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 글

딥 우드의 아헨바임 - 우드 게이트(1)

딥 우드의 아헨바임 14



딥 우드의 관문이라 불리는 도시 '트리 게이트'. 딥 우드의 풍부한 자연으로 발전한 거대한 도시. 이 도시는 아헨바임 영지까지의 약초 채집과 동물 사냥을 허락받아 그 일들을 모험가들에게 맡기고 있었다. 그렇기에 모험가 길드의 규모 역시 도시만큼이나 거대했다.



그 거대한 도시의 수많은 평범한 모험가 공동 주택의 창문에선, 이른 아침부터 여자의 콧노래가 새어 나오고 있었다.

금발에 키가 크지만 마른 외모 덕에 예쁘다고 볼 순 없는 여자. 시란 웨이커는 과일을 썰어 나무 상자에 담고 있었다. 콧노래를 부르는 그녀 뒤로 한 남자가 다가왔다.

" 또 가서 하루종일 기다리자는건 아니겠죠 웨이커씨. "

" 깜짝이야! "

시란은 화들짝 놀라며 반사적으로 칼끝을 남자의 목 밑에 들이밀었다. 그녀보다 키가 조금 작은 버트는 식은땀을 흘리며 칼을 바라보고 있었다. 시란은 칼을 황급히 치웠다.

" 아, 칼 떨어뜨릴 뻔했잖아! "

" 내 목을 떨어뜨릴 뻔한게 아니라..? "

버트는 이마의 땀을 훔치며 말했다.

" 검사보다 칼을 더 잘쓰는거 같은데 이김에 그쪽 계통으로 나가는 게 어때? "

" 호신용 검술일 뿐이야. 검술은 내 취향이 아니라구. "

" 악사라고 악기만 쓰나, 그래서 마법을 배우려고 했어? "

그 말에 시란은 칼날과 같이 눈을 번뜩이며 버트를 노려보았다. 떠오르고 싶지 않은 기억이었다. 노동과 돈, 거기에 성추행까지 참으며 그 돌팔이 마술사를 스승이라 부르고 얻은 것이라곤 낡아빠진 가짜 마법서 하나였다.

' 그런 특이 아이템이라도 건진 게 어디야! '

" 그거에 대해서는 얘기하지 말기로 한 것 같은데 - ? "

긍정적으로 생각하려는 속과 달리 겉으론 무서운 목소리가 나왔다. 버트는 입술을 안으로 말아 넣으며 꾹 닫았다.

버트는 의자에 걸린 외투를 챙기며 주머니를 뒤졌다. 은화 2개. 방에 있는 것까지 합치면 은화 8개와 동화 13개였다. 한 달 방값에서 동화 7개가 부족한 양이었다. 그는 한탄하며 시린에게 물었다.

" 아헨바임. 그 수상쩍은 곳을 계속 기다려야겠어? 우리 자금난이 와버렸다고. "

버트는 시란에게 다른 좋은 의뢰들을 수없이 추천했지만, 그녀는 길드 게시판에 붙여진 아헨바임의 저주 탐사를 보더니, 그곳에 꽂혀선 아무것도 들리지 않는 것 같았다.

" 조금만 더 기다려줘, 내가 이 건을 얼마나 기다리는지 알잖아. "

이전에 시란은 버트에게 혼자라도 의뢰 몇 개만 수행해주고 오라는 부탁도 했었다. 버트는 가죽 주머니에 들은 물을 한모금 마시며 우려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 이번에 간 중급 모험가들도 돌아오지 않았어. 돌아오지 않았다는 게 무슨 뜻인진 알고있지? "

하급 모험가인 시란 역시 그 의미를 잘 알고 있었지만, 오히려 그런 위험함 때문에 아헨바임에 더욱 이끌리고 있었다. 그녀는 몸을 빙글 돌아 버트의 입에 과일을 넣어주며 웃어보였다.

" 그런 점이 끌리는거야. 알잖아? 내 성격. "

버트는 과일을 씹으며 한숨을 내뱉었다. 오늘도 안 오면 의뢰받는거다. 시란은 버트의 제안에 고개를 수차례 끄덕이곤 천진하게 웃었다.

