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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만들어봐도 맛이 없는 칵테일, 브롱스편 - 바텐더 개붕이의 술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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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할 칵테일 이야기는 브롱스라는 칵테일에 대해서야.

 

이 칵테일은 1934년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칵테일 10선에 마티니와 멘하튼을 이어서 3위에 랭크된 적도 있는 칵테일이지.

 

오래 된 클래식 칵테일이고, 유명한 만큼 맛이 있어야 하는게 정상인데...

 

이 칵테일은 맛이 없어, 아니 없어도 너무 없어.

 

솔직히 말하자면 지금까지 이 칵테일을 연습하면서 단 한 번도 맛있다고 생각 한 적이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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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다른 가게에서 일할 때, 외국인 손님이 이 칵테일을 주문한 적이 있고, 만들면서도 고민했지.

 

이 맛이 맞나?

 

그래서 당시 가게 사장님께 질문을 했어. 

 

"브롱스가 너무 맛이 없는데 제가 잘못 만드는걸까요?"

 

사장님의 대답은 "그 칵테일은 원래 그런 맛이 맞다." 였어.

 

이 맛도 저 맛도 아닌 듯, 슴슴한 듯 슴슴하지 않은 듯한 맛이 제대로 만든 브롱스라는 이야기였지.

 

결국, 사장님도 이 칵테일이 맛이 없다고 이야기한 거야.

 

그럼 이 칵테일은 왜 세계적으로 유명해졌던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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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롱스는 대부분 칵테일이 그렇듯이, 어디서 만들어졌는가? 에 대한 의견이 분분해.

 

어원 자체는 뉴욕의 자치구 브롱스에서 나온 걸로 보이지만, 다른 의견들이 있지.

 

필라델피아의 레스토랑 브롱스에서 만들어진 칵테일이기에 그런 이름이 붙었다는 설이 가장 유명한데, 1905년경 필라델피아의 레스토랑 브롱스에서 일하던 조셉 소르마니가 만든 레시피라는 설이었지.

 

당시에는 진과 오렌지 주스, 이탈리안 버무스를 넣고 만든다고 적혀있었어.

 

한 편, 멘하튼 호텔에서 일하던 조니 솔란이라는 바텐더가 듀플렉스라는 칵테일에서 영감을 받아서 만들었다는 이야기도 있어.

 

듀플렉스는 2 종류의 버무스와 오렌지 비터 들어가는 칵테일인데, 그 당시에 나름 인기 있던 칵테일이었다더군.

 

어느 날, 좀 더 새로운 무언가를 만들 수 없겠냐는 주문에 진과 오렌주스를 섞고 두 버무스를 넣은 칵테일을 내줬는데, 그게 브롱스의 시작이라는 거야.

 

 

 

 

조니 솔란의 레시피 쪽이 현대에 받아들여지고 있는 브롱스의 일반적인 레시피지만, 역사적으로 보면 필라델피아 설이 먼저야.

 

뭐가 진짜인지는 모르겠지만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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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브롱스는 왜 인기가 있는가?

 

아마 그건 1, 2위를 한 마티니와 멘하튼의 절충안 같은 칵테일이 아니어서 였을지도 몰라.

 

진과 프렌치 버무스가 들어가는 마티니.

 

위스키와 이탈리안 버무스가 들어가는 멘하튼.

 

그리고 진과 프렌치 버무스, 이탈리안 버무스에 오렌지 주스가 추가되는 브롱스.

 

나름 조화로워 보이는 이 조합이 인기를 끈 게 아닐까?

 

일단, 브롱스는 마티니나 멘하튼보다는 마시기 쉬운 맛인 것도 한 몫했을 테고.

 

마티니나 멘하튼이 아니면서도 뭔가 색다르고 파티에서 마시기에도 쿠페 잔에 제공되니 우아해보이는 칵테일.

 

이게 브롱스의 인기요소가 아니었나 싶어.

 

맛은 없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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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여기에 반기를 든 사람이 나타나지.

 

브루클린에 있는 주피터 디스코라는 가게의 파트너 바텐더 Al Sotack(뭐라고 발음하는지 도저히 모르겠다.)이 그 주인공이야. 

.

