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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성터지는 첫사랑 글

#다섯번으로_끝나는_이야

1.

검은 밤이 깊어가고 추운 계절도 지난 어느날이었다.

학교 가는 버스 창가에 기대, 부신 햇살에 인상을 찌푸리고 있을 무렵 너는 거기있었다.

앳되보이는 눈가에는 호기심이 어려있었고 머리를 묶어 가녀린 목 언저리에 보슬보슬 삐져나온 잔 솜털이 햇빛으로 옷을 입고 하얀 은색으로 청아하게 빛이 났다.

꽃샘추위는 여민 내 옷깃을 훅- 지나고 나를 통과했지만, 그 모습을 두 눈으로 바라본 난, 뜨거운 화상을 입었다.

너의 그 모습, 다시말해 사람의 분위기.

그 것은 한달음에 나에게로 다가와 내 두 뺨을 꼬집어 뒤흔들었고, 이내 내 두 볼은 빨갛게 보풀아 올라갔다.

너는 그랬다. 내가 동경하던 그 사람도, 좋아하던 그 배우도, 음색이 아름답던 그 가수도, 그 들중 어느 한사람의 그 어떠한 것도 닮지 않았지만. 너는 그랬다.

부득이 하게도 난 너와 이야기 한적이 있다.


#다섯번으로_끝나는_이야기

2.

너는 길지도, 그렇다고 짧지도 않은 머리칼을 가지고 있었다.

너의 머리칼은 바람과 맞잡은 손으로 춤추듯 나풀거리는, 마치
카를로스 카르텔의 por una cabeza의 노래가 어울릴 만큼 아름다운 모습을 하고있었다.

바이올린과 첼로가 만들어내는 현악이 내 머리속에 울렸고, 
나는 알파치노가 연기한 맹인처럼, 너란 빛에 눈을 멀게 되었다.

처음엔 그저 한철 지나가는 마음이려니 생각했다.
너의 옆엔 누군가 있었고, 그는 널 아끼고 있었으니.

다시 생각해도 미친 짓이었다.

몇번이고 붙잡았고, 눌러보았다.
하지만 너에게 분한 내 마음은, 성난 말처럼 진정하지 않았다.

매시간, 매번 똑같은 양상이 계속 되었다.

문득 외로울때, 슬플때가 있었다.
가끔 기분좋을때, 기쁠때가 있었다.

그럴 때 마다 너가 생각났다.

맛있는 걸 먹을때 너가 생각났다.
재밌는 걸 봤을때 너가 생각났다.

눈을 감고 너를 그리라면
눈썹 하나까지도 그릴 수 있을정도로

너가 생각났다.

나는 너라는 화분에 필사적으로 물을 주지 않았지만, 
너는 그렇게 매마른 내 마음속에 보란듯이 피어났다.

그렇게 신록의 계절은 지나가고 만연한 여름이 되었다.


#다섯번으로_끝나는_이야기

3.

신록의 계절이 지나갔다. 비는 거의 안내리고 올여름은 무더위가 생길거라고 뉴스에서는 말했었다.

계절은 본인이 지나간 다는 것을 우리에게 말하고 싶었는지,
세 살 짜리 꼬맹이같이 온동네를 물감으로 칠하고 다녔다.

봄꽃은 얇게 져며져 토지의 양분이 되었고,
너도 그렇게 내 마음속에 양분이 되었다.

고맙게도 정말 고맙게도,

내가 널 좋아하면서 생긴 버릇은 너를 생각 하는 마음을 좀더 천천히 생각하고 그것을 다시 천천히 표현해 내는 것이었다.

너에게 연락하고 싶었다. 하지만 그럴 수 없었다.
너와 말하고 싶었고 그렇다고 섯부르게 너에게 연락을하기엔 내가 너무 개연성이 없다고 생각했었다.

너와 굵직한 무언가가 없었는데, 나를 좋게 봐줄까 의문이 들기도 했다.

이렇게 숫기가 없었나 싶기도 했다.

너에게 하고 싶은 말을 벼르고 여며 글로 옮겨적었다.

적은 것을 하루하루 다시 살펴보면 그날의 감정들이 오늘은 시고 덜익은 것 처럼 보여 고치고 교정했다.

하루를 다 마친 후에 난 힘이 없어서 가라 앉고 싶어진다.
까만 밤이 지나고,
하얀 새벽이 올때까지 널 생각하게 날 맘대로 둔다.

나는 내방 베란다에 앉아 밖을 보며 너를 그리다
서서히 잠에 들었다.

"밤이 오자 점차 비가 거세진다.

분명 여름이 지나가는 소리일 것이라.

창밖은 빗소리로 수놓아 져만 가고,

그 빗방울에 나는 점차 물들어간다.

마음은 보였고 햇살만 남은 것 같았는데

그 햇살이 작은 백열전구였던 것 일까,

햇살이라 믿고 있던 전구에게,
꿈뻑꿈뻑 말려달라고 했나보다.

밝고 싶다.

