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 글

사막의 도서관 - 1


0.


 모래가 바람을 타고 날렸다. 모래는 사람이 사는 제국의 수도로 흘러들어 갔다. 한 줌 되지 않는 땅에 꽃을 심으면 얼마 되지 않아서 모래가 날아와 꽃을 덮었다. 땅을 파서 우물을 만들면 모래가 날려 와 우물을 가득 채웠다. 정원도 호수도 빛나던 왕궁도 모조리 모래 속으로 잠겨들던 때가 있었다. 그랬던 때가 있었다.

위대한 마법사가 있었다. 벌을 받아 왕에게 진리를 찾아 떠나라는 명을 받았던 소년은 사막 저 먼 곳으로 사라졌다가 진리를 들고 나타났다. 모래 속으로 잠겨야만 했던 제국은 구원 받았고 사람들은 모두가 소년을 위대한 마법사로 사랑했다.

붉은 머리 소녀 역시 사랑했다. 전쟁터에서 한 쪽 눈과 한 쪽 팔을 잃어버리고도 아름다웠던 소녀는 소년에게 진리에 도달하는 실마리를 던져준 것으로 유명하다.

그리하여 사막 위를 부유하는 새로운 제국의 수도에는 붉은 머리 소녀와 위대한 마법사 소년의 동상이 서 있다.

“그래서, 둘은 어떻게 되었는지 알려져 있나요?

붉은 머리의 소년이 물었다. 그가 손에 들고 있는 책에는 그 이후의 이야기가 적혀 있지 않다. 소년의 반짝이는 눈빛을 지켜보던 그의 교사는 고개를 돌려 사막 먼 곳을 바라보았다. 교사와 소년이 있는 도서관. 그 밖으로 보이는 사막 끝에는 검은 신기루가 아른거렸다.

“그 뒤의 이야기는 몰라, 기록하는 사람들마다 제각기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었으니까. 우리가 알 수 있는 것은 극히 적어. 소년은 세상의 마지막 산맥에서 왔다는 것과 모르는 것이 없는 위대한 마법사였다는 것.

“그 당시는 무지의 시대였죠? 마법사라는 것은 아는 것이 많다는 의미죠?

소년이 교사의 말을 자르고 물었다. 교사는 고개를 끄덕였다. 왕궁의 대 도서관에 고작해서 천 권의 책이 꽂혀 있던 시대. 소년이 알고 있던 오래된 책 속의 지식만으로도 위대한 마법사라고 불리던 시대. 기술과 마법을 구분 할 능력이 없던 시대. 소년은 진리를 얻고 기적을 행하면서 위대한 마법사가 나타났다고 말하는 사람들에게 가르쳤다. [여러분, 이것은 마법이 아니라 지식입니다.]

“맞아. 그 사람 덕분에 우리는 무지의 시대를 끝낼 수 있었지.

“그러니까, 그렇게 대단한 사람이 뭘 하다가 어떻게 죽었는지 왜 알려져 있지 않냐구요. 이건 이상해요.

붉은 머리 소년이 방방 뛰면서 답답해했다.

“다시 먼 곳으로 갔어. 사막을 건너는 상인들이 저주받은 폐허의 대 도서관으로 향하는 그 사람의 모습을 봤다고 하는데, 정말인지 아닌지는 알 수 없어. 그리고 붉은 머리 소녀도 어느 날 홀연히 사라졌고. 그러니, 아무도 알 수 없어.

교사가 말했다. 궁금해서 미치려 하는 소년의 모습을 물끄러미 내려다보며 그녀 역시 그들이 왜 사라졌는지 어디로 사라졌는지 궁금했다. 어릴 때는 그런 두 사람의 이야기를 끊임없이 상상하곤 했었다. 시간을 돌릴 수 있으면 두 눈으로 확인하여 궁금함을 해소 할 수 있다면. 그런 위대한 시대에 전설적 인물과 함께 걸을 수 있다면 그럴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선생님은 두 사람이 어디로 갔는지 알 것 같아요?

“모르지.

그녀는 고개 들어 다시 아른 거리는 지평선을 바라보았다. 검게 솟아 일렁이던 신기루는 사라지고 뜨겁게 작열하는 모래가 시야를 가득 채웠다.

둘이 있는 곳은 왕궁의 대 도서관으로 소년과 소녀가 살던 시대의 건물이 맞으나 옛날의 흔적은 찾을 수도 없다. 지식의 혁명이 일어나고 모두가 제각기 자신의 책을 만들었고, 그 책들을 수용하기 시작하여 대 도서관은 한 층 한 층 계속해서 높아졌다. 소년과 소녀가 입 맞추던 기둥도 없고, 소년이 손가락으로 모래를 그어 글을 썼던 사판도 없다. 소년이 쓰던 사판의 모형이 남아서 이곳에 한때 위대한 사람이 있었다는 것을 알리고 있을 뿐이다.

뜨거운 사막의 빛이 둘이 앉아 있는 책상을 침범 했다. 소년은 천을 들고 와서 창문에 걸었다. 시원해졌다고는 할 수 없지만, 천을 한 번 투과하게 된 빛은 그 기세가 누그러져서 피부를 따갑게 만들지는 않았다.

 

“고민해도 알 수 없는 것은 나중에 혼자서 열심히 상상을 해보기로 하고. , 그러면 수업을 계속하자.

