳이 고대의 도서관중 일부라는 사실도 엿들어 알고 있었다. 고대의 도서관! 전설이 살던 시대의 그곳일지도 모르지 않는가? 전설의 기록, 전설의 시대, 전설의 세계를 엿보고 싶다. 전설의 삶을 따라가고 싶다.

 희미하게 빛이 들어오는 낡고 낡은 복도를 조심이 걸어나갔다. 소년은 낯선 분위기의 미지의 장소에 홀로 걷는 것이 두려웠지만, 붉은 머리 소년은 대대손손 장군가에서 태어난 아이. 장군의 아들로서 이런 것을 두려워 해서는 안 된다. 아버지는 싫지만, 장군가의 아들이란 자부심은 갖고 있다. 책장 사이에서 어떤 고대의 괴물이 나와도 물리칠 수 있다. 사서만 아니라면. 

 소년은 책으로 가득 찬 벽을 손으로 더듬으며 어두운 복도를 걸어 나갔다. 책으로 가득 찬 복도, 기록에 기록에 기록에 기록 얼마나 많은 기록이 담겨 있는 걸까? 아직도 오래된 고대의 잉크 냄새가 남아서 흘러 나오는 것만 같다. 작은 창문 사이로 노을 빛이 들어온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아서 이곳에서 책을 찾아 읽는 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다만 오늘은 사전작업이니까. 미리 한 번 답사를 오는 것이니까. 길만 익히고 돌아가기로 한다. 복도는 복잡하고 갈림길이 많다. 하지만 길은 다 외워뒀다. 돌아가는 건 어렵지 않아. 그러니까 왼쪽 오른쪽 왼쪽 왼쪽 오른쪽, 뭐 그렇게 왔었던가? 소년은 곰곰이 기억했다. 뭐, 틀림 없겠지.

 저벅 저벅

 어디선가 발소리가 들려왔다. 순찰 중인 사서? 연구하러 고대의 도서관을 탐험중인 사서? 어느쪽이든 나쁘다. 사서가 이곳에 있다는 건 들킬 수 밖에 없다. 좋아. 돌아가자. 들키면 이 모험은 끝장이다. 혼나는 것은 둘째 치더라도 다시 이 곳에 발을 들일 수 있는 기회를 잃어버리게 된다. 오늘은 여기서 만족하고 모험을 마치기로 했다.

 소년은 뒤돌아서 조심이 걸어갔다. 발소리가 들키지 않도록, 사서에게 들킬까 봐 심장이 뛰었다. 돌아가는 길에도 갈림길은 있었다. 그러니까 여기까지 올 때 왼쪽 오른쪽 왼쪽 왼쪽 오른쪽 뭐 그렇게 왔었지. 그러면 돌아갈때는 반대로 가야 하나? 왼쪽 왼쪽 오른쪽 오른쪽………

 그리 오래 지나지 않아서 소년은 자기 생각이 틀렸다는 것을 금방 깨달을 수 있었다. 요컨대, 그대로 길을 잃어버렸다. 

 "큰일……났다."

 어쩌지, 혼난다. 혼난다. 소리지를까, 도와달라고? 그러면, 정말 혼나버리고 만다 모험은 여기서 끝이다. 붉은 머리 소년은 눈동자가 흔들렸다. 나가는 길이 어딘지 까먹었다. 어른들 말은 들었어야 했는데, 실수였다. 소년은 뛰었다. 빨리 이곳에서 탈출하고 싶어. 붉은 머리 소년은 장군의 아들, 하지만 아직 겁 많은 아이. 붉은 머리 소년은 헉헉 대면서 두려움으로부터 도망치기 위해 뛰었다. 이렇게 발소리가 커서는 사서에게 들켜버려. 하지만 들키면 나갈 수는 있을지 몰라. 소년은 뛰었다. 어두운 복도를 이리저리 달렸다. 너무나 많은 책이 있었다. 도서관은 복잡해. 전설의 소년도 이런 두려움을 느꼈을까? 붉은 머리 소년은 역시 자신은 전설이 될 수 없는 걸까 생각한다. 

 "아- 앗!"

 바닥에 떨어져 있는 책을 밟고 그대로 미끄러졌다. 소년은 정신 없이 미끄러져 데굴데굴 구르면서 책장과 부딪혔다. 책이 우르르 소년의 머리 위에 떨어졌다.

 "아야야아아."

  소년이 무거운 책들을 맞아 혹이 난 머리를 쓰다듬으면서 고통스러운 신음을 뱉었다. 운이 억세게 나쁜 날이다. 모험을 떠나기엔 너무 어린 나이일지도 몰라, 아니 너무 겁이 많은 걸지도 몰라. 난 아직 모험을 떠나기엔 부족한 걸지도 몰라, 붉은 머리 소년은 자조적인 눈물이 흘러 나왔다. 길을 잃고 이런 어딘지 모를 도서관에서 죽어버리는 걸까? 그런 바보 같은 죽음이 있을 수 있는 걸까? 붉은 머리 소년은 소매로 눈물을 훔쳤다. 그건 안 돼……. 나가자. 장군의 아들은 겁먹지 않아. 참는 거야.

 "……."

 인기척, 소년은 움찔하고 몸을 움츠렸다. 사서? 들킨 걸까? 아니, 아니었다. 소년을 뒤덮은 책의 무더기가 소년의 시야를 가리다가 흘러 내리자, 그 사이로 밝은 빛이 새어 들어왔다. 하늘로 통한 구멍에서 들어오는 빛 줄기, 그 빛 줄기를 받으며 하얀 머리 소녀가 서있었다. 소녀는 책 더미에 묻힌 붉은 머리 소년에게 말없이 손을 내밀었다. '이 아이는 누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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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편 : http://www.dogdrip.net/111155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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