나는 비로소 너 덕분에 밝아질 것이다."

너를 향한 시상들은 나에게 있어 가장 아름다운 운율이었다.

한 자, 한 자, 소리내어 글을 곱씹었다. 그날 밤도 내 기분에 맞춰 밤은 울고 있었으니까.

몇 번의 비, 한참동안의 무더위 속에 조금 여유로운 시간이 생겼지만, 나는 여기저기 돌아다니게 되었다.

그렇게 너에게 말했다.

너와 함께 하고싶다고.


#다섯번으로_끝나는_이야기

4.

너와 함께 하고 싶다고 말한 후 나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너무 섣부른 판단이었는가, 더욱 갑작스레 말한 이유기도 했다.

너에게 마음을 표하고 나는 많은 생각을 했다.

너무 이기적이었다.

부담감, 불쾌함, 당황스러움, 혼란스러움 등의 감정들이 나와 너 사이를 깊고 두텁게 가로막았다.

똑같은 일상 속이 차라리 편했을지도 모르겠다.

이해받을 수 없는 통증이라면, 나 혼자 꾹 참는 것이 나았다.

너와 간혹 같은 공간에 있을 때 나는 너를 쳐다볼 수 밖에 없었다.

너는 그럴 때 마다 나와의 눈을 마주치지 않았다.

어쩔 수 없이 인사를 할 때도 응시하는 눈은 바닥을 쫓아 시선을 피했다.

말을 걸려고 할 수도, 걸 수도 없는 입장.

난 너무 나만을 생각했다.

날 피하는 눈을 볼 때마다 내가 느끼는 아픔보다, 너가 느끼는 감정들이 다 내가 준 것 이어서, 가슴은 찢어졌고 상처가 났다.

늦은 밤 잠이오지 않았다.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생각해 내었다.

비가 오는 아침, 부스스 일어난 흙냄새, 낮은 톤으로 울어대는 풀벌레 소리, 얼그레이 홍차 한 잔,

아무도 없는 밤공기에 홀려 버린 걸까, 손을 뻗어 조금 추워진 밤공기를 손에 쥐어질까, 흐트러진 정신으로 너를 그리다 이윽고 밀려드는 회의감에 너를 지운다.

내 인생을 뒤바꾼 나의 구원자.

너는 그랬다.

글을 쓴다는 것은 너라는 사람을 표현하기엔 너무 벅찼다.

같은 방향으로 걷던 그 길에서 
익숙한 외로움과 초라한 내 뒷모습이 거리를 가득 메웠다.

널 그린다. 지금 이렇게 글을 쓰는 와중에도, 목이 아파 올려다본 천장에 무늬 사이에도.

빛의 잔향이 눈에 새겨넣은 아름다운 빛무리가 너와 같아 기쁘다.

나는 오늘도 글을 쓴다.

이제는 말 하고 싶다고 생각한다.






21개의 댓글

2016.09.29
감성터질때 유머감각도 같이 터지셨나
0
2016.09.29
@마리한화
ㅋㅋㅋ 한번 봐줘
0
2016.09.29
@년이란
칫.. 니가 봐달라해서 보는게 아니야..
그냥.. 그냥 갑자기 궁금해서 보는것 뿐이야
0
2016.09.29
@마리한화
고마엉~
0
2016.09.29
아.. 귀차너 세줄요약해주랑
0
2016.09.29
@DonDonJP
인생은
달거나
쓰거나
0
@년이란
인달쓰
생거거
은나나
0
2016.09.29
긁적
첫사랑이랑 사겨서 그저 그렇다
긁적
0
2016.09.29
@ㅇㅅㅇvv
부럽당..
0
2016.09.29
얼그레이 존나 맛없엉
0
2016.09.29
@꽃에물주기
읽어줘서 거마엉!
0
2016.09.29
X키를 눌러 조의를 표하고 갑니다....
0
2016.09.29
3번 둘째문단에 본인이를 자기가로 바꾸면 어떨까?
0
다섯번째로 끝나야하는데 왜 4개밖에없어?
0
2016.09.29
삐빅 이불킥 입니다!
0
뭔가 오글터지는 글일 거 같아서 패스
0
2016.09.29
겨울 햇볕 같은 느낌 나서 추천.하려고 했는데 로그인한지 얼마안되서 추천은 안되네.
0
2016.09.29
ㅅ...시팔...졎같네...
0
글 잘썼다 ㅎㅎ 나도 글쓰는건 좋아하는데 게임을 더 많이하는 놈이라 이렇게 장문으로 써본적은 없지만...ㅎ
첫사랑에 대한 비슷한 추억이 있어서 더 공감됨
특히 '비가 오는 아침, 부스스 일어난 흙냄새, 낮은톤으로 울어대는 풀벌래소리, 얼그레이 홍차 한 잔' 내가 다 좋아하는거다
추천드림 ㅎㅎ
0
2016.09.29
이게 그 첫사랑터지는 감성글 이야?
0
2016.09.30
그래서 쎅쓰를 했다는거야 못했다는거야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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