 

Mastering the Bronx

 

 

이 사람이 만든 브롱스에 대한 이야기에 좀 더 관심이 있다면 위 링크를 타고 읽어봐.

 

나는 지금부터 저 링크에 있는 기사에 대한 이야기를 간략하게 풀어서 이야기할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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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이 양반은 평소에 구린 칵테일이라는 생각을 거부하고 싶었다고 해.

 

이 칵테일은 좀 더 잠재력이 있는 칵테일이라는 생각에서, 여러모로 칵테일에 대한 조사를 했지.

 

역사적인 기록과 직접 만들어보면서 찾아낸 해법으로 Sotack은 쉐이킹이라는 기법이 아닌 빌드라는 기법으로 만드는 마티니나 멘하튼 같은 스타일에 도달하게 됐지.

 

그리고 오렌지 주스를 왕창 넣는게 아니라, 마치 비터스처럼 살짝만 넣어서 맛의 악센트를 주는 것으로 말이야.

 

한 티스푼의 주스가 칵테일 맛에 영향을 주기 위해서는 쉐이킹이 아닌 빌드라는 기법을 사용하는게 맞았고, 오렌지 주스만으로는 뭔가 부족했는지 파인애플 주스도 같이 사용했지.

 

이 방식을 사용하면 칵테일에 상쾌한 느낌을 주지만 음료의 맛에 지배적인 영향을 끼치지 못한다는 거야.

 

재미있는 건, 마지막에 비터스를 살짝 넣는데, 그 비터스가 바비큐 비터스라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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칵테일에 여러가지 향을 더해주는 비터스는 이제는 수없이 발전해서 온 갖 비터스가 존재하는데, 바비큐의 향을 더해주는 비터스 역시 존재했어.

 

참고로 불향이 아니라 바비큐 소스의 향이라는 걸 알아야 해.

 

Sotack은 과일과 향신료는 언제나 잘 어울린다고 이야기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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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은 레몬 껍질로 마무리.

 

오렌지 주스를 사용하는 만큼, 오렌지 껍질을 써야하지 않을까 싶었지만, 레몬이 좀 더 이 칵테일을 화사하게 만들어준다는 군.

 

이렇게 새롭게 만든 이 칵테일에 그는 사우스 브롱스라는 이름을 붙였어.

 

부기 다운 프로덕션의 돔영의 곡에서 따왔지.

 

그가 이야기 하기로는 이 칵테일을 다 만들고 딱 하나 불만이 있었다는 군.

 

칵테일의 이름을 붙인 곡처럼 에너지 넘치는 맛이면 좋겠는데, 너무 우아하다고.

 

 

 

 

 

참고로 이 사람의 기사 이후로 스터 칵테일에 약간의 주스를 넣는 방식이 본격적으로 사용되기 시작했어.

 

그전까지는 알음알음 사용되다가, 저 기사 이후로 바텐더들 사이에서 좀 더 논의가 된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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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새롭게 만들어진 칵테일을 보고 있으면, 그 원형이 되는 브롱스와는 전혀 다른 칵테일이 되버렸지.

 

사실 브롱스는 다른 것보다도 오렌지 주스의 맛이 좀 더 메인이 된다고 나는 생각했거든.

 

저 바텐더는 거기서 가장 문제가 되던 오렌지 주스의 양을 과감하게 줄여서 빼버리고 진과 2종류의 버무스의 맛에 집중한 칵테일로 변모시킨거지.

 

물론, 그건 매우 훌륭한 변화였고 실제로 만들어 보니까 브롱스에 비하면 20배 정도는 맛있는 칵테일이었지만 브롱스에서 너무 벗었났다는 느낌을 받았어.

 

 

 

 

근데 어쩌겠어, 그냥 브롱스가 너무 맛이 없는 걸.

 

 

 

밤이 늦어서 아침이 다가오네, 나는 오늘 쉬는 날이야. 하지만 내일 출근해야하니까 글은 여기까지만 쓰고 좀 더 미적거릴게.

 

자 그럼 오늘은 여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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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개의 댓글

알콜중독

0
15 일 전

궁금한맛이네

0
15 일 전

맛있어질수록 원형에서 벗어나는 칵테일이라니 ㅋㅋㅋ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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