교사가 다시 책을 펼쳤다. 소년은 화제를 돌려서 수업을 늦추려던 계획이 엇나가서 발을 동동 구르면서 불만스러워 했다. 그러거나 말거나 교사는 책을 읽어 나간다.

“모든 국민은 책을 써야한다.

교사가 말했다.

“알고 있어요. 그래서 책을 읽고 있고요. 선생님, 저는 언제쯤에나 자신의 책을 갖게 될까요?

붉은 머리 소년이 말했다.

“아니 아니다. 모든 국민이 책을 써야만 한다면 어쩌면 이 대 도서관에 그 둘의 책이 있을 지도 모르는 거 아닌가요? 그 안에.

소년이 대단한 생각을 해낸 듯이 말했다.

“없어. 있을 리가 없잖아. 사람 한 명당 책 한 권이라는 지식의 전통은 소년이 남기고간 유산이야. 지식 혁명의 시대에 시작된 거야.

교사가 꼬맹이의 대단한 생각에 단정적으로 말하고 다시 책을 읽으려고 말했다.

“모르는 일이잖아요! 사람들이 소년이 뭘 했는지 아무도 모른다고 하니까 책을 쓰고 갔을 수도 있는 일이잖아요? 게다가 그 소년은 이 왕궁 대 도서관에 머문 적이 있다고 했으니까 더더욱!

“너 그냥 수업하기 싫은 거지?

교사가 말했다. 의표를 찔린 소년이 움츠러들었다. 아주 틀린 말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반은 맞고 반은 틀려요 선생님. 수업은 언제나 하기 싫은거라구요. 거기에 오늘 그토록 기다려 왔던 위대한 대 마법사의 이야기를 했으니 도무지 참을 수가 없어요. 전 전설의 뒷이야기를 늘 동경해 왔어요. ‘그래서 그들은 어떻게 되었는가?’이보다 더 흥미진진한 이야깃거리가 있을까요?

“그래 안단다. 하지만, 수업을 제대로 듣지 않으면 아마도 네 아버지께서 화내시겠지.

붉은 머리 소년은 아버지 이야기가 나오자 듣기 싫은 듯이 양손을 들어 귀를 틀어막았다.

“아, , 아 아무것도 안 들려요! 아버지 이야기는 하지 마세요. 우리 아버지는 싸우는 일 이외에는 도통 관심이 없는 천성 군인이라구요. 심지어 집안에서도요!

소년이 말했다.

“너도 그것을 영광스러운 것을 여길 날이 올지도 모르지. 누가 뭐라고 해도 고대로부터 내려온 군인의 피가 네게도 흐르고 있으니까.

교사가 말했다.

“진심 아니죠?

“들켰나? 물론 아니야. 하지만 아버지는 네가 그렇게 생각하길 바라고 계실 거야. 아무래도 수업은 더 못할 것 같으니 여기 까지 하기로 하자.

교사가 책을 덮었다. 붉은 머리 소년이 환호했다.

“고마워요 선생님 사랑해요!

그는 책상에서 벌떡 일어나 책을 책꽂이에 꽂아 두고 교실을 뛰쳐나갔다.

“도서관 안에서 뛰는 거 아니야.

“미안해요 선생님. 하지만 지금부터 위대한 대 마법사의 책을 찾아야 해요. 시간이 없어요. 내일 봐요 선생님!

소년이 계단을 타고 쪼르르 올라가 버렸다. 아무래도 정말로 이 어마어마한 도서관을 뒤져서 그들의 책을 찾으려 하는 모양이다. 순수함이 어린아이답다.

교사는 홀로 남겨졌다. 사막의 바람이 다시 불어와 창문의 천을 펄럭였다. 펄럭이는 천의 틈새로 보이는 사막의 햇빛이 가느다란 빛의 줄기가 되어 그녀가 읽고 있는 위대한 마법사의 이야기를 비추었다. [소년은 말을 하지 못하는 사람이었습니다.] 빛이 마치 책을 다시 읽으라는 듯이 정확히 문장을 비추고 있어 교사는 책을 읽어 내려갔다. [아무도 그가 진리를 가지고 어디로 갔는지는 모릅니다.] 사막의 햇빛이 노을이 되어 노란 빛 줄기가 책의 마지막 문장을 비추었다.

가슴이 설렜다. 붉은 머리 소년 덕분이다. 정말 오랜만에 어린아이의 기분으로 돌아가 소년의 이야기를 따라갔다. 소년은 세상의 마지막 산맥에서 살 때 무엇을 보았기에 마법사라고 불릴 수 있었을까, 그리고 어디로 갔을까?

 

 

 고개 들어 기지개 했다. 그녀는 사막을 바라보았다. 그녀가 어릴 적부터 상상해 온 전설의 뒷이야기를 떠올렸다. 소년은 수도를 구하고 저 사막을 가로질러 걸어갔을 것이다. 분명히 아무도 가보지 못한 땅으로, 진리의 고향으로.

 




--


저번에 올렸었지만


좀 써놔서 다시 올림

2개의 댓글

2016.10.26
모든사람들이 책을 하나씩 써야한다는설정 어디서 본거같은데 그게 이거 1편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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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10.26
@일굶은국문과
저번에 올렸었으니까. 꽤나 오래전이고 음.. 이거 이전의 1편은 진짜 오래전에 올린거라 다들 못봤을걸.

1편은 내가 12년도에 쓴거고, 거기 주인공이 전설이 된 한참 이후의 시대 이야기 썼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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