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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방] [시/문학] 이제 곧 가을이 오니까 감성이 울리는 시를 읽어보자 1편


BGM정보 : 브금저장소 - http://bgmstore.net/view/otb9J

 

 

 

 

 

 

 

 

이 글은 1편이며, 게이들의 반응이 괜찮으면 계속 연재토록 하겠다

타 사이트에서 비슷한 글을 본 적이 있다면 동일인임을 미리 밝힌다

 

 

 

 

 

온갖 화려한 기술로 치장된 영상이 범람하는 요즘 세상에 시는 분명 친절하지 않다

어떻게 보면 글씨의 나열에 불과하니까...

하지만 시기적절한 시는 가슴 깊은 곳을 울리는 것 같다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오늘 게이들에게 여섯 수의 시를 소개해주고 싶다

이게 꼭 나의 베스트는 아니다. 내가 좋아하는 시 중에는 긴 시도 많다.

하지만 시를 처음 읽는 게이들도 있을테니 일단은 그리 긴 시는 뺐으며,

옛 시부터 최근 시까지 문체도 다양하게 꾸려보았다

입맛에 맞기를.

 

 

 

 

 

 

 

 

1, 섭씨 100도의 얼음 - 박건호

 

너의 표정은 차갑고 
너의 음성은 싸늘하지만 
너를 볼 때마다 화상을 입는다 
 
 

 

지독한 짝사랑을 겪어 본 게이라면 누구든지 공감할 수 있는 시다

 

내 카톡에 단답하고, 조금 어떻게라도 엮어보려고 하면 허무하게 멀어져 버리고,

 

결국 다른 남자가 채가는 걸 지켜보며 눈물을 삼켜야 했던,

 

모쏠아다 시절의 내가 떠오른다

 

이따금 읽으면 가슴이 저릿하다

 

 

 

 

 

 

 

 

 

 

 

 

 

2, 사는 법 - 나태주

 

그리운 날은 그림을 그리고

 

쓸쓸한 날은 음악을 들었다

 

그리고도 남는 날은

 

너를 생각해야만 했다

 

 

요즘 여자들이 환장한다는 나태주 시인의 작품이다

 

나태주 시인은 짧고 강한 시를 잘 쓰는데,

 

개 중 어떤 것들은 혀를 내두를 정도의 임펙트를 가지고 있더라

 

아직 좋아하는 감정을 갖고 있는데 이별을 겪은 게이들은 알 것이다

 

이별을 하면 어떻게든 상대방을 썅년으로 만들어서 정을 떼려고 한다

 

하지만 그 모든 것이 애처로운 몸부림임을,

 

혼자 자기 최면 건다고 쉽사리 떼어질 그런 감정이 아님을,

 

우린 밤이 깊고 자리에 누우면 알게 된다

 

아무리 개썅년이었다하더라도 그 잠깐의 좋은 기억이 그 사람의 모든 것을 용서하기 때문이다

 

 

오래된 생각이다

 

 

 

 

 

 

 

 

 

 

 

 

 

 

 

3, 절명시(絶命詩)·三 / 황현(黃玹)

새와 짐승도 슬피 울고 강산도 찡그리니, 鳥獸哀鳴海岳嚬(조수애명해악빈)
무궁화 온 세상이 이젠 망해 버렸어라. 槿花世界已沈淪(근화세계이침륜)
가을 등불 아래 책 덮고 지난 날 생각하니, 秋燈掩卷懷千古(추등엄권회천고)
인간 세상에 글아는 사람노릇, 어렵기만 하구나.難作人間識字人(난작인간식자인)

 

 

 

 

 

시를 쓰고 목숨을 끊은 시대의 지성, 황현의 마지막 시다.

 

일제의 강압에 의한 한일병합늑약 체결 후,

 

시대의 지성이자 역사학자였던 황현은 이 절명시를 쓰고 자살을 한다

 

이 시는 시 자체만이 아니라 시대 배경을 함께 읽으면 황현 선생의 감정이 더욱 복받쳐 다가오며 감정이 절절해진다

 

 

 

 

 

 

 

 

 

 

 

 

 

 

 

 

 

4, 죄와 벌 - 김수영

 

<죄와 벌>

 

남에게 희생을 당할 만한

충분한 각오를 가진 사람만이

살인을 한다.

 

그러나 우산대로 여편네를 때려눕혔을 때

우리들의 옆에서는

어린 놈이 울었고

비 오는 거리에는

40명가량의 취객들이

모여들었고

집에 돌아와서

제일 마음에 꺼리는 것이

아는 사람이

이 캄캄한 범행의 현장을

보았는가 하는 일이었다.

-아니 그보다도 먼저

아까운 것이

 

 

 

 

지우산을 현장에 버리고 온 일이었다.