' 오늘은 느낌이 좋아. '



" 아헨바임.. 오늘도 없네요. "

카운터에서 의뢰 목록을 읽은 안내원이 자신이 다 안타깝다는 목소리로 말했다. 일주일이 넘도록 같은 시각에 찾아온지라 그들과 상당히 친해진 터였다. 시란은 암울해하면서도 그녀에게 과일을 나누어주었고, 버트는 시란을 제치고 앞으로 나와 물었다.

" 그럼 다른 의뢰느커헉! "

말을 끝맺기도 전에 버트의 다리로 로우킥이 들어왔다. 시란은 버트를 옆으로 밀치며 안내원에게 내일 또 온다며 웃어 보였다. 그녀는 버트를 출구 쪽으로 내팽개쳤고, 버트는 출구로 걸어나가며 불평했다.

" 무슨 짓이야! 약속 안 지키는거야 지금? "

시란은 버트의 옆으로 나란히 걸으며 가방에 차고 있던 가죽 주머니를 내밀었다.

" 오늘까진 기다려봐야지! 넌 어쩜 그렇게 철저하고 계획적이야? "

버트는 가죽 주머니를 받아 물 한 모금을 마신 뒤 다시 그녀에게 내밀었다.

" 그거 칭찬이야? 어쨌든 빨리 일할수록 돈도 빨리 버는 거잖아?! "

" 어쩜 너는ㅡ "

상가 거리로 걸어나간 그들은 계속해서 티격태격 거리며 꼬치 하나를 사서 나눠먹었고, 공원 중앙의 행운의 분수에 동화 하나씩을 던지며 거리를 누볐다. 그들의 말다툼은 해가 중천에 떠올랐을 때, 대장간의 셀프 검 갈개에 앉은 뒤에야 멈췄다.

그제야 갈이로 검날을 갈기 시작한 버트가 시란에게 물었다.

" 우리 돈 얼마나 남았어? "

시란은 그의 옆에 앉아 증기 속에서 오묘한 빛으로 달궈지는 검을 보며 답했다.

" 은화 8개. 딱 맞춰져서 좋네. "

맙소사. 버트는 증기 속으로 팔을 뻗어 검을 갈며 자신의 낭비벽을 한탄했다. 시란과 같이 다니다 보면 돈을 너무 자연스럽게 쓰게 되어 문제였다.

" 네 대책 없는 긍정은.. 이번에 아헨바임으로 떠난 모험가들이 누군진 알기나 해? "

" 너랑 같은 중급 모험가라며, 그게 왜? "

' 관심이 있는 동시에 이리도 무심할 수가. ' 버트가 한숨을 쉬자 그 뜻을 눈치챈 시란이 재빨리 답했다.

" 아무것도 몰라야 더 흥미로운 법."

버트는 더 깊은 한숨을 뱉고는 검을 냉수에 넣었다. 기분 좋은 수증기가 올라왔다.

" 이번엔 달라. 그 모험가들은 마을을 상대로 사기 치는 사기꾼들이라고, 마을에서 자기들의 입지를 높인 뒤에 큰 금액을 요구해서 빨아먹는 거머리들. 다들 그렇게 불러. 거머리들. "

버트가 단어에 힘을 실어 무섭게 말했지만 시란은 비웃음을 흘리며 반박했다.

" 그런 악의를 가지고 들어가니까 저주에 당하는거야! 저주는 호락호락한게 아니라고! "

" 맙소사.. "

버트는 검을 뺀 뒤, 무의식적으로 옆에 놓인 광택 기름에 적신 헝겊을 집고 검날에 문질렀다. ' 추가요금!! ' 버트는 일시적으로 눈앞이 캄캄해졌다!

" 자. 몇 년동안 아무런 소식도 없이 완전히 격리된 성에서. "

응. 시란이 고개를 끄덕였다.

" 가압자기 저주라고 하면서 의뢰가 오고. "

응! 시란은 빠져들고 있었다.

" 간 모험가들마다 전부 돌아오지 않았어! "

응!! 시란의 눈이 더욱 빛나고 있었다.

