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 글

그냥 단편하나 써봤어. 제목은 클리셰 1화.

걍 막 쓴거니까 너무 뭐라하지 말아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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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똑.


집중을 흩으려놓는 노크소리에 클리셰는 하던 일을 멈추고 자기 스승을 보았다. 흔들거리는 의자에 몸을 누인 채 코를 골며 졸고 있는 클리셰의 스승, 즈락소는 꿈나라에 빠진 채, 일어날 생각을 하지 않았다.


"스승님."


"드르렁. 쿠울."


클리셰는 짜증이 났다.


"스승님!!"


"드르렁 쿠울."


클리셰는 책상을 쾅하고 치곤 의자에서 일어났다. 때문에 흔들린 잉크병이 거기에 반응이라 하듯, 톡 하고 침을 뱉듯 잉크가 튀었다. 그렇게 장작 10시간동안 써내려간 글귀에 잉크가 묻자, 그 문자들이 흔들거리는 촛불처럼 불빛을 내더니 곧 마법력을 완전히 상실했다.


클리셰는 울쌍이 되었다.


"여, 열시간이나 쓰... 쓴건 데..."


똑똑.


"아이씨!"


클리셰는 욕지껄이를 한사발하며 쿵쾅 거리는 발걸음으로 문가로 향해 문을 열어재꼈다.


"이 야밤에 어떤 미치...... 공주님?"


새하얀 토끼가 연상되는 르샨즈 공주는 맑고 순수한 미소를 지어보였다.


"안녕하세요, 클리셰."


웬만한 왕자보다 더 강력한 권력을 지닌 자타공인 실세, 르샨즈 공주는 하인에게조차 예를 갖추는 걸로 유명했다. 그러니 노예인 클리셰에게조차 존대를 한 것이지, 원래라면 손 한번 휘적거리는 걸로 그의 목숨을 앗아갈 수 있다.

클리셰는 완전히 무릎을 꿇고는 고개를 땅에 가져가 예를 갖추었다.

 

"저, 저하. 자, 자비를..."


"제가 미쳤다는 말을 한 죄에 대한 자비를 바라시는 건가요?"


"그 그게..."


"괜찮아요. 자주 듣는 말이니까."


"예?"


"데미 공은 안에 계시죠?"


공주가 안으로 들어서자, 즈락소는 갑자기 눈을 번쩍 떴다. 그는 눈을 껌뻑껌뻑이며 주변을 살피더니 곧 옆에 있는 지팡이와 안경을 집어들었다. 그가 안경을 쓰자, 안경을 통해서 보이는 그의 눈이 안경알에 가득 차올랐다.


"호호. 고블린 같아요, 왜 그 위대한 마법으로 시력을 안 고치시는 지 궁금하네요."


즈락소는 안경 안으로 눈을 몇번이나 비비더니 곧 늙은 몸을 서서히 일으켜 세웠다.


"아.... 공주님이군요. 이 야밤에 무슨 일.... 이기에 내 노예가 저러고 있습니까?"


르샨즈는 방긋 웃었다.


"저보고 미쳤데요."


즈락소와 클리셰는 눈이 마주쳤다. 클리셰는 애절하고 간절한 눈빛으로 즈락소를 보았다.

이 세상에 아끼는 것을 손에 꼽는 대마법사 즈락소는 그 중 하나인 클리셰의 목숨을 살려보기로 했다.


"저 애가 미치지 않고서야 공주님에게 미쳤다는 말을 할 수 겠습니까? 공주님에게 미쳤다는 말을 했다는 것 자체가 저 아이가 미쳤다는 반증이지요. 또한 사람은 세상을 자기에 투영하여 판단하는 바, 미친 사람 눈에는 미친 사람밖에 보이지 않습니다. 그러니 저 아이가 공주님을 미친 사람으로 본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입니다. 이를 벌하시려면 하늘에서 떨어지는 비도 벌하셔야 하고 걸음을 걷는 사람도 벌하셔야합니다."


르샨즈는 그 이야기를 조용히 들으며,  방금까지만해도 클리셰가 앉아있었던 의자에 다가가 두 발을 한번에 때며 딱 소리가 나게 앉았다.


"마법사는 참 짜증나요. 아시죠? 데미공."


"마법을 쓰는 대가중 하나이지요."


"의자에 남아있는 온기가 좋네요. 자비를 내릴게요."


클리셰는 한숨을 푹하고 내쉬었다. 그는 재빨리 일어나, 방 한 구석에 있는 차와 다과를 준비했다.


즈락소가 말했다.


"공주께서 이 밤에 오신 용무가 무엇입니까?"


르샨즈가 말했다.


"한 가지 부탁이 있어서 왔어요?"


"부탁이라 하심은?"


"오늘 밤 아바마마께서 암살을 당하셨어요. 이미 혼이 떠났으니, 치료가 불가능해서. 부활의 마법이 필요할 거 같아요."


클리셰는 순간 몸을 떨었다. 이 엄청난 사실을 그가 들어도 되는 것인가? 그는 침을 꿀꺽 삼켰는데, 르샨즈와 즈락소 사이에 흐르는 침묵 때문인지, 그 소리가 방 안에 묘하게 울려 퍼졌다.


즈락소가 말했다.


"우선 제 노예의 생명을 보장해주십쇼."


르샨즈가 클리셰를 돌아보며 말했다.