 

 

 

 

 

김수영 시인의 장점은 자신의 속내를 정말 거리낌없이 내보인다는 점이다

 

길거리에서 아내를 때려눕히고 옆에선 자식들이 우는데,

 

집에 돌아온 자신은 아는 사람이 혹시 자신을 봤을지 걱정하고, 놓고 온 우산을 아까워한다

 

그런데 나는 이 시에서 진정으로 반성하는 김수영 시인이 보였다

 

게이들은 어떻게 느끼는지 궁금하다

 

 

 

 

 

 

 

 

 

 

 

 

 

 

5, 빈집

 

 

                                                 기형도

 

 

사랑을 잃고 나는 쓰네

 

잘 있거라, 짧았던 밤들아

창밖을 떠돌던 겨울 안개들아

아무것도 모르던 촛불들아, 잘 있거라

공포를 기다리던 흰 종이들아

망설임을 대신하던 눈물들아

잘 있거라, 더 이상 내 것이 아닌 열망들아

 

장님처럼 나 이제 더듬거리며 문을 잠그네

가엷은 내 사랑 빈집에 갇혔네

 

 

 

 

나는 이 시를 처음 읽었을 때 무슨 빌어먹을 시를 이렇게 어렵게 써제꼈나 싶었다

 

자기밖에 이해못할 것같은 비유를 뭐 저리도 씨부려놨는지...

 

이게 무슨 대표작이냐며 혀를 찼었다

 

하지만 인생에서 가장 뼈저린 이별을 겪고 이 시를 읽으니 단박에 모든 것이 이해되더라

 

진짜 벼락이라도 친 듯 한 번에 시가 이해 되더라

 

그 사람과 얘기를 나누다보면 너무나도 짧게 지나갔던 그 밤들,

그 사람과 추억이 담긴 겨울 밤, 그 안개

그 사람과 사랑을 나눌 때 곁에 켜두었던 촛불, 그 촛불은 아무 것도 몰랐겠지

그녀에게 편지를 쓰고자 했으나 받는 이가 없어져서 버려질 종이들,

어떻게든 이별을 막아보려고 했으나 말보다 눈물이 먼져 터졌었고,

이제껏 나를 향했던 그녀의 사랑이 더이상 나를 향하지 않기에 이제 그 열망은 나의 것이 아니며,

사랑하는 이를 잃어서 장님이 된 내 자신,

그 상실감을 이기지 못하고 빈집에 스스로 들어가 문을 걸어잠근다

 

 

나는 이 시를 이렇게 읽었다

 

이 시를 읽고 얼마나 울었는지 모른다

 

그게 벌써 언제냐.. 이제 기억도 잘 안 나네

 

그 년 때문에 내가 그 쯤부터 여혐이 되었던 것 같다

 

 

 

 

 

 

 

 

 

6, 곰국 끓이던 날 - 손세실리아

 

노모의 칠순잔치 부조 고맙다며 
후배가 사골 세트를 사왔다 
도막 난 뼈에서 기름 발라내고 
하루 반나절을 내리 고았으나 
틉틉한 국물이 우러나지 않아 
단골 정육점에 물어보니 
물어보나 마나 암소란다
새끼 몇 배 낳아 젖 빨리다 보니
몸피는 밭아 야위고 육질은 질겨져
고깃값이 황소 절반밖에 안 되고
뼈도 구멍이 숭숭 뚫려 우러날 게 없단다

그랬구나 
평생 장승처럼 눕지도 않고 피붙이 지켜온 어머니 
저렇듯 온전했던 한 생을 
나 식빵 속처럼 파먹고 살아온 거였구나 
그 불면의 충혈된 동공까지도 나 쪼아먹고 살았구나 

뼛속까지 갉아먹고도 모자라 
한 방울 수액까지 짜내 목축이며 살아왔구나 
희멀건 국물, 
엄마의 뿌연 눈물이었구나 

 

 

 

 

전직장 때려치고 날백수 인생살던 지난 날,

 

한 번 읽었다가 펑펑 울고 그 날 바로 알바구했던 시다

 

버거킹 마감 알바였는데, 하루만에 후회한 건 함정.

