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 글

[릴레이 라디오] 함부르크 갔다왔어요

 안녕하세요. 창작판 여러분들.


독일에서 내는 제 목소리가 한국까지, 어쩌면 제가 생각치도 못하는 곳까지 간다고 생각하니 새삼 신기합니다. 


저는 지난 주말에 함부르크를 다녀온 얘기를 해드리려 해요. 


아빠 동창 분이 심리학 교수라는 말을 듣고 먼 거리지만 다녀왔습니다. 


밤 11시에 여러 발 냄새들과 버스에 올라 2시에 하노버에 내려 다시 5시에 버스를 타고 8시에 도착했습니다. 


한숨도 못 잔채로요. 


10시에 교수님을 뵜어요. 


부산 사투리는 독일 아빠 밑에서 독일 학교를 다니고 있는 아이에게도 있더군요. 


중동 아이처럼 생긴 10살짜리 애가 부산 사투리로 8살 때 부산에서 깡따구 짓 하던 얘기를 들려주는데 어찌나 웃기던지. 


정말 오랜만에 10살 짜리 애와 대화해본 것 같아요. 


교수님과는 제가 요즘 하는 생각들을 처음으로 현실에서 나눠본듯 싶고요. 


3층짜리 집.


여러 사진들. 


많은 장난감들.


정원. 


인사하는 옆집들. 


고요함. 


고양이. 


20살 짜리 애와 마음 터놓고 대화할 수 있는 여유는 이런 것들로 구체화되서 나타나는 걸까요. 


그들의 직업을 한국에서 봤을 때는 왜 그들만큼의 여유를 보지 못했을까요. 


차곡차곡 쌓여있는 DVD와 가족들이 함께하는 보드게임. 


비가 와도 젖어있지 않은 마당의 의자가 새롭고 좋게만 느껴집니다. 


그렇게 돌아오는 길. 


저는 이쯤 풍만과 이 풍만이 도달하는 종착지에 대한 아쉬움을 느낍니다. 


우연히 제가 다니는 헬스장의 코치를 만났어요. 


한국인 2세인 그는 제가 한국인인걸 몰랐어요. 


다른 한국인을 가르칠 때는 영어로 한다해서 한국말이 서투를줄 알았는데 아니던데요. 


그렇게 제가 감정에 대해 생각하는 것들. 


그가 운동에 대해 생각하는 것들. 


지금 우리가 공부하는 것들. 


5시간에 걸쳐 정말 깊게 얘기했습니다. 


독일어, 영어가 더 익숙한 그는 


It을 그대로 번역해서 '이것은'이라고 말하는 버릇이 있었어요.


그 뒤로 '증상이 아니라 원인을 찾아야 된다는 말이에요.' '몸과 마음이 연결되어 있다는 거죠'와 같은 저를 깨우는 말들이 나와


정말 즐거웠습니다.


언어는 얼마나 원어민스럽게 얘기하냐의 문제가 아니라 


그 내용이 얼마나 값지냐에 따라 어떻게 들리는지가 결정되는게 아닐까요. 


"이렇게 오랫동안 한 사람이랑 대화하는거 오랜만이네요." 


"어? 왜 룸메이트랑은 말 잘 안해?" 


이런 정곡을 ㅋㅋ...


무의식적으로 흘린 정보까지 캐치하는 집중력. 


상대의 말을 하나도 놓치지 않고 따라가는 관심. 


대화 중에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이었습니다. 

 

한국에선 이런 관심 정말 받기 힘들었어요. 


그래서 창작판 여러분들은 여기서라도 관심을 나누고 


관심종자라고 중2병이라고 여러분들을 비웃는 비겁한 세상에서도 나누는 용기를 가지시라고 릴레이 라디오를 시작합니다.  



3개의 댓글

2016.06.27
이번글은 뭔가 굉장이 일상적이라서 읽기좋앗당
독일에있엇구나... 가족중한명이 독일유학가는데
0
2016.06.27
@모래상어
이제 이런거나 쓸꺼야.
0
2016.06.27
@의지의객관성
이런거라니..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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