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타 지식

[펌-밀리터리] What the Fu**ed it up! - Mark.14 Torpedo




 
 
 

 
Mark.14 Torped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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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의 귀재 워렌 버핏은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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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이 말 그대로

쉽게 갈 수 있던 것을 지X맞게 어렵게 가면서

태평양 전쟁 미 해군 내에서 최대의 내분을 일으킨

이 어뢰에 대한 이야기이다






1938년

미 해군은 새로운 어뢰를 배치하게 된다

Mk.14 라는 이름이 붙었던 이 어뢰는


무게 - 1,488kg

전장 - 6.2m

추진 방식 - 증기 추진

탄두 - 292kg Torpex

운용속도
31노트 - 사거리 8.2km
46노트 - 사거리 4.1km


라는 성능으로

기존 마크 10 대비 모든 면에서 업그레이드 된 카탈로그 성능으로

꽤나 주목을 받은 신무기였다

실제로 태평양 전쟁은

역사상 가장 큰 해상 전쟁이었으니

이 어뢰도 투입되자마자 뇌격기나 잠수함 등에 실려 다양한 곳으로 가서

신나게 적국의 함선들을 보내버려야 할 중요한 무기였다

그런데 여기서 큰 문제가 발생했으니

이 마크 14 어뢰는 말 그대로

카탈로그 숫자만 좋은 희대의 병神 무기로 탄생해버렸다는 데에 있었다






첫번째 문제로

이 사진을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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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진이 무엇을 의미한다고 생각하는가?

그렇다

이 녀석은 너무 깊게 잠항해서

맞추라는 배는 못 맞추고 그대로 지나쳐 버리는 문제가 있었다

두번째로 이 녀석은

탑재된 자이로스코프와 러더가 하도 오작동을 일으켜서

제대로 직진하지 않는 문제가 있었다

그나마도 엉뚱한 곳으로만 가면 다행이지

이 녀석은 아예 대놓고

같은 자리를 빙빙 도는 위험천만한 짓까지 다반사로 벌였는데

통칭 원주운동이라 불린 이것은

이전과 이후의 어뢰들보다

거의 10배 가까이 많은 보고가 들어갔을 정도로 심각한 수준이었는데

(다른 어뢰가 2-3 건 정도만 나왔을 때 얘는 23번에 달하는 보고가 들어갔다)

어찌나 심각했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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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토급 잠수함 74번함 SS-284 툴리비

이렇게 자기 어뢰에 발등찍혀 저세상으로 가버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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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르고급 잠수함 1번함 SS-188 사르고 또한

어뢰에 발등찍히고 구사일생으로 살아돌아올 정도로

문제가 많은 주행 성능을 자랑했다

세번째로

여기에 들어갔던 신관은 두가지로

새로 개발된 Mark 6 자기신관

일반 충격신관으로

적함에서 나오는 자기장을 탐지해 그 변화에 맞춰 터지는 방식을 통해

충격신관이 닿지 못할 정도로 물에 들어가는 범위가 작은 애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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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로 용골 바로 아래에서 터져 일격필살시키라고 만든

Mark.6 자기신관과

물에 들어가는 깊이가 깊은 애들에게는 그냥 때려박아서 터뜨려버리는

일반 충격신관이 같이 들어갔는데

문제는

자기신관은 툭하면 엉뚱한데서 자폭해서 그 비싼 어뢰를 날려먹고

(1km 사거리로 쏘면 안전거리 400m를 벗어나자마자 터지는 경우가 너무 많았다고)

충격신관은 어떻게 된 놈이 맞춰도 맞춰도 도통 안 터지는

쌍으로 병맛을 뽐내며 산업폐기물 포스를 유감없이 보여주고 있었다는 점

(얼마나 노답이었나를 보고 싶다면 이 링크에 적힌 1943년 SS-238 와후의 짧은 기록을 보면 알 수 있다)

신무기랍시고 받은게

이런 미쳐돌아가는 성능임을 알게 된 선원들과 함장들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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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체로 어이가 날아가 이걸 진심으로 쓰라고 만든거냐는 항의를 했고

동시에 잠수함대 사령관이 찰스 록우드 제독으로 바뀌고

그가 어뢰 하나로 인해 잠수함들의 사기가 바닥을 치는 것을 보며

이게 뭐지 하는 마음에

그동안의 항해일지를 모두 분석한 결과

위 세가지 문제로 인해 도저히 못 써먹을 상황이 벌어졌다는 것에 놀라

스스로 총대를 매고 병기국과 싸우기 시작하면서

본격적으로 난장판이 열리기 시작한다





결국 1942년 6월 20일부터

그는 자신의 직접 지휘하에

직접 실전 테스트를 진행, 그 문제점을 모아다가 병기국에 보내

당장 이 문제점들 수정하라고 으름장을 놓는다

문제라면

여기서 개발자였던 병기국이

죄송합니다 이렇게 보니 우리가 잘못 만들었네요 수정할게요

이렇게 말하고 수정판을 만들었으면 쉽게 끝났을 문제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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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거 원래 그렇게 쓰는겁니다 고갱님