 

엠창인생들 이 시 읽고 기운내길 바란다

 

힘내자

 

 

 

 

 

 

 

 

 

 

지금은 세상의 풍파에 휘둘리다가 다른 나라까지 와서 프로그래머 일을 하고 있는데,

 

사람이 많이 그리운 요즘이다

 

게이들아 좋은 밤되라

 

 

 

99개의 댓글

요즘에 씀이라는 어플에서 가끔 글을 쓸 때마다 위로도 되고 자신을 뒤돌아보는 계기도 된다
나중에 글쓴이가 어떻게 살았는지를 쓰는것도 좋을것 같다
0
2016.08.31
@게임만들어야되는데
씀 그 어플 좋아 나도 자주 씀! ㅎㅎ
0
2016.08.31
@게임만들어야되는데
어라운드같은 건가
0
2016.08.31
시를 읽고 눈물을 흘릴수있는 너의 감성이 부럽다
0
2016.08.31
@카모킹
때론 아주 피곤한 감성이야 ㅎㅎ
0
2016.08.31
요즘 너무 힘든데 공감이 되는게 많아서
슬퍼졌다
0
2016.08.31
@얍얍맨
슬플 땐 슬퍼하는 것도 슬픔을 이겨내는 방법 같아
0
사진보고 시 보려니 눈에 안들어온다
0
2016.08.31
@쿠라야미다이시
나름 호객행위였는데 3편부턴 빼야겠다 ㅋㅋ
0
@제환공
제일 마지막에 넣던 해 ㅋㅋㅋㅋ
0
2016.08.31
@쿠라야미다이시
아 그거 좋은 생각이다
0
2016.08.31
@제환공
안돼 감동사라져
0
2016.08.31
첫 번째 시부터 가슴에 와닿았다..
0
2016.08.31
@우리엄마아빠
맘에 들었다니 기쁘다
0
2016.08.31
사륜안!!!
0
2016.08.31
@노력
드립 이해 몬햇다
0
2016.08.31
나는 시를 보고 댓글을 보려니 댓글이 번져 안보인다..
0
2016.08.31
@死4死4
피천득이네
0
2016.08.31
아 존나 시라는 존재를 잊고 살았는데
적절한 시들과 적절한 해설과 적당한 음악을 깔고
밤에 읽으니 감성 터진다 고맙다 잘봤다
0
2016.08.31
@뢰시
별말씀을
좋게봐줬다니 나도 기쁘다
0
2016.08.31
고맙다
0
2016.08.31
@싱어송파이터
웰컴맨
0
2016.08.31
잘봤다 새벽에이런거보면 왤케좋냐..
0
2016.08.31
@FOrorrir
새벽이라서 더 그런 거 같다 ㅎㅎ
0
2016.08.31
아 너무 좋다.. 계속 연재 해줄꺼지?
0
2016.08.31
@Offensus
응 가을 한 계절 동안 꾸준히 연재할게
0
2016.08.31
닉이 제나라 환공임?
0
2016.08.31
@옥수수튀김
웅 맞음
0
2016.08.31
으.. 취존이라지만 오글거린다
0
2016.08.31
@마땅치않네
원래 시라는 게 그런 거 같아
0
2016.08.31
첫번째 시랑 두번째 시 너무 마음에든드
0
2016.08.31
@한캘
고맙다
0
UFC
2016.08.31
지들만의 언어로 쓰고 느끼세요.
0
2016.08.31
@UFC
0
2016.08.31
우리가 암벽의 꽃을 아름답다고 생각하는 것은
우리가 암벽에서 발을 멈추어 버리기 때문이다.

두려움 없는 그 꽃처럼,
하늘로 발을 내딛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쿠보 타이토
0
2016.08.31
개드립에 이런거 많이 올라 왔으면 좋겟다 고마워!! 글고 이상 이런 시도 좋더라
0
2016.09.04
@깡까가강
나도 이상의 이런시 풀버전 좋아한다 ^^
0
2016.08.31
정말 고맙다..
0
2016.08.31
잘보고 간다
원래 학창시절 기계처럼 공부했을뿐 문학자체를 멀리하고 싫어했는데 좀 더 많은걸 겪고나니 시에서 느껴지는게 많네
2편도 좋았다 고맙다
0
2016.09.04
@하기나해
고맙다 ^^ 3편도 곧 올릴게
0
2016.08.31
캬 ㅊㅊ박고 가여
0
2016.08.31
빈집 너무 좋네
0
2016.09.04
@beegle
내가 젤 좋아하는 시야
0
2016.08.31
좋다 고맙다
0
2016.08.31
선선한 바람 불어서 그런가 감성제로인 이과충이 시한번 읽어보려고 했는데 마침 이런 글 보고 1시간동안 시나 썼다
물론 BGM에 휘둘려서 감성터지는거일테지만 흐
0
2016.09.04
@정준일
도움이 되어서 기쁘다
0
왜 나는 짤이 안보이냐
0
2016.09.04
@닉네임짓는게제일힘들다
짤 내렸어 비난이 많아서 ㅎ
0
2016.09.05
잘봤어요. 가을이 다가오는 이 시점에서 이런 시들을 읽는것만으로도 마음한켠이 따뜻해지는 느낌을 받았어요.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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