" 그게 무슨 뜻이겠어, 산적들이 모험가들을 유도하려는 미끼를 던진 거란거지! "

" 에이.. 요즘에 그런게 어딨어. "

그 말을 듣고서야 버트는 시란의 얼굴이 가까이 다가왔음을 깨닫곤 고개를 돌렸다. 쪽. 볼에 입맞춤이 들어오자 버트는 말다툼할 기운이 빠졌다. 그는 상체를 축 늘어뜨린 채 헝겊을 버렸다. 메끈한 검날에 광택이 났다.

" 넌 꼭 밀릴 때마다 이러더라. "

" 그래서 싫어? "

시란이 요염한 미소를 지으며 웃었다. 버트는 한숨을 쉬곤 자리에서 일어나 검을 찼다. 시란도 자리에서 일어나자, 문 밖에서 묵직한 소리가 났다. 장비 몇 개나 재료 수준이 아니었다. 거의 원석에 가까운 육중한 소리. 시란은 갈개 방을 나가는 버트를 따라갔다.

" 저게 뭐야.. "

앞서나간 버트가 눈을 동그랗게 뜬 채 중얼였다. 따라나온 시란 역시 버트와 똑같은 말을 뱉을 수밖에 없었다. 입을 떡 벌리고 있는 대장간 주인 앞에는 그보다도 덩치가 큰 마부가 서있었고, 그 뒤엔 다 합쳐 수십 개는 되보일 무기와 갑옷, 투구들이 한데 묶여있었다.

" 와! 저게 몇 개야? 하나 둘.. "

개수를 세고 있는 시란에게 버트가 조용히 말했다.

" 개수가 중요한 게 아니야.. 장비들 상태를 봐. "

그제야 시란의 눈에 장비들의 상태가 보였다. 낡은 것은 둘째 치고 여기저기 구겨지고, 피까지 눌어붙어 있었다. 그것은 단순한 장비들이 아니었다. 사철(죽은 자의 철)이었다.

" 전쟁이라도 벌어진겐가? 이정도의 장비들이.. "

" 좋은 값을 쳐주셨으면 한다네. "

대장간 주인의 물음에 마부가 어눌하게 답했다. 주인은 떨리는 손으로 무기들을 살피고 있었다. 버트는 뒤돌아보며 걱정스럽게 말했다.

" 지금 아헨바임이 중요한 게 아니야, 지금 전쟁이ㅡ "

하지만 그의 뒤에는 시란이 없었다. 다시 고개를 돌리니 시란은 마부의 앞에 가있었다. ' 어떻게 한거야?! ' 버트는 튀어나오려는 말을 삼키곤 그들에게 다가갔다.

" 시란! 그냥 가자, 빨리 와! "

시란은 버트를 돌아보더니 한쪽 눈을 감으며 끄덕여 보였다. 그러자 버트는 제자리에 잠자코 있었고, 시란은 다시 마부를 바라보며 미소 지었다. 마부는 한눈에 봐도 충분히 위험해 보이는 우락부락한 모습이었다. 그러나 그의 얼굴과 표정, 목소리를 보아 그는 전혀 위험한 사람이 아님을 시란은 확신했다.

" 어디서 오신거예요?! "

마부는 시란의 극도로 밝은 태도가 익숙지 않아 이마에 식은 땀이 났다. 그는 자신을 부담스레 마주 보려하는 시란의 눈을 피하며 답했다.

" 그, 그걸 자네께 마, 마뢰줄필요는 없으시잖냐. "

" 말해주시면 다음에 이용할 땐 무조건 두 배로 낼께요! "

' 두 배?! ' 그 단어가 버트와 마부의 머리를 관통했다. 버트가 안된다는 말을 하기도 전에 시란의 손이 그의 입을 틀어막았다. 마부는 순식간에 굽실거렸다.

" 저는 아헨바임에서 왔습니다요! "

아헨바임! 그 말에 버트의 눈에는 절망이 비쳤고, 시란의 눈은 영롱하게 빛났다. 시란은 폴짝 뛰며 버트를 꼭 안았다.

" 오늘은 느낌이 좋더라니까! "




긴 챕터는 끝날 때 완을 붙인건데, 아헨바임 자체가 끝난거라고 오해한 사람들이 있더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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