스러운 태도로 일관하면서 일이 미친듯이 커지기 시작했다는 것

그렇게 록우드 제독과 잠수함대 통째로 이 답 안나오는 답변에

화병 걸려 죽기 일보 직전까지 간 그 순간

이들에게 구세주가 나타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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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미 해군 총사령관, 해군참모총장 어니스트 킹 제독이었다

록우드 제독의 편지 사본 소원수리 을 입수해 읽어본 그는

병기국에 직접 명령을 넣어 실탄두 테스트를 진행하게 했고

그제서야 그들은 심도를 잘못 설정해 너무 깊게 내려갔음을 인정하게 된다

이때 오차가 났던 심도는 무려 10피트

미터법 환산으로 3m나 깊게 들어간 것으로 나타나

임의로 설정을 바꾸는 걸로 해결한다

어째서 이렇게 오차가 크게 났냐도 실로 골 때렸는데

병기국에서 실험하면서

예산을 아끼겠다고 실탄두 테스트 자체를 안하고

그냥 대충 탄두 부분에 물만 넣어 쏴보고 퉁쳐버린 것이 그 원인이었다






잠수 심도 문제가 해결되니

문제가 된 것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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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크 6 자기신관

이 쪽은 잠수함대가 스스로 시행한 어떤 테스트로도 해명이 안되어서

록우드 제독이 이 마크 6 신관을 끄고 다니라고 명령을 내리려했는데

여기서 이번 사태의 주범인 병기국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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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크 6 개발책임자였던 랄프 왈도 크리스티 제독

이 좋은걸 왜 안 쓰냐

는 개소리를 지껄이면서 태클을 걸어버렸고

이에 있는대로 빡친 록우드는

워싱턴 DC에서 열린 심의회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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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기국이 명중하여 폭발하는 어뢰를 공급하지 못한다고 하면,

함선국에서 적함의 철판때기를 잡아뜯을 갈고리장대를 조달해 줄것을 희망한다!


하는, 말 그대로 선전포고를 날리며 제대로 터지게 된다

여기에 덤으로

뇌격기 조종사들 또한 이 어뢰의 결함으로 피해를 입던 입장으로서

나름의 불매 운동 비슷하게

실전에서 함선을 향해 수평 폭격만 하는 형식으로 항의를 하면서

스케일은 겉잡을 수 없이 커지고

이와중에 크리스티 제독은 1943년 2월 병기국에서

제7함대 잠수함대사령관으로 옮기면서

병기국이라는 빽으로 마크 6의 사용을 강요,

이 과정에서 그건 좀... 이라는 불만을 표한 함장들에게

응 너 진급누락, 응 너 지상근무 ^^

를 시전하는 횡포를 부리는 진짜배기 막장이 벌어지게 된다

(이런 개판이 나버린 이유는 당시 제7함대 사령관이었던 카펜더 제독이 권력싸움에서 밀려나 공기가 된 것이 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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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이런 개판을 보다못한 태평양 함대 사령관 체스터 니미츠 제독이 직접

1943년 6월에

마크 6 쓰지마라

라는 명령을 하달하고

이걸 쓰던 거의 모든 곳에서 얼씨구나 하고 즉시 마크 6 신관을 떼다 버리는 것으로 

어느 정도 해결된 기미가 보였으며

(체스터 니미츠는 록우드를 상당히 신뢰하고 자신 또한 잠수함 근무를 해본 짬이 있었기에 빠르게 명령을 내릴 수 있었다)