"부탁하러 온 입장이니... 제가 뭘 더 요구하겠어요?"


즈락소는 공중에서 손을 휘적 거렸다. 이를 본 클리셰는 다시 다과를 준비하는 일에 몰두했다. 그리고 귀를 닫으려 노력했다.

하지만 그럴 수 없는 내용들이 연이여 터져나오기 시작했다.


"이 일을 아는 자가 누가 있습니까?"


즈락소의 질문에 르샨즈가 말했다.


"나 밖에 없어요."


"다 죽이셨습니까?"


르샨즈는 가슴을 움켜지는 시늉을 하며 놀랜 목소리로 말했다.


"에? 정말로 제가 그런 살인마라고 생각하시는 건 아니시죠?"


즈락소는 어깨를 올렸다 내렸다.


"공주께서 이 일을 스스로 알아내셨을리도 없고, 누군가에 의해서 전해들으셨을 텐데 현 상황에 공주님밖에 모른다는 건 상식적으로 공주님이 모두 죽여 입막음을 한 것 아니겠습니까?"


르샨즈는 손가락을 꺼내들어 좌우로 흔들었다.


"에이. 아니예요."


"그럼?"


"제가 죽였어요. 그래서 저만 아는 거고."


"..."


"막 죽이고 오는 길이에요, 사실."


즈락소는 숨을 내뱉고는 자기 관자놀이를 짚었다.


"후우... 공주님.... 그게 무슨 말도 안되느... 하아..."


화사한 꽃처럼 얼굴이 밝아진 르샨즈는 가슴을 모으며 몸을 앞으로 기울렸다.


"그럼 해주시는 거죠?"


"조건이 있습니다."


"뭔데요?"


"이유나 압시다."


"싫어요 그건."


"그럼 제가 대충 예상한 것만 확인해주십쇼."


"에이. 그 대신 한번 틀리면 끝이에요!"


클리셰는 준비된 차와 다과를 가져와 그들 중간에 놓았고, 그들은 동시에 차를 한 모금씩 마셨다.


목을 축인 즈락소가 말했다.


"황제폐하의 암살로 인해서 계엄령을 선포하실 생각인 건 알겠습니다. 그런게 그것으로 뭘 할지는 잘 모르겠군요."


"그래서 제가 뭘 할 거 같은데요?"


"세가지 가능성이 있죠. 첫째는 공주님께서 밀고 계신 법령을 통과시키려는 것, 둘째는 누군가를 모함하여 공개적으로 사형시키는 것. 하지만 늙은이의 감으로는 세번째일 것 같군요."


르샨즈는 차를 홀짝이며 방방 뛰었다.


"그게 뭐에요? 네? 네?"


즈락소는 옆에 서있던 클리셰에게 고개를 돌렸다.


"네가 말해보거라."


"예? 가, 갑자기 왜..."


"맞추면 저거 내가 쓰는 거 도와주마."


앞으로 스물 시간을 더 써야하는 스크롤이다. 스승님이 도와준다면 다섯시간으로 줄어든다.

클리셰는 전혀 주저하지 않고 답했다.


"이번 달 말에 있을 공주님의 정략결혼을 피하기 위해서 아닙니까?"


르샨즈는 자리에서 확하고 뛰쳐나왔다.


"딩동댕! 정확해요! 역시 그 주인에 그 노예군요. 아, 그 스승에 그 제자라고 해야하나?"


"..." "..."


"제 용무는 끝났으니까 가볼게요. 정말로 차 맛있었어요! 아 내일 국가최고회의 때문에 아침부터 일어나야하는데 잠을 못자버렸네..."


"황제께서 암살을 당하셨으니, 국가최고회의를 여는 건 당연한 것 아닙니까? 자기가 벌린 일 때문에 그리 말하지 마십쇼, 공주님. 공주님때문에 나도 늦잠을 못자지 않습니까?"


르샨즈는 막 방문을 나서기 전에, 그 특유의 미소를 날렸다.


"황제부활 건은 제가 꼭 책임지고 통과시킬때니까, 찬성표만 던져주면 되요. 알겠죠?"


즈락소는 쳐다보지도 않고 대답했다.


"어련하시겠습니까?"


"아침에 뵈요."


쿵.


문이 닫혔고, 즈락스는 자기 대머리를 쓰다듬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자, 어서 끝내도록 하자. 국가최고회의에 열리기 전에 마저 써야하느니라. 다섯시간이면 얼추 맞겠네."


클리셰는 갑자기 그 스크롤의 용도가 무엇인지 생각이 났다.


"아... 이래서 이걸... 쓰라고 하신 겁니까?"


"잡담 그만하고. 집중하자니까. 묻은 잉크부터 치워야 겠네."


지팡이를 뻗어 시간을 역행하는 마법을 쓰는 스승님을 보며 클리셰는 팔짱을 끼었다.


"참나! 혼자 해요, 혼자해. 전 세계 최고의 마법사께서 하시면 될 일을 왜 노예한테 시키나 몰라."


그는 벌러덩 바닥에 들어누었고, 즈락스는 그 의자에 앉으며 말했다.


"그럼 나야 좋지. 혼자하면 세시간이면 충분하느니라."


"..."


왠지 진기분이 든 클리셰는 곧 벌떡 일어나 스승님을 돕기 시작했다.


물론 돕는다는 건 엄연히 클리셰의 입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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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응 좋으면 2화도 쓸겡. 다들 굿밤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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