이 명령 한번에 마크 6가 쓰레기통으로 가는 상황이 벌어지자

크리스티 제독은 니미츠에게 서신을 보내 항의했으나

돌아온 대답은


왜 그런지는 몰라도 일단 작동은 제대로 안 하니까 쓰지 마라 했다


였고

자신의 마크 6가 벼랑 끝으로 갔다는 사실을 그제서야 깨달은 그는

어떻게든 마크 6를 살리기 위해 7함대 잠수 함대에 벌이던 횡포는 유지한 채


이거 가끔은 정상적으로 동작하고, 지금 금지시키면 개선할 기회 자체가 없어진다


기적의 논리를 펼쳤으나

이미 마크 6의 신뢰도는 바닥을 뚫고 내핵까지 추락한 지 오래였던지라

잠수함대로 하여금

이거 개선되길 기다리느니 갖다 버리는게 더 빠르겠다는 여론으로 굳어지게 만들어버렸고

곧이어 카펜더 제독이 물러나고 새로 7함대 사령관이 된 킨케이드 제독

니미츠의 명령까지 씹어버리는 패기를 내뿜는 그의 횡포에 태클을 걸고

다른 곳과 마찬가지로 마크 6 신관 폐기를 명하면서

겨우 종결되게 된다

(그 전까지 잠수함들은 크리스티 눈치를 보며 항구에서는 켜고 나가자마자 꺼버리는 형태로 살아가야했다)

이렇게 완전히 찍혀버린 크리스티 제독은 1944년 11월

해임이라는 빅엿을 먹고 본토로 쫓겨나고 만다

이후 마크 6에 대해 제대로 조사를 벌인 결과

마크 6의 이상의 원인은

개발 당시에 적도 부근에서 함선의 자기장이

원형이 아닌 두꺼운 원반에 가까웠다는 것을 간과해서 벌어진 삽질로 밝혀지게 된다






그리고

자기신관 문제까지 해결을 본 후에 벌인 테스트에서

0.8km 사거리에 있는 정지 목표물 상대로 15발을 쏘았더니

그 중에 11발이 불발이라는 충격적인 결과를 내버린

충격신관의 경우

얘도 매우 황당한 이유였는데

구형 어뢰인 마크 10의 신관을 개선 없이 그대로 달아놓아가지고

공이가 어뢰 방향과 평행하게 놓이지 않았고

이로 인해 그렇게 발전된 속도로 박고도

공이 자체에 마찰력이 걸려서 뇌관을 제대로 때리지 못하는 눈물나는 상황이 벌어진 것이었다

결국 이는 공이를 가벼운 물건으로 바꾸면서 해결하게 된다

여기서 가장 이상적인 공이 재료는 진주만 공격 당시 격추시킨

일본 전투기의 프로펠러가 최고였다고...






마크 14 어뢰는 이렇게 1943년 9월까지 잠수함대를 괴롭혔고

이로 인해 어뢰에 대한 신뢰는 바닥 중에서도 바닥으로 떨어져

결국 이후 나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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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크 14 개량판 마크 23 어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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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추진 방식으로 아예 갈아치워버린 마크 18 어뢰의 활약을 보고나서야

겨우 신뢰도를 회복할 수 있었다

덤으로 마크 14의 삽질이 너무 격했던지라

이후 어뢰들의 경우

그야말로 아낌없이 돈을 부어 만전의 테스트를 하고 도입했을 정도

이 녀석이 남긴 후유증은 꽤나 컸다고 한다






여담으로

이 어뢰에 관련된 유명인의 말 중에


어뢰에서 가장 신뢰 할 수 있는 점은

바로 어뢰를 신뢰 할 수 없다는 사실이다


라는 말도 있었는데

이 말을 한 사람은 다름아닌 당시 대통령 프랭클린 D 루즈벨트였다

이게 얼마나 악명이 높았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 아닐까 싶다






차회예고

16.jpg




오뚜X 3분 후드의 임팩트가 너무 강했다

10개의 댓글

기다렸어!
0
Tof
2016.07.28
항상 개꿀잼!
0
2016.07.28
대사의 태평양전쟁 이야기에 자세하게 나옴
http://blog.naver.com/imkcs0425/60079352840

록우드 제독
http://blog.naver.com/mirejet/220153901201

불발어뢰땜에 고통받던 잠수함들
http://blog.naver.com/mirejet/110179598669 - 사르고
http://blog.naver.com/mirejet/220150551356 - 트리거
http://blog.naver.com/mirejet/110180071327 - 소리
http://blog.naver.com/mirejet/110179027777 - 스킵잭
http://blog.naver.com/mirejet/220153363791 - 와후
http://blog.naver.com/mirejet/220583238494 - 타노사
0
2016.07.28
엌ㅋㅋㅋ 방산비리
0
껄껄껄 개판이네 개판
0
2016.07.29
펄-럭
0
2016.07.29
저건 뭔배야? 독일제인가?
0
2016.07.29
@육군
비스마르크인듯
0
2016.07.29
엄근진
what the fuxxed it up은 문법적으로 맞지 않는 표현입니다.
0
2016.08.04
항상 꾸준히 보고있다! 꿀잼!
0
무분별한 사용은 차단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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